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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고 소외된 70년대 삶을 겪으며...
이 책은 우리나라의 70년대 이야기다. 그때 상황은 산업화가 한참 진행 중이라 빈부격차는 점점 더 커져만 가고 그 산업화 속에서 빛을 잃은 사람들은 인생을 포기하기도 했다.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대단히 비극적인 우리 시대를 보여주는 이야기며 의지적인 이야기다. 그 이유는 철거문서를 받은 가족이 남의 돈을 빌려서라도 그 아파트에서 살기를 원하며, 난장이의 자녀들은 아버지가 난장이라고 놀림을 받아서 비극적이다. 또한 난장이와 그의 동료인 지섭의 말 중에는 달나라가 있으며 그 곳에 가서 살자는 말은 의지적이다. 또한 난장이의 딸인 영희의 말 중 난장이를 놀리는 악당들을 모두 죽여 버리라는 말은 철거민을 괴롭히는 사람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바라며 하는 말이 아니었을까?
이야기는 철거 계고장을 받을 때부터 시작된다. 난장이가 사는 마을은 낙원구 행복동이다. 책의 내용과는 모순되는 이름이다. 난장이 가족은 곧 철거될 집에서 살고 있다. 철거일 전까지 자진 철거하지 않을 경우에는 행정법에 의하여 강제 철거하고 그 비용은 그들에게로부터 징수하겠다는 말을 듣는다. 결국 그들은 이 철거 계고장을 받고 그 동안 살던 집의 건축비도 안 되는 헐값으로 재건축 아파트의 입주권을 넘긴다.
첫 번째로는 영수가 서술자가 되어 나온다.
영수의 이야기는 자기 집이 강제 철거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가난한 환경 속에서 겨우 지은 한 채의 집. 아버지와 어머니가 고생 끝에 직접 지은 집이 단지 무허가라서 그곳에 다른 아파트를 지어야 한다고 철거를 한다는 통지서가 나온다. 솔직히 돈도 없고 땅도 없어 쫓겨나면 생활을 유지하기 힘든 이들이다. 법을 몰랐기 때문에 이런 일을 당했을 것이다. 그 다음 비극적인 내용이 따라서 나온다. 난장이의 조상의 내력이 잠깐 나오는데, 아버지는 최하층 천민-노비의 후손이었고-이며 그 선조도 난장이었다. 어머니는 몸을 팔며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의 후손이었다.
가정을 지키지 못하는 아버지의 처절함과 공부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며 일을 하는 영수의 안타까운 모습도 보인다. 공부를 하고 싶은 의욕은 넘쳐 흘려도 영수에게 가해지는 압박이 너무 크다. 영수는 한 집안의 장남이다. 그러기에 아버지와 더불어 아니, 이 책에서는 아버지 대신 가족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 그래서 영수의 삶은 더 괴롭고 더 힘들지도 모른다. 나도 장남인데...
두 번째로는 영수 다음으로 영호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영수는 형 영호와는 성격이 전혀 다른 거 같다. 영수는 좀 반항적인 면이 있는 듯한 생각이 든다. 이번 이야기에도 역시 첫 번째와 이어져 어려운 상황이 계속하여 전개되어 간다. 땅을 사는 매매업자들에게 조금만 더 높은 가격으로 팔기 위해 조금 더 기다리고 또 기다려 처음보다 10만원 비싼 가격으로 팔게 된다.(그 당시에 10만원은 상당한 돈이었다.)
집을 허물기 바로 전 난장이에게 달나라로 가자고 하는 이상주의자 지섭은 쇠고기를 사온다. 그래서 고깃국과 밥, 구운 고기를 내와서 그 집에서의 마지막 가족들과의 식사를 함께 한다. 너무나 가슴 아픈 장면이다. 철거 할 사람들이 그 집으로 왔는데 모두 조용히 밥을 먹는다. 부서진 담 가운데에 있는 문으로 모든 가족들이 나온 후에 그 집은 모두 무너졌다. 이 때 지섭이 어떤 사나이에게 던진 말이 있다.
"오백년 동안 지은 집을 허물었습니다."
