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중년의 뒤죽박죽 배낭여행기 24(베트남편)하노이

[비그친날]

아침에 일어나는데 머리가 무겁다.
코도 막힌데다, 콧물까지 질질 흐른다.
에어컨이 너무 빵빵하더니... '청두'에서 걸렸던 감기가 제발한거 같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베트남에서 감기라니... 이 무슨 황당한 경우란 말인가...ㅡㅡ;;

코를 훌쩍이며, 1F 로비 뒷편에 있는 주방으로 갔다.
아침이 포함되었다는데... 이곳 주방겸 식당에 내려왔더니, 1회용커피와 홍차들이 준비되어 있고,
바게트빵과 4~5가지의 잼과 버터가 비치되어 있어, 자신의 취향대로 만들어 먹는 것이다.
베이컨과 햄이나 egg fried 는 따라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
그래도, 커피와 홍차는 하루종일 free 서비스가 된다. 커피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만족스럽다.

빵과 커피로 아침을 때우고, '쿤밍'에서 만났던 중국친구가 준 감기약을 한개 먹었다.
감기약 먹을 일이 있겠냐 싶었는데... 안받았더라면, 후회 할 뻔 했다.
외출을 하기 위해서 호스텔을 나서다, '애니카'를 만났다.
그녀도 시내구경을 나서는 길이다.

골목을 빠져나와 '성요셉'교회로 가는 길에 '애니카'가 '하롱베이'에 가지 않을거냐고 묻는다.
그렇지않아도 '하롱베이'투어를 알아보는데...
지금 묵고잇는 유스호스텔 상품은 가격이 너무 비싸서 다른곳을 알아보려고 한다고 말했더니,
자기도 그렇다고, 같이 알아보자고 한다.
그래서 우선 '성요셉'교회만 돌아보고, '하롱베이'투어를 결정한 뒤에 시내관광을 하기로 했다.

아... '라오카이'에서 집요하게 흥정하는 모습을 봤기에 대충 짐작은 했지만...
이 독일처자는 상상을 초월한다... 보이는 tour cafe는 다 들어가서 가격을 물어본다.
그냥, 가격만 물어보는게 아니라, 투어프로그램 내용까지... 이것저것 정말 꼼꼼하게 물어본다.
난, 감기에 머리가 멍한 상태로 그녀 뒤를 졸졸 따라다니고 있었다. 그나마 날씨가 더운게 얼마나 고마운가...ㅡㅡ;;

'하노이'는 이곳 '호아낀'호수를 중심으로 남쪽에 여행자거리가 형성되어있다.
비싸지 않은 호텔과 재래시장, 식당, 여행사들이 모여있고,
반대편 북쪽으로는 '오페라하우스'를 중심으로 고급호텔과 쇼핑센타가 있다.

결국, '애니카'는 이 여행자거리의 모든 여행사를 다 둘러본 뒤에야 가격대비에 들어갔다.
정말이지 30군데는 들렸던것 같다... 그렇게 오전시간을 전부 투자하고, 발품 팔아서 얻은 가격은
2박3일에 모든걸 포함해서 35$짜리 상품을 찾았다. 가격차이는 사실 많이난다해도 10$이 넘질 않는다.
대개는 5~6$의 차이다. 그런데 '애니카'는 가격만 묻는게 아니라, 숙소며, 투어참가 인원까지도 묻는다.

우리가 구입하려는 투어프로그램은 최대인원 14명, 최소인원 4명이다.
가격은 싸고, 인원은 많지 않으니 복잡하지 않고, 정말 최상의 조건이라 할 수 있다.

'애니카'와 나는 투어프로그램을 구입하기 위해 'AtoZ Queen cafe'여행사로 들어섰다.

베트남에서 제일 흔하게 볼 수 있는 여행사 간판은 'Sin Cafe'이다.
예전부터 워낙에 유명하다보니... 이제는 너무 유명해져서... 한블럭에도 5~6개의 'Sin Cafe'가 영업을 한다.
그런 형편이다 보니, 진짜와 가짜를 구별할 의미도 없어져 버렸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많이 눈에 띄는게 바로 'Queen cafe'일 것이다.  그래도 이 queen cafe는 좀 나은편이다.
진짜 프랜차이즈 점인지 가짜인지의 구별이 가능하기 때문에...
간판을 볼때 queen cafe 앞에 'Atoz'가 적혀있는곳이 진짜 프랜차이점이란다.

