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월 20일 오후 8시 56분 53초에 강원도 강릉시 서쪽 23km 지점에서 규모 4.8의 지진이 발생했다.
규모4.8 지진은 그 위력이 대략 1만6천 톤의TNT 폭약 수준으로 소형 핵폭탄 1개와 맞먹는다. 하지만 소방방재청의 발표에 따르면 공식적인 인명, 재산피해는 없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의 강태섭 박사는 “진원의 깊이가 13.1km 정도로 깊었고, 진앙이 민가가 드문 산악지대라 피해가 적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진파는 진원의 깊이, 전파경로, 지반 특성에 따라 땅 위로 전달되는 에너지의 세기가 달라진다. 지진을 감지한 지점에서 사람이 느끼는 진동과 시설물의 피해 정도를 로마숫자로 표시한 것이 진도다. 기상청이 발표한 각 지역별 진도는 강원도 일부 지역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이 Ⅱ~Ⅳ로 직접적인 피해를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피해가 없었지만 지진파가 전국에서 감지 될 정도로 전파 범위가 넓었던 이유는 뭘까. 강 박사는 “일반적으로 진원이 깊을수록 진앙에 전달되는 에너지가 작아지는 반면 지진파는 더 멀리 전파된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이번 지진의 속보를 내보내는데 1분 7초, 그보다 더 자세한 지진통보를 내는데 5분 30초가 걸렸다. 지진을 느끼자마자 인터넷 게시판에 질문을 올렸던 네티즌들은 ‘인터넷보다 느린 속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기상청 지진감시과 박종찬 사무관은 “전국 지진관측소의 자료를 받는데 걸리는 시간만도 수 십초”라며 “진동이 지진 때문인지 판단하고 규모와 진원을 계산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금 어느 지역에서 진동을 느꼈다’는 네티즌의 제보를 정확한 지진정보를 담고 있는 지진속보와 비교하는 일은 무리라는 얘기다. 실제로 지진관측소 주변에서는 공사장의 발파 때문에 진동이 감지되는 경우도 많다.
물론 지진파를 검출한 자료가 많으면 정확한 지진정보를 더 빨리 얻을 수 있다. 지진관측장비가 수 만개에 달하는 일본은 30여 초 만에 비교적 정확한 속보를 낸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전국에 지진관측소가 80여 개 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속보를 빨리 내면 정확도는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에서 지진속보의 ‘신속’과 ‘정확’은 아직 ‘동전의 양면’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만약 이런 지진이 인구가 밀집한 서울에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 서울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 김재관 교수는 2005년 한국지진공학회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번 지진과 비슷한 규모 5.0의 지진이 서울 동부 지역에서 발생했다고 가정하고, 강남 지역 대로변의 피해 정도를 가상실험으로 예측했다.
지반과 건물 특성을 고려해 실험한 결과 반 이상 파괴된 건물은 약 10%를 넘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그런데 고층 건물보다 저층 건물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컸다. 김 교수는 “실험의 지진파는 2~5Hz 진동수가 우세했는데, 이 정도 고유진동수를 갖고 있는 2~5층 건물이 피해를 많이 입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1985년 멕시코시티에서 400km 떨어진 곳에서 규모 8.1의 강진이 일어났다. 멕시코시티는 지진의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는데, 유독 20층 안팎 높이의 건물만 무너지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KAIST 토목공학과 김동수 교수는 “20층 정도 건물의 고유진동수가 지진파의 진동수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안형준 기자의 ‘강원도 발 지진파 주말 저녁을 흔들다!’에서 발췌 및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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