지섭의 이 말을 듣고 난장이와 그의 가족들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오년도 아닌 오십년도 아닌 오백년이란 긴 세월동안 조상대대로 그 집에서 살았다면 그 집에 대한 애정이 정말로 각별했을 것이다. 비록 무허가 집이라 해도 그런 집을 단 한순간에 허물었다면, 정신이 어지럽고 몸에선 힘이 쫙 빠질 것이다. 단지 돈 때문에 그들은 다른 사람처럼 행복하게 살지 못했고, 결국에는 아버지라는 사람은 나쁜 사람, 신뢰할 수 없는 사람, 가족에게 부담이 되는 사람으로서 자식들에게 평가받는 그런 사람이다.
영호가 느낀 것은 세상이 이상하다는 것이다. 아버지와 지섭의 행동과 생각도 영호는 모두 이해할 수 없었다. 오직 이 세상엔 이상한 것뿐이라는 것이다. 영호는 화가 났을 것이다. 하지만 화를 못 냈을 것이다. 영호도 난장이와 같이 그런 힘이 없었을 것이다.
세 번째는 막내인 영희가 쓴 글이다.
영희는 자기 집을 나와 그녀의 집과 하늘, 그 밖의 모든 것들이 회색이라고 생각했고 느꼈다. 그녀는 가족의 아파트 입주권을 빼앗기 위해 그것을 산 남자에게 몸을 맡겼다. 그녀 역시 그녀의 조상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결국 어머니처럼 그녀도 몸을 팔아가며 생계를 이어가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녀가 몸을 맡긴 그 남자는, 그녀와는 달리 엄청난 부자이다.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해결할 수 있었다. 결국 영희는 그 남자가 가지고 있는 무언가를 빼앗아서 몸과 마음의 아픔을 견디고 가족의 것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굴뚝에서 비행기를 날리다가 죽었다. 달. 문제의 달로 가고 싶어 하던 꿈을 버리지 못한 아버지가 죽었다. 그녀는 허무함을 느끼고 울다 피로에 지친다. 그녀의 마지막 말이 아직도 생생하게 내 기억 속에 남아있다.
“아버지를 난장이라고 부르는 악당은 죽여버려, 꼭 죽여”
나는 이 소설을 읽기 전 난장이는 무엇이고 작은 공은 또한 무엇인지 궁금했었다.
하지만 난장이는 빈곤한 계층의 한 불쌍한 가정의 아버지였고, 그 아버지가 던진 작은 공은 바로 비극적인 현재보다는 미래에 대한 작은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즉 이상적인 세상을 바란 것이다. 이 작은 희망 하나를 걸고 아버지가 던진 작은 공은 저 멀리 아주 멀리 달나라로 날아 갈 것이다.
이 책을 읽고서 이 세상에 내가 모르는 또 다른 일들로 인해 사람들이 슬퍼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니 나도 슬퍼질 뿐이다.
난장이인 남편을 둔 아내가 자식들이 아버지를 무능하게 생각 할 때마다 난장이를 감싸며 자식들을 나무랄 때 그 어머니가 존경스러웠다. 가족을 위해 특별히 해준 것도 없는 남편을 끝까지 믿고 따른다는 것은 보통 사람들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영수는 큰 아들로서 동생들을 잘 보살피고 꿋꿋이 살려고 노력을 하는 강인한 장남이다.
영수가 공책에다 적어 넣은 것들을 내 머리 속에다가 남기고 싶다. 이를테면 이런 내용이다. 이웃집 명희 어머니 같이 친절한 분이 고통 속에서도 존재 한다는 것에서 조금의 숨을 쉴 수 있었고 햇빛을 볼 수 있었다.
영희는 순진하고 귀여운 모습으로 남길 바랐지만 탐욕스런 남자 때문에 순결을 잃기 시작했을 때 내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그 현실이 내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영희의 순결을 빼앗은 남자들은 정말 싫다. 돈도 많고 가진 것이 많다면 영희에게 그렇게 까지 했어야 했나? 영희가 마음에 들었다면 입주권을 주고 좋게 연결이 되었으면 참 좋으련만. 꼭 그런 식이다. 이 세상에서 영희를 더럽힌 남자 같은 남자들은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 영희 자신은 가장 소중히 여기던 순결과 입주권을 바꾼 셈이니 입주권을 얻어 좋겠지만 그 남자와의 일은 절대 잊혀지지 않을 것이고 고통으로 남을 것이다. 영희의 마지막 절규에서 답답했던 내 마음이 좀 트이는 것을 느꼈고 영희의 강한 의지를 볼 수 있어서 좋았으며 이 강한 의지는 70년대 사람들이 꿋꿋이 살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죽을 때까지 꿋꿋이 세상을 잘 헤쳐 나갔으면 좋겠다. 또한 우리 민족들도 그렇게 하면 좋겠다.
