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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산행을 되돌아 보며 하얀 마루금에 서서 순백을 달리는 팔공산 동봉 설빙의 겨울 향연 미끄러지고 잡아주며 올라 언 손으로 시산제 지낼 때 빙그레 웃던 마애불 새색시 수줍은 미소에 한해 안녕 산행을 담았고 동해 쪽빛 찬 바람에 쫓기듯 올랐던 백암산 허벅지까지 오는 눈 위로 이마를 드러내고 달리는 낙동 정맥의 광활함 어미 찾아 반천 리 길 김제 모악산 함석과 슬레이트 지붕 수왕사 염불 소리 담는 까치집 두 개 연리지 사랑나무 지나 여심이 영그는 후백제 혼이 담긴 미륵전 금산사 수리봉 지나 개이빨산에 물려 걸음을 멈췄던 선운산 수직 절벽 천마산에서 내려보는 내원궁 암자 최고의 선승 경지 풍광에 취해 잠시 구름 탄 신선이 되었다 이냥 스무 척 마애불 앞에 무릎 꿇어 이른 동백 향기에 취해 발길을 돌리지 못했던 4월의 산행 신록 향기 물씬 솟나는 청도 남산 취나물 향기에 취해 하산길이 지연되다 낙대폭포 앞에 부서지는 가녀리 물줄기에 인간 실존의 의미 되씹으며 한옥 학교에서 온고지신을 배웠던 산행 땀 흘리며 정승골 찾아 서당 공부 혹독히 하고 왔던 정각산 산에는 언제라도 비가 오느니 가까운 것도 가볍게 보지 마라 그래도 자연탕하고 통닭 맛은 또 하나의 추억 속에 몸과 마음을 닦는 반성 산행 수목의 광장 통고산 답운치 올라 낙동정맥에 서서 동해의 수평선 잡고 천하를 호령하는 신라 화랑이 되어 해륙을 군림했던 교만의 산행 문복산 계곡의 경계 계살피 아름다운 이름에 취해 처녀 청수에 반해 연이은 여름뫼 오르기 수봉 온 가족이 함께 올랐던 천성산 화엄벌 은갈색 으악새 품에 안겨 도시락 까먹던 30년 40년만의 가을 소풍 놀이 산행 빛바랜 양은 도시락 추억을 새록새록 빈 밥통에 담아왔죠 나라의 안녕을 지키는 노호위병 같은 노란 은행잎에 물들어 암벽 줄을 타며 이른 곳 영동 천태산 괴목과 마당바위에 실컷 놀다 절 뜨락에 내리는 해거름에 쫓겨났던 영국사 아홉 개 병풍이 수직으로 선 것 같은 가파른 구병산 암릉 속으로 자꾸만 빨려들다 아래 절벽을 보고는 아찔하다가 또 한번 만추의 동양적 미에 입을 다물지 못하는 충북의 알프스 이집트 스핑크스 앞에 쓴 것 같은 적석산 어디에선가 숨었던 돌사자 나올 것 같은 이국적 정취 장난감 같은 개구멍 개선문 돌판을 귀부로 다듬은 놓은 것인가! 구름다리 앞에 서니 청량산 하늘다리를 옮겨 놓은 것 같은 동산에 하늘이 열려 있다. 열두 굽이마다 묻어나는 정을 가느다란 나목 끝에 매달아 놓고 또 한 폭의 산수화를 그리려 한다. 2008. 12. 14 수봉 산우회 김명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