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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2] 12 - 들꽃들에게 희망을!
씬1. 학교앞 거리 (아침)
각기 다른 표정으로 등교하는 아이들. 누군가 손가락으로 사각형의 카메라 앵글을 잡는다.
그 안으로 들어오는 다양한 아이들의 얼굴들. 하품하는 여학생 교복을 점검하는 남학생, 수다를 떨며 오는 학생 등을
풀샷, 타이트 풀샷, 미디움샷 등으로 잡아본다.
지민 : (나레) 똑같은 교복, 일정하게 자른 머리, 평범한 얼굴들. 하지만 나만의 눈으로 보는 그들은 모두 다 특별하다.
난 카메라를 통해 세상을 보고 싶다.
정연 : (E) 지민아.
거리 한 쪽에서 손가락으로 앵글 잡으며 아이들을 관찰하던 지민, 정연의 소리에 손가락으로 앵글 잡은 채로 휙 돌아본다.
지민의 사각 앵글에 잡히는 정연, 한 손에 노트가 들려있다. 공부하며 오고 있었던 모양이다.
정연 : (앵글에 잡힌 채로) 거기서 뭐해? (지민 앞으로 걸어온다)
지민 : (나레) 정연이도 특별하긴 하다. 특히 시험기간에 더욱.
정연 : (O.L.) 시험 시간표 오늘 발표 난다 그랬지?
지민 : (얼른 손 내리며 빙긋) 그랬나?
정연 : (피곤한 얼굴로 걸어가며 혼잣말처럼) 일주일 밖에 안 남았는데.
지민 : (씩씩하게 따라 걸으며 별 관심 없이) 오늘 나겠지 뭐.
교문 향해 걸어가는 지민과 정연 모습위로 타이틀 뜬다. ‘들꽃들에게 희망을!’
씬2. 교정 일각
정연, 틈틈이 노트를 보고 그 옆에 지민, 들뜬 모습으로 수다를 떨며 걸어 오고 있다.
지민 : 야, 우리 영화제작하는 거 말야. 속초로 가면 어떨까?
정연 : (노트만 보고 무심하다)
지민 : 거기에 우리 고모가 사시거든. 제작비도 부족한데 숙식은 해결되잖아...괜찮겠지?
정연 : (문득) 저기..지민아.
지민 : 어? 왜? 바다 별루야?
정연 : (잠시 망설이다가)...아냐. (어두운 표정으로 노트를 본다)...
지민 : (들떠서) 아, 빨리 방학이 왔음 좋겠다. 진짜.
정연 : (여전히 노트 보며) 방학 전에 기말고사도 있어.
지민 : 시험이야 맨날 보는 건데 뭐. 야야, 나 어제 진선고등학교 영화반 애들 만났어.
정연 : 왜?
지민 : 서명 때문에. 다른 학교 영화반 애들도 전부 동참시킬 거야.
정연 : (걱정스런 표정으로) 그런데 신경쓰지 말구, 기말고사 준비해. 너 중간고사도 별루였잖아.
지민 : (건성으로) 아, 알았어. 알았어. (그러다 곧) 나 영화 시놉완성했다.
정연 : (조금은 답답한 표정으로 보곤 간다)
씬3. 2학년 5반 교실
신화, 문득 어느 한 곳에 시선 간다.
머리를 하나로 묶은 모습으로 자리에 앉는 혜원, 얼굴 한 쪽에 상처가 살짝 보인다. (그리 심하지 않은 상처)
세진의 자리는 비어있다.
신화, 걱정스런 표정으로 혜원을 보는데 그 앞으로 쑥 내밀어지는 연고.
신화 올려다보면.
한 : (연고 내밀고 서서 빙긋) 너 지금 이거 생각하고 있지?
신화 : (벙해서 보면)
한 : (툭) 여자 얼굴에 흉터 생기면 곤란하쟎냐. (책상 위에 연고 놓곤 간다)
신화, 미소 머금고 한이의 뒷모습을 보곤 연고를 집어들어 자리에서 일어난다.
무심한 표정으로 목적 없이 한 곳에 시선 박고 있는 혜원 앞에 서는 신화.
혜원 : (무심한 얼굴로 보면)..
신화 : (연고 내밀며) 여름엔 상처가 오래가.
혜원 : (대꾸 없이 연고에 시선 간다)
신화 : (미소로 보며) 머리 묶으니까 훨씬 보기 좋다. (책상에 연고를 놓는다)
혜원 : (여전히 시선은 연고를 따라간다)
안으로 들어서던 지민과 정연.
지민, 신화의 모습에 순간 굳어 멈춰 선다. 신화, 지민의 시선 느끼지 못하고 자리로 간다.
지민, 얼른 표정 밝게 하고 자리로 가서 영화반 아이들에게 반갑게 인사하곤
가방에서 책 꺼내 책상 속에 넣는데 뭔가 걸린다. 뭐지? 하는 표정으로 책상 속에서 프린트 꺼내드는 지민.
또야? 하는 표정으로 성제 자리를 본다. 비어있다.
빙긋 웃곤 다시 책 정리하는 지민. 그런 지민을 보며 슬쩍 웃어 보이는 태훈.
씬4. 교무실
재하, 책상에 앉아 수업 준비를 하고 있다.
광도 : (들어서며) 아침부터 푹푹 찌는 구만. (자리에 앉으며) 이선생.
재하 : 네.
광도 : 5반 보충수업희망원 왜 안내?
재하 : 아직 다 걷질 못해서요.
광도 : 기말 고사 전까지 빨리 제출해.
재하 : (잠시 생각하다) 저 주임선생님.
광도 : (보면)
재하 : 보충수업말인데요. 아이들한테 선택할 권리를 줘야하지 않을까요?
광도 : 그러니까 희망원을 받는 거잖아.
재하 : 그거야 학부모들한테 받는 거지 아이들 의사는 아니잖습니까.
민주 : 맞아요. 방학만큼은 아이들 마음대로 쓸 수 있도록 해줘야죠.
광도 : 아이구, 또 답답한 소리하네. 방학이라고 애들 다 풀어놔 봐. 집에서 맨날 테레비나 보든가 잠이나 자지.
그 꼴 보다가 속터지면 학부모들도 잔소리 할거구 애들은 열 받는다고 뛰쳐나가고. 가출만 늘어.
그나마 학교에라도 잡아 놔야 공부를 하지.
일평 : (끼어들어서) 맞는 소리야. 어차피 보충수업 안 하면 공부하겠다는 놈들은 학원이다 뭐다 뛰어다니게 돼있는데.
왜 손님을 학원에 뺏겨.
재하 : (인상쓰며) 손님이요?
복만 : (장난스럽게) 노선생님 너무 노골적이십니다. 보충학습비가 얼마나 된다구.
일평 : (머쓱) 이 친구가 사람을 어떻게 보고, 내말은 그게 아니라. (하는데)
명교감 : (들어서며) 회의합시다.
재하 : (답답한 듯 푹 내리쉰다)...
씬5. 2학년 5반 교실
희진 : 서명?
지민 : (희진이 옆에 서서) 어. (스크린쿼터 사수라는 제목이 써있는 서류 내밀며) 여기다가 니 싸인만 하면 돼.
아영 : 그런걸 우리가 왜 해?
지민 : 야, 우리 영화를 지키기 위해서지. 너 유관순 할머니 알지?
희진, 아영 재밌는 듯 보고.
지민 : 이게 바로 독립운동이나 마찬가지야. (하는데)
준경 : (E) 그거 나두 하자.
지민 : (보며) 준경이, 너 아직 서명 안 했어?
준경 : 어.
지민 : 그래? (얼른 서류 내밀며) 자.
준경 : (서명하곤 희진에게 내밀며) 니들도 해. 나라를 위하는 일이라잖아.
희진 : (어이없다는 듯 웃곤) 해주지 뭐. (서명하고)
지민 : 그래, 그래. 니들 진짜 훌륭하다. 진짜 훌륭해.
준경 : (뚝뚝한 얼굴로 자리로 간다)
희진과 아영에게 서명을 받은 지민, 뿌듯한 얼굴로 누가 안했지? 반 아이들을 둘러본다.
공부를 하고 있는 태훈과 형주에게 시선 멈춘다.
지민,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보다가 씩씩하게 태훈에게 가서 서류 내민다.
태훈 : (올려다보면)
지민 : 니들도 좋은 일 좀 해라.
