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몇몇 개인과의 싸움이라면 호불호를 표현않다가, 아니 그 앞에서는 웃고 굽신거리다가 결정적인 시기에 등에 비수를 박는 것이 낫다. 그런 의미에서 침묵은 금이고 처세의 기본이다. 그러나 한 개인과의 싸움이 아니라 문화나 제도나 무지와 싸움이라면 침묵은 금이 아니다. 솔직하게 표현하므로서 약간의 악연을 쌓을 수도 있겠지만, 솔직하게 문제를 지적하지 않으므로서 회사와 사회 전체에 두터운 악업을 쌓는 것이 훨씬 나쁘다고 생각한다. 각설하고.
이 글은 인사관행과 관련된 불만과 제안이자 사내외에 대한 구직 광고이다.
나이가 들어 이런 글을 쓰고 있으니 부끄럽기도 하다.
40 넘어면 자기 얼굴도 자기가 책임 져야 하는 것처럼, 낮은 평가등급과 연봉도, 승진도, 경
쟁사에 비해 형편없는 처우를 하는 회사에 다닌다는 사실 자체도 상당부분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한다. 이 모두가 다 자신의 주체적 선택과 현명치 못한 처신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 내탓이오' 하고 반성하고 조용히 다른 곳 알아보고 꺼지기에는 인사평가 관련하
여 유감스러운 것이 몇 개 더 있다. 이는 단지 김대호 한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다.
나는 이번에 B-를 받았다. 최하위 C (5%) ZONE 바로 위의 10% ZONE이 B-다. 과거 기준
으로 보면 D가 된다. 결과적으로 연구소 4년, 과장 승진 이후 4년 내가 받은 인사평가는 D
D C(B0) D가 된다. 이 정도면 종합적으로 아마 최하위 5% 쯤은 된다고 알고 있다. 이는
올해 말 이후에 적지 않게 피곤한 영향을 끼치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이 평가 자체에 대해 이의가 없다.
처음엔 꽤 속상하긴 했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니 연구소의 狼人같은 존재가 이 정도를 받
았으면 잘 받은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키는 일을 열심히 하고 평가를 못받아 불만이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위에서 시키는 일이 별로 없어서 널널하였고 따라서 얼마 안되는 시키는 일은 당연히 제대
로 했다고 자부한다.
오히려 일이 없으면 미치는 성미라서, 이런 저런 일을 꽤나 만들어서 했다. NS2000기술연구
소 사무국 간판으로,연구관리팀 간판으로, 제품기획팀 간판으로, 팀장들의 지원을 받아서...
그러나 그렇게 해도 1999~2002년의 4년은 여전히 여유시간이 많은지라, 시키지 않은 엉뚱한
일을 많이 했다. 그것이 바로 그 많은 글이다. 이는 여유시간만으로는 태부족이어서 수많은
불면의 밤과 휴일들을 쓸어넣었다. 그러나 이런 행동패턴으로 인해 질책을 받은 적도, 격려
를 받은 적도 없다. 업무 제껴두고 왜 엉뚱한 일 하냐는 소리도 들은 적 없다.
정말 적어도 연구소에 들어와서, 2002년 말까지 주어진 일을 엉뚱하게 처리했다거나 혹은
게일리해서 질책을 받은 적은 단 한번도 없다고 자부한다. 나의 고과권자들이 대부분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 마당에 이 말의 진위는 금방 판가름 날 것이다.
업무 바쁜 사람들은 내가 업무 제껴두고 엉뚱한 짓 하는 것처럼 보였겠지만 실은 나는 업무
제껴두고 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연구소 낭인이라고 하는 것이다. 글은 낭인의 봉사였다.
어쨌든 나는 연구소에서 윗분들이 일이라고 생각하는 일을 적게 한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낮은 평가를 인정한다. 하지만 아쉬움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나는 솔직히 내가 가진 인문적 통찰력으로 조명해야 할 일이 연구소나 회사에 참 많이 있다
고 느껴왔다. 연구소에 부족한 무엇인가를 채워줄 수 있는 무엇인가가 나에게 많이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는 연구소나 회사의 수많은 직원들을 만나면서 절실히 느꼈다. 그래서
나는 나의 효용을 과대 평가했다.
