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솨아아아…….
어쩌면 비가 오는 듯한 소리. 귓가를 웅웅거렸다. 하지만 내게는 단지 시끄러운 소음일 뿐… 아름다운 소리? 풋, 푸훗…….
초록색 파도가 치듯이 니들그래스가 쓰러지듯이 한쪽으로, 바람에 몸을 맞기고 흔들린다. 이 때쯤이면 나올 사람이 있는데, 지금은 없다. 하핫!
난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내 허리춤 위로 솟아오른 니들그래스가 나를 쿡쿡 찔렀지만 상관할 바 아니었다. 아프든 말든, 젠장.
"형의 눈동자가 딱 저 색이었는데."
하늘은 높고 푸르다. 저 위로 올라가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정말 사람들이 말하는 '낙원'이라는 게 있는 걸까? 그 곳에는 형이 있을까? 나를 위해 목숨을 버린 형이?
나는 손을 살짝 들어서 니들그래스의 끄트머리를 잘랐다. 그리고 그 자른 잎의 끝을 코 근처로 가지고 갔다. 코 사이로 싱그런 냄새가 스며들었다.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나중에, 아주 나중에 보자…….
나는 발걸음을 옴겼다. 난 떠나고 있다, 저 멀리, 형도 잡지 못할 먼 곳으로… 어쩌면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지만 나는 상관치 않는다. 나를 위한 낙원을 위해서라면!
나는 전사라는 이름을 지닌, 보리스. 보리스 진네만이다.
[낙원]
"여기야, 보리스! 여기라고!"
루시안이 후다다닥 달려가며 손을 흔들었다. 그런 그를 향해서 루시안 보다는 다소 느리다고 말할 수 있지만 지구력 하나는 루시안 보다 더 강한 검푸른 머리칼의 보리스가 달려갔다.
그러다가 보리스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꾀나 익숙한 지형이었다. 보리스는 검지 손가락을 턱에 대고 무언가를 곰곰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행동을 못마땅한 눈으로 루시안이 바라보며 방방 뛰었다.
"뭐하는 거야! 빨리 오라니까?"
그런 환한 금발머리의 루시안을 향해서 보리스는 살짝 미소를 띄며 손을 들었다. 몇 달동안 뛰면서 사이가 벌어졌을 때 연락하기 위해 만든 수신호였다. 약지와 새끼 손가락이 접혀 들어가고 앞으로 살짝 움직였다가 다시 펴졌고, 다른 한쪽 손과 '짝'하는 소리를 내며 곂쳐졌다.
'생각. 와. 여기."
보리스가 보낸 수신호는 다름 아닌 이것이었다. 루시안은 잠시 자신이 쫓고 있던 자가 떠나간 자리를 흘깃 바라보고는 헉헉거리며 얼른 보리스에게 다가갔다. 그러면서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면서 외쳤다.
"무슨 일이야! 이제 거의 다 잡았는데!"
보리스는 여전히 미소를 띈 채 자신의 생각을 루시안에게 말했다. 그리고 이내 루시안의 표정이 펴졌다. 그리고는 주먹을 불끈 쥐며 방방 뛰었다. 보리스는 그 모습을 보고 바로 또 다른 수신호를 보냈다. 엄지를 펴고 나머지는 모두 쥔 다음 검이 매인 쪽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작전. 시작'
루시안이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는 보리스가 가는 곳의 반대 방향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바로 주머니에서 약초 하나를 뜯어 씹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의 발걸음이 한결 더 가벼워 지면서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앞으로 향하는 동안, 루시안은 약초의 쓴 맛으로 인해서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찾았다.'
보리스의 작전이 어느 정도 들어맞았는지 자신이 쫓고 있던 사내가 자신의 커다란 검을 지고 달려가는 모습이 모였다. 루시안은 더욱더 힘을 내어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큰 목소리로 소리질렀다.
"거기서어!!"
그런 루시안을 살짝 고개를 돌리는 것으로 바라본 사내의 얼굴은 금방 파랗게 질려버리면서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의 앞에는 절벽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는 급히 멈추고 왼쪽으로 나있는 길로 달리려 했다.
"어딜!"
그 때 불쑥 롱소드(Long Sword)를 허리에 매고 있는 보리스가 튀어나와 그의 앞길을 막아섰다. 보리스는 능숙히 자신의 허리춤에 매인 검을 뽑아 들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사내를 향해 다가갔다. 어느새 루시안도 자신의 레이피어(Rapier)를 뽑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루시안이 씨익 웃으면서 비아냥거리 듯이 충고했다.
"순순히 보석을 내놓고 연행 되는 게 좋을 것 같은 데?"
사내는 자신의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였다. 어찌 된 일인지 기사 견습생이라고 하는 녀석들이 경험이 풍부한 자신의 검술을 능가했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막 쫓기는 도중 이렇게 당하게 되다니. 사내는 잠시 억울한 듯이 소년들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윽'하고 배를 두 손으로 쥐었다.
"어, 어? 너 왜 그래?"