태훈 : (책에 시선 돌리며) 그러구 싶지 않은데.
지민 : 뭐? 야, 넌 외국영화땜에 우리나라 영화가 망했으면 좋겠냐?
태훈 : (보며 대뜸) 너 우리나라 헌법 1조 1항이 뭔지 아냐?
지민 : (벙해서 보면)
태훈 :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지민 : 그래서?
태훈 : 영화 선택의 귄리는 누구한테나 있어. 정정당당하게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실력을 기르는 게 먼저 아냐?
지민 : 정정당당? 야!, 만약에 백화점에서 눈에 잘 보이는데다가 외국의 유명 상품들을 쫘악 진열해 놓고. 어.
거기다가 증정품까지 막 끼워서 팔고, 우리나라 상품은 눈에 보이지 않는데다가 잠깐 아주 잠깐만 진열해 놓는다면
넌 어느걸 사겠냐?
태훈 : (비죽 웃으며) 품질이 좋은 걸 사지.
지민 : (열올라서 버럭) 야!
아이들 : (돌아본다)
지민 : (시선 느끼고 머쓱해서) 허긴, 외국 사치 브랜드로 치장한 너한테 부탁한 내가 머리가 나빴다. (서류 휙 들고 자리로 간다)
태훈 : (픽 웃곤 책에 시선 준다)
지민 : (열오른 표정으로 자리에 털썩 앉는다)
애라 : (지민에게) 왜? 태훈인 안 해 주겠데?
지민 : 하여튼 좋게 봐줄랬다가도 하루가 안 가. (시놉 꺼내 놓으며) 시놉이나 마무리해야겠다. (하는데)
정연 : 지민이 너.
지민 : (보면)
정연 : (걱정으로 하는 말이지만 조금 딱딱하게) 고딩 영화제 준비하는 것두 좋지만 니가 할 일부터 먼저 했으면 좋겠어.
지민 : 내가 할 일? 그게 뭔데?
정연 : 공부. 기말고사 중요하잖아.
지민 : (건성으로) 중요하지. 알았어. 알았어. (시놉 꺼내며) 이것만 마저 해놓구.
정연 : (푹 내리쉬곤 책에 시선 박는다)
씬6. 교무실
교무회의 시간.
재하 : 보충 심화반이라뇨?
명교감 : 중간고사하고 기말고사 성적을 합한 전교등수로 반을 나누기로 했다 이말입니다.
재하 : 그건 안됩니다.
명교감 : (굳어서) 안되다뇨?
재하 : 방학에 보충수업 하는 것도 문젠데 거기다가 우열반까지 나누면 (하는데)
명교감 : (말자르며) 이선생, 학부모들도 다 찬성한 일이에요. 그리고 안되는 놈들땜에 되는 놈들까지 피해 보게 할 순 없어요.
우리 학교가 학군에서 수능 모의 고사 점수도 제일 떨어지는 거 알고 있어요?
재하 : (지지않고) 수능이 전부는 아니잖습니까? 방학만이라도 인간답게 (하는데)
명교감 : (자르며) 지금 난 동물교육 시킨다는 소립니까?
재하 : 그런 말이 아닙니다.
명교감 : 아, 됐어요. 그러니까 5반이 맨날 꼴찌 아닙니까?
(기분 상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자리로 가며) 도대체가 교사가 뭐가 우선인지도 모르고 말야.
재하 : (표정 굳어있고)
민주 : (역시 답답해서 재하를 보고)
교사들 : (재하와 명교감의 눈치를 살핀다)
씬7. 2학년 5반 복도
창으로 보여지는 5반의 수업시간 풍경. 유란 교과서 보며 아이들에게 중요한 문제를 지적해 주고 있는 모습이다.
그 위로 수업 종 울린다.
씬8. 2학년 5반 교실
지민, 일어나 인사한다.
유란 : (책 들고 나가면서 새침하게) 너희 들국화 반 안 가려면 열심히 해. (나가고)
애라 : (잔뜩 찡그리고 유미에게) 아이, 어떡해. 전교생들이 내 등수 다 알거 아냐.
민들레가 뭐냐? 민들레가! 전교적으로 망신살 뻗치겠네.
유미 : 넌 그래도 들국화반은 아니잖어.
흥수 : 민들레나 들국화나 들꽃이긴 마찬가지지. 들에서 피든지 지든지 니들 맘대루 해라 뭐 그거잖냐.
차라리 잡초반이라고 하지. (나훈아 노래 잡초를 장난스럽게 부른다)
애라 : 야, 넌 지금 노래가 나오냐? 어우씨 어떡하지.
정연 : (냉정하게) 기말고사랑 합친다니까 걱정만 하지 말구 공부하면 되잖아.
애라 : 누군 공부 안 해서 그러니? 공부해도 성적이 잘 안 나오는 게 문제지.
유미 : 성제랑 신화랑 정연인 무궁화 반이겠다. 그치?
애라 : (쌜쭉해서) 그러겠지 뭐. 지민이 넌 민들레야?
지민 : 아마 그럴걸. (시놉 정리하느라 정신없고)
용구 : (끼어 들며) 하여튼간 선생님들 아이디어는 갈수록 유치찬란의 극치를 달려.
어떻게 무궁화 장미 민들레 들국화 뭐 그런걸 생각했을까? (하는데)
애라 : 아, 좋은 생각 있다.
유미, 흥수 동시에 뭔데? 하고 묻는다.
애라 : 성제랑 신화랑 정연이가 한과목씩만 맡아서 시험 때 도와주면 나두 장미반 가능성이 있는데...
(성제보며) 성제야아. 니가 국어만 도와주라.
성제 : (미소로 보며) 컨닝 말하는 거야?
애라 : (고개 끄덕끄덕)
유미, 흥수 역시 동조하는 표정으로 보는데.
정연 : (툭) 그건 도둑질이나 똑같애. 애라, 넌 왜 스스로 할 생각을 안하니?
지민 : (그제야 고개 들어 정연을 보고)
애라 : (굳고)
정연 : (책 보면서) 누구나 다 노력한 만큼 나오는 게 성적이야. 쉽게 얻을 생각하지마.
애라 : (열올라서) 정연이 너, 말을 해도 어떻게 (하는데)
지민 : (얼른) 그냥 장난으로 해본 소리 갖고 뭘그래?
애라 : (여전히 화가 안 풀린 표정으로 휙 돌아앉는다)
성제 : 오늘 학생회 모임에 가서 심화반 문젤 제안해 볼게.
지민 : 아, 그럼 되겠다. 다른 애들도 분명 반댈 거 아냐.
성제 : (미소로 본다)
씬9. 복도
재하, 정희, 일평 나란히 걸어오고 있다.
정희 : 애들이 보충심화반 만든다니까 수업태도가 다 틀려졌어요.
일평 : 지들도 정신 바짝 나지 뭐.
재하 : (심난한 표정으로) 아무래도 교감선생님께 다시 말씀드려야겠어요.
일평 : 아, 이선생두 참, 상관이 하는 일은 상관 말라니까. 글쎄.
재하 : (여전히 어두운데)...
씬10. 교무실
전화를 받고 있는 명교감.
명교감 : 아이구, 이거 웬일이십니까? 댁엔 별 일 없으시구요. 네. 저도 그렇습니다. 네. 근데 무슨 일루. 네.
재하와 교사들 들어서는데.
명교감 : (뜨악해서) 스크린 쿼터 사수요?
재하 : (굳어서 명교감을 본다) ..!
씬11. 학생부실
광도 앞에 앉아 있는 지민, 그다지 심각하지 않은 표정이다.
광도 : 윤지민, 그 서명인지뭔질 왜 니가 하러 다녀?
지민 : (귀엽게) 제가....영화반이잖아요.
광도 : (어이없는 표정으로 보며) 이 녀석봐라. 이거. 너 지금 독립 운동 하다가 걸렸어?
지민 : (머쓱해서 고개 숙이면)
광도 : 그리구 너 혼자 하면 했지 왜 다른 학교까지 들쑤시고 다녀?
지민 : ...같은 영화반들이라서..
광도 : (한심한 생각에) 너 임마 언제 정신 차릴래? 기말고사가 코앞인데 쓸데없는 짓이나 하고 돌아다니구.
너 지금 그 성적으로 대학 갈 자신 있어?
지민 : (움찔해서 본다) ..!!
