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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에 챙긴 겨울 장비
2010. 6. 4, 인천 국제공항에서 13:20분에 출발한 중국 남방항공(中國 南方航空) 소속 CZ688편 비행기는 1시간 35분을 비행하여 14:55분에 중국 장춘 공항에 도착했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장춘 공항 주변은 군데군데 모여 있는 수 십 가구의 집들을 제외하고는 넓은 평지가 모두 밭으로 빗질을 한 것처럼 정리가 잘 되어 있다. 정원이 179명인 에어버스321 기종의 비행기가 공항 착륙 준비를 하면서 안내 방송이 나온다. “현재 장충시의 기온은 영상 30도입니다”
(백두산 정상에서 바라 본 천지)
수도권서부본부 마라톤회 회원들과 같이 백두산 등정을 위해 중국 장춘에 도착한 것이다. 백두산 등반일이 다가오면서 안내자가 현지 날씨를 수시로 전하는데, 사흘 전에는 백두산에 눈이 15cm가 왔으니 아이젠을 준비하라고 연락이 온다. 2년 전에 중국 태산에 오를 때도 5월 중순이었으나 너무 추운 날씨 때문에 방한복을 빌려 입고 오른 적도 있고, 또한 백두산을 여러 번 오른 직장 직원의 말에 의하면 6월 초순엔 영하 18도까지 내려간다고 한다. 거기다 위도 상 북쪽이니 이곳보다 한참 추울 것이라는 나의 무지(無知)도 한 몫을 하여 짐을 꾸리기가 쉽지 않았다. 아이젠과 스틱은 물론 겨울용 바지와 파카. 겨울 장갑과 겨울 모자, 우비에 패치까지 두 사람 몫의 등산 장비만 해도 가방이 넘친다. 그러나 떠날 때는 여름 날씨라 당연히 여름옷도 준비를 해야 했다. 이렇게 도착한 장춘시 온도가 영상 30도였으니 전혀 예상 밖이었던 것이다. 다음 날 백두산에 오를 때도 모두가 추위에 대비한 무장을 하였으나 연변의 기온은 영상 31도였다, 물론 백두산 정상과 천지에서는 준비한 복장이 적당한 날씨였다. 또한 정상에서 천지로 내려가는 길 일부는 눈이 발목까지 차기도 했지만 짧은 거리라 아이젠을 사용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여행 사흘 째 도문시를 찾았을 때도 영상 32도, 마지막 날 인천행 비행기 안에서 본 신문엔 길림성 당일 날씨가 영상 34도로 혹서에 주의하라는 기사가 1면 톱을 차지하고 있었다. 물론 인천 공항 착륙을 앞두고 인천시 기온은 영상 31도라는 기내 방송이 나왔으며, 집에 돌아와서도 한 주간 동안 섭씨 30도를 넘는 불볕더위가 계속되었다. 겨울 산행 준비를 하고, 한 여름 날씨에 백두산에 다녀왔기에 날씨 이야기로 시작해 본 것이다.
(백두산 천지)
백두산 가는 길 1
장춘 공항엔 연길이 고향이라는 여행사 가이드(40세, 남)가 마중 나와 있었다. 일행을 태운 버스는 15:05분에 장춘공항을 출발하여 연길시로 이동을 시작한다. 대형버스는 우리 일행 18명만 태우고 4일 동안 같은 기사가 운전을 했다. 버스는 안팎으로 청소가 제대로 되지 않았고, 안전벨트도 없었으나 대형 버스에 우리 일행만 타고 다녔으니 여유있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4일간 약 1,000km 이상을 버스로 이동하다 보니 쉬운 여행일정은 아니었다. 버스 첫 이동지인 연길은 장춘에서 약 450km 떨어진 거리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거리와 비슷하다. 고속도로변의 낮은 구릉이 끊임없이 이어져 평화롭기만 하다. 둘레에 조림이 잘 되어 있는 넓은 밭은 골프장을 옮겨다 놓은 것처럼 잘 다듬어져 있다. 주택이 밀집되어 있는 마을엔 집도 넓고 깨끗하게 보인다. 장춘을 벗어나자 고속도로변에는 농지정리가 잘 된 옥수수 밭이 계속 이어진다. 트랙터 등 기계를 이용하여 옥수수를 심고 수확을 한다고 하며, 가을 옥수수는 사료용이라고 한다. 이곳은 옥수수와 콩을 많이 수확한다고 한다. 그러나 광활한 면적의 논에는 농부 몇 명씩 모여서 모내기를 하고 있을 뿐 농기구도 보이지 않는다. 한 군데 촌락을 이루고 있던 산동성의 집단농장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평화로운 농촌 풍경이 우리나라 평야지대를 연상케 한다. 계속 이어지는 고속도로에서 가이드의 입담에 지루함이 달아난다.
(백두산 천지에서)
(백두산 올라가는 길)
길림성(吉林省, 지린성)은 동쪽으로 러시아, 동남쪽은 북한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면적은 18만 7400㎢(남한 9만 9538㎢)이며, 인구는 2700만 명(2003년 기준)으로, 성 소재지인 장춘시를 비롯해 길림시 등 8개 시와 연변조선족자치주가 있다. 특히 장춘시는 중국에서 자동차를 최초로 생산한 곳이며, 고속철도 차량 생산기지가 있다고 한다. 전국에 약 7만7천km가 넘는 철도망을 가진 중국에서는 최근 고속철도 건설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소식을 언론에서 자주 접하고 있다. 길림성은 연변조선족 자치주도 있어서 조선족이 많은 것으로 생각했는데, 길림성에 약 100만명과 연변에 약 80만명 정도가 있다고 한다. 길림성은 경치가 아름다운 백두산(장백산) 때문에 세상에 그 이름을 널리 알려져 있으며, 북한과 러시아의 항구를 빌려 직접 동해를 드나들고 있다고 한다.