루시안이 혼란스러워 하며 사내를 향해 다가가려 했다. 그러자 보리스는 그를 제지하고는 자신의 롱소드를 사내의 목에 겨누려 했다. 하지만 이미 한발 늦어있었다.
"우앗!"
루시안이 비명을 지르며 엉덩방아를 찢었다. 루시안을 민 사내는 자신이 훔쳤었던 보석을 떨어뜨린 것을 알았지만 차마 줍지는 못하고 멀리멀리 달아났다. 보리스가 사내를 잡으려 했지만 그가 가까스로 잡았던 사내의 옷이 찢어지며 헛수고로 돌아갔다. 잠시 그런 사내를 허망하다는, 또한 시큰둥한 눈동자로 바라보던 보리스는 아쉽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루시안에게 다가갔다. 루시안은 땅 바닥과 키스한 자신의 엉덩이를 매만지면서 얼굴을 한껏 찌푸렸다.
"아파, 아파, 아파 죽겠다. 으윽"
그러는 와중에도 루시안은 사내가 떨어뜨리고 간 '귀부인의 보석'을 주워 주머니 속에 넣는 것을 보니 직업 정신이 투철하다고나 할까. 묘하게 루시안이 대견스러워 진 듯한 느낌이다. 짤랑 하는 소리와 함께 반짝이는 금화 몇 닢과 보석이 부딫이는 소리가 들렸다. 보리스가 루시안을 부축해 주면서 '괜찮아?'하고 물었다. 그러자 루시안은 아니, 하고 시큰둥하게 답하고는 끄응 하는 신음을 흘렸다.
"레드허브 몇 장 있는데 사용하는 건 어때?"
그러자 루시안이 펄펄 뛰면서 반대했다. 지금 몇 일 동안 헤매었기 때문에 가지고 있었던 돈도 약초도 얼마 남지 않았던 것이었다. 기껏해야 힐링포션(소) 하나와 조금 전 보리스가 말했던 레드허브 5장 가량, 300seed 쯤 남았던 것이었다.
"돈을 적게 받은 건 아니지만 지금 부족한 건 사실이잖아. 이럴 줄 알았으면 임무는 하나만 받을 걸 그러면 그냥 액시피터 게이트 열어서 돌아가면 되는 건데 말야."
루시안이 자신이 한 행동을 후회하는 동안 보리스는 지도를 펼쳐들었다. 역시 자신이 생각한 대로 페나인 숲 3이었다. 보리스가 지도를 펼쳐들자 루시안은 잠시 기웃거리다가 이내 보리스가 짚은 곳을 발견하고는 자신이 늘 차고 다니는 소형 몬스터 도감을 꺼내들었다.
[페나인 숲 3: Lv6 퍼피룹 Lv 9 포이즌 리프 젤리삐 Lv 10 플라바 Lv 16 고무 버블 Lv 21 미라꿀 Lv22 리셋 이파리 맨 Lv 25 스퀄워리어 Lv 39 시클 출몰 지역]
"야, 야 레벨 39짜리가 활동하는 곳인데. 괜찮겠어?"
"…39? 어떻게든 되겠지. 39 누군데?"
"시클. 이상한 흰 옷 뒤집어 쓰고 다니는 커다란 낫 들고 다니는 거."
루시안이 냉랭한 보리스의 반응에 움찔 거리면서 답했다. 보리스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도로 지도를 들여다 보았다. 페나인 숲 3은 아쉽게도 다음 목적지인 라이디아로 통하는 페나인 숲 4와 연결되어 있지 않은 곳이었다. 덕분에 페나인 숲 2에서 4로 갈 수 밖에 없었다.
보리스는 잠시 지도를 들여다 보다가, 도로 접고는, 베낭 안에 집어넣었다. 올 땐 꽉꽉 차있었던 것이 얼마 전 루시안이 윙 크리스탈을 쫓는다 뭐다 하면서 앞뒤 안보도 달리다가 높은 레벨의 몬스터의 새끼를 건드려 그 어미에게 그대로 혼쭐이 나고(물론 루시안만)─ 그걸 치료하다가 대부분의 약물을 사용해 버린 것.
게다가, 그 때 윙 크리스탈의 내부에 있었던 것은, 레드 허브 2장 뿐이었다. 보리스는 가볍기 짝이없는 가방을 짊어지고는 루시안에게 말했다.
"동쪽으로 가자."
루시안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 * *
새근거리면서 루시안이 담요를 몸에 둘둘 말은 채 마치 애벌래처럼 나무에 붙어 자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바로 앞에 있는 모닥불의 열로 인해 발그스름 하게 상기되어 있었다. 그 모습을 물끄럼히 바라보던 보리스는 이내 피식 거리며 웃고는 근처에 놓아두었던 장작들을 모닥불 속에 던져넣었다.
불똥이 반딧불이와 같이 허공에서 뱅글뱅글 수를 놓으며 맴돌다가 이내 사그라 들어 허공 속에서 사라졌다. 꽤나 한가롭다고나 할 수 있는 밤이었다. 하지만 그는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여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평화라는 것은 언제 깨질지 모르는 것이기에.