광도 : 지 앞가림도 제대로 못하는 녀석이 서명은 무슨 놈의 서명이야.
지민 : (굳어서 고개 숙이는 위로)
명교감 : (E) 도대체 애들을 어떻게 가르치는 겁니까?
씬12. 교무실
민주와 교사들 걱정스런 시선으로 한 곳을 보고 있다.
그 시선 따라가면 명교감 앞에 재하 굳은 표정으로 서 있다.
명교감 : 이선생이 뭐라고 했길래 다른 학교 애들한테까지 서명이니 뭐니 떠들고 다니냐구요?
재하 : (담담하게) 그만한 일 정도는 스스로 알 수 있는 나입니다.
명교감 : (열올라서) 지금 잘했다는 거예요?
재하 : 적어도 잘못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3년내내 대학밖엔 관심없는 아이들보다는
사회 문제에 눈을 돌린다는 건 오히려 건강하잖습니까.
명교감 : 이봐요. 이선생.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는것도 좋고 다 좋아요.
하지만 그런건 대학가서 얼마든지 할수 있는거 아닙니까?
재하 : 교감선생님. (하는데)
명교감 : (자르며) 5반 성적이 다른 반보다 떨어지는 것도 알고 보면 담임교사 책임이 크다는 거 아십니까?
재하 : (굳어서 본다)
안으로 들어오는 용구, 심상치 않은 교무실 분위기에 눈치 살피며 일평에게 노트 제출하는 위로 명교감 대사 이어진다.
명교감 : 앞으론 이런 일로 시끄럽지 않도록 주의 하세요. 아셨어요?
재하 : ....네.
재하, 굳은 표정으로 자리로 온다.
용구, 눈치 살피며 교무실을 빠져 나간다.
씬13. 2학년 5반 교실
쉬는 시간. 영화반 아이들 앞에서 떠들고 있는 용구.
지민의 자리는 아직 비어있다.
용구 : 야, 난 우리만 혼나는줄 알았더니 선생님들도 엄청 깨지는데, 담임 진짜 불쌍하드라.
정연 : (걱정스러운 표정이고)...
지민, 그다지 기죽지 않은 표정으로 교실로 들어서는 위로.
용구 : 나중엔 우리반 꼴등하는 것까지 들먹이면서 아우, 나까지 자존심이 그냥 구겨지드라구.
지민, 그 소리에 참담해진다.
유미 : 그럼, 선생님들도 반성문 같은 거 쓰나?
애라 : 시말서 쓰잖아. (하다 지민 보고) 어? 지민아!
아이들 : (지민 본다)
지민 : (애써 밝은 표정으로 자리에 앉는다)
성제 : (걱정스럽게) 괜찮아?
지민 : 반성문 열 장. (분위기 바꾸려는 듯 밝게) 야, 팩스 한 장 보내는데 얼마냐?
흥수 : 팩스는 갑자기 왜?
지민 : (시놉 꺼내서 들어 보이며) 짜쟌. 시놉이 완성됐다는 거 아니냐.
성제 : (미소로) 박상진 감독한테 정말 보낼려구?
지민 : 당연하지. (진지하다) 존경하는 감독님한테 평가를 듣고 싶어, 난.
흥수 : 야, 그렇게 유명한 감독이 그걸 보기나 하겠냐? 쓰레기통으로 직빵이지.
지민 : 그러지 않으실거야. (정연에게) 너 시놉 읽어볼래?
정연 : (무심하게) 나중에.
지민 : (애라와 유미에게) 니들 내가 쓴 시놉 보고 싶지 않냐?
애라 : 지금 그거 볼 정신이 어딨냐? 잡초가 될지도 모르는데.
지민 : (민망해서) ...그래?
성제 : (뭔가 얘기하려고 하는데)
신화 : (동시에) 내가 먼저 읽으면 안될까?
지민 : (좋아서) 역시 신화 너밖에 없다. 너 진짜 맘에 들어. (장난스럽게) 내가 너 좋아하는 거 알지?
신화 : (빙긋 웃는다)
성제 : (왠지 씁쓸하고)...
지민 : 이거 읽구서 맞춤법 틀린데 있으면 좀 고쳐주라. (시놉 준다)
일평, 들어온다. 후다닥 자리로 가는 아이들.
지민,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하려는데.
일평 : (앉으라고 손짓하며) 날씨도 더운데 생략하자. (대뜸) 오늘 숙제 제출 안 한 놈들 일어나 봐.
지민 : (그제야 아차하는 표정으로) 아우, 깜빡했네.
정연 : 왜? 제출 안 했어?
지민 : 어. (자리에서 일어선다)
일평 : (지민 보고) 넌 반장이 되가지구 왜 그래?
지민 : (머리 긁적긁적)..
일평 : 하여튼 공부는 안 하는 놈이 쓸데없이 불만은 많아 가지구. 뒤에가 서 있어.
지민과 나머지 아이들 뒤로 나가는데.
일평 : (궁시렁) 반장이 그 모양이니까 내신 포기한 반이란 소릴 듣지?
지민 : (순간적으로 표정 굳는다)
태훈 : (놓치지 않고 본다)
씬14. 복도
나란히 걸어오는 태훈과 형주. 태훈, 어떤 생각에 골몰해 있다.
형주 : 아까부터 무슨 생각하냐?
태훈 : 아냐. 너 어제 드림스쿨에서 나눠준 프린트 갖고 있지?
형주 : 어.
태훈 : 그거 나 좀 줘라.
형주 : 왜? 잊어버렸어?
태훈 : 집에 두고 왔어. 내일 줄게.
형주 : 그래, 그럼.
씬15. 다른 복도
기운 없이 걸어오는 지민과 그런 지민을 살피는 성제.
성제 : 기분 상했어? 그냥 잊어버려.
지민 : (애써 밝게) 걱정마. 단순함과 건망증, 내 특기잖냐.
성제 : (빙긋 보는데)
지민 : 근데. 담임선생님한테 좀 미안하다. 나 때문에 괜히 싫은 소리 들으시구.
성제 : 이해하실 거야.
지민 : (걱정으로) 혹시, 서명건 땜에 우리 영화 반 엠티랑 영화제작, 허락 안 해주면 어떡하지?
성제 : 그거하곤 다른 일인데 뭐..
지민 : 그래두.
성제 : 내가 대신 맡아올까?
지민 : 아냐, 아냐. 영화반 짱이 가야지.
앞에서 걸어오는 태훈과 형주. 지민과 성제 옆으로 지나쳐 가는데.
지민 : (그제야 생각난 듯 돌아보며 퉁) 야, 한태훈.
태훈 : (보면)
지민 : 니들 보충수업 희망원 왜 안 내냐?
형주 : 우리 어학연수 가서 보충 참석 못 해.
지민 : 어학연수? 그거 허락 받았어?
형주 : 물론이지.
지민 : (환해져서 성제에게) 너 들었지? 쟤들 허락 받았데. 우리도 됐다. 그치? 그치? 응?
성제 : (웃으며 본다)
다시 기운이 나서 씩씩하게 걸어가는 지민의 뒷모습을 보는 태훈.
형주 : (지민 턱짓으로 가리키며) 쟤, 어디가 좀 모자라는 거 아냐?
태훈 : (무섭게 굳으며) 함부로 말하지 마. (간다)
형주 : (어? 하는 표정으로 태훈을 보고)..
씬16. 공중전화부스
전화를 하고 있는 정연.
정연 : 그것 땜에 호출하신 거예요? (짜증으로) 국영수만 할게요. 사회과학은 혼자해도 충분해요.
(조금 언성 높아지며) 엄마, 전 언니하고 달라요...알았어요. 네. (수화기 신경질적으로 내려놓는다)
푹 내리쉬곤 피곤한 표정으로 힘없이 걸어가는 정연. 뒷모습이 유난히 무거워 보인다. 그 위로.
정희 : (E) 솔직히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 중에 하나가 학벌 아냐?
씬17. 교무실
모여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는 정희, 유란, 민주. 자리 지키고 앉아 그 쪽에 시선 주는 재하.
민주 : 어떻게 학벌로 사람의 가치를 판단해요. 그건 말이 안되죠.
정희 : 꼭 말이 안된다구는 할 수 없지. 일단 사회에서 대접부터가 다르잖아.
민주 : 그게 바꿔야 되는 거죠. 개성 없는 교육하구 원칙 없는 정치는 7대 사회악이란 말도 있잖아요.