이 cafe의 여주인은 자기들의 서비스에 열변을 토하면서, 상호 등록증까지 보여준다.
그런데... 정말 웃기는 건, 남편은 건너편에서 'Sin Cafe' 간판을 달고, 또 다른 여행사를 하고 있다.
물론 같은 투어상품으로... 어쩔수 없단다... 워낙 여행자들이 소문만 듣고, 'Sin cafe'를 찾기때문에...

앞으로 혹시 베트남을 여행하실 분들은 이제 그만 'Sin cafe'의 환상에서 깨어나시길...

'하롱베이'투어상품을 구입한뒤에 점심을 먹기위해 식당을 찾았다.
'애니카'는 좋은 상품을 구입한 것에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론니에 소개된 식당을 가자고 한다.
난 그러자고, 고개를 끄덕이고 그녀를 따랐다...

그런데... 그녀는 그순간 내일부터 나와 함께 2박3일의 동거에 들어간다는 사실을 예상이나 했을까?
나도 몰랐으니... 그녀도 당연히 몰랐으리라... 물론 상품을 소개할때 2인1실이라고 설명했지만,
우리는 둘다, 프로그램에 참가하면, 홀로 여행온 여성이나 남성이 당연히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우리의 이런 생각은 오판이였다.

그 댓가로 난 늘씬한 금발미녀와 2박3일을 동거하는 커다란 벌을 받게된다...ㅋㅋㅋ 

'애니카'와 함께 론니에 별다섯개로 소개된 식당은 썰렁한데다, 가격도 비싸다.
우리는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곳을 나와 건너편에 있는 로컬식당으로 가서, 길가 테이블에 앉았다.
자리가 없는 관계로 앞에서 식사하던 여행객에게 양해를 구하고 합석을 했다.
식당안에 외국인이라고는 그 할머니뿐이였던 것이다.
볶음밥을 먹고 있던 할머니에게 음식맛이 좋냐고 물었더니... 이분은 프랑스 사람이다.

베트남을 여행하다보면, 프랑스 여행객들을 많이 만나다. 특히 나이든 단체여행객들도 많이 찾는다.
게다가 베트남인들 중에는 프랑스어에 능통한 사람이 아주 많다. 식민지 잔재가 남어서...
그러다보니 프랑스여행객들은 영어를 사용하기보다는 불어를 사용한다.

이 할머니도 마찬가지다. '애니카'는 나에게 불어를 할줄아냐고 물어본다.
헐... 내가 그걸 어떻게 알겠니...ㅡㅡ;; '애니카'는 자기도 불어는 잘 못한다고 하면서도...
그 할머니와 불어로 대화를 한다.

젠장... 내가 여행을 하면, 항상 웨스턴들에게 손해보는 기분을 느끼는 이유이다.
이 넘들은 똑같은 언어체계를 가지고 있어서 정말 편하다...ㅡㅡ;;
난 그래서 일본놈들도 지금처럼 계속 잘살기를 바라고, 우리도 어서 빨리 그런 일본보다 더 잘살기를 바라고,
중국도... 음 중국어는 우리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으니... 그냥 알아서 열심히 살기 바라고...
어쨌든 여행가서 영어가 아닌, 우리말이나 일본어 두가지가 공용어가 되는 날까지... 잘살기 바란다.

나는 베트남 쌀국수 '퍼(Pho)를 시켰고, '애니카'는 닭튀김을 시켰다,
그리고 우리는 '스프링롤'을 쉐어하기로 해서, 점심을 먹은뒤 '애니카'는 박물관 구경을 가고, 나는 거리구경에 나섰다.

이전에 두차례 '하노이'를 방문했을때는 모두 업무상의 출장이였기에... 제대로 거리구경을 해본적이 없다.