글로, 사무노위 일로 윗분들에게 좀 부담을 주는 존재긴 하지만, '검은고양이든 흰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고' 다른 고양이가 잘 못잡는 쥐를 간혹 잘 잡는 김대호라는 고양이의
효용은 충분히 인정 받으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거듭된 낮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나는 연구
소를 떠나려고 격렬하게 노력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문제는 이것이었다. 아쉬운 것도 이것이다.
일찍이 나의 효용에 대한 얘기를 인사평가과정에서 솔직하게 들었더라면 나는 진작 정신차
리고 다른 곳을 알아보았을 것이다. 연구소에 필요한 일과 관련하여 말단직원이 보는 우선
순위와 윗분들이 보는 우선 순위는 너무 다른 법이기에 말로 타이르면 나는 충분히 알아들
었을 텐데.... 물론 윗분들이 조언을 해 주고 싶은 애정을 못느끼도록 처신한 내 잘못도 커지
만...
몇 년전 TV에서 잭웰츠 인터뷰를 본 기억이 난다. (GE를 비롯하여 유수의 미국기업에서는
하위 10%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퇴사 권고를 한다고 한다. 따라서 나는 당연히 진작 퇴사
권고를 받았어야 할 사람이다)
요지는 그런 것이었다.
인정 때문에, 혹은 연공서열 때문에 인사고과가 왜곡되는 것은 회사에만 마이너스가 아니고
그 당사자에게도 크게 마이너스다!!! 왜냐하면 떠나야할 당사자로 하여금 온정주의적 인사평
가로 인해 결과적으로 회사가 그를 속여서 떠나기에 좋은 시점을 놓치게 만들므로서 그 사
람에게 큰 피해을 주기 때문이다.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정말 잭웰츠의 인사철학은 옳다고 생각한다.
나는 솔직히 어떤 연유로 D3개와 C하나를 받았는지 알지 못한다. 들은 적도 없다. 서류를
작성하긴 했지만 그 기준도 근거도 나의 업무나 실적에 대한 평가도 나는 들은 적 없다. 어
느날 on-line으로 평가가 날아왔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1999년 평가는 과장 승진 첫해의 인사 관행에 따라 으레히 그런줄 알았고(모두
이구동성으로 그렇게 얘기했으니까), 2000년 평가(2001년 5월 발표)도 혹시 그 연장선상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그 때문에 나는 내가 가진 재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곳(사내
일수도 있고 사외 일 수도 있다)으로 이동할 시기를 무려 2년이상을 놓쳤다. 사실 기존 팀
에서 아주 중핵적인 일을 한 것도 아니어서 옮겨도 팀 퍼포먼스에 별로 부담도 안되었다.
내가 아쉬운 것은 이것이다.
다시말해 나의 연구소에서의 쓰임새를 확인하는데 무려 4년이 걸려서 유감스럽다는 것이다.
하지만 늦게라도 윗분들이 생각하는 내 쓰임새를 확인하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래
서 나는 이를 겸허하게 받아들여 일단 연구소는 떠나고, 다른 본부에서도 쓰임새를 찾아 보
려한다. 만약 찾지 못한다면 이 회사를 떠나려 한다. 이는 위에다가 분명히 말씀 드린 사항
이다. 담당장과 본부장에게도. 그래서 이 글을 읽는 사람중에서 혹시 나와 궁합이 잘 맞을
것 같은 직무나 직장이 있으면 소개해 주면 더 없이 고맙겠다.
거듭 아쉬운 것은 진작 윗분들의 인사의 기준이나 철학이나 나의 객관적 기여도를 놓고 고
과권자들과 단 5분 정도의 토론이라도 2000년이나 2001년에 했더라면 나는 훨씬 빨리 연구
소를 떠나든지 아니면 회사를 떠났을 것이다. 그렇게되면 개인적으로도 맘 상하지 않고, 회
사나 우리 나라의 인적 자원활용 효율도 조금은 올라갔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한 얘기
지만 연구소에서 평가한 내 쓰임새가 나의 쓰임새의 전부가 아니다. 연구소에서는 데리고
쓰기에는 부담스런 일종의 낭인 이었지만, 회사 내의 다른 본부나 혹은 다른 회사에서는 괜
찮은 놈이 될 수 있다.