"후우……."
너무 오래 모닥불 앞에 앉아있었던 것일까, 얼굴이 화끈화끈 거리면서 뜨겁게 느껴졌다. 보리스는 손을 들어 자신의 뺨에 대었다. 열을 식히려고 한 행동이었지만 그 동안 그의 손도 연거푸 모닥불 가에 갔다가, 도로 돌아오고─ 하는 행동을 연거푸 했었기에 볼 못지 않게 따끈따끈했다.
보리스는 왠지 체온과 합세하여 자신의 손과 뺨이 더 뜨거워 지는 것을 느끼고는 볼에 대었던 손을 바닥에 대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짧은 순간 땅이 손을 식혀주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루시안에게 다가갔다. 루시안도 역시 그와 다를 바 없이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었다.
그러면서 계속 자고 있는게 신기하달까.
땀을 흘리면서도 계속 자고 있는 루시안이 귀엽다고 생각한 보리스는 피식 미소지으면서 루시안을 대충 짊어지고 숨도 못쉴 듯 둘둘 말고 있던 담요를 풀어주었다. 아마도, 루시안이 더워도 계속 자고 있는 이유가, 그동안의 일정이 힘들었기 때문일 것이었다.
잠시 루시안의 자는 모습을 바라보던 보리스느 순찰도 할 겸 자리에서 일어나 발걸음을 옴겼다. 그리고, 그는 인기척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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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찌어찌 하다 보니 제가 되다니(감격)
새로 쓰기에는 쓰고 있는게 많기 때문에...(낙원 8편에서 멈춰있다죠, 킁)
일단은 올립니다.
지겨우신 분들께는 죄송하다는 말씀을..(각혈)
NTW 보다는 이게 더 좋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오늘은 제가 아픈 관계로 수정을 못하지만 다음 편 부터는 대대적(?) 으로 수정할 것 같네요.
제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요.
나렝은 감기에 걸렸기에..(끄응)
첫댓글 오오.. 너...너무 잘하셨습니다! 역시 1차 베스트소설란 작가 다우십니다!
에엑.. 감사합니다!(번뜩)
낙원........ 헤에- 보리스의 성격이 아주 잘 나타난것 같아요. 아, 오타발견.. [커다란 낫 들고 나니는 거] -> 다니는거....겠죠?^^a 다음편도 기대요!! >-< 아.. 감기조심하시와요. 0-0
우아아... 오타라니...!! 우우, 오늘도 아파 죽겠습니다(그러면서 컴퓨터는 왜 하니?)
에에;ㅅ; 아까워요~ 제가 일빠로 올릴려고 했는데에+ㅁ+!(타앙-!) 헤헷.. 어쨋든 너무너무 재미있게 봤어요오~ 그리고 감기 조심하세요- 저 오늘 비맞고 오다가 감기걸렸답니다아..
호오, 동지시네요오[탕!] 감기걸렸을때는 학원을 가지말고 그냥 잡시다아.(<-이래서 감기를 좋아한다... 킁)
루시안 참 존경스럽소...어떻게 땀을 흘리면섣 잠에 저렇게 빠져들 수 있다니....킁...저는 아주 독감에 걸려버려서 학교 안가고싶다죠.....
저렇게 자다보면 감기도 나을 텐데(먼산) 음, 그러면 아픈 와중에도 학교를 다녀 오셨단 말씀이십니까아? ;ㅁ; 대단하셔요오
윗분 동감 ;ㅅ; 잠잘때 선풍기 틀어놓고 자는데(<-).. 어쨌든 낙원 만쉐이'ㅁ'
비오는 날에 머리감고 문 열고 이불 안덥고 선풍기 틀고 자면 감기중에서도 독감이 걸립니다아(위에서 선풍기만 빼고자서 감기걸렸다) 낙원 만세라니 ;ㅁ; 감사해요오♡
역시글솜씨가굉장하심...에궁 난 언제 여기 와보누(올수나 있을까...)
저도 여기 된거 보고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ㅁ; 우, 대단하다는 건 과찬의 말씀이셔요.
구...구웃!!! 어느새 휠마우스를 내리고 있는 제 자신을 보고 말았다는...
아앗!! 감사합니다 ;ㅁ; 베스트에 들어온 것으로도 감지덕지한데...(발그레)
흐음~게임 소설이라…….
어머.. 테일즈 배경일 뿐 게임 소설은..(멍)
읽어보니까 레벨이 나오고 하는것 보면 게임소설 같은데요 ㅡㅡ
우웅.. 그렇게도 해석 되는군요(먼산)
오랜만에 재미있는 소설을 본 것 같네요...
감사 해요오오!!(번쩍번쩍) 막막 쓴건데(척살)
넘잼서요
재밌었어요 건필하세요
거기 이상한 사내는 '잭'인가 보군요. 암튼 재미있네요ㅎㅎ 그럼 수고 하셨구요, 즐테하세요^^
정말 재밌어요~, 건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