하노이 거리도 1년사이에 정말 많이 변했다.
게다가 지금은 'Apec'회의기간중이란다. 난 여행중이였기에 그 회의가 베트남에서 열리는지도 몰랐다.
그러고보니 시도때도 없이 사이렌소리를 울리며, 경찰차들이 질주하고, 거리에는 각국의 국기가 계양되어있다.
우리나라 태극기도 보인다. No 대통령도 왔다고 한다. 그래서 신경들을 많이 쓴 것 같다.

예전부터 생각했던 것이지만,  이 곳 동남아시아는 멀지않은 미래에 베트남이 선도하게 될 것같아보인다.
지리적으로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기도 하고, 민족성을 봐도 그리될것 같은 생각이 든다.
지금은 태국이 강력한 군사력으로 패권국임을 과시하고, 말레이시아가 몇년간의 고성장을 이루고 콧대를 들고있지만,
결국 베트남이 동남아시아에서 과거 우리나라가 이룩했던 경제성장을 재현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본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니까... 믿거나 말거나...ㅡㅡ;;

1년전만해도 손님을 태우기위해 북새통을 이루던. '시클로(Siclo)'가 안보인다.
도심교통에 방해가 되기때문에 허가제로 바뀌었고, 각자의 구역을 할당해주었다고 한다.
어쩐지 돌아다니는 '시클로'를 보니 전부 번호판이 부착되어있고, 기사들도 유니폼을 입었다.

'호아낀'호수를 중심으로 주변거리를 돌아다녔다.
'Opera'하우스가 있는 거리에서 밑으로 내려오니... 거리의 상가에 진열된 물건들이 재밌다.
베트남전때 버려졌을만한 '지포'라이터에 인식표에 흉장등...
서양애들은 저런 물건에 열광하며, 수집하는 넘들이 있다.

'호아낀'호수의 한편에 있는 노천카페에 앉아 그동안 그리워했던 베트남커피를 한잔 마셨다.
정말 진한커피에 연유를 듬뿍넣은 이 베트남커피의 맛을 얼마나 그리워했던가...
입안 가득히 퍼지는 찐한 커피맛과 뒤이에 전해지는 달달한 연유의 달콤함........

베트남커피를 만끽하고, 난 다시 거리를 거닐며 대형마트를 찾기 시작했다.
여행중에 새로운 도시에 도착하면, 나는 항상 대형마트를 찾는다.
대형마트가 없으면, 규모가 큰 슈퍼마켓이라도 찾는다.
그렇게해서 그 도시의 생활물가를 확인한다. 특히, 베트남은 필수인 것 같다.
어제 저녁부터 오늘 오전까지... 정해진 가격이 얼마인지 감을 못잡겠다.
담배값만해도 똑같은 제품을 이쪽에서는 15000동, 저쪽에서는 12000동 어떤데는 9000동이란다.
외국인이다 싶으면, 입에서 나오는대로 가격을 불러놓고 본다. 비싸서 돌아서면, 그때서야 붙잡고 흥정을 한다.

노천카페를 나와 호수주변을 걷는데 길 안쪽편에서 엉성하게 무슨 프로모션을 하는것 같다.
들어가보니 베트남 브랜드의 마켓에서 진행하는 프로모션이다.
안으로 들어서는데 직원이 나를 막는다. 왜, 그러나 했더니... 어깨에 메고있는 작은배낭은 보관해야한단다.
입구에 있는 보관소에 가서, 경비원에게 맡긴 뒤, 번호표를 받고 안으로 들어섰다.

1년 사이에 베트남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불과 1년 사이에 정말 엄청나게 발전한 모습을 보여준다.
마트에는 수입품들 말고도, 베트남 자체브랜드의 제품들도 정말 많았다.
그것들도 작년에 왔을때 봤던 것과는 달리 이제는 제법 제품의 틀을 갖추고, 모양도 보기 좋았다.
과거... 우리나라를 찾던 웨스턴들이 이런 기분이였을까...??

1년만에 놀라울정도로 변화된 하노이의 거리는 나에게 색다른 감회를 준다.

