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을 앞두고 직장 동료들과 산행을 하는데 오늘은 김천 황악산이다. 날씨는 흐린 가운데 비소식도 있다. 칠서휴게소에서 일행 8명이 모여 인사를 나눈다. 날씨는 생각보다 무덥다.
김천시내에 접어들어 농산물직판장 경매 모습을 볼겸 들렀는데 경매는 이미 끝난뒤라 쌓인 상품을 둘러보는데 상자에 담긴 먹음직하고 큰 복숭아는 정말 좋아보였다. 사과 한상자와 복숭아 한상자를 골라 싣고 산행지로 가면서 농협마트에서 막걸리를 샀다.
황악산 직지사 입장권을 구해 절을 옆으로 끼고 산길을 오르는데 절에는 템플스테이 안내문이 요란하다. 산행 시작은 곧게 뻗은 수목 사이로 시원스럽게 길을 오른다. 바람도 한결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산을 오른지 한시간여 계단에 걸터 앉아 김밥과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한다. 사온 막걸리를 곁들이며 목을 축인다. 복숭아와 사과가 좋은 요기 꺼리다.
점심후에 오르는 산은 큰 어려움 없이 몇 풍광을 보이며, 가끔 힘겨운 발걸음을 옮기는 일행도 두어명이 있어 뒤로 쳐진다. 서로 기다리며 힘을 내도록 얘기하며 정상을 향해 오르는데 긴 수풀이 기름진 땅임을 보여주는듯하다.
어느듯 정상에 오르니 해발 1111M 작은 표지석을 뒤로 백두대간 해설판이 더 큼직하게 보인다. 숨을 고르며 쉬는 가운데 날씨는 점점 흐려져 길을 재촉하는데 천둥소리까지 겹친다. 형제봉에 오르기전 폐쇄된 등산로를 택해 내려가는데 비가 오기 시작한다. 경사가 큰 길이라 험난하다. 빗줄기는 점점 세차 비닐 우의를 꺼내 입는데 준비를 한 사람은 둘 뿐이다. 모두 비를 송두리째 맞으며 길을 내려오는데 날은 점점 어둡다.
계곡을 내려가는 길이라 처음에는 알탕을 꿈꾸었는데 굳이 물에 들어가지 않아도 지금 상태는 물에서 건져낸 쥐꼴이라나. 아쉬운 알탕 생각뿐이다. 일행들이 탈없이 내려 가기를 되뇌이며 계곡을 내려가는 길, 큰 경사가 어려움을 준다. 빗줄기는 더욱더 세차고 급기야 멀지 않는 옆에서 큰 벼락이 가는 길을 움츠리게 만든다. 비를 피할 곳도 없다. 어느듯 상수원보호구역 팻말이 보이는 것을 보니 이제 다 내려왔구나 하는 안도감과 함께 숨을 고르고 젖은 땀을 씻어낸다.
큰 길에 무사히 다 내려온 일행은 비가 오지만 절 구경을 하는데, 천불상이 모서져 있는 관음전을 보고 경내에 있는 수목을 배경삼아 사진을 담는데 타종 소리가 들려온다. 그 모습을 촬영하고 있는 외국인, 종루 가까이 에서 타종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처음이다.
빗줄기는 조금 가늘어져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입구 문화공원은 한가롭다. 부근에는 씻거나 쉴 공간이 여의치 않아 차를 몰아 시내로 접어 들었다. 도로변 옻오리집에 자리를 잡았다. 눈치를 볼것도 없이 화장실에 들어가 몸을 씻고 윗옷만 준비한 탓에 바지는 젖은 상태다. 다른 일행은 아예 옷을 벗어 세탁기 탈수까지 겹들인다. 몸을 씻기를 마칠 즈음 깔끔한 오리탕이 나왔다. 주인장의 배려와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오늘의 산행을 돌아본다.
휴게소 도착하여 남아있던 복숭아와 사과를 인원수대로 나누고 늦은 시간 안전 운전으로 귀가를 부탁하며 작별을 한다. 두 갈래로 나누어 우리가 탄 차는 서부산을 거쳐 하단교차로와 당리에서 헤어져 일정을 마감한다. 꽤 늦은 시간이다. 여름 비를 두어 시간 오래만에 흠뻑 적셔본다. 여름 산행의 특별한 기억을 주는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