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서울대 출신 미국박사
미국 위스콘신주 매디슨에 있는 주립대에선 아시아 학생을 보면 으레 한국서 온 줄 안다. 외국인 학생 3650명 중 한국이 880명으로 가장 많다. 그 다음이 중국(708명) 인도(347명) 대만(256명) 순이다.
이런 사정이라 웬만한 강의실에 들어가 보면 한국 학생이 열에 한 명꼴은 된다고 한다. 석·박사 과정 대학원생들은 졸업 때까지 한국 학생끼리도 얼굴조차 모르고 지내는 수가 많다.
▶이 대학에선 매년 4월이면 한국유학생회 주최로 '코리안 나이트'라는 축제가 열린다. 비보이 공연, 태권도 시범, 유학생 밴드 공연들로 성황을 이룬다. 학교 주변엔 한국인 교회 5곳, 성당 1곳이 있다.
주일이면 유학생 김밥파티가 열리고 신학기면 교회끼리 학생 신도 유치경쟁도 벌어진다. 위스콘신 미네소타 일리노이 등 중북부 5개 주립대 학생들이 1년에 두 차례 실력을 겨루는 '코리안 테니스 챔피언십'도 열린다.
▶1997~2006년 미국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 중 서울대 출신이 3420명이라고 한다.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 대학 가운데 UC버클리의 4298명에 이어 두 번째다.
미국에 대학이 3500개가 넘지만 서울대보다 박사를 더 많이 배출하는 대학이 한 곳뿐이다. 작년 말 현재 미국서 공부하는 한국인 유학생이 10만 명을 넘어섰다. 인구 10억의 인도(유학생 8만8000명), 13억의 중국(7만2000명)보다 많다.
▶최근엔 서울대가 박사 배출에서 중국 대학들에 밀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2006년 칭화대 571명, 베이징대 507명이었고 UC버클리가 427명이었는데 서울대는 393명으로 4위에 그쳤다.
1994년 638명에 비하면 서울대 출신 박사가 거의 절반까지 떨어졌다. 서울대 입학정원이 과거 4000명을 훨씬 넘다 최근 3000명 아래로 줄어든 사정과 관계가 있을 것이다.
▶KAIST 서남표 총장은 작년 9월 서울대 강연에서 "서울대가 언제까지 외국 유명 대학원에 학생을 공급하는 피더스쿨(feeder school·양육학교) 노릇이나 할 거냐"고 질타했었다.
유능한 학부 졸업생들이 국내 대학원을 기피하고 외국 대학으로 몰려가는 현실을 개탄한 것이다. 선진국 학문을 배워 들어오는 것은 국가 발전에 바람직한 일이다.
문제는 미국에 눌러앉는 사람이 계속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결국 대학 경쟁력은 교수들이 얼마나 능력 있고 열심히 연구하느냐에 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