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윤 칼럼] 국내 보수경제지 한경의 "후쿠시마 괴담에 쓴 혈세 2.3조원"에 대한 반론..."괴담은 없었다, 제대로 된 검증이 없었을 뿐이다“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 정책위원
제1원전 오염수(ALPS 처리수)에는 60여 종의 방사성 핵종 포함...윤석열 전 정부, 일본이 일방적으로 조사한 핵종 제거율, 해양확산모델 검증한 적 없어
트리튬(H-3), 탄소-14 등은 완전 제거 불가능...검사 항목에 트리튬(H-3), 탄소-14, 스트론튬-90 등 ALPS로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핵종은 빼고 조사
한국경제는 10월 11일자 사설에서 “후쿠시마 괴담에 2조3000억원의 혈세가 낭비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 논지는 사실에 근거하지 않으며 과학적 검증 부재를 은폐한 채 국민의 정당한 의심을 ‘괴담’으로 몰아붙였다.
국민의 불안은 근거 없는 선동이 아니라 정부가 해야 할 검증을 회피한 결과였다.
사설은 원인을 뒤집어,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했다. 이에 반론을 게재한다.
한국 윤석열 전 정부는 반대로 움직였다
2023년 8월 24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개시 이후 윤석열 전 정부는 일본산 수산물에 대해 단 한 건의 수입중단 조치를 내린 적이 없다.
검사 항목에는 트리튬(H-3), 루테늄-106, 탄소-14, 스트론튬-90 등 알프스(ALPS)로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핵종들이 포함되지 않았다.
검사 비율도 전체 수입물량의 1% 미만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10만 회 검사에서 기준 초과 검출이 없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검사하지 않은 항목에 대해 ‘문제없음’을 선언한 것과 같다.
미국이 기준치 이하라도 예방원칙으로 대응했다면 한국은 기준치 이하이므로 추가 자료요구 외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같은 과학을 두고 대응 철학이 정반대였다.
괴담이 아니라 검증의 부재였다
후쿠시마 제1원전의 오염수(ALPS 처리수)에는 60여 종의 방사성 핵종이 포함된다.
일본 정부는 “대부분 제거됐다”고 주장하지만 국제원자력기구(IAEA) 기술보고서(2023)에 따르면 트리튬(H-3), 탄소-14 등은 완전 제거가 불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
한국 윤석열 전 정부는 일본의 이러한 핵종의 제거율이나 해양 확산 모델을 직접 검증한 적이 없다.
일본 자료와 IAEA 요약본을 그대로 인용해 “안전하다”고 발표했을 뿐이다.
국민이 불안을 느낀 이유는 ‘괴담’ 때문이 아니라정부가 과학을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증이 결여된 사회에서 의심은 합리적 반응이다.
과학의 부재가 불안을 낳았고 그 불안을 비난하는 것은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
미국은 기준치 이하라도 경보를 울렸다
지난 2025년 8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인도네시아산 냉동 새우에서 방사성 세슘-137(Cs-137)을 검출했다.
검출량은 68Bq/kg, FDA 개입기준(1200Bq/kg)의 1/20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미국은 기준치 이하라서 안전하다고 하지 않았다.
FDA는 수일 내에 Import Alert 99-51을 발령해유통과정을 소상해 밝히고 해당 업체(PT Bahari Makmur Sejati) 제품에 대해 전면 수입금지를 명령했다.
소비자에게는 “Do Not Eat, Do Not Sell, Do Not Serve”(먹지 마라, 팔지 마라, 봉사하지 마라)라는 3단 경보문을 배포했고 월마트(Walmart) 등 주요 유통사는 즉각 리콜을 실시했다.
결국 오염 새우 유통업체의 해당 제품은 미국 유통시장에서 완전히 제거됐다.
FDA는 “비정상적인 방사성 핵종이 식품에서 검출되면 수치와 관계없이 조치한다”고 밝혔다.
이는 ‘예방원칙(Precautionary Principle)’의 전형이다.
기준치 이하라도 ‘자연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핵종 검출’은 위험 신호로 본 것이다.
'혈세 낭비' 아닌 신뢰 회복 비용이었다
한국경제는 사설에서 정부가 후쿠시마 대응에 쓴 2조3542억원을 “괴담 유포로 인한 혈세 낭비”라 했다.
그러나 국회예산정책처가 밝힌 그 예산의 99% 이상은 해수부의 17개 사업 중 수산물 가격 안정, 피해어민 보상, 천일염 방사능검사 확대 등 시민 불안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 비용이었다.
즉, 이는 괴담 대응이 아니라 정부 신뢰 부족으로 발생한 사회적 비용의 보전이었다.
만약 정부가 미국처럼 즉시 정보와 조치를 공개했더라면 그 많은 예산은 애초에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괴담이 아니라 불신의 행정이 많은 비용을 초래하게 한 것이다.
정보공개 수준이 신뢰의 수준이다
FDA는 인도네시아 오염새우 사건 직후 제품명, 브랜드, 유통경로를 실시간 공개했다.
소비자는 정보를 근거로 스스로 판단할 수 있었다.
한국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후 “불안을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일본산 수산물의 품목별 검사는 공개했으나 수입업체명, 유통경로 등은제한적이며 전면 공개하지 않았다.
위험관리보다 여론관리에 치중한 결과, 국민의 불신은 더욱 커졌다.
투명성의 부재가 괴담을 만들고 많은 예산투입을 초래한 것이다.
원인을 제공한 일본에 정당한 조사비용 부담 논의를 촉구하는 것이 오히려 설득력이 있다.
사설의 비양심적 태도-책임을 뒤바꾼 언론
한국경제 사설은 국민을 꾸짖으면서 ①일본 자료 의존 문제 ②검사 항목의 공백 ③ 국제적 대응 비교 ④미국의 선제 조치 등을 단 한 줄도 언급하지 않았다.
사실을 지운 채 도덕적 낙인만 남긴 글은 비판이 아니라 실제로는 원자력산업계의 논리를 대변하는 서비스 행위에 불과하다.
국민적 건강과 직결되는 사안을 두고 언론이라면 묻고 검증하고 또 검증해야 한다.
“정부의 조사는 충분했는가?”
“국민이 왜 믿지 않았는가?”
이 질문 대신 시민의 우려에 “사과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언론의 사명이 아니라 기득권자의 변명을 대신하는 행위에 불과하다.
괴담은 없었다, 제대로 된 검증이 없었을 뿐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은 국민의 불안이 아니라 정부의 침묵과 언론의 왜곡이 만든 위기였다.
미국은 기준치 이하라도 조사하여 공개하고 예방적인 조치를 했고 한국은 기준치 이하이므로 부각시키지 않았다.
FDA는 과학으로 대응했고 한국 정부와 일부 언론은 홍보 중심으로 대응했다.
괴담이라 규정된 세력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다.
존재한 것은 과학에 근거한 확신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 없는 확신과 산업계 논리 홍보에 바쁜 무책임한 언론이었다.
진짜 괴담은 “안전하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하여 사실을 덮으면서 검증을 소홀히 할 때 생긴다.
국민의 의심은 죄가 아니다.
검증 없는 확신이야말로 민주사회가 가장 두려워해야 할 위험이다.
문제의 핵심은 괴담이 아니라 과학의 빈자리였다.
그 빈자리를 메워야 할 주체는 우려하는 시민이 아니라 책임있는 정부와 언론이다.
시민은 그들이 그 책무를 다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최종 심판자여야 한다.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 정책위원
출처 : 산경e뉴스(https://www.skenews.kr) 2025-10-19
https://www.skenews.kr/news/articleView.html?idxno=5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