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에너지 자립과 탄소 중립이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면서 원자력 발전의 역할을 재고하고 있으나, 기존 원자력 발전소의 기술적 위험 관리는 여전히 중요한 과제이다. 본 웹진에서는 2025년 7월 현재까지 드러난 유럽 내 원자력 발전소의 구체적인 기술적 위험 사례들을 원전의 고유명칭, 장소, 그리고 관련 데이터를 포함하여 노후화된 설비, 사이버 보안 위협,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그리고 자연재해 대비라는 네 가지 주요 부문을 중심으로 각국의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겠다.
1. 노후 원전의 안전성 및 설비 건전성 문제
1) 프랑스 – 펠라야(Paluel), 시보(Sizewell) 및 기타 PWR 원전
프랑스 전력공사(EDF)가 운영하는 펠라야, 시보 등 여러 가압경수로(PWR)형 원전에서 2022년부터 2023년에 걸쳐 원자로 냉각 시스템 배관의 응력 부식 균열(Stress Corrosion Cracking, SCC) 문제가 광범위하게 발견되었다. 이 문제는 특히 보조 회로의 용접 부위와 냉각수 재주입(Safety Injection) 시스템 파이프에서 두드러졌다. 구체적 사례로는:
-펠라야 3호기 (Paluel-3): 2022년 말, 연례 검사 중 배관 두께 감소 및 미세 균열이 발견되어 광범위한 교체 및 수리 작업이 진행되었다. 이로 인해 펠라야 3호기는 2023년 상반기까지 수개월간 가동이 중단되었다.
-시보 B 원전 (Sizewell B, 영국 소재 EDF 소유): 2023년 유사한 유형의 냉각 계통 파이프 용접부 결함이 확인되어, 예정되지 않은 추가 검사와 보강 작업이 수행되었다. 이는 프랑스 내 문제뿐만 아니라 EDF가 운영하는 해외 원전에도 비슷한 기술적 취약점이 존재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펠라야(Paluel) 원전(프)
출처;피스포트오리즈루프로젝트HP
시보(Sizewell) 원전 (영국 소재 EDF 소유)
출처;Sizewell C HP
2) 벨기에 – 두크(Doel) 및 티앙주(Tihange) 원전
벨기에의 두 주요 원전인 두크와 티앙주 원자로 압력 용기에서 수천 개의 미세 결함(Flakes)이 발견되어 장기간 안전성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이 결함은 제조 과정에서 발생한 수소 취성(Hydrogen Embrittlement)으로 추정된다. 구체적 사례로는:
-두크 3호기 (Doel-3): 2012년 연례 검사에서 원자로 압력 용기 벽면에서 약 8,000개 이상의 미세 결함이 발견되었다. 이는 2013년 재가동이 승인되었으나, 2014년 재차 추가 결함이 발견되어 다시 장기간 가동이 중단되었다.
-티앙주 2호기 (Tihange-2): 두크 3호기와 유사하게 약 2,000개 이상의 미세 결함이 발견되어 동일한 논란을 겪었다.
벨기에 연방 원자력 통제국(FANC)은 광범위한 비파괴 검사와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결함이 압력 용기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2015년 이후 재가동을 승인했다. 그러나 2025년 현재까지도 이 결함들은 노후 원전의 예상치 못한 제조 결함 및 장기적인 재료 특성 변화에 대한 우려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언급되고 있다. 두 원전은 원래 2025년과 2023년 폐쇄 예정이었으나, 에너지 안보 문제로 각각 2035년까지 10년 연장이 결정되었다.
두크 (Doel) 원전(벨기에) 출처;위키페디아
티앙주(Tihange) 원전(벨기에) 출처;위키페디아
2. 사이버 보안 위협의 증가
1) 독일 – 군트렘밍엔(Gundremmingen) 원전 (과거 사례)
현재 독일은 탈원전을 완료했으나, 과거의 사례는 원전 사이버 보안의 취약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2016년 독일 군트렘밍엔 B 및 C 원전의 정보 시스템에서 악성 코드(Conficker, W32/Ramnit 등)가 발견되었다.