나는 이 말이 생각이 난다.
“남아프리카의 어느 원주민들이 일정한 구역 안에서 보호를 받듯이 우리도 집단으로서 보호를 받았다. 나는 우리가 이 구역 안에서 한 걸음도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영수의 말이다. 이 말은 그 가족이 아파트로 들어가서 살 때의 이야기다. 아마도 이 말의 뜻은 이 지독한 세상 속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는 말인 것 같다. 입주권을 둘러싼 싸움은 계속 될 것이고 빈부격차의 범위는 점점 더 커져만 갈 것이다. 벗어날 수 없는 현실과 그 속에서 공부도 하지 못하고 뼈 빠지게 일만 하는 생활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영수, 그리고 그의 동생 영호. 그러므로 영수가 이런 말을 하지 않았을까?
작가가 그린 난장이의 모습은 이렇다.
“키는 117cm 몸무게는 32kg이었다.”
선조가 노비였던 그는 그의 인생을 키가 작은 사람으로서의 불행과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편견으로 인하여 죽어가는 인물이었다. 작품을 전체적으로 보아 이 난장이는 70~80년대의 사회적, 경제적으로 먹고살기가 힘들며 억압받고 소외받는 계층을 상징하는 전형적 인물이다. 그 당시에는 빈부격차가 본격화되던 세상에서 자신의 난처한 경제적 토대로 인해 소외된 삶을 살 수 밖에 없었다. 자동적으로 그들의 자녀들은 공부보다는 먹고 사는 것이 첫째였다. 지금 21세기에는 아직도 노숙자들과 공장에서 일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들 중 대부분이 70~80년대의 사람들이며 그때 배우지 못하고 오직 살기 위해 공장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다음은 지섭의 말이다.
“지상에서는 시간을 터무니없이 낭비하고, 약속과 맹세는 깨어지고, 기도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눈물도 보람 없이 흘려야 하고, 마음은 억눌리고 희망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제일 끔찍한 일은 갖고 있는 생각 때문에 고통을 받는 일이다.”
“사람들은 사랑이 없는 욕망만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단 한 사람도 남을 위해 눈물을 흘릴 줄 모릅니다. 이런 사람들만 사는 땅은 죽은 땅입니다.”
첫 번째 글은 조세희의 "우주여행"에서 글에서 나오는 것이다. 두 번째 글은 “난장이가 쏘아올린 공”에서 나오는 얘기다. 이러한 지섭의 말은, 사랑이 없어졌기 때문에 인간과 세상이 죽어간다는 뜻이다. 아마도 “난장이가 쏘아올린 공”은 이 세상에서 더 이상의 사랑을 맛 볼 수 없음으로써 그 사랑을 추구하고자 했던 난장이가 사랑을 맛보기 위하여 달에 공을 쏘아올린 것은 아니었을까?
