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막히는 광천사거리]수년째 변함없는`교통지옥’
백화점서 통제·택시 정차, 차선 마비 얽히고 설켜
주말·휴일 주차장 방불… “단속은, 정책은 뭐하나?”
서구 광천동 광주신세계백화점과 터미널 인근의 극심한 교통체증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운전자들이 지나치기를 기피하는 대표적인 곳이 된지 수년째다. 하지만 교통흐름이 나아질 기미는 좀체 보이지 않고 있다.
시내와 외곽을 잇는 주요 교차로이기도 한 광천사거리의 교통병목현상은 운암동, 동림동, 임동, 화정동 등 그 주위에까지 영향을 미쳐 시내 교통흐름의 악순환을 가져오고 있다. 시민들은 언제까지 이 곳의 교통불편을 감수해야 할까. 실태와 문제점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지난 20일 오전 광천동 광주신세계백화점 앞. 백화점 쪽으로 우회전하려는 차량들과 운암고가 쪽에서 직진 신호를 받고 진입하는 차량들이 뒤엉켜 있다. 교차로 한복판까지 뒤엉킨 차량들은 신호가 끝나도 빠져나가질 못했다. 때문에 사방에서 연쇄적인 꼬리물기가 이어지면서 교차로 일대는 극심한 혼잡을 빚는다.
큰 문제는 신세계백화점 주차장 입구쪽의 차선통제에서부터 비롯된다는 게 운전자들의 이야기. 편도 5차로 중 버스전용차로인 5차선은 백화점 진입차량을 위해 백화점측이 통제해 버렸고, 4차선은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들이 점거해버렸다. 2개 차로가 도로로서의 기능을 잃어버린 꼴이다. 주말이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자연스럽게 백화점 주차장 입구를 지나 화정동 방향으로 진입하는 차량들은 병목현상(도로폭이 좁아져 일어나는 교통정체 현상)에 시달려야 한다.
`인위적인 병목현상’은 벌써 수년째 반복되고 있다. 결국 도로점거라는 불법행위를 차단하지 않는 이상 개선의 여지는 없는 셈이다.
병목현상으로 인해 교통사고 위험마저 상존하고 있다. 운암고가쪽에서 신호를 받고 직진하던 차량이 백화점 앞 4차선에 불법 정차하고 있는 택시를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 뒤늦게 급정거를 하는 아찔한 장면이 여러차례 목격됐다. 도로 3차선에서 멈춰 선 택시에서 내린 승객은 지나가는 차들을 피해 보도쪽으로 위험스럽게 걸어가야 했다.
잠시 뒤 교통경찰 4명이 백화점 앞 4차선을 점거한 택시들을 정리하자 교통흐름은 좋아졌다. 하지만 그것도 순간. 교통경찰이 자리를 뜨자마자 흐름은 또다시 엉망이 됐다.
주말인 지난 21일 다시 찾은 백화점 앞. 오히려 백화점 진입 차량을 위해 백화점측이 4, 5차선 2개로를 차선분리봉(러버콘)으로 통제해 버렸다. 때문에 밀려난 택시들의 차지는 3차선. 5차선 광로 중 1, 2차로만 통행이 가능한 `좁은 도로’가 돼 버린 꼴이다.
더욱이 주말인 탓에 광천사거리 인근에 밀집된 예식장을 찾는 차량들까지 겹치면서 일대는 거대한 주차장을 방불케 하고 있었다. 예식장을 찾던 한 운전자는 “정말 운전하기 피곤한 길이라 아예 돌아가곤 하는데 결혼식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들어섰다”며 “이런데도 행정기관은 뭐하는지 모르겠다”고 투덜댔다.
광천사거리 인근엔 몇년 사이 예식장마저 수 곳이 들어서 교통난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교통대책에는 관심이 없는 행정기관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신세계백화점 앞 교통체증은 최근 더욱 심각해졌다. 버스터미널 개보수 및 현대화공사가 시작되면서 버스 하차지가 신세계백화점 쪽으로 바뀌어 백화점 앞 택시승강장 이용객이 급격히 늘어난 것. 때문에 택시 기사들이 백화점쪽 도로에 무단 정차를 일삼고 있는 것이다.
백화점 진입차량을 위한 차선통제에 대해 신세계백화점측은 “원할한 소통을 위해 교통통제는 어쩔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경찰이 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라도 나서야 인근 교통이 제대로 소통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행정기관의 허락도 받지 않은 차선통제는 엄연한 불법. 결국 행정기관이 주먹구구식 단속 외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셈이다.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광주서부경찰서 관계자는 “백화점 진입차와 택시들로 혼잡을 빚고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24시간 교통경찰을 배치하기에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고 단속에도 애로가 크다”는 답변뿐이었다.
주요 관문이면서 백화점, 터미널, 예식장 같은 다중이용시설들이 밀집돼 있는 광천사거리 일대는 `땜질식 단속’이 아닌 행정기관의 특단대책이 없는 한 `광주의 대표적인 교통지옥’이라는 오명을 계속 안고 가야 할 판이다.
글=홍성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