유란 : (웃으며) 물론 바뀌긴 바꿔야지. 근데 그게 쉽게 바뀌겠어. 벌써 나부터두 세뇌가 돼버렸는데.
재하 : (답답해서 한숨 내리쉬는데 전화벨 울린다)
재하, 일어나서 명교감 자리에 있는 전화를 받는다.
재하 : 네. 동광고등학굡니다. ...지금 자리에 안 계신데요. 네. (메모지에 적으며) 김성태씨요. 네. 그렇게 전해드리겠습니다.
재하, 수화기 내려놓는데 명교감 들어온다.
재하 : 교감선생님.
명교감 : (괜시리 퉁) 또 뭐예요?
재하 : 김성태씨라는 분한테 전화왔었습니다.
명교감 : (누군지 모르겠는 표정으로) 김성태요?
재하 : 네. 선생님 제자분이라고 하든데. 모레 찾아 뵙겠답니다.
명교감 : (퉁명스럽게) 알았어요.
재하 : (어색한 표정으로 자리로 간다)
명교감 : (갸우뚱해서 메모지를 들어본다)
씬18. 영화반
흥수, 애라, 유미 안으로 들어선다. 영화반 탁자 위엔 정연의 노트와 책 등이 놓여져 있다.
흥수, 계속해서 나훈아의 잡초를 흥얼거리고 있다.
애라 : 신환 어디간 거야?
유미 : 도서관에 책 반납하고 금방 온 댔어. (노트 보며) 정연이 꺼네. 얘 점심도 안 먹구 여기서 공부했나봐.
애라 : 시험기간엔 꼭 그러잖냐. 신경은 있는 대루 곤두서 있구.
유미 : (정연의 노트 들쳐보며) 와아, 진짜 필기 잘해놨다.
흥수 : 당연하지. 꽃중에 꽃 무궁환데. (다시 잡초 부르는데)
애라 : (버럭) 야, 박흥수! 그 노래 좀 그만해!
흥수 : (더욱 큰 소리로 애라 얼굴에 바짝) 이것저것 아무것도 없는 잡초라네.
정연 : (들어선다)
유미 : 너 밥 안 먹어두 돼?
정연 : (피곤한 표정으로 짧게) 어.
아이들 : (정연의 태도가 심상치 않아 서로 시선 교환한다)
씬19. 교정 일각
세진과 마주 서 있는 혜원.
혜원 : 할 말이 뭐야?
세진 : (전보다 더욱 당차게) 나 어제 짱 신고식 끝냈어.
혜원 : (관심 없다는 표정으로 무심하게) 그래서?
세진 : (비죽 웃으며) 삼짱은 널 벼르고 있지만 가능하면 내가 널 보호하는 쪽으로 노력해 볼게.
혜원 : (희미한 미소 지어 보이며) 니 보호를 받을 만큼 시시하지 않아. 나.
세진 : (싸늘하게 식어 내린다)..
혜원 : (차가운 미소로) 어쨌든 생각해줘서 고맙다. (뒤돌아 가려는데)
세진 : (E) 신혜원!
혜원 : (보면)
세진 : (이죽이며) 충고 한마디할까. 앞으론 내 말 끝나기 전에 등보이는 일 없도록 해.
혜원 : (여유 있게) 왜? 이젠 내 등뒤에서 할 일이 없어졌니? (돌아서 간다)
세진 : (벼르듯 입술을 지긋이 문다)
씬19-1. 교정일각
혜원, 걸어가는데 혜원을 보고 서 있는 신화. 그 앞으로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지나쳐 가는 세진.
신화 : (담담하게) 요즘...괜찮은 거야?
혜원 : (희미한 미소로) 니가 보기엔 어때? (대답만 던져놓고 천천히 걸어간다)
신화 : (잔잔한 미소 머금고 본다)...
씬20. 학생회실
성제와 지민, 학생회 임원(반장, 부반장들)들 모여 있다.
지민 : (의외인듯) 그럼, 너흰 불만이 없다는 거야?
여학생1 : 어차피 보충은 해야되는 건데 수준 비슷한 애들끼리 모여서 하면 수업분위기도 괜찮을 거구. 나쁘진 않잖아.
지민 : 야, 그래도 그렇지. 이건 너무 비인간적인 일이라구.
남학생1 : 오히려 더 평등한 거 아닌가? 노는 애들은 놀구, 공부 할 애들은 공부하구.
다른 아이들, 동조하는 표정이다. 지민, 어이없는 표정인데.
여학생1 : 지민이 넌 무슨 반인데 그래?
지민 : (순간 당황해서) 어?
성제 : (얼른 끼어 들어) 그럼, 이 문젠 거수로 결정하자.
지민 : (조금은 기가 죽는다)...
씬21. 영화반
영화반 아이들 모여 있다. 정연, 많이 피곤한 표정이다.
애라 : (찡그리며) 그럼, 학생회에서도 찬성이 더 많다는 거야?
지민 : (힘없이)...응.
흥수 : 그럴 줄 알았다. 잡초의 맘은 잡초가 알지 무궁화가 어떻게 알겠냐. (애라보며) 안 그러냐?
애라 : 왜 날 보구 그래. 난 민들레반이야. 들국화가 아니라.
흥수 : 글쎄, 그게 그거라니까.
애라 : (노려본다)
유미 : (지민에게) 학생회에서 민들레반인 건 너 밖에 없겠다. 그치?
지민 : 어?...(머쓱해서 보며) ..어...
흥수 : 지민이야, 성적이 아니라 순전히 인기투표로 뽑혔으니까 그렇지.
지민 : (그 소리에 더욱 어색해지고)...
애라 : 으유, 애들 너무 치사하다야.
정연 : (차갑게) 그렇게만 볼 순 없어.
애라 : (못마땅해서) 그게 무슨 소리야?
정연 : 냉정하게 말하면 오히려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는 거야.
지민 : (순간, 굳어 본다)..!!
애라 : 너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
흥수 : (끼어 들어) 야야, 이러다간 그놈의 꽃 반 땜에 우리끼리 엉켜서 채프린이 아니라 엉겅퀴 되겠다. 엉겅퀴!
지민 : (표정 정리하게 부러 밝게) 그래, 그래. 우리 엠티 계획이나 짜자. 오늘 중에 학주랑 교감선생님한테 결재 받아야 되잖아.
어디로 갈까? 산? 바다? (하는데)
정연 : (O.L.) 나 할 말 있어.
아이들 : (보면)..?
정연 : ...너희들한텐 미안하지만 엠티랑 영화제작에 빠져야 될 것 같애.
씬22. 영화반 앞
영화반으로 들어오려던 재하, 정연의 말에 걸음 멈추고 선다. 그 위로.
성제 : (E) 빠지다니?
정연 : (E) 이번 방학 나한테 중요해.
씬23. 영화반
지민 : 야, 우리한테 영화제작만큼 중요한 게 어딨어?
정연 : 나한텐 있어. 2학년 여름방학, 수능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야.
애라 : (못마땅해서) 수능은 너 혼자 보니?
지민 : (얼른 애라에게) 그건 아니지, 물론. 근데 정연아. 우리가 영화제작 하구 엠티가는 건
함께 한다는데 더 큰 의미가 있는 거잖아. 그까짓 성적땜에 빠지는건 (하는데)
정연 : 난 너하고 달라.
지민 : (무섭게 굳는다)
아이들 : (역시 순간 굳어서 보는데)
지민 : (억지 미소 지으며)....나하구...다르다는 건...무슨 뜻이야?
정연 : (담담하게) 너한테 영화가 중요하듯이 나한테도 중요한 게 있다는 소리야.
(일어서며) 나 먼저 가봐야겠다. 미안해. (나간다)
성제 : (당황스럽게 보다가 정연을 따라 나간다)
지민 : (한 대 맞은 듯 멍하다)...
씬24. 영화반 앞
재하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정연 안에서 나오고 곧 그 뒤를 따라 나오는 성제. 정연, 빠르게 옥상을 내려간다.
성제 : 정연아! (따라가고)
성제와 정연의 모습 사라지자 한 쪽에서 재하, 슬그머니 나온다.
심난한 표정으로 영화반을 들어갈까 말까 잠시 망설이다가 포기하고 옥상을 천천히 빠져나간다.
