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면 선생이 글을 참 잘 쓰시는군요. 자연과학도가 문학도의 자리를 위협하는....그리고 그 특유의 끈질김과 부지런함이랄까......나중에 홈페이지를 이용해 전입 동기 이재면에 대한 이야기를 써볼까 합니다.
저는 이번에 공주시 유구중학교로 옮겼습니다. 축하 받을 이유가 전혀 없구요. 나이 먹으면서 학교를 옮기는 게 싫더군요. 지난 6년간 남의 승용차로 훔쳐보며 지났던........그리고 공주에서 내 고향 서산 가는 길목에 있던 그 소도시로 옮깁니다. 5년간 근무할 예정입니다.
부모님과 6년을 살았는데....나는 나름대로 효도를 지향했는데 어머니는 저와 함께 사시는 게 힘드셨던 모양입니다. 노부모를 놓고 떠나는 마음.....아시나요?
저는 주말부부라든가 장거리 통학 그런 것들은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가족과 함께 살아야지." 혹은 "출퇴근길이 멀어서 어쩌나?" 그런 소리들......85-86년 동아일보사 비정규직 근무시절에는대전에서 여의도까지 출퇴근도 했었는데...... 소심한 성격이지만 그런 일상에는 도리어 무심한.
남들이 아주 중시하는 범주(카테고리라고 하나요)가 나에게는 무심한 거예요. 그런데 그들은 가까이 술잔을 부딪치면서 그 이야기만 하면서 사람의 성패를 논하는 거예요. (내 동기들의 최대 관심사는 교장 교감 승진 - 요놈들의 특징은 책을 읽지 않고 잔챙이식 실속이 밝다는 점) 나는 그냥 먹하니 앉아 있기도 하고......그러면서 내가 빛나기도 하고
방학 동안 '닭니' 2탄으로 책 한 권 썼습니다. 조만간에 올리겠습니다. 새벽에 도서관에서 글을 썼고 밤에는 술독에 파묻혔던 것 같습니다. 나이를 먹으니까 술이 약해지더군요.....깨어 보니까 혼자 모텔 선인장 침대에서 굴러 떨어져있기도 하고
진도엘 다녀왔습니다. 가족 여행을 떄우려고 고속도로를 탔다가 '서해안 고속도로'의 위력을 실감하면서......눈 내리는 남해안을 보며......밤바다에 내리던 눈발이 아침 숙박소 창가로도 거침없이 내리고 ......술이 없어도 센치해지는......죽고 싶은 충동이......
젊은이가 진보 늙은이가 보수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영화를 보면 젊은 교사나 교생 실습 나온 사람들이 경직된 학교 분위기를 싹 바꾸려 하고 ....나처럼 나이 먹은 사람들은 찌뿌리며 바라보는 그런 풍경들.
민주주의와 통일과 사랑을 이야기하면 젊은 교사들은 '소 닭 보듯'합니다. 급식실 앞에서 벌받는 아이 옆에서 내가 다가가 키득키득 장난을 치면 젊은이들이 '질서 운운'하며 인상을쓰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치마를 내리며 쪼그려뛰기하는모습을 쓸쓸히 바라보면 .....문득 하늘...그리고 산.....산은 뒤로 갈수록 하늘색입디다.
그래요. 태양처럼 젊은 시절이 있었지요. 돌이켜보면 그 때도 권태로운 일상과 늘어지는 햇볕 그리고 솟구치는 지열로 졸립기만 한 적도 있었지만 ..... 착하고 아름다운 여인들은 여전히 저만치서 가물거리고 ...눈물 같은 소주와 소주 같은 눈물이었던가.
대보름이네요. 까맣게 쥐불 놓은 자리로 샛노란 싹들이 고개 내미는 봄이 오겠네요. 건강과 사랑을 .......
첫댓글 유구중학교는 옛날에 친구가 근무했던 학교입니다. 쌘뽈에 있을때 그 친구가 집에 가며 논산에 들른적도 있지요. 작고 아담한 학교로 기억하고 있습니다만 지금은 어떻게 변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