그런의미에서 우리의 인사평가는 좀 더 노골적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고과자의 기준,철
학,대상자에 대한 평가등을 놓고 대상자와 좀 더 치열하게 붙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평
가 기준과 철학과 고과자의 주관에 박힌 인상을 가능하면 진솔하게 털어놓고 당사자간 치열
한 토론을 통해 주관을 객관의 태양아래 노출시켜야 한다. 그래서 고과자나 대상자가 서로
에 대해 깊이 알고 자신의 주관에 대해서도 깊이 알아야 한다. 그래야 서로 발전이 있고,
인적 자원 활용의 효율도 올라간다고 생각한다.
많은 회사들은 평가과정에서 싱겡이가 붙고 평가 등급 통보이후에도 이의제기 절차도 있다
고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어느날 갑자기 전산시스템으로 날려주고 어떤 이의제기 절차
도 없다. 인사 시스템에 이의제기 절차가 미처 완비되지 못했다 하더라도, 평가등급을 놓고
치열하게 붙는 것은 기존 시스템내에서도 운영의 묘로서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운영의 묘를 살린 곳이 있다는 얘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분명한 것은 연봉등급이나 승진 여부를 놓고 사전에 치열하게 붙는 과정이 없으면 속병만
깊어진다. 나는 수십개의 협력업체를 알고, 대기업도 좀 아는데 상하간 불신이 이렇게 심한
회사를 알지 못한다. 특히 인사와 관련해서는 그렇다.
그리고 회사도 필요로 하고, 또 나같은 사람이 잘 할 수 있는 업무를 찾아서 원활하게 움직
이는 사내공모제도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진취적인 사람들이 많이 나가긴했
지만, 그래도 다른 팀이나 본부로 이동시 기존 부서에서 발목을 붙잡을 수 있는 권한(?) 때
문에 부서나 직무를 변경하려는 시도가 여간 위축되는 것이 아니다. 입사와 동시에 자신이
평생할 직무가 할당되는 인사관행이 없었기에 향후 몇 년간은 사내 공모제도를 통해 사람의
요구. 적성과 직무의 unmatching를 해소하려는 시도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인사태풍이 지나갔지만 회사는 여전히 평온하다. 물론 우리 사무직원들이 잘 아는 감정의
배설장에서는 정말 불쌍한 중생들의 *같은 한탄이 새어나온다. 대변이나 소변이 그사람의
생각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그 사람의 건강상태에 관한 많은 정보를 보여주는 것처럼, 익명
으로 마구 갈겨댈 수 있는 웹의 *같은 푸념과 한탄들은 우리 회사 사무직원들의 정신적 건
강상태에 관한 많은 정보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 배설물로 유추해 보건데 이 회사는 참
으로 우려스럽다. 차는 똘똘한 몇십명이 만들고 파는 것이 아니다.
그런의미에서 이 회사는 망각의 위력과 효용은 잘 아는 것 같지만 멀쩡한 겉모습 속으로 깊
게 퍼지는 골병은 잘 모르는 것 같다. 특히 정직성, 합리성, 도덕성의 위력은 잘 모르는 것
같다.
고객을 감동시키지 못하여 수익을 제대로 내지 못하는 회사는 노력만 하면 얼마든지 고객을
감동시키는 품질과 서비스를 생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상하간 본부간 부서간 불
신과 회의가 넘치는 조직이 고객을 감동시키는 품질과 서비스를 생산한다는 것은 결코 가능
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수많은 가치들과 기능들이 조화롭게 결합하고, 최하 품질이
전체 품질로 되는 자동차라는 상품에서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일하고도 진급에 누락이 된 많은 사람들에게, 별로 대수롭지 않는 나의 평가 등급건
으로 이런 글을 써게 되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또한 인사 시스템에 대한 약간의 이의 제
기로 인해, 행여 이번에 승진하신 분들의 노고와 능력을 행여 평가절하 하게되지 않을까 걱
정이 되기도 한다.
나는 새옹지마를 믿는다. 또 너무나 많이 체험했다.
잭웰츠가 우려한 바 대로 온정으로 자신에 대한 회사의 냉혹한 평가를 받지 못한 사람들,
그래서 대처할 시간을 놓쳤을 지도 모르는 많은 사람들 보다는 훨씬 복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인생에서 정작으로 중요한 것은 윤리와 도덕을 지키면서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별로 응어리가 없다. 다만 안타까울 뿐이다.
