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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비공개 입니다
[제민포럼]생명위에 군림하는 자본의 힘 | ||||||||||||
<좌옥미·제주여민회 공동대표·논설위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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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의료민영화'라는 말이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이 제도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병원갈 때 건강보험증을 당연히 가지고 가는 것으로 알고 있었고, 지금의 의료체계안에서 보다 나은 의료서비스를 기대하던 의료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국민건강보험의 폐지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어떤 위험성이 있는지,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무시하고 의료민영화를 향한 수순을 밟아가고 있는 것 같아 불안하다.
얼마 전에 '식코-sicko'라는 영화를 봤다. 의료보험을 위해 1인당 지출하는 금액이 가장 높은 미국이 선진국 중 최하위의 복지수준을 가지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폭로한 이 영화는 의료민영화에 대해 막연히 알고 있었던 필자에게도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25살 의료보험 수급자가 자궁경부암에 걸렸는데 '그런 병을 걸릴 만한 나이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의료비 지원을 거부하는 미국 민간의료보험회사의 비인간적인 모습에 치가 떨렸다.
미국 민간의료보험의 폐해를 나라별, 지역별, 계층별 인터뷰를 통해 미국의 의료민영화 실태를 제대로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이명박 정부의 의료민영화정책에 부응이라도 하듯 지난 6월 5일 김창희 제주특별자치도 추진단장은 도지사가 지정하는 특정지역에 대해서는 국내영리병원 설립이 가능하도록 정부를 설득했다고 한다.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져야 할 병원 앞에 '영리'라는 단어가 붙는것도 씁쓸하거니와 환자를 대상으로 돈을 많이 버는 것을 법적으로 허가해주겠다는 발상이 참으로 어처구니없다.
현재 한국의 모든 병의원은 '비영리의료기관'으로 규정돼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불필요한 검사와 과잉진료가 난무하고 있는데 '영리병원'이라는 날개를 달아주면 합법적인 돈벌이에 열을 올릴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우리 사회가 천민자본주의의 끝을 향해 달리고 있다보니 돈이 모든 가치를 능가해버리는 현실이 되어 버렸다.
사람의 목숨을 가지고 이윤을 따지는게 과연 바람직한 사회의 모습일까? 모든 국민이 무료로 병원치료를 받는 캐나다, 영국, 프랑스 등 의료선진국들의 모습을 마냥 손놓고 부러워만 하기에는 우리나라의 현실이 그저 답답할 뿐이다. 보건의료체계가영리를 목적으로 고귀한 생명과 건강을 이윤추구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외형적인 서비스는 좋아질지 모르지만 진료비가 증가하면서 돈이 없어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다. 건강과 생명보다는 이윤이 중시되는 병원주식회사만이 존재할 뿐이라는 것이다.
의료관광활성화라는 미명하에 진행되는 제주도정의 밀어붙이기식 헬스케어타운정책도 여론조사라는 방식으로 도민의 의견을 호도하기보다는 지역의료소비자들이 큰 부담없이 질높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공공의료체계를 강화하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제주도민들이 영리병원에 대한 인지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찬반여부만을 묻는 설문조사결과는 합리화한 여론조작에 불과하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영리병원허용'을 위한 단초를 제공함으로써 의료민영화의 '물꼬'를 트는 악역은 제발 하지 말아주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