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최근 북한아동문학공부를 시작하며 북한자료센터에 오가고 있다. 혼자 조금씩 이것저것 보고 있는데 기왕이면 이곳에 기록을 남기면 좋을 것 같아서 글을 남기기로 했다. 그냥 공부일기 정도로 생각하고 올린다.
나의 경우 우리나라 역사는 물론이고 국문학 자체에 문외한이라 북한문학과 북한아동문학공부를 시작한 뒤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라서 우선은 감을 익히기 위해 준비학습을 하는 상황이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으나 나는 우선 내 정서에 맞는 방식을 찾기까지 시간을 허비(?)할 각오를 하고 있다. 다른 방식들로는 공부 잘 하는 다른 연구자들도 있을 것이고 해서 나는 내 스스로의 흥미를 따라가려고 작정한 것이다.
어쨌든, 나는 처음에 북한의 교과서부터 둘러보았다. 평소 농담 삼아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에게 말하기를 '북한이 어디 붙어 있는지도 최근에 알았다'고 말할 만큼 북의 현실을 모르고 있던 내게 북한교과서는 충격이었다. 국어는 말할 것도 없지만 수학이나 음악조차 주체사상을 빼고는 거론되지 않았다. 사고의 틀 자체가 다른 것이다. (교과서 이야기는 다음에 올리겠다)
어제는 북한 월간지인 <아동문학>과 <청년문학>이 눈에 띄어 훑어보았다.
(사진촬영이 허락되지 않는데 몰래 찍어왔다. 그러니 퍼가지 마시길^^;)
북한의 예술은 철저하게 당의 통제 하에 있다. 지금 사진에 보이는 <아동문학>,<청년문학>을 보면, 대부분 김일성부자가 어린 시절에 얼마나 신기하고 놀라운 일을 했고 대견한 행동과 말을 했는가를 다루고 있고 계급투쟁, 남한 욕(표현이 원색적인가?) 일색이다. 한 마디로 문학작품을 읽는다는 느낌보다는 그걸 읽으면서 사상을 배우는 느낌이다. 허긴, 작가들이 문학활동을 하기 위해서도 노동당의 승인이 있어야 하고 우리나라와 같은 시장구조가 아니다보니 그 내용이 새로울 수 없는 건 당연한 것이다.
내가 사진 찍어온 월간 <아동문학>과 <청년문학>은 조선작가동맹의 기관지이다. 이것 외에도 <조선문학>과 <외국문학>, 주간지인 <문학신문>을 발행하고 있다.
죄송한 이야기지만 나는 <아동문학>월간지를 읽다가 깜빡 잠이 들 뻔 했다. 적응하려면 좀 시간이 걸리겠구나 싶을 만큼 내용이 온통 김일성 김정일 강반석 얘기다. 그나마 재미있게 눈여겨 본 것은 ‘유모아’라는 코너인데 우리식 표현을 들자면 허무개그 급의 개그들이 실려있다. 예를 들면 철이 어머니가 작은 방에 있는 철이 아버지를 부를 때 ‘아버지, 아버지!’하고 부르자, 큰 방에 있던 철이 친할아버지가 대답을 한다. 이런거다. 호칭을 제대로 쓰지 않아서 겪게 되는 상황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속담코너도 재미있다. 인간의 이중성에 대한 속담만 모아놓았다. ‘봇짐 내주며 더 있으라 한다.’ 같은 속담 등이 소개 되어있다 (유모아 코너나 속담 코너에서 기록을 해오지 못해서 그냥 기억나는 것만 적는다. 다음엔 기록을 해와야겠다)
그리고 만화도 있다. 기대를 하고 읽어보니, 이런 내용을 애들이 읽어도 되나 싶다. 군사문제 얘기다. 남한에서 무기를 몰래 숨기고 그 사실을 북에서 다 알게 된다는 것, 북에는 김일성망원경이라는 신통한 것이 있어서 남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훤히 다 보이고 그 사실을 안 남한 군인들이 겁을 먹고 모두 도망을 가버린다는 식의 내용이다. 그림도 아이들을 고렿나 그림이 아니다. 거칠고 전투적이다.
