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신문 도봉N] 지역주민들이 만들어가는 '마을 신문 도봉N' 을 들어보셨나요?
[마을신문 도봉N] http://www.dobongn.kr/


요즘처럼 마을만들기, 마을공동체 사업이 유행하기 전인 지난 2009년 봄, 일찍이 마을의 부활을 얘기했던 이들이 있다. 마을신문 도봉N을 처음 만든 사람들이다. 지금의 이창림 발행인을 포함한 예닐곱 명의 동네 사람들이 어느 칼국수집에 모여 마을신문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 마을에도 제대로 된 신문 필요해”, “동네 사람이 직접 기사를 쓰는 신문이 있다면 어떨까?” 주민들이 직접 글을 쓰고, 배포도 하면서 이웃들과 인사를 나누고 마을 소식도 주고받는 신문을 만들어 보자는 얘기였다. 일찌감치 ‘마을의 부활’을 내다 본 셈이다. 그렇게 ‘동네 사람들이 만드는 마을신문, 도봉N’을 시작했다.
이전에도 시민단체나 진보정당 사람들이 소식지 형태의 마을신문을 몇 차례 시도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도봉N 만큼
매달 1만부(초기엔 1만 5천부)씩 4년 가까운 시간을 이어온 마을신문은 도봉구에서 처음이다. 게다가 신문을 내는 데 필요한 돈을 아무런 공적 지원 없이 모조리 주민들 호주머니에서 빼 쓰면서 말이다. 이런 희귀한 사례가 많지 않았던지 요즘은 서울의 다른 마을, 전국의 다른 지역에서도 그 노하우를 속히 전수하라며 불려가는 일이 잦아졌다. 다른 언론에도 꽤 소개됐다. 경향신문이 ‘마을의 부활’이란 제목으로 한 면을 털어 도봉N 기획 기사를 썼다. 김미화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도 출연했고, 지난 해 오마이뉴스는 ‘마을의 귀환’으로 도봉N을 소개했다.
일찍이 마을의 부활을 꿈꿨던 사람들
칼국수집 회동 이후 본격적으로 신문을 만들어보기 전에 먼저 마라톤대회부터 열었다. 이름은 ‘어깨동무 마라톤 대회’였다. 유명한 중앙일간지들이 으레 매년 한다는 마라톤 대회에 멀리까지 가지 말고 동네에서 직접 해보자는 뜻도 있었다. 기대만큼 많지 않은 30여명이 참여해 쥐꼬리만한 종자돈을 모았다. 거기에 3만원, 5만원씩 내는 발기인을 더 보태 창간준비호를 두 차례 낼 수 있었다. 그러고는 그 해(2009년) 9월 첫날, 창간호 발행과 함께 정식으로 창간을 했다. 이때는 100여명이 넘는 주민이 구민회관에 모여 도봉N의 탄생을 축하하고 함께 기뻐했다. 현재 신문을 39호까지 냈으며, ‘100호까지 내야한다’는 엄청난 포부와 이런 저런 기대가 넘쳐나고 있다.
39호의 마을신문을 만들고 유통하는 과정에서 편집위원, 시민기자, 자문위원, 자원봉사자, 후원회원으로 참여하는 이가 100여명이다. 누적된 연인원으로 가늠하면 수백 명에 달할 것이다. 이렇게 마을신문에 직, 간접적으로 손을 내민 주민들의 마을공동체를 꾸려가는 한편, 도봉N은 다른 크고 작은 마을공동체들의 손발이 되어 주었다. 말하자면 ‘옆집에 누가 사는지, 올 겨울에 김장은 했는지 안했는지’를 알려주는 식이다. 물론 아직 많이 부족하다. 더 많은 주민들이 신문을 만들고 전하는 일에 참여하는 게 숙제다.
도봉N은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많은 소식을 전한다. 구정소식과 구의회 소식은 물론 학교급식, 기업형 수퍼마켓과 전통시장, 마을축제와 강연회, 맛집, 마을의 역사와 탐방이야기 등등. 인터뷰 지면에서는 시인과 다큐멘터리 작가, 김밥집과 옷 수선집 주인, 폐지 줍는 노인과 장애인, 미모의 아파트 관리소장 등, 기존 시민단체들이 고유 목적 사업만으로는 만나기 어려운 많은 이들을 만났다. 시와 편지, 칼럼, 만평과 ‘만원의 행복’이란 싸고 짧은 이야기 광고도 지면을 함께 나눠썼다.
지역신문이면서 신문만 내지는 않았다. 창간 전에 했던 마라톤대회를 포함해 시민·청소년 기자학교, 마을운동회, 강화도 평화기행, 남자들의 김장잔치 같은 기발한 사업도 이웃 주민, 단체들과 함께 했다. 때가 되면 편집위원과 시민기자들의 가족여행도 떠났다.
마을에서 이런 활동을 꾸준히 하기 위해선 가족의 지지도 필수였기 때문이다. 산과 계곡으로 스키장으로 떠나 머리도 식히면서 도봉N의 고민을 나눴다. 신문 발행 비용을 어떻게 하면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을지는 창간 때부터 지금까지 늘 고민꺼리다.
마을신문에 이어 종편? ‘마을방송국’으로

지난해에는 서울시의 지원으로 초등학생부터 노인까지 참여하는 마을미디어 교육 사업까지 했다. 마을신문 만들기뿐만 아니라 인터넷 라디오, 영상뉴스와 다큐멘터리 등을 직접 주민들이 배우면서 만들었다. 여름에는 초안산 생태공원에서 ‘보이는 라디오 공개방송과 한여름밤의 음악회’를 열었다. 마을에 함께 사는 전문 강사들과 도봉N을 만들면서 축적한 마을공동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면서 마을미디어에 대한 주민들의 높은 관심과 욕구를 확인하고 스스로 놀라기도 했다. 지금은 함께 참여한 주민들과 관심 있는 단체를 찾아 신문, 라디오, 영상 등 종합 미디어로 마을을 엮는 ‘마을방송국’을 준비하고 있다. 운영방식이나 마을 기록, 마을 정보지도 만들기 등 그간 미뤄둔 숙제도 주민들과 함께 풀어갈 생각이다.
마을공동체를 잘 꾸리기 위해선 마을미디어가 필수다. 더 많은 주민들과 함께하려면 마을미디어가 먼저 정보와 소식을 전해야 한다. 이런 저런 마을공동체 사업에 주민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러한 사업이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또 좋은 사업은 잘 기록해 두면 좋다. 그런 기록을 주민들이 쉽게 찾을 수 있으면 더 좋다. 이것이 마을미디어의 역할이다. 마을미디어를 잘 활용하면 마을공동체를 더 알차게 꾸릴 수 있다. 도봉N은 마을방송국으로 마을미디어를 더 풍성하게 하고 다양한 마을공동체 소식들을 전할 계획이다.
글 | 이상호 (도봉N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