중국 최고의 출판사 중에 하나인 상무인서관 사장 루페이퀘이가 엘리트 의식이 강한 직원들
에게 누누히 강조했다는 말을 웹서핑하다가 발견했다.
“예를 다하여 상대방을 받들고, 겸손한 자세로 가르침을 청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자신
보다 백 배나 훌륭한 인재가 모여들게 된다. 상대방에게 경의를 표하고 그 의견을 경청하면
자신보다 열 배나 훌륭한 인재가 모여들게 된다. 상대방과 대등하게 행동하면 자기와 엇비
슷한 인간밖에 모여들지 않는다. 좌석에 기대앉아 막대기를 잡고 지시한다면 아첨꾼밖에 모
여들지 않는다. 무조건 화를 내며 혼을 낸다면 노예들만 모여들 뿐이다."
이는 남에게 하는 얘기만은 아니다. -끝-
항상 느끼지만 많은 사람들은 2001년 사무직에게 행해졌던 사실상의 정리해고의 의미를 잘
모르는 것 같다. 나는 당시 사무노의 교섭팀의 일원이었고, 그 정리해고 대상자였다. 불행인
지 다행인지 나보다 서열이 위에 있던 사람들 몇십명이 나갔기에 지금까지 붙어서 이런 글
을 쓰고 있다.
2001년 그 사건은 사무직과 회사의 고용 관계에서 하나의 큰 전환점이었다.
자동차 회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산업은 한참 전부터 사무직의 평생고용 신화는 파탄이
나 있었다. 그런데 자동차 회사는 국가기구(공무원조직)을 제외하고는 가장 안정적인 조직이
다 보니, 또 대우는 음성적 구조조정을 밀어부칠 힘이 없었기에, 신화의 파탄은 회사 파산을
계기로 갑자기 찾아왔을 뿐이다.
그런데 현대차나 삼성전자는 엄청난 이익을 내지만 지금도 음성적으로 사무직에대한 인력구
조조정은 계속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현재와 같은 기업환경에서는 그 어떤 기업이든
지 생존과 발전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것은, GM대우에서만 상식이 아니지 다른 곳에서
는 상식일 것이다.
물론 GM을 비롯한 미국회사들은 애초부터 생산직이든 사무직이든 평생고용 개념이 없다고
알려져있다. 이는 일본회사를 제외하고는 마찬가지라고 알고 있다. 이젠 일본 회사들 다수도
이 개념을 폐기했다고 알고 있다.
물론 고용안정과 회사의 경쟁력 향상이 완전히 합치되는 곳에서는 일본이든 미국이든 유럽
이든 평생고용에 가까운 개념이 부분적으로 유지.부활한다고 하지만 이는 매우 예외적인 현
상이라고 알고 있다.
어쨌든 GM대우는 한국회사이기에 한국의 노동법을 따를 것이다. 따라서 2003년말을 깃점으
로 고용보장 협정이 종료된다 하더라도 정리해고를 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1998~99년 같은 음성적 구조조정도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시대의 대세는 인력 구조조정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임금격차도 끊임없이 확대하도
록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이는 결코 신자유주의자들의 음모가 아니라 글로벌화된 시장 환
경에서 핵심 인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인 조치이다.
솔직히 개인적으로 사무직에 대한 합리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현단계 이 회사의 생존과 발전
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상시 구조조정을 했다는 GM도 접해보면 정말 늙은
거인이라는 생각이드는데, GM대우는 이대로 가면 자칫 늙은 난쟁이처럼 추해지지 않을까
한다. 갈데 있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나가고, 좋은 인력 수백명 받아 직업훈련시켜 또 끊임없
이 내보내면 그렇게 안될 수가 없다. 아마도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한 둘이 아닐 것이다.
분명한 것은 GM대우가 아무리 안정적인 자동차 회사라 하더라도, 아니 신규 인력 수백명을
채용한다 하더라도 외국인(그것도 미국) 투자기업에, 고용유연성이 절실히 필요한 한국의 대
기업인 이상 이런 추세를 앞질러 가면 앞질러 가지 뒤처져 갈 것 같지가 않다. 전세계가 고
용유연성이 넘치는 환경에서, 게다가 고용유연성을 폭넓게 허용하는 중국과 투자 유치 경쟁
을 힘겹게 벌리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만 외딴섬이 될 수는 없는 법이다.