진열대에는 우리나라 라면종류부터 스낵들까지 종류별로 다양하게 보인다.
그런 우리나라 제품들 사이로 베트남 브랜드의 제품들이 섞여있다. 물론 가격은 하늘과 땅이다.
그중에서도 맛있게 먹었던 베트남 과자중에는 새우깡... 이건 우리나라 새우깡과 맛이 똑같다.
그런데 회사 이름이 '오이시이'이다. 엥~!!! 왜, 일본이름이야...
오리온 쵸코파이가 엄청 팔린다고 했는데... 비싸다보니, 가격저렴한 베트남브랜드의 유사품도 나왔다.
베트남 자체브랜드의 종류가 엄청많아진걸 실감한다.

난 여행을 다니면서, 특히, 동남아시아쪽을 여행할때 이런 모습들을 보는게 즐겁다.
친구들이나, 나를 아는 사람들은... 왜, 가본 곳을 자꾸 가냐고 묻는다...
이렇게 변화된 모습을 볼 수 있고, 그런 변화를 느낄 수 있으니까... 난 자꾸 찾는데...

생수하고, 간식거리를 사고, 마트를 나섰다.
이제 베트남의 물가를 감 잡았다.
호수주변 벤치에 앉아 담배를 한대 피우는데...베트남인 같지않게 체격좋은 녀석이 다가오더니 인사를 한다.
인사를 했더니, 어디에서 왔냐고 한다. '한국'이라고 얘길해주고, 이름을 물었더니 '민'이란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재밌다. 그래서 내가 맥주를 사기로 하고, 근처의 카페로 들어갔다.

이녀석은 나이가 27살인데, 아직 결혼을 안했다. 베트남 역시 상당히 일찍 결혼하는 편이다.
컴퓨터 대리점에서 근무한다고 한다. 자기 친구들중에서 한국에 가있는 친구가 있단다.
그래서 요즘엔 한국에 가는데 돈이 안들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예전보다는 적게 드는데 아직도 많이 든다고 한다.
이 친구들 한국에 직업연수생으로 가려면, 우리돈으로 400만원 정도가 든다.
일본은 더 비싸서 700만원이 필요하단다. 쩝~!! 우리나라와 일본의 차이가 300만원이구나...씁쓸했다.

이녀석과 이야기하는 사이에 시간은 흘러 벌써 어두워졌다.
'하롱베이'투어는 내일 아침7시에 숙소로 pick up오기로 되어있어서 내일 일찍 일어나야한다..
오늘은 일찍 들어가서 배낭을 다시챙기고, 감기기운도 있으니까 일찍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
'민'과 작별을 하고, '하롱베이'투어를 끝내고 돌아오는 날 이곳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
자기들이 다니는 진짜 로컬식당과 Bar에 안내하겠다며, 자기 핸드폰번호를 적어준다.

'호스텔'로 돌아와서 더운물로 샤워를 하고, 한봉다리 남은 마지막 감기약을 먹었다.
쩝~ 감기약은 딱 하루치 분량이었다...그래도 대충 3일치는 줘야지... 야박하게 하루치를 주냐...ㅡㅡ;;

(여행기간 : 2006년10월17일 ~ 12월09일) 

하노이'의 '성 요셉교회' 현지에서는 'Big church'로 불린다.

전면에서 바라본 모습 100년이 훌쩍 넘었을

프랑스식민지 시대의 건물이다.

하노이 거리풍경, 도로중앙에 전선에 메달린 노란색 가로등이 이채롭다.

'하노이'로컬 시장골목...

안으로 들어서서 정육점에서 충격적인 장면을 많이 봤는데...

사진으로 올리기에는 좀 그래서 pass~

'호아낀'호수 전경... 저 탑안에 거북이가 물어다준 검(劍)있다.

그 검을 들고, 전장에 나가 몽고군을 무찔렀다는...ㅡㅡ;;

'하노이'에는 이렇듯 프랑스 식민지시대의 건물이 많이 남아있다.

'베트남'의 전통불교사찰...

'관음상'인듯 한데... 조금 독특하게 양옆에 어린아이를 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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