원전 운영 시스템(Process Control System)과는 분리된 사무용 네트워크에서 악성 코드가 발견되었으며, 특히 USB 드라이브를 통해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악성 코드는 스파이웨어 기능이나 데이터 파괴 능력을 가지고 있었으나, 다행히 원전 제어 시스템에 직접적인 접근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사건은 원전의 "에어 갭(Air Gap)"(물리적 망 분리)이 완벽한 방어책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유지보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데이터 교환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외부 위협이 내부망으로 유입될 수 있음을 상기시켰다. 이 사고 이후 독일 원자력 안전 규제 당국은 원전 운영사의 사이버 보안 조치에 대한 점검을 강화했다.
군트렘밍엔(Gundremmingen) 원전(독일) 출처;위키페디아
2) 영국 – 힝클리 포인트(Hinkley Point C) 및 기타 핵 시설 (잠재적 위협)
영국 내 핵 시설, 특히 건설 중이거나 운영 중인 원전에 대한 국가 주도(State-sponsored) 사이버 공격 위협이 고조되고 있다.
2024년 5월, 영국 국가 사이버 보안 센터(NCSC)는 러시아 및 중국 정부와 연계된 해킹 그룹들이 영국의 에너지 부문, 특히 핵 시설에 대한 정찰(Reconnaissance) 및 잠재적 침투 시도를 지속적으로 감행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피싱(Phishing) 공격, 공급망 공격, 제로데이(Zero-day) 취약점 악용 등을 통해 시스템에 접근하려 시도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구체적인 성공 사례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이러한 위협은 힝클리 포인트 C(Hinkley Point C)와 같은 신규 건설 원전의 제어 시스템뿐만 아니라 기존 원전의 운영 시스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힝클리 포인트(Hinkley-point) 원전(영국) 출처;위키페디아
3.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술의 한계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영구적인 안전 처분은 전 세계 원자력 산업의 가장 큰 난제로 남아있으며, 이는 기술적 불확실성과 사회적 수용성 문제를 동시에 야기하고 있다.
1) 핀란드 – 온칼로(Onkalo) 처분장
핀란드는 세계 최초의 심층 지층 처분장인 온칼로를 건설 중으로 2020년대 중반 상업 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온칼로는 포시트(Posiva)사가 올킬루오토(Olkiluoto) 원전 부지 인근의 견고한 화강암층 지하 400~450미터에 사용후핵연료를 구리 용기에 밀봉한 후 벤토나이트 점토로 채워 지하 터널에 처분하는 방식(KBS-3)을 취하려 하고 있다. 2025년 현재, 주요 터널 굴착은 완료되었으나, 수십만 년에 걸친 방사성 물질 격리라는 기술적 불확실성 즉, 구리 용기의 장기적인 부식률 예측, 지하수 유동 모델링의 정확성, 지진 활동이 처분장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과학적 검증이란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또한 일부 과학자들은 구리 용기의 부식 속도가 예상보다 빠를 수 있거나, 미생물 활동이 구리 부식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며 추가적인 연구를 요구하고 있다. 처분장 건설 비용은 초기 예상치인 약 30억 유로(4조 원 이상)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류가 경험해보지 못한 10만 년 이상의 안정성을 보장해야 하는 장기적 예측의 불확실성은 기술적 한계이자 사회적 수용성을 저해하는 요소이다.
핀란드 유라요키 인근 온칼로(Onkalo) 심지층 처분장 부지. 배경에는 올킬루오토 원자력 발전소가 보인다. (사진: 포시바)
출처;https://www.ans.org/news/article-6349/finland-begins-trial-run-of-onkalo-reposito
2) 스웨덴 – 포스마크(Forsmark) 처분장 계획
스웨덴 역시 핀란드와 유사한 방식으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최종 처분장을 추진하고 있으며, 핀란드와 유사한 기술적 논쟁에 직면해 있다. 구체적 사례로는:
스웨덴 정부는 2022년 1월, 포스마크 원전 인근 지역에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최종 처분장 건설을 승인했다. 스웨덴 핵연료폐기물관리공사(SKB)가 개발한 KBS-3 방식은 핀란드와 동일하게 구리 용기와 벤토나이트 점토를 활용한다. 그러나 스웨덴 환경법원과 일부 과학자들은 구리 용기의 장기적인 부식 저항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으며 특히, 지하수 내 황화물(Sulfide) 농도가 구리 부식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이에 대한 SKB의 기술적 설명이 불충분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스웨덴 법원은 SKB에 추가적인 기술적 설명과 증거를 요구했으며, 최종 승인까지 약 10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약 12,000톤의 사용후핵연료를 처분해야 하는 스웨덴의 총 처분 비용은 약 80억 유로(14조 원 이상)로 추정된다.