‘정말 이런걸 아이들이 볼까?’ 의문이 들지만 보는가보다 퀴즈를 내놓으니 아이들이 답을 편지로 보내서 당첨자도 실어놓았다.
연령대를 보니 초등학교 고학년(내가 알기로는 학제가 우리와 다르다 초등교육이 4년제라서 3.4학년이면 고학년이 아닐까? 이런 것도 더 정확히 공부해야겠다)과
중학생들이다. 읽는 아이들이 있다는 증거다. 그저 나는 놀랄 뿐이지만 교과서의 내용을 생각하 때 이런 동화나 동시나 만화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일일 것이다.
내가 얼마나 북한의 실생활에 무지했는가는 북한아동문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깨닫고 있다. 알려면 충분히 알 수 있었던 것들이지만 관심이 없었으니 눈이 뜨이지 않았다. 나는 반공교육을 철저히 받은 세대다. 내가 다닌 초등학교는 삐라를 주워오면 학교에서 공책을 선물로 주었다. 우리는 경기도에 있는 춘덕산에 삐라를 구하러? 올라가곤 했다. 중학교1학년 때는 영어로 된 삐라를 제법 똑똑하다는 애들이 해석해주었다.
(내가 중학교 때 영어실력은 너나 할 것 없이 ‘What time is it now?'였다. 어느날 친구들과 역 앞에서 외국인을 만났을 때 다짜고짜 시간부터 물어보았다. 친구들이 내 용기에 입을 벌리자 내가 거기서 더 나아가서 그만, 그 서양인들 앞에서 중학교1학년 영어 교과서를 읽었다. 그 내용은 ’어떻게 지냈냐?’, ‘난 잘 지냈다’ 그리고 ‘저건 뭐냐?’, ‘책상이다’, ‘연필이다’이런 쓸모없는 거였다. 배운데까지 다 읽고 조금 어려운 부분까지 힘들게 읽고나자 가만히 듣고 서 있던 그 서양인여자들이 내게 한국말로 이렇게 물었다. “영어공부 하고 싶니? 영어공부 가르쳐 줄까?” 헉, 나보다 한국말을 잘 했다.그리고 나는 난생처음 명함을 받았다. 알고 보니 몰몬교 선교사들이었다. 옆에서 구경하던 내 친구는 몰몬교도가 되고 나는 안 갔다. 그날 이후 나는 영어공부와 담을 쌓았다. -딴소리가 너무 긴 것은 앞으로 고쳐봐야겠다. 북한아동문학 이야기 하다가 몰몬교 까지-.-;)
어쨌든 그 시절, 1980년대 중반 우리는 아직 북한을 괴뢰군이나 빨갱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나는 반공 포스터 대회에서 북한을 불타는 악마로 표현해서 상장과 책 선물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남한은 많이 달라졌다. 아무리 북한이 닫혀있다고 해도 어느 정도 북의 의식이 바뀌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2010년에 나오고 있는 북한 아동월간지를 보면 그들은 우리를 아직 남조선괴뢰군이라거나 지금 여기에 쓰려고 해도 기억이 나지 않는 거북한 용어로 부르고 있다. 남한동무들을 구해야 한다는 부분에 와서는 할 말을 잃었다.
그러나 우선은 이러한 괴리감을 느끼는 것이 공부의 시작일 것이다. 멈추지 않고 천천히 간다고 생각하면 어려울 것 없다. 지금 혼자 북한 아동문학 공부를 시작한 내게 유일한 희망은 진정성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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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문학> 400호 머리글 중 일부를 옮겨 적어본다. 아동문학잡지의 특성을 알아볼 수 있는 대목들이 있고. 북한이 아동문학과 아동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드러난다.
