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한참동안 못가본 숲엘 갔습니다. 아파트 담장과 맛물린 울창한 참나무숲은 완연히 깊은 가을속에 물들어 있었습니다. 여름내내 무성했던 잎사귀들은 단풍잎으로 바뀌어 말라 가면서 바람에 흔들리고 또 나부끼고 있었습니다. 나무사이를 지나다 참담히 껍질이 짓이겨진 등걸에 종이조각을 보고 발길을 붙잡혔습니다. "도토리 줍지 마세요..다람쥐 양식입니다" 글을 쓸줄아는 다람쥐가 있을리 없고 앙증맞은 글씨로 보아 어떤 초등학생이 써붙인 모양입니다. 그냥 지나치려다 누군지 모르지만 동물까지 배려하는 그 기특한 마음이 궁금해졌습니다. 도토리.. 모든 참나무의 열매를 도토리라 하지요. 하지만 식물도감에 참나무는 없습니다. 갈참나무, 졸참나무, 상수리나무, 떡갈나무 ...이렇게 도토리가 열리는 나무를 모두 참나무라 부르니까요.. 가을이 깊어가는 지금이 바로 도토리의 제철이지요.. 어릴적 이맘때면 시골에서 어머니를 따라 산에 도토리 아니 꿀밤을 주으러 갔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아름드리 참나무 아래 서면 부는 바람에 머리엔 꿀밤때리듯 꿀밤들이 우수수 떨어져 내렸습니다. (꿀밤의 유래가 아마 아래서?ㅎㅎ) 어머니께선 며칠 물에 우려낸 다음 방아에 빻아 묵을 만드셨지요.. 진한 커피색깔로 응고된 묵을 썰어 간장에 찍어먹으면 약간 떫은듯한 참나무 숲의 내음이 입안에 쫄깃하게 번져갔습니다. 그건 일년에 한차례 연중행사처럼 즐기며 맛보는 호사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여기 도시에선 그냥 땅에 떨어진걸 줍는게 아니라 큰 쇠망치로 나무를 얼마나 때렸던지 나무는 껍질을 찟은채 신음합니다. 정말 너무들 한다 싶습니다. 도대체 얼마만큼의 도토리를 주워서 묵을 만들어 먹을건지.. 묵을 만드는 방법을 알기나 하는것인지 참으로 궁금합니다. 그러고 보니 가을숲을 걷다가 도토리를 밟아 넘어질뻔한 기억이 최근엔 없습니다. 그 글을 써붙인 그 아이의 눈엔 나무를 흔드는것으로는 성이 안차 쇠망치로 나무를 때려 도토리를 따는 어른들이 얼마나 공포스러웠을까요? 다람쥐의 대변인을 자처한 그 아이가 써붙인 그 말이 마치 경고처럼 다가섭니다. 도토리를 싹쓸이해서 다 주워가면 귀여운 다람쥐들은 영영 볼수없다는.. 경고..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동물은 정녕 인간인가 봅니다. 당장 굶주리지 않는데도 더 가지려 탐욕스러워하는 동물은 인간밖에 없으니까요... 이세상에 다람쥐가 한마리도 없어도 사는데 아무 불편이 없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동안 인간이 저지른 무차별적인 탐욕과 약탈로 인해 황폐해 지고 이미 이 지구상에서 사라진 種은 헤아릴수 없이 많습니다. 그 아이의 경고를 무시한다면 이세상에서 앙증맞고 이쁜몸짓의 한 種이 또 사라질지 모릅니다. 그런게 사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그런 일이겠지만 말입니다 ........ 묵 너무 좋아하지 마세요! 묵을 만드는 도토리 다람쥐들의 양식이랍니다! 행복하시길...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