씬25. 영화반 안
굳은 표정으로 말없이 앉아있는 지민. 아이들, 각자 심난한 표정이다.
신화 : (지민에게) 정연이, 가슴속에 쌓아 둘 줄만 알지 풀어놓는 방법을 몰라서 그래.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마.
지민 : ....기..기분 나쁘긴.
애라 : (O.L.) 어떻게 기분이 안 나쁘냐? 으유, 친구한테까지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공부는 잘하고 봐야겠다야.
지민 : (일어선다)
유미 : 어디가?
지민 : (애써 밝게) 생물 책 안 가져온 걸 깜빡했네. (나가려는데)
신화 : 지민아!
지민 : 어?
신화 : (시놉 들어 보이며) 팩스 안 보내?
지민 : ...나중에. (기운 없이 나간다)
신화 : (걱정스럽게 본다)
흥수 : 이러다 진짜 꽃들의 전쟁 나겠네.
씬26. 영화반 앞
천천히 나오는 지민. 하늘을 본다. 햇빛이 강렬하다.
지민, 인상 찡그리는 위로.
정연 : (E) 난 너하구 달라.
그늘진 얼굴로 천천히 걸어가다가 갑자기 빠르게 뛰어가는 지민.
씬27. 체육관
안으로 뛰어 들어오는 지민. 그 앞에 누군가 사용하다 두고 간 농구공이 놓여있다.
지민 : (대뜸 버럭) 그래! 나 공부 못한다! 공부도 못하면서 반장됐구, 공부도 못하면서 영화감독 된다구 설치고 다닌다!
하지만 공부 못하면 꿈꿀 자격도 없는 건 아니잖아! 안 그래? 안그러냐구?!
열올라 앞에 있던 농구공을 발로 힘껏 뻥 차버린다. 어딘가를 맞고 통통 굴러가는 농구공.
씬28. 교정일각
성제와 정연.
성제 : (조심스럽게) 물론 니가 나쁜 뜻으로 한 말이 아닌 건 알아. 하지만 지민인 좀 속상했을 거야.
정연 : (본다)....
성제 : 그 녀석 오늘 성적 땜에 맘이 많이 상했었거든.
정연 : ....나두, 편하지는 않아.
성제 : 정연이 너, 좀 편해질 순 없을까?
정연 : (보면)
성제 : 시험때만 되면 너 유난히 날카로워지는 거 솔직히 걱정돼.
정연 : (담담하게) 니가 걱정하는 게 뭐니?
성제 : (무슨 뜻인지 몰라보면) ..?
정연 : 날카로워지는 나 때문에 지민이가 상처 받을까봐, 그게 걱정 되는 거니?
성제 : (당황스럽게) 정연아?
정연 : (O.L.) 걱정마. 지민인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친구야. (돌아서 간다)
성제 : (동상처럼 굳어서 본다)...
씬29. 2학년 5반 교실
쉬는 시간. 자리에 와 앉는 지민, 비어있는 정연의 자리를 본다.
밝지 않은 얼굴로 책상 속에서 책 꺼내는데 딸려 나오는 프린트.
지민, 관심 없는 얼굴로 도로 책상 속에 넣는다.
안으로 들어서는 태훈, 그런 지민에게 시선 주었다가 자리로 간다.
씬30. 자판기 앞
커피를 마시고 있는 재하와 민주.
민주 : 그래서, 영화반 모임에 참석도 못하시구 그냥 오신 거예요?
재하 : 네. ...어떨 땐 아이들도 교사도 부모도 공부라는 게임에 지쳐간다는 생각이 들어요.
민주 : 게임이요?
재하 : (씁쓸하게 웃으며) 네. 하지만 아이들의 선택은 아니죠. 이 사회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하나의 수단으로
공부라는 게임을 선택한 건 대부분 부모쪽이니까요.
민주 : 부모님들이야 아이들의 행복을 바라시니까 그러시겠죠. 교사들도 그렇구요.
재하 : 아뇨. 아이들의 행복을 미끼로 부모의 행복을 목적으로 한, 교묘하게 위장된 게임인지도 모르죠.
민주 : ....
씬31. 2학년 5반 교실
지민, 생각에 잠겨 있는데 정연, 자리로 들어와 앉는다.
어딘지 어색하기만 한 둘. 정연, 책부터 꺼내 공부하기 시작한다.
애라, 그런 정연을 못마땅하게 슬쩍 보곤.
애라 : 지민아, 교무실 안 가?
지민 : 어? 가야지.
애라 : 같이 가자. 작문노트 제출해야 되건든.
지민 : 그..그래.
서랍에서 확인서 꺼내드는 지민, 정연에게 뭔가 말하려는 듯 잠시 망설이지만
시선 주지 않고 책을 들여다보는 정연 모습에 말 건네지 못하고 애라와 함께 나간다.
그제야 고개 들어 지민을 보는 정연, 마음이 무겁다. 그 위로.
광도 : (E) 글쎄 안된다고 했잖아?
씬32. 교무실
광도 앞에 서 있는 지민. 한 쪽에 비켜서서 걱정스런 표정으로 서 있는 애라.
지민 : 허락 안 해주시는 이유가 뭔데요?
광도 : 다른 애들은 전부 보충 수업하는데 니들만 빠지겠다는 거잖아? 형평성에 어긋나서 허락 못해.
지민 : (조금 굳어서) 어학 연수는 허락하셨잖아요?
광도 : 그거 하군 다르지. 걔들은 공부하러 가는 거잖아. 영어공부.
지민 : 저흰 영화 공부하러 가는 거라구요.
광도 : 그게 왜 공부야? 쓸데없이 몰려다니면서 사고나 치지.
지민 : 그럼, 영화제작만이라도 허락해 주세요.
광도 : 그건, 좀 더 두고 봐야 할 거 같으니까 그렇게 알어.
지민 : 선생님!
광도 : 이 녀석이. 그러게 평상시에 좀 잘하지. 그랬으면 왜 허락을 안 해 주겠어?
지민 : (말문 막혀 본다)...
광도 : 놀러 다닐 생각 그만하구 지금부터라도 맘잡구 공부할 생각이나 해. 가봐.
지민 : (굳은 얼굴로 돌아선다)
어두운 표정의 지민과 퉁퉁 부은 얼굴의 애라 교무실을 빠져나간다.
그때 안으로 들어서던 재하와 민주. 재하, 지민의 표정 보곤 광도에게 시선 준다.
씬33. 영화반
어두운 표정으로 안으로 들어서는 지민, 자리에 털썩 앉는다.
문득 책상 위에 놓인 시놉이 눈에 띈다. 천천히 시놉을 집어들고 보는 지민 위로.
광도 : (E) 그러게 평상시에 좀 잘하지. 그랬으면 왜 허락을 안 해 주겠어?
지민, 울컥 치미는 감정으로 휴지통에 시놉을 던져 버리곤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다.
지민, 밖으로 나가려는데 안으로 들어오던 정연과 마주친다. 순간, 둘 다 어색하게 굳는데.
정연 : (담담하게) 여기...있었구나. 성제가 많이 걱정하던데..
지민 : ...어.
정연 : 지민아!
지민 : (보면)
정연 : (담담하게) 영화제작은 아직 결정난 거 아니니까 너무 실망하지마.
지민 : (O.L.) 끝났어.
정연 : (놀라서 보면)..?
지민 : 다 끝났다구. (자조적으로) 내 앞가림도 못하는 주제에 영화 제작이니 뭐니 설치구 다닌 내가 잘못이지 뭐.
정연 : 지민아, 니 기분 이해해. 하지만.
지민 : (O.L.) 넌 이해 못해.
정연 : (굳어서 보면)..!!
지민 : 넌 잡초가 아니니까. (나간다)
한 대 맞은 듯 멍하게 문을 바라보고 서 있던 정연. 문득, 휴지통에 버려진 지민의 시놉을 본다.
씬34. 교무실
광도 앞에 굳은 표정으로 서 있는 재하.
재하 : (침착하게) 제가 말씀드렸을 땐 허락 하셨잖습니까?
광도 : (조심스럽게) 사실 난 허락해서 결재 올렸는데 교감 선생님이 완강하게 안된다는 걸 난들 어떡해.
재하 : 교감 선생님이요? (하는데)
명교감, 들어서서 예의 그 뚝뚝한 표정으로 자리로 간다.
재하, 다부진 얼굴로 명교감 앞으로 간다.
