2. 사주의 기원과 그 변천
사주추명학이란 사람의 생년월일시의 간지를 기준으로 해서 그 숙명을 예지하는 방술이다. 고로 이것은 오성술, 구성법, 기학, 육임, 자미두수등과 더불어 간지를 기준으로 하는 예언술 즉 간지술의 일종이다.
이와 같은 간지술은 甲乙丙丁등의 십간과 子丑寅卯등의 십이지를 근거로 하는 것인데, 출생일시의 간지와 인간의 운명간에 인과관계가 있느냐 하는 것은 앞서 말한 바아 같이 근대 과학적 개념으로는 실증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를 과학적으로 원인과 결과간의 필연적 관련성을 입증못 한다고 무조건 미신이라고 단언함은, 과거 삼천년간에 긍하여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역사적 사실 즉 경험과학과 통계과학의 부인외엔 아무 것도 아닌 무지라 할 것이다.
우리 인간의 생애에 있어서 가장 우연적 사실은 출생 그 자체라는 것은 아무도 부인 못할 것인데 이 점으로 보면 인간의 숙명을 판단함에 있어 출생년월일시를 제일 먼저 주목함도 오히려 당연하다 하겠다. 그리고 이와 같은 점에 착안하여, 신비로운 숙명의 동인을 끝까지 탐구하여 이를 명백히함에 의하여 숙명적 흉악을 제거하고 선미로 전환시키려는 철학적 사색과 심혈을 기울인 노력이, 이미 삼천년전부터 고대중국에서 행하여졌다는 것이 현존하는 기록에도 남아 있다. 오늘날 보는 바와 같은 사주추명학의 발달은 삼천년 이상의 장시일에 걸친 제성현 및 제학사들의 연찬구명에 의하여 얻어진 결과의 집적에 의한 것이겠으나, 이를 하나의 체계를 세워 세상에 공표한 것은 중국의 태화서봉당에 거주하던 서공승이라는 것이 통설이다. 서공승은 서자평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알려져 있다.
그것은 사주추명학이 사람의 숙명을 탐구하여, 만약 이에 태과 및 불급 등의 자질이 있으면 이를 양도하여 마치 물의 표면이 평평한 것처럼, 사람의 생애도 평온하게 하려는 학술이므로 「자평」이라는 말이 생겼고 사주추명학의 별명이 되었으며 나중에는 이 학술을 대성한 서공승의 통칭으로 화한 것이리라.
서공승은 연해자평이라는 책을 편술하였는데, 연해자평은 사주추명학의 현존하는 서적 중 최고의 것이다.
서공승 이전의 사학의 연구가를 살펴보면, 이미 중국의 전국시대에 낙녹자, 귀곡자등이 이 학술을 연구하여 상당히 정밀한 영역에 도달하였고, 한나라 때에는 근중서, 사마리, 동방삭, 엄군평 등이 있었고 한말 삼국시대에는 관로, 진유각, 박북재, 유위정 등이 당시 세상에 가장 알려진 대가들이었으며, 그 뒤 당나라 때에는 원천강, 일행선자, 이허중 등이 나서 사학을 더욱 연구하여 실용화시켰다고 한다. 연해자평에 의하면 당나라의 이허중이가 사주팔자 중 년간을 중심으로 해서 오행의 생극을 알아보는 법을 완성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오늘날 사주추명학상의 철칙이 되어 있는 일간을 중심으로 해서 오행의 생극을 구명하는 법은 서공승에 의하여 처음으로 창시된 것이라 한다. 어쨌든 사주추명학은 왕석의 수다한 지현 및 학자에 의하여 연구되어 수천년의 장시일에 걸쳐 연찬전승되는 동안에 그 방술 자체도 많은 변화를 거쳐 최초의 편술서인 연해자평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상상된다.
한 가지 여기서 주목할 사실은 고래로부터 널리 행하여져 오던 오성술이 당나라 때까지도 사주추명학과 막상막하의 세력을 다투더니 송나라 때 와서 「연해자평」이 공표된 후는 중국에서는 그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는 것이다. 오성술에 관한 서적 중 가장 완비된 「과노성종」이 현재까지도 전하여지기는 하나, 오성술은 그 확중률이 사주추명학에 비하면 현저하게 낮다.
오늘날 중국에서는 약 천년전에 세상에 발표된 「연해자평」자체도 중화식의 화려한 사조에 사로잡혀, 그 설명방법이 요령부득하고 특히 외격에 속하는 체용격사주를 부질없이 비천록마격이니 임기용배격이니 하여 미사려구만 나열하고 그 진의를 설진하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연해자평이 공표된 후 신봉장씨가 쓴 벽류 명리정종과 명나라 때 만육오가 편찬한 삼명통회 등이 세상에 나왔으나, 별로 큰 진전은 없더니, 명조의 초기 유백온이 쓴 적천수가 약 사오백년 동안 비전되어 오다가 청나라 때 세상에 알려져 사주추명학상에 일대 약진을 가져 왔다.
우리 한국에 언제 연해자평이 전해졌는지 자세한 것을 알 수 없으나, 고려시대 송과 문물교류가 빈번한 것으로 미루어 봐서 중국에 크게 뒤떨어진 것은 아니라고 추측된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대다수의 운명가들이 연해자평과 명리정종에만 집착하고 있으며, 상금도 오성술과 오색찬란한 화도로 엮어진 당사주가 성행하고 있어, 중국에 비해 약 천년의 운명학상의 후진에 봉착하고 있다.
아마 「연해자평」 및 「명리정종」등의 조잡한 설명방식에 의해, 사주추명학을 난삽한 것으로 오해한 탓일 것이다. 하루 속히 이 후진성에서 탈피해야 할 것이다. 이미 천여년전 중국에서 그 확중률의 평가가 끝난 오성술, 당사주 등에 얽매이지 아니할 수 없는 한국의 운명학상의 실정을 변혁하기 위해서는 하루 속히 사주추명학의 수준을 높여야 할 것이다. 이에 졸저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그 이상의 보람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