포스마크(Forsmark) 원전 스웨덴 출처;위키페디아
4. 자연재해 및 복합 재난 대비 기술적 준비 부족
기후 변화로 인한 극단적인 자연재해의 빈도 증가와 예측 불가능한 복합 재난 시나리오는 원전의 설계 기준과 비상 대비 체계에 새로운 기술적 도전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1) 프랑스 – 여러 원전 (주로 강변 위치)
프랑스의 많은 원전은 강을 냉각수로 사용하며, 기후 변화로 인한 극한 폭염 및 가뭄은 냉각수 공급 문제와 직결되어 원전 안전에 위협을 가하게 된다. 구체적 사례로는:
-2003년 유럽 폭염: 프랑스 전역의 17개 원전(총 58기 중)이 냉각수 문제로 출력을 제한하거나 가동을 일시 중단해야 했다. 특히 트리카스탱(Tricastin), 블레이아이스(Blayais)와 같은 강변에 위치한 원전들은 론 강(Rhone River) 및 지롱드 강(Gironde River)의 수온 상승으로 인해 냉각수 배출 기준을 초과하는 위험에 처해지기도 했다.
-2022년 유럽 가뭄: 프랑스의 핵 발전량은 약 30% 감소했으며, 이는 부분적으로 냉각수 부족 및 수온 상승 문제 때문이었다. EDF는 센 강(Seine River) 및 론 강의 수위 감소로 인해 일부 원전의 냉각 시스템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위와 같은 자연재해로 프랑스 전력 공급에 큰 차질을 빚었으며, 이는 겨울철 전력 부족 우려와 유럽 내 전력 가격 급등으로 이어졌다. EDF는 기후 변화 시나리오를 반영하여 냉각 시스템 효율성 개선, 담수화 시설 도입 검토, 건식 냉각탑 기술 연구 등 장기적인 대응책을 모색해야만 했다.
2) 유럽 북서부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 홍수 위험 지역 인근 원전
2021년 7월, 독일 서부, 벨기에 동부, 네덜란드 남동부 지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대규모 홍수가 발생하면서 아르덴(Ardennes) 지역 등 인근의 도로 및 전력망을 마비시켰다. 이때 수십만 가구의 전력 공급이 중단되었고, 비상 디젤 발전기의 연료 공급 경로가 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고, 벨기에의 티앙주(Tihange) 원전과 독일의 필립스부르크(Philippsburg) 원전(폐쇄됨) 등 홍수 취약 지역에 위치하거나 인근 전력망이 홍수에 노출될 수 있는 위험이 지적되었다. 유럽 원자력 안전 규제 기관 그룹(ENSREG)은 이 사건 이후 원전의 외부 전력 상실(Station Blackout, SBO) 시나리오에 대한 대비를 강화하고, 홍수 방어 시설 및 비상 연료 저장 시설의 견고성을 재점검하도록 권고했다.
결론
유럽 원전의 기술적 위험성 노출 사례들은 원자력 안전이 단순히 원자로 내부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외부 환경 변화 및 복잡한 기술 시스템의 상호작용에 의해 크게 좌우됨을 보여준다. 노후화된 설비의 정확한 수명 평가 및 유지보수 기술, 진화하는 사이버 위협에 대한 예측 및 방어 기술, 그리고 인류가 경험해보지 못한 장기적 도전을 제기하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 기술의 확보는 유럽 원자력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할 핵심 요소다.
특히 기후 변화로 인한 극한 자연재해는 기존 원전의 설계 기준 초과 사건(Beyond Design Basis Event) 발생 가능성을 높이고 있어, 이에 대한 선제적인 기술 개발과 인프라 강화가 시급하다. 유럽 각국과 EU 차원에서는 이러한 위험을 인식하고 규제 및 투자를 강화하고 있으나, 투명한 정보 공개, 국제 협력, 그리고 지속적인 연구 개발을 통해 기술적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국민적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