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방학동안 하루도 편하게 아들과 함께 놀아주지 못한
아빠로서의 책임감이 못내 나를 어디론가 떠나라 한다.
아들과 여기저기 상의한 결과 결국엔 놀이 기구를 타기로 하였다.
햇살이 벌써 그 맹렬한 힘을 잃고 조금은 기운 듯이 내려 쪼여도 견딜 만큼만
빛을 발하였다.
저번에 케리비안 베이 다녀와서 몸 전체에 화상을 입었던 것을 생각하면 많이 달라진 것이다. 어쩌면 그 때의 화상이 면역성을 길러준 것인지도......
나이 많은 어머니를 모시고 드디어 에버랜드에 도착하였다.
차량이 워낙 많아서 주차장 이름을 외우고 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차가 어디 있는지 몰라서 하루종일 헤매어야 하는 불상사가 생기니까..
차 길이가 20미터는 족히 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 큰 차가 소음하나 내지 않으면서 앞으로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모습을 보면 참 신기하다.
오늘도 에버랜드 옆...자동차 경주 장은 썰렁하였다.
나도 젊을 때 한번 저기 자동차 경주 장을 씽씽 달리고 싶은데......
삼성카드를 내밀고 할인을 받아서 자유이용권을 끊어 입장을 하였다.
어머니는 나이가 많으셔서 탈 수 없기에. 자리 지키기에 바쁘셨다.
선풍기에서 나오는 하얀 성에가 나름대로 맛을 느끼게 하는 에버랜드.
나이 더 먹기 전에 아들 핑계로 나도 저런 기구를 탈 수 있으니 좋아해야지........
일곱 개인가를 탔는데...이름이 기억되지 않는다...
처음 탄 것은, 몸체가 하늘을 향하여 올라갔다 내려왔다 하는 단순 놀이기구였다.
하늘높이 올라갔다 내려 올 때의 그 가슴 저리는 심정.....그 때문에 놀이기구를 타는 맛이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 자동차를 타면 저절로 자기가 회전을 한다..브레이크댄싱이라 이름 붙여진 기구인데 속도를 내면서 회전을 하면 그 기분은 가히 환상적이다.
세 번째는, 독수리 요새를 탔다. 전기선을 천장에 달고 무한 스피드를 내며 달리는 것인데
그 스피드가 어찌나 빠른지 마치 우주를 떠돌다 온 기분이라고나 할까?
네 번째는, 지구마을 이었다. 몇 번 갔던 곳이라 난 익숙하였다.
이것은 어머니도 탈수 있기에 같이 들어갔다. 여러 나라의 특징을 인형으로 표현한곳인데 어찌나 예쁘게 만들어 놓았는지 여기 저기 온통 아름다운 천국이었다.
다섯 번째는, 고스트 맨션이란 곳이었다. 헤드폰 소리에 따라서 진동이 느껴지고 바람이 부는 곳인데 좀 시시하였다.
중간에 배가 고파서 구니스 에서 햄버거 하나씩을 먹고 거리 퍼레이드를 관람하였다.
자그만 바퀴 달린 차에다 어떻게 저리 큰 물건들을 싣고 치장을 예쁘게 할 수 있는지 감탄의 연속이었다.
세계각국의 미녀들이 총 집합 한 듯한 퍼레이드 참 멋지고 아름다웠다.
분수가 물을 뿜는 튜울립 농장에 가서 놀다가 장미농장으로 이동하여 땅에서 튀어 오르는 분수를 즐겼다...몇년전 아들녀석과 같이 왔던..이곳 분수대 그땐 아들 하도 즐거워하여 온통 옷이 다 젖었었는데.....세월은 나만 지내온게 아니고 아들한테도 어김없이 지내왔나 보다..예전처럼 옷도 젖지 않고 점잖게 구경하니 말이다.
여섯 번째는 , 녹색표적을 레이저 총으로 맞추는 곳인데 생각보다 명중률이 좋아서 좀 의아해 가지고 나왔다. 사실은 내가 군대 있을 때 사격솜씨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었기에 하하.
일곱 번째는 , 오늘의 하이라이트였다. 바로 사파리 월드였다.
실제 숲에 호랑이와 사자 곰을 풀어놓고 차로 이동하면서 감상하는 곳이다.
내가 스무살 때 처음 들어가 보았던 그곳 .....그땐, 호랑이 두 마리밖에 보이지 않았는데 돈 많이 벌었나 보다 달리는 버스 옆에 쪼그려 앉아서 쉬는 호랑이들을 보니까 마치 밀림의 한가운데에 내가 서 있는 기분이 들었다.
이윽고, 해는 뉘엿뉘엿 서산을 기울고 우리는 스카이 월드카를 타고 입구로 갔다.
마지막 하이라이트인 환상특급을 타기 위하여.......
전에는 88열차라 해서 탔던 기억이 서울랜드에서 있었던 것 같은데 여기서는 처음 탔다.
서울랜드에서 처럼 짜릿함은 덜해도 역시 제일 멋진 놀이기구가 아닌가 싶다.
마지막 보너스로 옆에 있던 기구를 하나 더 탔다.
그 기구는 사람을 때로는 한바퀴 회전을 시키는 기구였다.
보기에는 너무 무섭고 아찔할 것 같아서 타지 말아야지 했는데 아들의 간곡한 부탁에 의해서 하는 수 없이 타게 되었다.
별로 어지럽거나 그렇진 않았던 것 같다.
시장하여 핫바 하나씩 먹고 드디어 에버랜드를 나와서 집으로 향하였다.
언제 다시 타 볼 수 있을지 모르는 이 놀이기구.......어쩌면 영원히 타지 않을지도 모르는 이곳 에버랜드를 다시 추억 속에다 묻어야 하겠다.......
마냥 좋아하는 아이를 그 동안 너무 모른 척 살아온 내가 조금은 부끄럽다.
언젠가 아이 낳기 전에 특히, 남자아이를 낳으면 내 아들과 둘이 전국일주를 하리라 생각했었는데 그 아이가 벌써 이렇게 성장하여 나와 여행을 가도 좋을 나이가 되었다.
언제 바람 시리 운 겨울눈이 펑펑 내리는 날 아이와 여행을 떠나리라.........
어린아이가 보는 눈은 내가 보는 눈 보다 훨씬 더 멋진 세상이리라 믿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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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덕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