난장이는 자신이 원하던 삶을 계획 했던 장소인 굴뚝에서 투신자살하고 만다. 그가 달나라에 쏘아올린 공은 도착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투신자살은 난장이가 자기의 꿈을 펼쳐 보지 못하고 거인(부자들)의 손바닥 속에서 죽은 것 같다. 그가 사회경제적인 상징자로서 난장이가 아니었다면, 사랑 없는 세상 속에 살지 않았다면, 그는 결코 그렇게 살다가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의 큰 아들 영수도 마찬가지이다. 산업시대의 본격적인 노동자가 된 영수는 난장이인 아버지의 생각을 바꾸고자 했다. 있는 현실 그대로를 받아들이지 않고 달나라로 가기를 원했던 아버지는 현실 도피적이었다. 반면에 교육으로 사랑을 배우며 누구나 질 높은 삶을 갖는 것을 원했던 영수는 현실 수용적이었다. 그는 또 누구나 자유로운 이성에 의해 살아갈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난장이의 꿈은 실현되지 않았으며 마찬가지로 영수의 꿈도 이뤄지지 않았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감상문이다. 그 속에 숨겨진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았으며 그걸 풀이로 쓰는 것도 또한 어려웠다. 앞으로 차차 많은 책을 읽어 가겠지만 조세희의 책은 여태까지 읽은 책 중 많은 것을 함축적으로 포함하는 책인 것 같다. 나는 이 책을 보며 70년대 대한민국 사람들의 비극적이며 소외된 삶을 배웠으며, 이제나마 난장이가 뭘 추구하며 그렇게 공을 쏘아 올리려 했는지 이해가 간다. 지금도 철거계고장을 받고 슬퍼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그들도 난장이처럼 공을 쏘아 올리면 하늘이 그들의 편에 설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전락할 수도 있다.
2006/12/20/화요일
첫댓글 대학다닐 때 읽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대학생 때의 내생각보다 대일이의 생각이 훨씬 어른 스러워 놀랄 뿐입니다....너무 철없이 살았던 것 같아 부끄럽습니다....좋은 글....감사합니다....()()()....
별 말씀을...감사합니다 아미타불
70년대 개발기에 일어난 일들 책으로 간접 경험을하여 내 것으로 하여 앞의 삶을 더욱 알차게 하시옵소서_()_ 장남 대일 부처님 아미타불! 감사합니다._()_ 아미타불!
감사합니다 아미타불!
대일님의 폭넓은 생각에 박수를 보냅니다. 앞으로의 생활에 많은 도움을 주겠지요. 글솜씨도 일품입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아미타불!!
대일님의 감상글 잘 읽었습니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학창시절 읽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대일님의 통찰력이 날로 날로 깊어짐을 ...... 거쳐온 시대를 너무 잊고 사는 것이 아닌가 다시금 생각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_()_
저의 독서록으로 기억을 상기시킨다니 저도 또한 좋을뿐입니다..아미타불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대일님의 깊은 통찰! 감사합니다. 아미타불! _()_
경주님의 통찰! 감사합니다 아미타불
참 슬프지요...? 전 어렸을때 조금 예민한 성격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 주변환경도 그러했고요. 제 눈에 보이는 것은 고통받는 사람들만 보였거든요. 그래서 이 세상이 그냥 이대로 다 사라졌으면 좋겠다 생각했답니다. 인간이란 존재에서 어떠한 희망도 느낄 수 없었습니다. 다만 몇몇의 성자로 이 세상이 달라질까..? 그렇게 암울하게 보냈던 시절이였어요. 그 때 읽었던 책들 보았던 사람들 그 모든 경험 또 앞으로 할 경험들은 바로 관.세.음.의 길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 읽는 책들은 그냥 책이 아니어요 어머니가 권해주시던 또는 님이 택해서 읽으시던간에 부지런히많이 읽고 또 생각하고 관찰 하시기 바랍니다. 감탄합니다!
아아..관.세.음,의 길... 감사합니다 아미타불
중요한 것은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지나간 역사나 가상의 현실을 우리는 책으로나마 간접 경험을 얻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책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우리는 지금도 경험을 통해 나를 다시금 만들어 가는 중입니다.
감사합니다 아미타불!
서산 앞바다 가서 뭐했는지 써봐 (생선도 좋은거센)
근데~~ 저 책을 읽는것은 좋은데 ~잘못 사용하고 있다는 말을 가끔 들었습니다.~
잘못 사용하고 있다는 말이 무슨 말씀인지요? 궁금합니다~
"오백 년 동안 지은 집을 허물었습니다." 모든 집은 그 집에 사는 사람에게 오백 년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집 나간다는 생각은 하지 마셈~ㅋㅋㅋㅋ
대일님 덕에 좋은 책을 손쉽게 읽습니다. 마치 평론가가 쓴 글 같네요. 고마워요. 방학 알차게 보내시길 바래요. ^^ _()_
퍼거요~
고맙습니다
와,,,,,,,잘 쓰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