따라서 인사평가는 합리적 인력 구조조정의 예비단계가 되어야 하고 그렇게 될 수밖에 없
다.
바로 그렇기에 합리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인사평가는 대상자나 고과자나 정말 목
숨을 걸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이직가능성이나 타본부나 타부서 이동 가능성, 업무의욕 상실 문제등을 심각하게 고
려해야 한다. 회사 전체의 인력 활용 효율성 차원에서 직원의 적성,능력,요구와 회사의 요구
및 평가자의 주관의 UNMATCHING을 치열하게 해소시켜 나가야한다. 이런 리사이클링 과
정을 거쳐 떠날 사람은 빨리 떠나도록 하고 재활용할 사람은 빨리 재활용 해야한다. 당연히
인사 평가의 후폭풍에 대해서는 고과자는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한다. 책임지고 사표쓰라는
얘기가 아니라 떠나겠다는 사람은 최대한 보내주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직이나 타본부 이
동에 따른 damage는 고과자가 어떤 방식으로든 감내해야 한다.
아마도 우리의 고과권자들은 '합리적 인력 구조조정은 이 회사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반드
시 필요하다'는 내 말에 대부분 동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사평가는 목숨을 걸고
치열하게, 최대한 엄정하게 해야 한다는 말에 대해서는 상당히 유보적일 것이라 생각한다.
어쩌면 '인사 평가의 어려움을 모르는 사람의 이상론'정도라 치부할 지 모르겠다.
나는 이 회사의 심각한 문제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연공서열-평생고용신화가 깨진이상 인사평가는 한 개인의 인생에서 폭풍을 일으키기 마련
인데, 평가자는 아무런 미풍같은 역풍조차 느끼지 못한다면 이는 심히 잘못된 것이다.
그런의미에서 지금 GM대우의 인사 평가 시스템은 정말 고과권자가 너무나 편하게, 아무런
부담없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다.
근거나 기준도 제시하지 않고, 이의제기도 허용하지 않고, 게다가 인사평가에 대한 불만으로
본부나 부서 이동을 추구하는 사람의 발목을 잡을 권한도 탄탄하다.
들리는 바로는, 차장이상에 대한 인사는(부분적으로도 그 이하도) 본부장이나 담당장의 평가
나 의중이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고한다. 평소때나 지금이나 얼굴을 대면하고 얘기를 제대로
나눌 수 없는 먼 곳에서 결정적인 권한을 행사한다는 것은 결코 합리적인 것 같지가 않다.
물론 그가 개별 인사에 대한 불만자들의 이의 제기에 대해 답변할 수 있을 만큼 기준이나
근거가 확고하면 전혀 문제가 안되겠지만...
공식 인사 발표 직전 승진자에 대한 개별면담 및 격려는 있었다. 그런데 그 못지 않게 중요
한 누락자나 저평가자에 면담은 없었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 보아도 이는 승
진자 면담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어디에서도 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
왜 누락됐는지, 왜 저평가 됐는지, 앞으로 처신을 어떻게하면 꿈을 이룰 수 있는지 얘기하는
사람도 없다. 물론 옮겨달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하나같이 부정적이라고 알고 있다. 세자리
수의 사내 공모가 이루어진다고 하는데도...
단지 직장 생활 길게 보고 참고 기다려라는 말밖에 없다. 시대가 사무직원들의 직장생활을
짧게 만들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정말 생각할수록 이 회사의 본부장이나 담당장이나 팀장들은 인사를 편하게 한다는 생각이
든다. 결코 정상인 것 같지가 않은데, 문제제기도 없는 것 같다.
확신컨대 지금의 평온은 GM대우의 지도체제가 닉라일리의 큰 신임아래 안정되었고, 바깥은
불황이고, 대폭적인 승진이 이루어졌고, 또 용감한 전사들이 상당수 떠났기 때문에 단지 수
면위에만 머무는 평온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수면아래 부는 역풍은 뚜렷하게 느낄 수 있
다. 나는 이를 단지 글로 표출했을 뿐이다.
이 나라의 수십년 묵은 문제는 분단과 전쟁과 오랜 독재로 인해 감시받지 않고 자의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력이 소수에게 너무 집중되어있었다는 것이다. 권력이나 금력을 가진 곳
의 자유재량권을 크게 주면 반드시 반칙(이는 융통성이라고 한다)과 특권이 난무하게 되어
있다.
