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식 시인의 시집 [리트머스 고양이]가
2009년 9월, 도서출판작가에서 나왔다.
이원식 시인은
1962년 서울 출생으로
동국대 국문학과 및 성균관대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2004년 {불교문예}에 시,
2005년 {월간문학}에 시조가 당선되어 등단하였으며,
2007년 시집 [누렁이 마음]을 낸 바 있다.
다음은 '시인의 말'의 일부이다.
"... 다시 단시조만을 모아 엮는다.
우리시의 품 안에서
짧은 시의 아름다움을 찾기 위하여
단수(單首)를 택한 것이다...."
최재목 시인(영남대 철학과 교수)은 해설 ''붉은/푸른' 상처로 그린 작묘도(鵲猫圖)'에서
이원식 시인의 시집을 다음과 같이 살피고 있다.
"... 시인의 '자아'는 <리트머스 - 고양이>에 투영되고, 사물에 대응하며
'붉은/푸른' 색감으로 알록달록한 '꽃무늬'처럼 드러나는 대목에 이르면 참 눈물겹기도 하다.
자아는 '붉은/푸른' 피를 흘리며 서 있는 것이다. 아파도 겉으론 아프지 않은 채
웃고 있으면서(푸른) 속으로는 눈이 벌겋도록 울고 있는(붉은) 것이다.
그것은 모든 중생들의 삶이기도 하며, 그런 삶을 위해 올린 '헌화(獻花)'이다.
... 겉보기에 삶은 '은빛'처럼 보여 끊임없이 잡으려 다가선다. 그러나
막상 다가가 들여다보면 '꿈'이고 '환(幻)'이다. '마야(maya)'이다.
그러나 삶의 힘은 바로 이 '꿈', 환(幻)'에서 생겨난다. 그것이라도 있으니
전방을 주시하며 걸어가는 것 아닌가. 그것마저 없다면 힘이 빠져서 걸어갈 수조차 없을 것이다...
... 그러나 시인은 알고 있다. 희망도 절망에 뿌리 내리고 있고, 절망도 희망에 뿌리내리고 있다는
밑도 끝도 없는 순환 논법 속에 우리가 있음을. '그래서', 더욱 거침없는 시인의 정진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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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마시다 / 이원식
따뜻한 녹차 한 잔
우러나는
그리움
한 줄 여린
사랑도
가리어진
미움도
한 마리
소금쟁이가 남긴
눈 먼
음파(音波)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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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트머스 고양이 / 이원식
인적 없는 곳에서는
바람도 꽃이었다
꽃이 되고픈 길고양이
바람의 잎을 떼고 있다
상처 난 발자국 따라
수놓는 헌화(獻花)
붉은,
푸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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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동빛 하루 - 조계사에서 / 이원식
빈 하늘 달래는 건
꽃도 새도 아닌
향내
비둘기 눈물 좇아
이슥토록 서성이다
귀가길 부르는 음성
돌아보니
풍경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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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무명배우의 죽음 / 이원식
삼십 촉 알전구가
퍽! 하고
나간 순간
깜깜해진 화장실에서
볼일을 봐야했다
거대한
태양빛보다
간절했던
작은 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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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라미 속으로 / 이원식
버려진 손거울이었다
한 하늘을 바라보는
구름보다 가벼운 새 한 마리 날아간다
허기진 꽃잎이 질 때
누군가의 발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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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수 시조집이다.
나도 늘 생각중인 시조집의 형태다.
단수만을 모아서 시집 한 권을 엮는다는 건
대단한 뚝심이 아니면 실천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 안에 헤싱바싱한 일상을 눌러줄 육중한 무게와
답답하게 내리누르는 일상을 가비얍게 들어올려줄 산들바람이 실려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해설의 분량이 상당히 많아서 더러 중언부언인 듯한 느낌을 받았다.
철학이란 쉬운 것을 어렵게 말하는 학문이라더니
빈말이 아닌 듯하다.
불교적 색채의 시편들이 많다보니
관념적 세계관이 농후하다.
일상을 살피되 사람살이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주변적인 소재를 적고 있어서(결국 사람의 이야기라고는 하나 일정한 거리감은 남는다)
삶의 중심을 비켜선 듯하다. 뚫고 들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소한 낱말까지 한자로 처리한 점과 해설 부분의 미숙한 교정 등이 좀 거슬린다.
그러다보니 시조집 전체를 놓고 볼 때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