Ⅱ. '꿈의 원전' SMR 열풍의 본모습 ㅡ금융사기와 언론사기
※이 글은 뉴탐사 유튜브방송(2026-07-27)을 정리한 것입니다.
인공지능(AI) 데이터 센터의 급증으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고 글로벌 탄소중립 압박이 거세지면서, 전 세계 주식 시장과 에너지 업계는 소형 모듈 원자로(SMR)라는 이름 앞에 뜨겁게 달아올라 있다. 공장에서 찍어내듯 제작해 건설 기간을 줄이고, 대형 원전보다 저렴하며 안전하다는 SMR은 바야흐로 인류의 미래를 바꿀 ‘꿈의 기술’로 찬양받고 있다. 관련 기업의 주가는 실적이 부재함에도 수십 배씩 폭등하고, 각국 정부는 차세대 성장 동력이자 수출 전략 산업으로 이를 치켜세운다.
그러나 화려한 장밋빛 수사와 주가 그래프의 이면에는 철저히 감춰진 불편한 진실이 도사리고 있다. 과연 SMR은 우리가 당장 믿고 기대어도 좋을 혁신 기술인가, 아니면 아직 도래하지 않은 미래를 과장해 팔아넘기는 거대한 버블 산업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냉정한 기술적·경제적 팩트와 함께, 이 환상을 무비판적으로 확산시켜 온 언론의 구조적 보도 관행을 함께 메스 위에 올려놓아야 한다.
1. SMR, 그 찬란한 명성과 앙상한 현실
현대 원자력 산업계가 홍보하는 SMR의 핵심 논리는 '대량 생산을 통한 경제성 확보'와 '향상된 안전성'이다. 하지만 전 세계 서방권에서 실질적으로 상업용 전력을 생산해 고객에게 판매하고 흑자를 내는 SMR 기업은 단 한 곳도 존재하지 않는다.
* 실적 없는 주가 폭등과 누적 적자: 세계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미국의 뉴스케일파워(NuScale Power)의 연차 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매출은 원자로 판매가 아닌 엔지니어링 및 인허가 용역 서비스에서 발생했다. 단 한 기도 상업용 원자로를 인도한 적이 없으며, 수천억 원에 달하는 순손실이 매출을 수십 배 압도하고 있다. 데이터 센터 전력 공급을 공언해 온 오클로(Oklo) 역시 전력 판매 매출은 전무하고 매년 거액의 적자를 기록 중이다.
* 프로젝트 중단과 경제성의 역설: 미국 아이다호주에서 추진되던 뉴스케일의 대표적 SMR 건설 사업(CFPP)은 참여 전력 사업자들의 비용 부담과 수요 부족으로 인해 결국 전격 중단되었다. 원자력 경제학의 기본 원칙인 '규모의 경제'를 역행하는 SMR은 오히려 소형화될수록 단위 전력당 건설 단가가 치솟는 '역규모의 경제' 현상을 보이며, 대형 원전보다 경제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2. ‘MOU’가 ‘초대형 수주’로 둔갑하는 마법
SMR 산업을 둘러싼 가장 큰 환상은 언론과 기업의 홍보 자료가 합작해 만들어낸 ‘실적 왜곡’에 있다.
원전 사업은 기술 검토, MOU 체결, 타당성 조사, 부지 조사, 상세 설계, 인허가, 그리고 가격·공기·위약금 조건이 완비된 EPC(설계·조달·시공) 계약까지 수많은 단계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언론은 초기 단계의 양해각서나 협력 검토 소식을 다룰 때면 어김없이 ‘유럽 시장 대규모 수주’, ‘수조 원 대박 터졌다’와 같은 자극적인 제목을 붙인다.
영국의 롤스로이스 SMR이 체코 전력공사와 맺은 협약은 본공사 계약이 아닌 초기 부지 조사 협약에 불과하며, 원자력 규제기관의 상세 설계 심사조차 끝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언론은 이를 확정된 수출 성과처럼 포장해 투자자들을 시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3. 언론의 받아쓰기 관행과 정보 왜곡의 구조
이러한 SMR 버블의 확산 뒤에는 언론의 무책임한 ‘받아쓰기 관행(Copy-Paste Journalism)’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언론의 보도 태도를 분석해보면 다음과 같은 고질적인 문제점들이 드러난다.
* 교차 검증과 전문성의 실종: 원전 건설의 경제성, 방사성 폐기물 처리 문제, 인허가 지연 가능성 등을 심층적으로 교차 검증할 전문 인력과 의지가 부족하다. 정부 부처, 대기업, 원자력 연구기관이 배포하는 보도자료를 여과 없이 기사화하기 바쁘다.
* 클릭 베이트(Clickbait)와 테마주 상혼: 주식 시장에서 '원전'이나 'AI 전력'이라는 키워드가 폭발적인 조회수를 담보하기 때문에, 언론은 리스크나 한계점은 축소하고 장밋빛 전망만 극대화하는 경향이 짙다. 이는 결과적으로 무고한 개인 투자자들을 변동성 큰 테마주의 수렁으로 밀어 넣는 부작용을 낳는다.
* 정치·정책적 프레임의 종속: 친원전 또는 탈원전 등 정권의 정책 기조나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편승해, 기술적 실체 검증보다는 정치적 공방의 도구로 SMR 뉴스를 소비하거나 맹목적인 애국주의 프레임(예: "세계 최초 상용화 경쟁에서 뒤처지면 안 된다")을 주입한다.
4. 위험천만한 국내 추진과 남겨진 과제
대한민국의 상황은 더욱 우려스럽다. 재료 기술이나 핵비확산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나 선박용 SMR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으며, 특히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680MW 용량의 i-SMR 초도원전을 부산·울산 인근 등 수백만 명이 거주하는 대도시 생활권에 설치할 계획이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2035년부터 전력을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반영하여 실증로를 건너 뛴 실제 상용로로 포장하여 설치를 시도하고 있다.
세계 주요국이 외딴 부지에서 엄격한 실증을 거치는 것과 비교할 때, 제도의 타당성을 검증해야 할 언론은 오히려 정부 정책을 앵무새처럼 선전하는 데 급급하다.
맺음말: 환상을 거두고 팩트를 마주할 때
미래 산업을 준비하는 것과, 아직 오지 않은 불확실한 미래를 오늘의 실적인 것처럼 포장해 파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SMR이 먼 미래에 기술적 돌파구를 찾아 정착할 가능성을 전면 부인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현재의 SMR 산업은 철저히 정부 지원, 정책 금융, 그리고 왜곡된 언론 보도가 만들어낸 거대한 기대감 위에 서 있다. 실증 없이 세워진 거대한 기대감을 내세우는 것은 또 하나의 거대한 신기루를 만드는 일이 될 것이다.
기술의 진보는 과장된 홍보나 치솟는 주가가 아니라 엄격한 안전성 검증, 투명한 경제성 공개, 그리고 철저한 운전 실적에 의해 증명되어야 한다. 언론이 더 이상 기업의 홍보 대행 자처를 멈추고, 장밋빛 환상 대신 냉정한 팩트를 국민 앞에 제시할 때 비로소 국가적 자원의 낭비와 대규모 사회적 비용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출처; 뉴탐사New Tamsa 2026-07-27
원제목; [원자력X파일 핵트체크] SMR, SMR 과연 꿈의 원전인가... 그래서 어디에 있습니까?
감수;이정윤 (원전엔지니어,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
https://www.youtube.com/watch?v=eeZp-eHS5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