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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채나물정식’하면 일단 마음이 푸짐해진다. 밭에서 산에서 나는 나물들이 번듯하게 올라오는 밥상, 생각만해도 오지지 않은가. 맑은 공기 먹고 흙을 품고 자란 나물들, 각박한 도시생활에 절어 강팍해진 마음이 풀어져 순해지는 느낌이다.
가짓수는 또 오죽 많은가. 집에서 이 많은 나물반찬 차려놓고 먹으려면 제사나 명절 아니면, 아니 이런 행사 때도 수월하게 맛보기 어렵다. 푸짐하면서도 반찬 한 가지 한 가지에 온갖 정성 기울여 이 나물 저 반찬 찬찬히 맛보며 밥 먹느라 시간이 오래 걸리는 집이 일곡동에 있는 `행랑채’이다.
호박 무말랭이 취나물 토란대 등 나물류는 중부지방에서 구입한다. 남부지방보다 쌀쌀한 날씨에 말린 것이 꼬들꼬들하니 맛이 더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 박나물 연꽃줄기나물 버섯 돌나물 마늘쫑 도라지 등 10여 가지.
산채나물은 충분히 고유의 풍미를 유지하는 조리법을 써야 한다. 직접 들깻가루 갈아서 신선하게 쓰고 소금에 무칠 것, 된장에 버무릴 것, 고춧가루 써야 될 것 등 나물 종류에 따라 요리법 달리해 옹구그릇에 차려내온다. 특히 연꽃줄기는 비싼 데다 흔하지 않아 이 계절에나 맛볼 수 있는 품목. 사각사각 씹히는 맛이 경쾌하면서도 부드럽다.
김치는 날마다 생김치로 담그고, 화학조미료는 쓰지 않는다. 밥은 쌀 보리 수수 조 검정쌀 등 오곡을 넣어 짓는다. 내올 때도 양푼에 넉넉하게 가져온다. 각자 밥그릇에 덜어 먹고 혹 남은 밥이 있으면 남은 나물 넣어서 비벼먹는 맛도 좋다. 포강포강 빈 그릇 포개는 재미 또한 오지다.
돼지고기 주물럭에 겨자·갓이파리·상추 등 유기농 채소도 듬뿍 나온다.
3년된 묵은지에 삼겹살 삶은 돼지고기와 홍어 얹어 먹는 `홍어삼합’과 빈대떡도 손님들이 즐겨찾는다.
▲차림(가격): 산채나물정식 5000원, 삼합 3만원, 빈대떡 8000원
▲주소: 북구 일곡동 859-10
▲전화: 575-8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