제목: 당의 해빛아래 꽃피는 아동문학 -잡지<아동문학> 400호를 내면서-
"해방직후 나라외 정세가 복잡하고 형편이 그처럼 어려운 가운데서도 아버지원수님께서는 우리 어린이들과 학생소년들에게 좋은 아동문학작품을 더 많이 주시기 위하여 친히 잡지 ,<아동문학>을 창간해주시였습니다.
그리하여 1947년 7월, 마침내 잡지 <아동문학> 창간호가 세상에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아버지원수님의 따사로운 해빛아래 잡지 <아동문학>이 내짚은 자랑스러운 첫 발자국이였습니다. (우리와 맞춤법이 약간씩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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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지도자선생님께서는 당과 국가 사업 전반을 돌보시는 그 바쁜 가운데서도 언제나 아동문학발전에 깊은 주의를 돌리시고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을 혁명적으로 키우는데 이바지하는 좋은 아동 문학 작품들을 그들의 나이와 심리적 특성에 맞게 더 잘 쓰도록 구체적이고도 세심한 지도를 주시었습니다.
......
어린 동무들이 특별히 즐겨읽는 작품들은 두말할것 없이 동화, 우화 작품들입니다.
잡지 <아동문학>에 실리는 재미나는 동화, 우화 작품들을 읽을 때 마다 동무들은 그에 깃든 당의 사랑을 언제나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경애하는 아버지 김일성원수님께서는 한때 동화,우화 작품들이 잘 나오지 못하고 있던 실정을 헤아리시고 1972년 1월24일 동화, 우화 창작과 관련한 강령적인 교시를 주시였습니다.
......
참으로 잡지 <아동문학>은 아버지원수님과 친애하는 지도자선생님의 한 없이 은혜로운 사랑이 손길 아래 어린이들과 학생소년들의 친근한 생활의 길동무로 자라날 수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어린 동무들은 창간호부터 400호에 이르기까지 잡지 <아동문학>의 갈피마다에 깃든 아버지 원수님과 친애하는 지도자선생님의 고마운 은덕을 한시도 잊지 말고 그에 충성으로 보답하기 위하여 모든 힘을 다하여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모든 어린이들과 학생소년들이 앞으로 잡지 <아동문학>에 실리는 작품들을 더 즐겨읽으면서 그 과정에 주체형의 공산주의적 인간이 지녀야할 품성을 키워나갈뿐아니라 배운 지식을 넓게 다지고 글짓기능력도 부쩍 높여나가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첫댓글 월간지 내의 삽화의 수준이나, 만화(다음에 올려보겠다)의 수준이 생각보다 많이 떨어진다. 동화는 그렇다 치더라도 그림은 좀 더 개성있고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할 텐데... 왜 이정도 수준인가 싶다. 북한의 그림동화에 대해서도 다음에 알아봐야겠다.
1. 글 좋습니다.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갈 때 여기에서 우리가 외면했던 삶의 새로운 시각들을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러한 기나긴 외로운 탐구를 통과할 때 작가 정신을 기를 수 있겠지요. 부디 끝까지 제대로 탐구해서 독특한 형식의 북한 아동문학 탐구서를 한 권 내시기 바랍니다. 제가 도울 수 있는 건 토론입니다. 열린 토론이 아주 중요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토론에 함께 하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을 겁니다. 요즘 사람들은 이런 인기없는 분야엔 별 관심이 없을 겁니다. 그래도 꾸준히 가시기 바랍니다. 이 글에서 내가 그 동안 북한 공부를 하면서 겪어던 경험들이 새록 새록 생각났습니다. 몇 가지 감상을 적어보겠습니다.