물론 기업인 이상 경영자의 직관과 통찰은 충분히 허용되어야 한다. 공무원 조직조차도 상
층의 직관과 통찰에 의한 발탁인사 바람이 부는 실정이다. 그런데 어디까지나 인사의 기본
베이스는 철저하고 과학적인 평가 시스템이지 상층의 직관과 통찰이 아니다. 다시말해 인사
평가의 기조는 객관성,투명성,과학성(다면평가등),만천하에 공표된 인사권자의 철학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발탁인사등 경영자의 직관은 바로 이 기조가 탄탄한 상태에서 드물게 행사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회사는 기본 베이스가 없거나 매우 취약한 상태에서 윗사람의 직관과 통찰이 기
본 베이스가 되는 것처럼 보인다. 엄정하고 과학적인 인사를 했던 사람들은 섭섭하겠지만
직원들에게 비친 이 회사 인사는 이런 모습이다.
인사는 원래 결코 공개할 수 없는 블랙박스가 있기 마련이다. 아무리 평가 시스템이 발달해
도 인사권자의 직관이라는 블랙박스를 없앨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회사 인사는 처음
부터 끝까지 사실상 블랙박스라는 것이다.
솔직히 직관외에 내 놓을 기준이나 근거가 있는가? 심중에 기준이나 근거가 없는 인사권자
가 어디있겠냐만, 왜? 왜? 왜? 라는 물음 한 두 번정도를 견딜 수 있는 견고한 기준과 근거
가 있는가?
업무와 관련하여 부하들 깰때는 '왜'라고 세 번 혹은 다섯 번 물으라고 한다. 그런데 '인사가
만사'라는데 자신의 인사 기준이나 원칙에 대해 왜라고 세 번이라도 물은 사람조차 있는지
의문이다.
우리회사 인사시스템은 정말 후지다. 창피할 정도로 후지다. 인사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처럼 보인다. 바깥에는 인사평가제도와 관련된 연구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그런데 이것
이 우리 회사로 들어오면 온통 시기상조니 현실론 앞에 아니 고과권자들의 편의주의 앞에
모조리 무릎을 꿇는 것처럼 보인다.
내가 인사유감을 표명한 글을 썼더니 이 회사 팀장 이상급 전체에 부담스런 사람으로 찍혔
다는 얘기를 하면서, 내가 갈 곳이 사무노위나 타 회사밖에 없지 않겠냐는 사람들이 꽤 있
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만약 갈 곳이 이 회사에서 사무노위밖에 없다면 이 회사는 빨리 떠
나는 것이 내 인생에 결코 나쁠 것 같지가 않다.
부엌칼이든, 바늘이든, 빗자루든, 막대기든 아무거나 쥐어주면 볼만한 무예를 한번 발휘할
자신감을 갖고 이 회사를 다녔다. 인생의 절정기에 재주를 발휘할 아무것도 쥐지 못했으니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아직은 젊고, 부끄럼없이 살았기에 팔자가 험난하다는 생각은 안든다. 그래도 한심하
다는 생각이 끊임없이 스믈스믈 기어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끝-
사족하나 달면
내가 인포맨에 글을 올린지 거의 4년이 되어 간다. 99년 5월 말 '대우차 왜 안팔리나?'라는 화두로인해 NAC
게시판이 수십명의 열혈청년들의 아이디어로 들끓은 적이 있었다. 바로 그때 나도 인포맨에 데뷔하였다. 그리
고 거의 4년이 흘렀다.
참으로 그 때가 아침이라면 지금은 짙은 어둠이 산의 외곽선조차 삼키는 늦은 저녁 무렵이
다. 문득 돌아보니 그 때 이후로 회사 문제를 가지고 떠들어 대던 그 많은 열혈청년들 대부
분은 이 회사를 떠난 것 같다. 또한 자신의 업무가 아닌 회사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하던 열
정도 마찬가지로 이 회사를 떠난 것 같다.