광도 : (화들짝 놀라 얼른) 이선생.
재하 : (이미 명교감 앞에 서서) 교감 선생님.
명교감 : 또 무슨 일이예요?
재하 : 영화반 엠티와 영화제작을 허락하지 않는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명교감 : (짜증스럽게) 그거야 보충수업 때문에 그런 거 아닙니까?
재하 : 그렇다면 어학연수 역시 허락하지 않는 게 형평성에 맞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명교감 : 이선생, 도대체 내가 아침에 한 얘긴 어디로 들었어요? 이 학군내에서 우리 학교가 제일 뒤쳐져요.
지들이 알아서 하는 놈들이야 상관없지만 놀자고 설치는 놈들까지 맘대루 하라고 놔둘 수는 없는 거잖아요.
재하 : (지지않고) 물론 학생의 본분은 공붑니다. 대학 진학 물론 중요하구요.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명교감 : (열올라서) 지금 누굴 가르치는 겁니까?
광도 : (얼른 재하의 팔 잡으며) 이선생, 왜 이래?
재하 : (굳은 표정으로) 교사와 학교는 학생들을 위해 있는 것이지 학생이 교사나, 학교의 명예를 위해 있는 건 아니잖습니까?
명교감 : (벌떡) 뭐예요?
광도 : (잡아끌며) 아참, 이친구가 진짜. (강하게 잡아끌며) 나가자구 엉?
명교감 : (감정 삭히지 못하고) 아주 똑똑하시구만. 그 고상한 말들이 얼마나 무참하게 깨어지는지 곧 아시게 될 겁니다.
(거칠게 나가 버린다)
광도 : (난감해서) 교감 선생님!
명교감 : (이미 나간 뒤다)
일평 : (재하에게) 더위 먹었어? 대대장이 까라면 까는 거지 왜 쓸데없이 치받구 그래. 말단 소총수가 뭐 힘 있다구.
재하 : (대꾸 않고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 앉는다)
다른 교사들 난감해서 서로 시선 교환한다.
씬35. 교정 일각
감정을 삭히듯 담배를 꺼내 무는 명교감. 그 앞으로 지나가던 아이들, 명교감 발견하고 뜨끔해서 도망치듯 빠르게 지나간다.
명교감 : (혀차며) 저런, 저런. 다 큰놈들이 인사할 줄도 모르고. 에이.
씬36. 학교 앞 문구점 (밤)
정연 : (안으로 들어서며) 팩스 보낼 수 있죠?
주인 : 어. 몇 장인데?
정연 : (한 손에 들려있던 지민의 시놉 내밀며) 다섯 장이요.
씬37. 2학년 5반 앞 복도
기운 없이 걸어오는 지민, 교실 향해 가는데 교실에서 가방 들고 나오는 태훈과 형주.
지민, 어두운 얼굴로 태훈을 지나 교실로 들어간다. 평상시와 다른 지민 모습에 걱정스런 시선 주는 태훈.
형주 : 왜?
태훈 : 아냐. (간다)
씬38. 2학년 5반 교실
대부분의 아이들 하교하고 난 뒤의 교실.
정연을 제외한 영화반 아이들과 용구, 심난한 얼굴로 지민을 기다리고 있다.
지민, 들어서자 아이들 기다렸다는 듯 본다.
지민 : (자리로 가서 앉는다)
성제 : (조심스럽게) 어디 갔다 오는 거야?
지민 : (대꾸않고 가방 챙기기 위해 책상 속에 있는 책들 꺼내기 시작한다)
아이들 : (눈치 살피는데)
용구 : (분위기 파악 못하고) 야, 그러길래 왜 니가 가냐? 성제나 신화를 보내지. 아님 정연이를 보내든가.
애라 : (용구 꾹 찌른다)
용구 : 아야!
흥수 : (용구에게) 너 입 열지마.
신화 : (담담하게) 너무 실망하지마. 계획을 조금 변경한다고 생각하자.
유미 : 어떻게?
신화 : 보충 수업만 안 빠지면 되는 거 아냐?
애라 : 맞다. (지민보며) 그래? 그러자.
지민 : (여전히 굳어서 프린트 꺼내며) 그러고 싶지 않아. (하는데)
용구 : (무심코) 너 드림 스쿨 하냐?
지민 : 드림스쿨이라니?
용구 : (프린트 집어들고) 이거, 태훈이가 하는 과외에서 나눠주는건데.
지민 : (더욱 굳어서) 뭐? (말 끝남과 동시에 프린트 들고 밖으로 뛰쳐나간다)
성제 : 지민아!
지민, 빠르게 뛰어 교실을 빠져나간다. 아이들 영문 모르겠는 표정으로 본다.
씬39. 교정 일각
정신없이 뛰어가는 지민, 태훈을 찾듯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태훈의 모습 보이지 않는다.
무작정 교문 향해 뛰어가는 지민.
씬40. 다른 교정
태훈과 형주, 여유 있는 걸음으로 교문 향해 걸어가는데.
지민 : (E) 야, 한태훈!
태훈 : (휙 돌아본다)
지민 : (숨 거칠게 몰아쉬며 태훈 앞으로 걸어온다)
태훈 : (놀라서 보는데)
지민 : (앞에 서자마자 대뜸) 니 눈엔 내가 불쌍해 보이니?
태훈 : (동요 없이) 무슨 소리야?
지민 : (프린트 태훈 가슴에다 던지듯 주며) 나 이런 거 필요없으니까 너나 열심히 해. 알았어? (휙 돌아서 간다)
태훈 : (그제야 사태를 파악하고 지민을 보는데)
형주 : 무슨 일이야?
태훈 : (대답 않고 빠르게 지민을 따라잡는다)
형주 : (바닥에 떨어진 프린트를 집어들곤 뜨악해서 태훈을 본다)
씩씩거리며 가는 지민, 앞을 가로막는 태훈.
태훈 : (표정 변화 없이) 얘기 좀 하자.
지민 : 너랑 할 얘기 없어. (가려는데)
태훈 : (다짜고짜 지민의 손목을 낚아채서 잡고 간다)
지민 : (손 빼려고 애쓰며) 이거 안 놔! 야!
씬41. 옥상
지민 : (태훈에게 잡힌 손목 거칠게 뿌리치며) 놓으란 말야!
태훈 : (예의 그 냉정한 얼굴로) 윤지민, 도대체 왜 이렇게 흥분하는 거냐?
지민 : 몰라서 물어? 니가 뭔데 남의 자존심을 건드리냐구?!
태훈 : 그 정도 일에 자존심이 상할 만큼 열등감이 많았던 모양이지?
지민 : 뭐?
태훈 : (냉정하게) 어쨌든 자존심이 상했다면 사과할게. 하지만 별다른 뜻은 없었으니까 오해하지 마라. 난 단지 (하는데)
지민 : (말자르며) 한태훈, 너!
태훈 : (보면)
지민 : (굳어서) 앞으루 어떤 식으로든 내 일에 상관하지 마. (돌아서는데)
태훈 : 너, 진짜 자존심이 뭔지 알어?
지민 : (돌아보면)
태훈 : 무시당하지 않을 수 있도록 객관적 조건을 갖추는 거야.
지민 : 객관적 조건?
태훈 : 학교에서의 허락, 난 됐는데 넌 왜 안됐다고 생각해?
지민 : (하얗게 질려서 뱉듯) 나쁜 자식! (휙 돌아서 간다)
태훈, 냉정한 표정으로 지민의 뒷모습을 보다가 지민의 모습 사라지자 그제야 얼굴에 동요가 인다.
이렇게 말하려던 것은 아니었다...
씬42. 영화반
영화반 아이들 심난한 표정으로 모여있다. 지민과 정연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신화 : 기운들 내고, 우리끼리라도 계획을 다시 한 번 짜보자.
애라 : 지민이두 갔는데 우리두 그냥 가자.
유미 : 그래. 정연이도 없잖어.
애라 : (불만으로) 걔야 뭐, 도서관에 있겠지 뭐.
흥수 : 진짜, 성적땜에 우정에 금 쫙 가고 내분이 인다. 일어.
신화 : (웃으며) 자, 지금부터 딱 한시간만 투자해 보자.
성제 : (지민이 걱정으로 심난하다)...
씬43. 극장 안
영화가 상영중인 극장. 스크린에 몰입되어 있는 관객들 사이에 자리 잡고 앉아 있는 교복차림의 지민.