2. 일단 북쪽 작품이나 이런 저런 자료들을 닥치는데로 읽는 게 물론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북한의 원전을 읽다보면 정말 지치는 시기가 옵니다. 어떤 단조로운 사상이나 형식과 내용들이 자꾸만 되풀이해서 변주된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는 거지요. 벌써 한 20여 년 전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북한자료센테에 출근하다시피 들러서 당시 자료들을 거의 다 보았습니다. 그때는 폐가제였는데, 책을 빌려주고 빌리고 하는 게 귀찮아서인지 그냥 당신은 들어가서 보고 싶은 데로 보라고 배려를 해 준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마음대로 자료실 안에 들어가 볼 수가 있었어요. 지금은 개가제지요. 그때 얻은 자료로 5권 정도로 북한 동화 선집을
냈습니다. 그런데 그때 이 자료를 읽으려고 북한자료센터에 아침부터 가 앉아있으면 반은 졸았던 것 같아요. 지치는 시기가 오더라구요.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니 무언가 세상을 넓고 크게 보는 시야가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내 경험으로는 북한 원전을 읽으면서 북쪽과 관련된 남쪽에서 나온 원전들을 같이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할 때 남북을 아우르는 그야말로 통일아동문학사의 큰 관점,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고, 이래야 북한 문학연구할 때 덜 지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나 일단 초기에는 시작님처럼, 예전 나도 그랬는데요. 북한 작품 원전에 한번 빠졌다 나와야하겠지요. 그 시간이 필요합니다.
3. 인간의 이중성을 다룬 속담이 재미있었습니다. 인간의 이중성이란 말에서 무언가 인간 내면의 그림자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렇다면 왜 북쪽 사람들은 인간 이중성에 대한 속담에 저리 집착을 하는 걸까요.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4. 그림이 전투적이다는데 예전에 평양에 동화책 만드는 일로 협상차 갔을 때, 북쪽의 화가들은 역시 사실주의 그림을 가장 높게 평가하더군요. 그렇지만 만화 같은 그림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역시 형식의 단조로움을 들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동화와 우화가 대부분이란 말씀을 하셨는데요. 동화라는것이 대개 의인동화를 말하는 거지요. 결국 우화와 같은 계열의 작품이 대부분입니다.
3- '리중성'이란 단어를 보는 순간 저도 여러가지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오늘, 북환관련 강연을 하나 듣고왔습니다. 강연을 하신분은 탈북한지 10여 년 되는 분이셨고요. 그런데, 지금은 북한 사람 6~70%는 북한 정부를 믿지 않는다고 합니다. '내가 벌어서 내가 스스로 먹고 살 길을 찾아야 산다.' 를 깨닫기 시작했고 남한이 어떻게 사는지도 어렴풋이 아는 거지요. 그럼에도 아동문학지를 보면 여전히 남한아이들은 불쌍한 존재로나옵니다. 그러나 그런 것 말고도 뭔가 그 단어가 주는 느낌이 강해서 저도 여러가지 생각을 했었어요.
4. 다음에 만화를 찍어와보겠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1학년때 보았던 교과서 그림보다 더 낙후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기법의 문제나 취향의 차원이 아닌 듯 한데. 그러기 위해선 북한미술의 전체 경향도 봐야할 것 같아요. 훑어보기라도 하고. 멀리서 좁혀 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월간 <아동문학>의 삽화속 아이들은 제 눈에 보기엔 모두 김일성을 닮았습니다. 짙은 눈썹 동그란 얼굴 동그란 눈 앵두같은 입술 발그레한 볼... 그런 식으로만 아이들을 그려놓는데, 그것이 김일성의 모습을 다 닮아있습니다. 의도인지 아닌지 모르겠으나. 실제 그렇게 생긴 아이가 북의 대표이미지인 것도 아마 김일성을 아바이로 여기는 심리에서 나왔거나. 아님 하나의 원칙이지 싶습니다.
