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작가게시판에서 유일하게 글을 써 놓은 작가, 김인영.
그런 그녀의 차기작이라 기대하고 있었는데,
'태양의 여자'라는 제목부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내용. 사실 캐스팅도. 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뭐, 내 마음에 안든다고 제작을 안할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서 첫방송을 보기를 꺼려하다가 어제 겨우 봤는데,
너무너무너무 실망스러웠다.
뭐랄까?
온에어에서, 그 예의없는 피디가 송윤아에게 불치병에 복수를 쓰라고 강요하던 그 장면이 생각났다고나 할까?
사실, 김인영이 내 마음에는 들게 작품을 잘 써왔지만,
최근 몇 작품이 시청률 면에서는 재미를 보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그녀는 변심했던 것일까, 강요받은 것일까.
갑작스럽게 진지해진 복수극을 들고 나온 그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비밀남녀, 메리대구... 그 스타일 좋았는데.
1회와 2회는,
정말 진절머리가 날 정도로 김지수의 '행위'의 정당성을 반복해서 보여주고 있다.
계속, 그녀(김지수이자 신도영)는 꼭 나쁜 여자는 아니다....라고 설득하는 회였다.
그리고, 모든 것이 어찌나 어색하고 어설프던지.
사실, 요즘 '달콤한 인생' 때문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 정겨운이라는 탤런트 빼고
캐스팅이 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김지수가 타이틀롤이라는 것이... 객관적으로 보면 굳이 이상할 것 없는데,
이 드라마 속에서 그녀는 왜 그렇게 어울리지 않는 것일까?
아시아시상식에서 상을 받던 모습도,
원더우먼쑈를 진행하던 모습도, 뭐 하나 자연스럽지가 않았다.
아무래도 그녀를 원톱으로 내세우는 것이 실수였던 것 같다.
김지수가 타이틀롤로 우뚝 서면서 순식간에 작아진 그들.
이하나, 한재석, 정겨운.
정겨운이야, 그 정도면 된 것 같고,
문제는 이하나와 한재석인데.
그들이 김지수를 제대로 받쳐주지 못하는 것 같아 너무 너무 아쉬웠다.
한재석은 정말... 왜 그렇게 어색하게 연기를 하는지.
계약 협상하는 자리에서 서 있던 한재석, 손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버벅대던 모습....
정말, 눈쌀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경력도 적지 않은데, 어떻게 아직까지도 카메라가 부끄러울까?
아직 그녀에게 변신을 요구할 때가 아니긴 하고,
나 또한 아직 그녀의 그런 역할을 좋아라 하고 있긴 하지만,
이하나가 다시 그런 역할을 선택한 것은 결코 좋지 않은 선택이었다.
인터뷰를 할 때, 아직 많이 조심스러워하던 모습에서 좋은 인상을 얻었는데,
배우로서 갈 길을 길게 보고 있다면,
입지를 굳히는 중인 지금의 시점에서 많은 변화를 해봐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자꾸 편안하게 먹힌 연기만 하려고 하니.. 무척이나 아쉬울 뿐이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김지수다.
1회, 2회 만을 봐도 그녀가 이 드라마에서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가 확실히 드러난다.
그러나 그녀는, 원톱배우가 아니다.
생각해보면 김지수는 연기대상도 받았고,
몇몇, 히트작들도 있고 하지만.
혼자 잘해서 뛰어났던 적은 없었다.
같은 대상 수상자들, 박신양이나 적어도 하지원 같은 혼자만으로도 채울 수 있는 카리스마가 없다.
그런 그녀가 타이틀롤인것이 문제다.
더구나, 나중에 이하나에게 밀리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어차피 이미 한재석과 정겨운은 '여자' 드라마에서 멋진 왕자님으로 손 잡아줄 캐릭터가 될 것이니 상관없지만,
김지수에게 이하나는 생각못한 벽이 될 수 있다.
몇달 전, 이야기 전체의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허이재에게 밀렸던 강성연과 같이.
김지수 역시 차분한 여자의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에,
상대적으로 발랄한 캐릭터의 이하나에게서 빛을 보기 힘들 것이다.
'패션70'에서 주인공인 이요원보다 김민정을 더 아꼈던 작가처럼,
김인영작가가 특별히, 김지수를 무척이나 아끼지 않는다면 말이다.
역시, 내용도 걸린다.
사각의 덫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현 시대를 착실히 반영하여
정겨운과 김지수의 인연을, 한재석과 이하나의 인연을 신경써주셨다.
요즘엔 이유없이 독하기만 한 악녀가 아닌, 동정표 악녀를 잘 그려주셨고,
울면 안돼, 캔디에,
역시나 돈 많고 잘난 위치의 왕자님,
그리고 언제나 곁에서 머물며 몰래 사랑해주고 있는 남자인 친구.
콩쥐와 팥쥐도 등장하고, 재벌과 평민도 등장하며, 고아도 등장한다.
입양과 출생의 비밀의 조화가 어우러져 있고,
요즘 트랜드인 화려한 직업(아나운서)도 등장한다.
김인영 작가는 개성이 있었는데,
무언가, 가슴속에서 하고 싶은 말을 꺼내놓으려는 글을 쓰곤 했는데,
이 드라마에서는 왜 이렇게 변해버린 것일까?
경쟁작, '스포트라이트'와 '일지매'에게 밀릴 것이 벌써부터 눈에 보인다.
부디, 제발,
내 이런 걱정이 쓸데없는 생각이었기를.
아직, 1회, 2회였으니까.
믿어보겠다.
*출처 : 대본과시나리오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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