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노동자를 석방하고 건설노동자 탄압을 중단하라!
한 여름 밤의 열기는 식을 줄 모르고 사람을 지치게 합니다. 매미란 놈은 밤이 늦은 시간임에도 가는 여름을 아쉬워하며 목청껏 울어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습니다.
징역살이에서 세 번째 여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기나긴 터널을 지나서 저 멀리 출구가 보이는 듯한 지점의 끝자락에 와 있습니다.
징역살이 동안에 두 번째로 단식투쟁을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일주일자리로서 포항건설동지들과 함께 하는 것이라 별로 힘들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7월 23일부터 31일까지 9일 동안 하였는데 함께하는 동지가 없었기 때문에 더욱 강고한 마음으로 나 자신을 다 잡았습니다.
“구속노동자 석방과 사면·복권을 위한 공동행동” 동지들의 활동에 감사하며 동지들의 활동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는 심정으로 함께 했습니다. 단식투쟁이란 것이 당연히 어렵고 힘들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자신과의 싸움이 아니겠나 생각합니다. 단순히 자신의 입장과 요구를 밝히는 차원을 넘어서 스스로를 인내하고 투쟁의 수위를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우리 노동자들이 자본과 정부의 부당한 행위에 대항하여 투쟁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것이 결단코 범죄행위는 아닌 것입니다.
건설노동자들의 경우 동절기에 실업이 상시적으로 일어나도 이 나라 이 정부는 아무런 대책도 죄책감도 없습니다.
국가가 일자리를 창출하고 실업자들의 생계 대책을 세우는 행위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입니다. 이러한 정부 본연의 의무를 망각한 채 항의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을 탄압하고 구속하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건설현장에서는 다단계 하청이 착취의 사슬이 되어 건설노동자들을 노예처럼 부려먹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안전을 중요하게 적용해야 할 공사현장에서 노동자들의 안전은 뒷전이고 하청업자들의 이익을 위한 물량 작업이 성행하여 노동 강도가 높아지고 중년의 노동자들은 몸뚱아리가 지쳐가고 있습니다.
제도적인 개선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함성을 범죄행위로 단정 지어 공권력으로 탄압하는 행위는 군사 독재 하에서의 행위와 다름없습니다.
국가가 상시적으로 발생하는 계절적 실업에 대해서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건설현장에서 착취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다단계 하청 관행이 아무리 성행하여도 근절 대책이 없습니다. 가장 위험한 건설 현장에서 조차도 무한 경쟁으로 내몰려 노동자들의 안전은 뒷전이고 과도한 물량작업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시정을 요구하는 분노의 함성이 결단코 범죄행위가 될 수는 없습니다.
최근에 또 다시 건설노동자들의 구속이 급격히 늘어가고 있습니다. 전국건설노동조합 경기서부지부 파업에서 김호중 지부장을 비롯한 동지들이 구속되었고 타워크레인지부 동지들 5명이 또한 줄줄이 구속되었습니다. 광주지역에서도 건설기계 덤프 동지들이 8명이나 구속되었다는 소식입니다.
잘못된 관행과 건설노동자들의 삶을 지치고 병들게 하는 다단계 하청구조를 개선하자고 요구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범죄행위로 규정짓는 정권은 또 다른 범죄행위이며 건설노동자를 탄압하는 반인도적 행위인 것입니다.
건설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가 업무방해로 내 몰리고 정당한 쟁의행위가 경찰의 방해에 가로막혀 특수공무집행방해로 규정지어지는 현행의 지랄 같은 법률 구조하에서 우리는 분노하고 있는 것입니다.
구속노동자 석방과 사면·복권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실망하지 맙시다. 민중의 역사 속에서 우리들의 투쟁, 우리들의 분노는 반드시 기억될 것입니다.
최근에 이랜드 동지들의 투쟁을 바라보면서 참으로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노·사간의 정당한 쟁의행위에 공권력이 개입하여 여성 동지들을 끌어내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정당하고 합법적인 쟁의행위가 공권력의 진압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면 힘없고 조직력이 미약한 비정규직 노동조합은 세상 어디에서도 인정받을 수 없을 것입니다.
작은 노동조합, 비정규직 노동조합이라 하더라도 정당한 쟁의행위는 보장되고 보호받는 사회 풍토가 요구되는 것입니다. 공권력이 가로막고 방해한다면 힘없는 노동자들이 무슨 수로 쟁의행위를 승리할 수 있겠습니까?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에 귀 기울이고 함께 고민하는 사회가 만들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국제노동기구(ILO) 사무국장이 이랜드 구속 동지들의 석방을 한국정부에 요구한 것은 참으로 정당한 요구인 것입니다.
또한 “구속 노동자 석방과 사면·복권을 위한 공동행동” 동지들의 요구 또한 정당한 요구사항인 것입니다. 비록 “공동행동”의 요구사항이 관철되지는 못했지만 연대의 성과로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고생하신 “공동행동” 관계자 동지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더운 여름 날 시원한 소나기처럼 투쟁사업장 문제들이 해결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막바지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저와 같은 사동에서 생활하던 포항건설노조의 김명선, 김봉태 동지 등 포항 동지들이 그리워집니다. 모두들 건강히 잘 계십니까? 동지들이 떠나간 대구교도소에서 저는 또 다시 혼자 살아가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구노회에서 우편물이 왔는데 재미있는 읽을 책이 두권이나 들어 있었습니다.
또한 아시아 공동(AWC) 일본 동지들로부터 20통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지난 번에는 허영구 부위원장님이 담당하셨는데, 답장을 어떻게 해야할런지 모르겠습니다.
구노회 이광열 사무국장님 감사합니다.
보내주신 책들을 재미있게 읽고 무더운 여름 당당히 버티겠습니다. 동지들 더운 여름 날씨 건강하게 지내시기 바랍니다. 다음에 다시 소식 드리겠습니다!
2007. 8. 21
건설노동자 박 해 욱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