5. 1947.7월에 <아동문학>이 창간되었다고 합니다. 북한문학을 공부할 때는 연도에 특히 중요한 의미를 부여해야 합니다. 그럴 때는 무언가 정치 사상사적인 분기점이 되는 해가 되기 십상입니다. 예를 들어서 1972년 1.24일에 "김일성 원수님께서 동화 우화 창작과 관련한 강력적 교시를 주었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1972년 1월 24일인가 무언가 이유가 있을 겁니다. 정치 사회적인 무슨 배경이 있을 겁니다. 그리고 왜 동화 우화 창작을 필요로 했던 것일까 하는 문제도 큰 이유가 있을 겁니다. 북쪽에서 말하는 동화 우화라는 장르가 갖고 있는 속성과 체제와 어떤 관련이 있는가도 연구해보면 좋을 겁니다. 우화라는 장르
가 갖고 있는 가능성과 한계도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그러니까, 1947. 1972와 같은 연도표를 아주 큰 노트에 정리해가면서 공부를 하다보면 나중에 한 흐름으로 꾀는 무언가 느낌이 잡힐 겁니다.
6. 그리고 북한 문학공부를 더 재미있게 공부하는 방법으로는 북한의 상황과 남쪽의 상황을 다시 비교하는 표를 만들어 보는 겁니다. 1947년의 남쪽의 아동문학상황, 1972년의 남쪽의 아동문학상황을 비교해 보는 겁니다. 이렇게 비교를 해 보면 아주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북쪽의 아동문학이 갖고 있는 가능성이 보이고 한계도 보일 겁니다. 남쪽의 가능성과 한계도 보입니다. 우리가 북쪽의 아동문학을 공부할 때는 늘
6. 매우 중요한 이야기 해주셨어요. 제가 가장 못한 과목이 첫째가 국사요. 둘째가 한문이었습니다. 전혀 이공계에 재능이 없는, 제가 수학이나 화학보다 국사 점수가 낮았으니 알만하지요. 그런데 제가 자진해서 처음으로 역사책을 빌려 온 것은 난생처음입니다.
오늘 빌려온 책은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북한현대사]입니다. 역사문제연구소에서 기획하고 웅진에서 나온 책이네요. 추천을 받은 책이었고 정리가 쉽게 되어있어서 읽어보려고 합니다. 며칠전 주체철학부터 읽고 있다가 너무 멀리서 원을 그리는 것 같아서 우선 역사를 보려고 합니다.
통일, 통합의 상상력을 잃지 말아야 할 겁니다. 그러니까 남과 북, 두 대극의 합일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거지요. 남쪽도 나의 식구고 북쪽도 나의 식구입니다. 내 몸과 영혼과 상상력과 무의식을 지배하는 반쪽들입니다. 이 둘을 통합하지 못하면 나의 몸도 분열된 채로 남아 있는 겁니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북쪽 문학 공부가 조금은 숨통이 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북쪽 문학 공부를 하긴 해야겠는데, 이제는 힘이 딸립니다. 그러니 부디 열심해 해 주시기 바랍니다. 일단 이번 첫 글을 읽은 소감입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통일의 상상력으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그렇게 되어질 거라는 상상력아래, 그 이후, 그러니까 일치 이후의 일들을 상상하며 가는 것이지요.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저는 통일의 필요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살던 사람입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제가 앞으로 걸어가 생이 무엇을 향해 가게 될 것인지 최근에야 깨달았고 이러한 자발적인 공부가 시작된 것입니다. 시켜서 시작한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자극을 받은 적도 없고, 해볼만해보여서 선택한 것도 아니고... 마치, 캄캄한 방에서 손전등 놀이를 하다가 장롱밑에서 지갑 하나를 찾았는데 그 지갑안에 제 출생의 비밀같은 것과 반짝이는 열쇠 같은 걸 발견한 기분입니다.
어쨌든 지금 저는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한 심정이라서 조금 감상적일 수 있습니다. 만약 연구해야할 시기가 온다면 더 냉철학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성숙하겠지요. 또 공부하는 내용들 올리겠습니다. 아마 처음엔 스스로 길찾기를 하느라 뒤죽박죽이겠으나 저만의 관점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고 제 세계 자체를 함께 흔들어 보는 것이니... 좀 엉성해도 그렇게 시작하고 가야할 것 같습니다.
멈추지 않고 서두르지 않고 가볼테니 계속 토론해주세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