멍한 시선으로 스크린에 시선 가 있다.
관객들 어떤 장면에서 웃음이 새어 나오는데 지민의 시선에 스크린의 화면이 뿌옇게 흐려진다.
지민의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 주먹으로 쓱 닦아본다. 그래도 눈물이 흐른다.
결국, 고개 숙이고 소리 죽여 울어버리는 지민.
옆에 앉은 관객, 황당한 표정으로 지민을 곁눈질해 본다.
씬44. 상담실
(F.I.)
재하 : (놀란 표정으로) 뭐? 반장을 그만둬?
지민 : (굳은 얼굴로) 네.
재하 : (차분하게) 반에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지민 : 아뇨.
재하 : 그럼?
지민 : 다른 이유 없어요.
재하 : 임마, 이유도 없이 갑자기 반장을 왜 그만두겠다는 거야?
지민 : ....전 자격이 없어요.
재하 : (뜨악해서) 니가 왜 자격이 없어? 지금까지두 아주 잘하고 있는데.
지민 : ....
재하 : (조금은 짐작이 가서) 지민아, 반장이란 건 말야.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냐.
너처럼 씩씩하고 리더쉽도 있는 사람이 할수 있는 일이라구.
지민 : 전.. 그만두고 싶어요.
재하 : 음. 그럼 이러면 어떨까?
지민 : (보면)
재하 : 지민이두, 선생님두 시간을 좀 더 갖구 이문젤 생각해보자. 어때?
지민 : (마지못해)....네.
재하 : 하지만 선생님은 지민이가 5반 반장이길 바란다는 거 잊지마. 알았지?
지민 : (대답 없이 꾸벅 인사를 하곤 문쪽으로 간다)
재하 : (걱정스럽게 본다)
씬45. 교무실
명교감 졸고 있고 성태(30대후반)가 안으로 들어선다.
성태 : (e) 저, 교감선생님 좀 뵈러 왔는데요.
유란 : (e) 저쪽인데요.
성태 : (e) 고맙습니다.
성태 다가오고 유란 등 ‘누군가’싶어 바라본다.
성태 : (다가와) 저, 선생님.
명교감 : (못 듣고)
성태 : 선생님.
명교감 : (벌떡 깬다. 성태 보며) 어떻게 오셨습니까?
성태 : 선생님, 저, 김성탭니다.
명교감 : (들여다본다)
씬46. 2학년 5반 교실
가방을 챙기고 있는 아이들. 지민, 들어와 자리에 앉는다.
유미 : 어디 갔다와?
지민 : (가방 챙기는데)
애라 : 지민아, 성제랑 신화가 도서관에 자리 잡아 놓는다고 했어.
지민 : (가방 들고 일어서며) 먼저 갈게.
애라 : 도서관에 안가?
지민 : 독서실 끊었어.
유미 : 너 독서실 답답해서 싫다고 했잖어.
지민 : 달라졌어. 내일 보자. (간다)
애라 : 쟤 지민이 맞니?
유미 : 아닌 거 같애.
씬47. 2학년 5반 앞 복도
걸어가던 지민, 앞에서 오던 정연과 만난다.
정연 : (조금 어색하게)...가니?
지민 : 어. 시험 얼마 안 남았는데 공부해야지. 먼저 갈게.
활기 없이 걸어가는 지민을 어둡게 바라보는 정연.
씬48. 한식집 (밤)
명교감과 성태 마주 앉아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명교감 : (잔에 술 따라주며) 나한테 맞을 때가 그렇게 원통하든가?
성태 : (웃으며) 그럼요. 아주 칼을 갈었었죠.
명교감 : 칼을 갈어? (허허) 그렇게 피 맺힌 한이 서렸는데 어째 졸업식날 조용히 넘어갔어?
성태 : (희미한 미소로) 선생님 마음을 알았으니까요.
명교감 : (보면)...
성태 : 공부하나 잘해서 제가 받았던 관심, 대우, 선생님만 못마땅해하셨잖아요.
명교감 : ...그랬던가?
성태 : 네. 솔직히 저 공부만 잘했지 안하무인이었잖아요.
명교감 : (빙긋 웃는다)
성태 : (추억하듯) 선생님께서 언젠가 그러셨어요. 저같이 가슴은 없고 머리만 있는 위인이
판검사 돼서 이끌어 나갈 세상을 생각하면 끔찍하시다구요.
명교감 : (문득 회한이 드는)... (잔을 훌쩍 비운다)
성태 : 사실 저, 선생님 때문에 교사가 되기로 결심했어요.
명교감 : (뜻밖이라 놀라서 본다)
성태 : 선생님처럼 아이들에게 인간의 빛깔과 향기를 찾아 줄 수 있는 그런 교사가 되겠다구요.
(겸연쩍게) 이제야 선생님을 찾아뵌 주제에 말만 너무 거창했네요.
명교감 : (쓸쓸한 미소로 보는)...
씬49. 주택가 골목
어두운 골목을 얼큰하게 취해서 노래 흥얼거리며 걸어오던 명교감. 문득 멈춰 선다. 그 위로.
성태 : (E) 선생님처럼 아이들에게 인간의 빛깔과 향기를 찾아 줄 수 있는 그런 교사가 되겠다구요.
허탈한 웃음 흘리곤 가는 명교감의 뒷모습을 비추는 가로등.
씬50. 독서실 (밤)
좁은 독서실 한 칸을 비추는 현광등 불 밑에 사복 차림의 지민, 자리 잡고 앉아 공부를 하고 있다.
잘되지 않는 듯 고개 들어 주위를 둘러본다.
독서실을 메우고 있는 아이들의 풍경. 엎드려 자기도 하고, 죽자고 공부를 하기도 하는...
그 모습이 답답한지 크게 내리쉬곤 억지로 책에 시선 박는 지민.
씬51. 학교 외경 (아침)
애라 : (E) 영화반 짱을 그만두겠다구?
씬52. 영화반
모여있는 영화반 아이들. 지민과 정연만 자리에 없다.
성제 : (심각하게) 어. 반장도 그만두겠다고 말 한 모양이야.
유미 : 말도 안 돼.
흥수 : 장난 아닌데. 이러다가 진짜 영화반 엉망되는 거 아니냐?
애라 : (대뜸) 이게 다 정연이 때문이야.
흥수 : 야, 여기서 갑자기 정연이가 왜 나오냐?
애라 : 솔직히 정연이가 지민이 무시한 건 사실이잖아.
신화 : 그건 아냐.
애라 : 아니긴 뭐가 아냐.
씬53. 영화반 앞
안에서 들리는 소리에 들어서지 못하고 서 있는 정연.
애라 : (E) 게다가 엠티구 영화제작이구 빼달래서 분위기 엉망으로 만들어 놓구.
정연, 천천히 돌아서 간다.
씬54. 2학년 5반 교실
활기를 잃은 표정으로 자리 지키고 앉아 책을 보고 있는 지민.
안으로 들어서던 정연, 지민의 모습을 을 물끄러미 보다가 발 길 돌려 교실을 빠져나간다.
씬55. 교무실
복만 : (뜨악해서) 교감 선생님이요?
광도 : 어. 어제 학교운영위원회에서 강력하게 말씀하시더라구.
재하 : (역시 뜨악해서 보고)
유란 : 어머, 의외네요. 그렇게 난리시드니. (하는데)
명교감 : (들어선다)
교사들 : (살피듯 명교감을 본다)
명교감 : (자리에 가며 툭) 보충 심화반 실시는 안하기로 했으니까 애들한테도 그렇게 전달하세요.
재하 : (놀라서 본다)
교사들 : (사실이네하는 표정으로 보고)..
명교감 : (자리에 앉으며) 그리고 이선생.
재하 : 네.
명교감 : (멋쩍은 듯 시선은 서류를 보고) 그 영화반 일 말입니다.
재하 : (보면)
명교감 : 담당교사가 인솔해서 가는 조건으로 허락하는 거니까 이선생이 확실하게 책임지세요.
재하 : 네? (뜻밖이어서 멀뚱히 서 있는데)
명교감 : (그제야 고개 들고) 나한테 뭐 또 따질 거 있습니까?
재하 : 아, 아뇨.
명교감 : 근데 왜 그렇게 버티고 서 있어요?
재하 :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교감선생님.
