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예술촌 연바람' 복합문화공간 조성
건립기금 마련 연극 `귀향…'무대 올려
27일까지 광주 장동 연바람 소극장서
“여보 잘가요. 나쁜 기억이랑 모두 잊고 좋은 기억만 챙겨가지고 잘 가요. 좋은데 가쇼. 좋은 데로^^^. 우리 잘 살았잖아요. 열심히 살았잖아요”
21일 오후8시 광주시 동구 장동 광주여고 인근의 연바람 소극장. 극단 `푸른연극마을'(대표 오성환) 단원들이 올해 첫 작품이자 이곳 소극장에서의 마지막 공연이 될 `귀향 그리고 귀경'(연출 박윤희)의 막바지 연습에 한창이다.
스튜디오에는 시골집 흙마당에 놓인 평상하나, 뒤편으로 가지 앙상한 나무 한그루가 보이고 마당 한켠에는 관이 놓여 있다. 그 맞은편 빨래줄에는 후줄근한 남방 2개가 널려있어 사람사는 냄새를 전해주고 있다. `귀향…'은 아버지의 죽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한 가족의 갈등과 화해를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반추하고 있는 작품.
장동에서 10여년 동안 전용극장인 연바람 소극장을 운영하며 `광주 연극'을 이끌어왔던 극단 `푸른연극마을'은 이번 작품을 끝으로 `장동 시대'을 청산하고 오는 3월께 보성군 노동면에 있는 조그만 규모의 폐교로 둥지를 옮긴다. 이곳 폐교를 활용해 `보성 공연 예술촌 연바람'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복합문화공간을 마련키로 한 것. 푸른연극마을은 새로 조성될 `공연예술촌'을 연극 뿐아니라 무용 판소리 사물놀이 성악 국악 대중음악 등 다양한 예술 장르가 어우러지는 문화공동체 마을로 꾸려나갈 계획이다. 500평 규모의 새 복합문화공간에 상설공연장을 마련함은 물론 다양한 문화 이벤트 행사들을 유치하고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문화학교도 운영할 예정이다.
10년째 푸른연극마을 꾸려오고 있는 오성환 대표는 “`보성 공연 예술촌'으로의 이전은 끝이 아닌 새로운 창작활동과 문화활동의 시작을 의미한다”며 “관객 접근성 면에서 어려움이 없지 않지만 알찬 공연과 기획으로 지역문화의 토양을 살찌우는 공간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989년 극단 `코스모스'로 출발해 1998년 `푸른연극마을'로 이름을 바꾼 이 극단은 창단 이래 줄곧 고단한 서민들의 삶과 사회 부조리 등 현실감 있는 작품들을 무대에 올리며 소극장 연극의 활성화를 위해 고군분투해 왔다. 그러나 해가 갈수록 대형뮤지컬 등에 밀려 관객수가 줄어드는 등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광주에서 보성으로 둥지를 옮기는 것도 이러한 재정적인 어려움도 상당부분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오대표는 평소 “민간이 건물을 임대해 소극장을 운영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현재 우리의 문화여건상 소극장 하나를 지탱해 나간다는 것은 단원 개개인의 눈물겨운 희생 위에서만 가능하다”며 소극장 운영의 어려움을 자주 토로해왔다. 푸른연극마을이 `공연예술촌'을 통해 또다른 창작활동 계획을 밝히고 있지만, 그동안 광주 연극계를 대표하는 극단이 보성으로 근거지를 옮기는 것에 대해 지역 연극 마니아들은 서운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한편 `보성 공연예술촌' 건립기금 마련을 위해 무대에 올리는 `귀향…'은 위독한 아버지의 임종을 보기 위해 자식들이 모이고 헤어지기를 반복하며,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는 한편 홀로 남을 어머니에 대한 걱정과 재산분배 등 현실적인 문제까지 고민하는 과정을 통해 잊고 지냈던 가족의 소중함과 참모습을 일깨우는 작품이다.
공연은 23~27일까지 평일 오후 7시30분, 토^일요일 오후 5시에 열린다. 문의 (062)232-2446/ 박성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