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3 으로 속 때(心垢)지우기
박 덕 희
대중탕으로 목욕을 하러 갔다. 가을이 되니 목욕하러 오는 사람이 늘어나 목욕탕 종사자들의 손길도 더욱 바빠지는 것 같다. 매일 샤워는 하나 목욕은 역시 뜨거운 탕 안에 들어가 “앗! 뜨거워, 시원하다.” 하며 땀을 흘려야 제 맛이다. 혈액순환을 잘 되게 하므로 건강도 챙기고 몸에 있는 때와 땀 냄새를 지우기 위한 청소 운동 이라할까. 목욕 후 그 기분은 말할 수 없이 상쾌하다. 온탕에 들어가서 눈을 지그시 감으니 엊저녁에 지하철을 타고 오던 생각이 난다. 내 코를 의심할 정도의 악취를 풍기며 옆에 앉은 남자의 몸에서 나는 냄새 때문이다. 찌든 때 냄새 정말 역겹다. 그 분의 악취와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는 부정부패한 사람의 속 때와 비교해 본다. 몸의 때는 물로 씻으면 되지만 마음의 때는 어떻게 씻을까? 마음의 때를 씻어내는 목욕탕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스스로 참회하는 것만이 마음의 때를 벗길 수 있는 때밀이가 될 것 같다.
지하철 전동차 내 양쪽 끝부분 좌우 각 3석이 노약자 임산부 장애인석 인데 가끔 임산부가 앉기도 하지만 대부분 경로석으로 이용된다. 요즈음은 경로석이 만원이다. 앞으로 경로석을 더 늘인다고 하지만 경로 좌석 한 두 개가 비어 있으면 3석 중 가운데가 보통 비어 있다. 모두 떨어져 앉기를 좋아하고 창문 입구 쪽을 선호한다. 그 날도 할머니 한분은 출입문 입구 쪽에 앉았고 노숙자 같은 분이 안쪽에 앉아 있었다. 나는 피곤해서 그 사이에 끼어 앉아 왔기에 악취의 곤욕을 치러야 했다. 오늘 새벽에도 오온(사람)은 불구부정(더럽지도 깨끗하지도 않다)이라고 독송하며 마음을 다스리고도 나의 비심鼻心이 현실적으로 부정하고 있어 부끄럽다.
여름철에 몸이 비대한 사람이 두 사람이 앉은 사이로 엉덩이를 깊숙이 비집고 들어와 자기 회전의자에 앉듯이 하면, 몸이 접촉 되어 기분이 그리 좋지 않다. 해서 몸이 비대한 사람이 앉아 있으면 잘 앉지 않고 서서 간다. 피곤하거나 멀리 갈 때는 할 수 없이 앉는다. 부딪치는 것이 싫어 엉덩이를 걸치는 정도로 약간 얹어 놓고 간다. 할머니들은 덜 하지만 깨끗하지 못한 남자가 옆에 있으면 나도 나이 먹은 사람이지만 솔직히 반갑지 않다. 날씨가 더울 때는 더 하다. 모든 동물은 기본적으로 냄새를 분비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나에게도 냄새가 나는데 남에게서만 냄새가 난다고 불쾌해 한다. 더군다나 몸속의 때 냄새는 더욱 맡지 못한다.
사람에겐 안眼 ∙ 이耳∙ 비鼻∙ 설舌 ∙ 신身 ∙ 의意의 6근根이 있다. 욕심의 뿌리다. 각근의 6식識 이 대상에 작용하여 일어나는 현상이 6경(境=색∙소리∙냄새∙맛∙촉감∙형태) 이라하는데 각식 마다 ‘좋다, 나쁘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괴롭다, 즐겁다,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다.’ 라는 번뇌가 일어난다. 그런데 의식을 제외한 5식은 꼭 좋은 것만 탐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냄새도 좋은 것은 탐하고 악취는 배척한다.
나이가 들면 눈과 귀는 멀어져 가는데 코와 혀와 촉감은 젊으나 늙으나 같다. 오히려 더 민감해져 좋은 것만 찾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 같다. 돋보기와 보청기가 대신 해주지만 근본적으로 눈과 귀는 늙으면 며느리가 흉을 바도 잘 보이지 않거나 잘 알아듣지 못하게 되어 있다. 해서 흉을 본 쪽이나 못 들은 쪽 공히 좋은데 코는 야속타, 인간의 취각도 태초보단 퇴화 되었다 하나 늙어서도 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잘 맡는다. 내가 어릴 때 고향집에 염색 업을 하며 세 들어 살던 젊은 부부가 있었는데 암내 腋臭가 지독했다. 여자한테서 나는 것 같은데, 남편은 축농증 환자도 아닌데 냄새를 맡지 못한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기억이 있다. 남에게 지독한 암내를 풍겨도 천상배필인 부부 사이엔 악취를 맡지 못하는 경우도 보았지만 이와 반대로 환취幻臭를 느끼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자기의 냄새는 잘 맡지 못할 뿐 아니라 싫어하지도 않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자기의 과오도 마찬가지로 숨기거나 부정하거나 축소시키는 사람을 볼 수 있다.