(백두산 천지 내려가는 길) 버스가 장춘시를 벗어나 한 시간 정도 지나면서부터 고속도로에는 통행차량이 드문드문 보일 정도로 한적하기만 하다. 고속도로 주변엔 백양나무가 계속
(백두산 천지 내려가는 길)
길림시는 중국에서 유일하게 성 이름과 도시 이름이 같은 곳이다. 길림성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로 인구는 약 150만명이다. 길림시는 화학공업단지가 있는 도시라고 하는데 도심에 접근하면서부터 저유탱크, 공장 굴뚝, 제련소 등이 보인다. 화공단지 옆으로 흐르는 강이 우리가 많이 들었던 송화강이다. 연길에 접근하면서부터 고속도로에 ‘구조전화’등 한문과 한글 안내문이 병기된 것이 보인다. 연변엔 위성안테나로 우리나라 TV를 시청한다고 한다. 위성안테나는 불법이라 밖에는 설치하지 못하지만 집안 내부에 설치하는 것은 묵인하는 편이라고 한다.
백두산 천지 내려가는 길)
교하(蛟河)휴게소에 도착했다. 중국 내전 때 국민당이 교하까지만 올라왔었고, 그 이후 한 때는 공비들의 세상이 되기도 했었단다. 날씨가 더워서 생수를 많이 마시게 된다. 장춘 공항에서는 550리터 생수 한 병에 3위안 했는데 휴게소에서는 2위안이다. 18:35분 둔화시(敦化市)에 도착해서 저녁식사를 했다. 인구 48만명의 둔화시는 연변 조선족차치구에서 가장 큰 도시라고 한다. 중국 음식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느끼하여 먹기가 불편하다고 하나, 타고난 식성을 가진 나는 어느 음식이나 가리지 않고 먹을 수 있었다. 둔화의 오동성은 발해국 3대왕인 대흥무의 딸 정효공주 묘가 있고, 아시아 최대의 비구니 사찰인 육종산 삼각사가 있다고 한다.
(두만강 뗏목놀이 : 왼쪽이 북한 땅이고 오른쪽이 중국이다)
(두만강 뗏목 놀이) 버스는 연길시를 지난다. 연길(延吉)은‘옌지’(Yanji)를 우리 한자음으로 읽은 지명으로, 중국 길림성(지린성)동부에 있다. 현(縣)급의 시로 연변조선족자치주의 행정과 상업의 중심지이며 목재 생산지로 광물 자원이 풍부하다고 한다. 중심지에 큰 건물이 조선족이 세운 연변대학교로, 이 대학은 중국내 소수민족 중에서 유일하게 자기 언어로 교육을 하는 대학이며 중국의 대학 중 100위권 이내에 들어간다고 한다. 시내를 벗어난 고속도로 좌우는 어김없이 넓은 밭이 나타나고, 또한 옥수수 밭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곳 옥수수는 ‘말이빨 옥수수’라고 불리는데 크기만 크고 생김새가 못생겨서 그렇게 불리며 여문 것을 삶아서 동물 사료용으로 사용한단다. 이곳도 그 넓은 밭에 몇 사람만 허리를 굽혀 일을 하는 모습만 보인다. 이곳 도로 역시 차량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다닌 도로 주변은 산악지대이면서도 넓은 밭이 많이 보여 풍요로운 마을을 연상케 한다.
(백두산 천지 입구 이곳은 19세기 말까지 대부분 미개발지역이었으나 수많은 조선인이 이주해 피땀 흘려 개척한 곳이라 생각하니 새삼 숙연한 마음이 든다. 이곳 특산품은 10월에 생산되는 사과배로, 한국의 사과나무를 가지고 와서 돌배를 접목한 것이라고 한다. 또한 중국 동북 3성(길림성, 흑룡강성, 요녕성)의 보물이라면 인삼, 녹용, 담비를 칠 정도로 생산이 많다. 그러나 중국은 최근 생태환경 보호노력에 많은 공을 들이기 때문에 동물을 함부로 잡으면 안된다고 가이드가 강조한다. 예를 들어 참새를 잡으면 5일간 그리고 꿩을 잡으면 15일간 구치소에서 살게 된다고 가이드가 말한다. 해가 떨어지면서 버스는 차량통행이 거의 없는 숲길을 달린다.
(하산길에 본 장엄한 장백폭포)
알콜 56도의 이과주 몇 잔을 마시고 잠이 들었다가 도착한 곳이 송강하(松江河)라고 한다. 버스에서 내리니 날씨가 서늘하다. 시계가 22:25분을 가리키고 있으니 저녁식사 시간을 포함하여 장장 7시간 10분을 달려왔다. 숲속의 아름다운 단층 호텔에서 단잠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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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백두산!!
넘 자세하고 실제적인 기행문이네요
차근차근 자세히 읽어봐야겠어요
좋은정보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