과거에 들끓었던 그 아이디어와 문제의식의 합리적 핵심이 별로 수용되지도 진지하게 검토
되지도 않는 상황에서 이는 바람직한 변화같지가 않다. 각종 시스템이 GM글로벌시스템으
로 통합되어 움직이고, 또 지나친 분화와 언어문제등으로 개선 아이디어와 의욕이 현저하게
감퇴하고, 개선 절차가 복잡해진 것을 보면,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열받는 것을 보면 조용한
것은 그리 바람직한 변화로 보이지 않는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잘 팔리는 차를 만들려는
손놀림이 늦어진 것은 아니겠지만...
요즈음 사무노위 웹게시판을 들어가보면 놀라는 것은 그 조회수다. 자유게시판은 거의 쓰레
기장으로 바뀌었는데 조회수는 1000을 훌쩍 넘는다. 인포맨이 활성화 된 시기에는 300~500
수준이었다. 그 때의 자유게시판은 지금보다 훨씬 나았고 사무직 인원도 지금의 거의 2배
가까이 되었을 것이다.(퇴사와 버스 상용차의 분사를 생각하면 그 쯤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볼 것없는 웹게시판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사무직들이 회사 소
식에 관심이 많고 회사 운명에 대해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비전에 대하여, 제품전략에 대하
여, 인사평가등 회사 정책에 대하여, 리더십에 대하여, 경쟁사에대하여, 시장의 메가트렌드에
대하여, 시대의 추세나 시대의 화두에 대하여 관심이 있고 그것이 공식 언로나 인포맨을 통
해서 채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젠 인포맨은 더 이상 이런 궁금증을 해소시켜 주는 곳이 아니다. 아마 가장 끈질긴 필자
인 내가 글을 접으면 회사 문제를 가지고 떠들어 댈 사람이 얼마나 있을 지 모르겠다. 많이
떠들어 댄 다는 것은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심심한 일이다. 심심하기에 쓰레기
장 같은 웹게시판으로 찾아오는 것일 게다.
(사무노위 웹만 본다면 대우에는 쓰레기만 남은 것 같다는 느낌이 절로 들 정도로 눈쌀 지
푸리게 하는 글 투성이이다. 이는 토론도 되지 않는데 정치,경제,문화등과 관련된 글들을 토
론마당으로 몰아넣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자신하건데 전국 자유게시판 중에서 가장 저
질이고 유치한 글들의 비중이 높은 곳이 바로 사무노위 자유게시판이라고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곳에서는 주제를 제한하지 않는데 사무노위 게시판은 주제를 회사 문제로
국한하다 보니 쓰레기 같은 글이 희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자유게시판 들어가 보지 않은
사람은 계속 들어가지 마시길.... 대우 다니는 인간에 대한 회의가 드니까. 그놈의 정치가 무
엇인지!!! 왜 그렇게 자유게시판에서 회사 얘기 외에는 터부시 하는지!!! 정치 얘기가 익명으
로 마구 갈겨대는 쓰레기같은 푸념 한탄 저주 비아냥 보다 못한지!!! )
이라크 전쟁을 수행하는 미국을 보면, 첩보위성이나 무기사찰단의 눈으로 이라크의 하드웨
어는 오래도록 이잡듯이 훑었지만, 그 시대착오적인 독재자 후세인을 증오하면서도 지지하
는 이라크 국민들의 민족/종교 정서라는 소프트웨어는 제대로 보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
그야말로 후세인 일가 분쇄라는 전투에서는 승리해도 미국의 세계전략상 목표 달성이라는
전쟁에서는 실패할 것 같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나는 GM도 사물을 통찰하는 눈이 이라크
전쟁을 결정하고 수행하는 미국의 최고 엘리트 수준을 넘어 서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
된다.
과연 지금 1999년처럼 '이 회사 왜 이런가?' 혹은 '회사의 제품정책, 인사정책,비전등등에 대
하여 무엇인 문제인가?'라는 화두를 던진다면 어떤 양상이 벌어질지 궁금하다. 아마 회사 떠
날 사람 아니면 한마디 할 사람이 별로 없을 것 같다. 찍히면 *된다는 두려움도 없지는 않
을 것이고, 업무가 바빠진 탓도 있겠지만 결정적인 것은 말해봐야 소용없을 것 같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아마도 이번에 들어오는 신입사원이 3~4년차로 성장하는 2006~7년 정도까지는 '말해
봐야 무엇하나'라는 정서는 계속되지 않을까 한다. 회사 문제를 놓고 기명으로 기탄없이 의
견을 피력하고 토론하던 그 열정은 그때나 부활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