냄새는 동물에겐 페로몬 (pheromone =특수한 액즙을 만들어 내보내는 기능을 하는 샘 세포 조직) 이란 호르몬이 있어 냄새를 풍기는데 동물 세계에선 치열한 성적 경쟁의 훌륭한 무기가 된단다. 설치류에선 암컷이 임신초기에 다른 수컷의 냄새를 일정기간 맡으면 유산이 된다. 개미는 페로몬으로 집을 찾아오고 물고기가 무리지어 다니는 것도 페로몬의 힘이란다. 사냥개의 후각은 인간의 50배가 된다. 가장 강력한 것은 ‘봄 비콜’ bombykol 이라는 누에나방의 페로몬으로, 1조 단위 공기분자 속에 한 개의 페로몬 분자가 있어도, 수컷은 암컷을 찾을 수 있단다. 전에 TV를 본 일이 있는데 나비가 남북 대륙 간을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 아마 붐 비콜 의 힘이 아닌가 생각된다. 일정량의 페로몬은 사랑의 냄새지만 찌든 경우와, 일상생활 중 에크린eccrine 땀샘의 땀과 먼지를 씻거나 닦지 않을 때, 냄새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악취가 난단다.
손자 손녀를 돌보는데 그 중엔 나를 잘 따라 밤이면 같이 잠자기를 좋아하는 자식도 있지만 어떤 자식은 1 년 전 만해도 나에게 잘 따르며 안겨서 뽀뽀도 잘 하던 녀석이 나이가 조금 들어서인지 지금은 싫어한다. 특히 손녀는 더하다 “할아버지! 이상한 냄새나 저리가! 내 옆에 오지 마!” 한다. 그렇거니 하다가도 자주 들으니 섭섭하다. 그렇지 않아도 하루 한 갑 이상씩 피우던 애연가였는데, 손자를 돌보기 시작 하고부터 며느리와 딸들이 싫어 할 것을 생각해 숫한 고충 끝에 금연을 했지 않는가. 요즈음은 애들이 커 가니 냄새가 난다 할 것 같아 하루 한 번씩 샤워를 하고, 양치질도 아침 낮 저녁 꼭 문지른다. 그렇게 하는데도 냄새가 난단다. 노인 냄새는 지울 수 없는가보다 하며 머리를 감는다. 아내는 내가 머리를 적당히 두 번 감는 것을 보고 3번씩 감으라고 주문한다. 양치질도 3∙3∙3을 지키란다.
오늘도 전신을 피가 나도록 문지른 후 미안수를 제대로 바르고 손녀에게로 갔다. 할아버지한테서 향긋한 냄새가 난다며 나에게 안긴다. 나는 손녀를 안고 뽀뽀도 하고 맴돌이도 해주었다. 남이 좋으니 나도 좋다. 이것이 행복이 아니겠는가. 앞으로 머리를 감을 때 3∙3 을 적용해 3번 감고 3번 이상 행구 리라. 모든 것이 내 잘못인 것을 모르고 남을 탓한 내 자신이 부끄럽다. 손녀의 지적을 교훈삼아 남을 탓하기 전에, 몸 뿐 아니라 내 마음속 3독심의 때도 1일 3성(省)으로 밀어 보리라.
첫댓글 "마음의 때를 씻어내는 목욕탕이 있으면..." 제가 찾고 있는 목욕탕입니다. 혹여 찾으시거든 바로 알려주셔요. "마음속 3독심의 때도 1일 3성(省)으로 밀어" 보겠습니다. 선생님, 반성하며 잘 읽었습니다.
마음의 때를 벗겨 보겠다고 다짐하는 글인데 말하기는 쉬워도 행동하기가 어렵네요.노력하겠습니다.
창작 수필 여름호에서 읽고 무릎을 쳤습니다. 이 책이 며칠만 먼저 왔어도 제 글을 쓰지 않았을텐데. 제 글이 관념적인데 비해 선배님의 글은 구체적인 사례들이 있어 훨씬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수필은 자기의 글인데 관념적이든 실질적이든 자기화 하여 제3자에게 감동을 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 글이 기행수필 같은데 효심을 본받게 하는 좋은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어쩌면 제가 지금 주위에서 지적받고 있는 사연들을 이리도 잘 표현하셨나이까? 학문적인 고찰도 곁들어서요. 공감합니다. 젊은 사원들과 함께하는 저는 '향수'를 애용한지가 꽤 오래되었습니다. 3.3.3을 실행해도 냄세가 날까요? 젊은 사람들에게서는 향긋한 냄세가 나는데 제 냄세를 제가 맡을 수 없으니 답답할 뿐입니다.
선생님은 몇번 만나 보았지만 핸섬한분이라 냄새가 나지 않았습니다. 마음속도 향기가 나고 남이 손까락질 할 정도의 때가 없는 좋은분인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