명교감 : (예의 그 뚝뚝한 표정으로) 가서 일 봐요.
자리로 가는 재하를 보며 웃는 민주. 재하 역시 따라 웃는데.
안으로 들어서는 정연, 재하 앞으로 간다.
정연 : 저, 선생님.
재하 : (본다)
씬56. 교정 일각
재하 : 영화반을 그만둬?
정연 : (담담하게)...네.
재하 : (장난스럽게) 이 녀석들이 요즘 그만두겠다는 말을 아주 쉽게하네.
정연 : ...죄송해요.
재하 : (미소로) 공부 때문이니?
정연 : ...그것 때문만은 아니지만, 앞으론 영화반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없을 거 같아서요.
재하 : 결국, 공부 때문이네.
정연 : ....
재하 : 정연인 시나리오 작가가 꿈인 걸로 알고 있는데 선생님 기억이 틀렸나?
정연 : 아뇨. 하지만 그건 나중에 일이구요. (하는데)
재하 : 너 혹시 거인과 무지개에 관한 얘기를 아니?
정연 : (보면)
재하 : (다자고짜) 옛날에 말야, 무지개를 찾아 떠난 남자가 있었어. 그런데 어느날 길을 막고 서 있던 거인을 만났지.
남자는 거인보고 비키라고 했고 거인은 비켜주지 않았어. 그게 시비가 돼서 남자는 거인과의 싸움을 시작했어.
씬57. 지민의 방 (밤)
공부를 하고 있는 지민, 초조한 듯 손톱을 잘근잘근 씹는다.
공부가 잘 되지 않는 듯 머리를 흔들어 보는 지민.
재하 : (E) 싸움은 갈수록 격렬해졌고, 남자는 무지개를 잊어버리고 거인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만이 목적이 돼버렸어.
오랜 세월 싸움 끝에 결국 남자는 거인을 이길 수 있었지만
그땐 이미 남자는 지칠대로 지쳐서 무지개를 찾아 떠날 수가 없었어.
씬58. 지민의 아파트 앞 (밤)
누군가를 기다리고 서 있는 사복차림의 정연 위로.
재하 : (E) 정연아, 니가 원하는 건 무지개니? 거인과의 싸움이니?
정연, 곰곰한 미소 지어보이는데 아파트 안에서 나와 두리번거리는 지민, 정연을 발견하고 다가온다.
지민 : (의아해서)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
정연 : (미소로) 갑자기...니가 보고 싶어서.
지민 : (뜻밖인 듯 본다)
씬59. 아파트 근처 공원 (밤)
나란히 앉아있는 정연과 지민.
정연 : 난, 언니처럼 되진 않겠다고 생각했었어.
지민 : 언니?
정연 : 응. 우리 언닌 재수해서 지방대학에 힘들게 들어갔는데 엄만, 그게 참을 수 없으셨나봐.
결국 언니 뜻과는 상관없이 자퇴하구 지금 삼수를 해. ...참 웃음이 많았는데... 요즘은 웃질 않아. 마치 죽은 사람 같애.
그런 언닐 볼 때마다 언니처럼은 안되겠다구, 좋은 대학에 합격해서 보란 듯이 엄마한테 보여주겠다구 다짐했었어.
지민 : (그랬구나)....
정연 : 거인과 싸우는 그 남자처럼 말야.
지민 : (할 말을 찾지 못하고 본다)...
정연 : (희미한 미소로 보며) 지민이 너, 나 때문에 많이 속상했지?
지민 : 어? 아..아냐.
정연 : 나두..싸움에 많이 지쳤었나봐....미안해.
지민 : 미안하긴 뭐가?
정연 : (일어서며) 그만 가봐야겠다. 들어가. (돌아서려는데)
지민 : 정연아.
정연 : (보면)
지민 : ...고마워.
정연 : 뭐가?
지민 : (머쩍은 미소로) 하마터면 나도 무지개를 잃어버릴 뻔했어.
정연 : (미소로 본다)
씬60. 학교외경 (아침)
씬61. 교무실
컴퓨터 앞에서 바쁘게 시험문제 작성하고 있는 재하.
광도 : 이선생, 또 꼴찌야?
재하 : 금방 됩니다. 금방.
광도 : 하여간 시험문제를 내는 게 아니라 시험 공부를 한다니까. 오늘중으로 제출해.
재하 : 알겠습니다.
민주 : (재하 앞으로 팩스 종이 내밀며) 선배님.
재하 : (벙해서) 뭐예요?
민주 : (빙긋) 윤지민 앞으로 온 팩슨데요.
재하 : 지민이요?
씬62. 2학년 5반 교실
종례시간. 교탁 앞에 서 있는 재하.
재하 : 기말고사가 이틀 남았다는 건 방학도 머지 않았다는 증거다. 남은 시간 최선을 다하도록. 알았나?
아이들 : (동시에) 네.
재하 : (힘주어) 그리고. 윤지민!
지민 : (보면)
재하 : 앞으로 나온다.
지민 : (영문을 모르겠는 표정으로 교탁 앞으로 간다)
재하 : 선물이 있는데 줄까? 말까?
지민 : (벙해서 보면)
재하 : (팩스 내밀며) 자, 그 유명한 박상진 감독한테 온 편지다.
아이들 : (술렁이는데)
정연 : (빙긋 웃는다)
지민 : (놀라서 받을 생각을 못하고 본다)
재하 : (장난치듯) 받기 싫으면 말구.
지민 : 아, 아네요. (얼른 손 내민다)
재하 : (팩스 주며) 시놉이 훌륭했던 모양인데? 칭찬이 아주 대단해.
지민 : (머쓱 웃으며 자리로 간다)
태훈 : (지민 보며 보일 듯 말 듯 희미하게 웃는데)
재하 : 자, 이상!
지민 : (용수철 튕기듯 벌떡 일어나 큰 소리로) 차렷! 경례!
아이들 : 고맙습니다.
재하 : (고개 장난스럽게 끄덕이며) 그래, 그래.
지민의 편지를 보기 위해 우르르 모이는 영화반 아이들.
나가던 재하, 그런 지민네들 보며 씽긋 웃곤 교실을 빠져나간다.
흥수 : (지민에게) 야야, 뭐라고 썼냐? 엉?
애라 : (이미 팩스 종이 들고 읽으며) 어머, 어머. 동료감독으로 만날 날을 기다린데.
유미 : 정말? 와아.
지민 : (뭔가 이상해서) 근데 내 시놉을 어떻게 받았지? 난 안 보냈는데.
정연 : (가방 들고 일어서며) 안 가?
지민 : 가야지.
애라 : 너희 어디 가는데?
지민 : 도서관에.
유미 : 너 독서실 끊었잖아.
지민 : (능청스럽게) 어우, 거긴 너무 답답해. 역시 들꽃은 들꽃답게 넓은데서 피어야 되겠드라구.
아이들 : (벙해서 본다)
지민 : 니들두 같이 가자. 공부하다가 머리도 식힐겸 엠티 계획도 짜게. 안가?
흥수 : (벙한 얼굴로) 아니, 가. 가야지. 그럼, 가야지. 가.
아이들, 가방 들고 지민과 정연을 따라 나서고 그 뒤에 성제와 신화, 마주보고 시선 교환하며 빙긋 웃는다.
씬63. 2학년 5반 앞 복도
지민과 영화반 아이들 시끌벅적 떠들며 나오는데 복도를 걸어가는 태훈과 형주의 뒷모습.
지민, 문득 어떤 생각에.
지민 : 니들 먼저 가 있어. (대뜸) 야, 한태훈!
태훈 : (뒤돌아본다)
영화반 아이들,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보다가 몰려간다.
태훈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가는 지민을 돌아보며 가는 성제.
지민 : (태훈 앞에 서서) 할 말이 있는데.
형주 : (슬쩍 웃으며 태훈에게) 교문 앞에서 기다릴게. (간다)
태훈 : (표정 변화 없이) 뭔데?
지민 : 너, 진짜 자존심이 뭔지 알어?
태훈 : (보면)...
지민 : 객관적 조건 때문에 눈치보며 사는게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끝까지 지키는 거, 그게 진짜 자존심이야. (휙 돌아서 간다)
통쾌한 표정으로 돌아서서 씨익 웃는 지민과 당했다는 듯 빙긋 웃어 보이는 태훈에서. (엔딩)
첫댓글 지민이 주인공 회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