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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 주차장에서 상원사까지는 0.3km, 비로봉까지는 3.3km.
11:25 상원사 입구(주차장) 출발, 금새 상원사 절이 보인다. [上院寺]라는 문패(편액 扁額)가 초서로 쓰여 져 퍽 인상적이다. 상원사 동종(銅鐘)은 국보(國寶)로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종이라는데, 눈도장이라도 찍어야지.
상원사는 조선왕조 세조(世祖)와 인연이 깊단다. 상원사 동종도 원래 경상도에 있던 것을 세조 때 이곳으로 옮겼다고 한다. 대웅전 입구에 고양이 석상(石像)이 서있는데, 자객(刺客)이 숨어있는 법당에 세조가 들어서는 것을 막아 세조의 생명을 구한 고양이를 기리기 위해 그곳에 고양이 석상을 만들었다나. 낡아 겨우 형체만 알아볼 정도다. 앞에서 사진 한판씩 찍다(사진은 카페 각종사진모음 [오대산 단풍] 참조). 산악회 일행에 낙오되지 않으려니 한가롭게 감상할 수 없다. 뛰어!!! 한 30분 흙계단 따라 오르니 보수(補修) 중인 암자가 나온다. 대간의 설명은 수년 전부터 보수 중인데 지금도 저렇단다. 산행기를 쓰면서 지도를 보니 그곳이 바로 중대사(中臺寺:사자암)이다.
◇ 적멸보궁(寂滅寶宮)
등산책자에 적멸보궁에서 비로봉까지 ‘깔닥고개’라고 소개되어, 적멸보궁까지는 쉬운 길로 알았는데 오산이다. 계속되는 계단 길로 이곳도 “한 깔닥”하는 곳이다.
용안수(龍眼水). 적멸보궁에 좀 못 미쳐 오르막 길가에 있는 우물이다. 시골 우물 같은 모양인데 안내 간판도 없어 대부분 지나친다. 대간이 불러서야 우리 일행은 용안수 한 바가지씩 마시다. 천하명당 적멸보궁에서도 용의 눈에 해당하는 곳에서 나는 물이니 그 효험을 말로 어찌 표현하겠는가. 용안수를 막 지나는데, 누군가 대간 싸모에게 “이모님-”하고 부른다. 고향(평창군 진부면)에 왔으니 친척도 만나고, 좋겠다. 그야말로 ‘님도 보고 뽕도 따고’.
10분쯤 더 가면 적멸보궁 입구 쉼터가 나오고, 안내 표지판에는 해발 1190m이다. (상원사 주차장까지 버스로 온 길이 오대산 절반은 오른 듯하다.) 쉼터에서 적멸보궁까지는 계단 길로 2-3분 거리. 산행객은 무슨 시간이 저리 급한지(다들 여러 번 와서 인지) 적멸보궁 쪽은 보지도 않고 비로봉을 향해 직진이다. 맨 뒤에 따라오는 우리 일행이 걱정스러운지 산악회 여 총무의 눈살이 예사롭지 않다. “적멸보궁 쬐금만 보고 금새 따라 갈게요”하고는 튀는 듯 계단으로 오르다.
12:20 적멸보궁(寂滅寶宮) 도착. 한눈에 들어오는 조그만 암자인데, 초파일에 거는 연등이 시골학교 운동회 만국기처럼 마당에 가득 매달려 있다. 기념촬영 하는 산행객의 소음과 염불을 외쳐대는 녹음기 소리에 정신이 산만하다. 그 와중에 승복을 한 보살은 기와불사인지 뭔지 시주하라고 외치고. 우리도 사진 찍기에 바쁘다. 등산안내 책자에는 우리나라 4대 보궁의 하나이며 풍수 지리학상 제일(第一)의 명당(明堂)이라고 하는데, 시끌벅적한 분위기에 또 시간독촉까지 하는 산악회 특성상 차분히 감상할 수 없다.
적멸보궁에서 비로봉까지는 급경사 오르막이다. 국립공원답게 계단 길로 단장이 잘 되어 오르기에 불편함이 없다. 쉬엄쉬엄 오르면 좋은 곳일 텐데, 위에서 시계 쳐다볼 산악회 직원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린다.
오르막에는 제법 노란 단풍들이 보이는데, [당단풍]이라고 이름표를 달고 있다. 조금 더 위에는 이제 막 수줍은 듯 빨개지는 [홍단풍]이 보이기도 한다. 정상이 가까워 오자 단풍이 완연하다.
◇ 비로봉
13:20 비로봉(毘盧峰;1,563.4m) 도착.
오대산(五臺山)은 동서남북(東西南北)과 중(中)에 다섯 개의 대(臺)가 있어 붙여진 이름인데, 호령봉(虎嶺峰:1,560.6m)․비로봉(毘盧峰;1,563.4m)․상왕봉(象王峰:1,485m)․두로봉(頭老峰:1,421.9m)․동대산(東臺山:1,433.5m)의 다섯 봉우리가 중심이 되어 이루어진 산이다. 그 중의 정상이 비로봉이다.
비로봉 정상 표시석을 잡고 사진 한번 폼 나게 박아야 하는데 사람이 너무 많다. 차례를 기다리면 한이 없다. 밀치고 들어오는 사람이 먼저다. 산에 와서 까지 차례다툼을 해야 하는 우리 현실이 애처롭다. 공기 맑고 단풍 좋고, 하늘 좋고, 물 좋고, 좋고 또 좋고--- 노래하다가도 역시나 차례 다툼만은 “내가 먼저”다. 비로봉 정상에서 보이는 나머지 4개의 봉우리 전망이 좋다는데 차분히 조망할 틈도 주지 않는다. 상왕봉 쪽 능선으로 가다가 헬기장에서 식사하라고 장소까지 알려준다. 친절보단 고삐로 와 닿는다.
능선 따라 10여분 가니 헬기장이 나오고, 5분을 더 가니 헬기장이 또 나온다. 그곳에서 점심 보따리를 푼다(13:40). 세 집 배낭에서 풀어놓은 밥상이 진수성찬이다. 마치 한정식(韓定式) 밥상이다. 능선에서 보는 오대산은 정말 아름답다. 오길 잘했다고들 자찬(自讚)이다. 여기저기 울긋불긋 시작한 단풍은 속살이 보일 듯 말 듯 퍽 수줍어하는 모습이다. 마치 새색시 볼처럼 아름답다. 이를 두고 [처녀단풍]이라고 한단다. 맞다, 딱 맞은 표현이다. [처녀단풍(處女丹楓)]이다. 대간이 가져온 포도주 한 병을 셋이서 다 들고서야 일어난다(14:10).
◇ 상왕봉(象王峰)
상왕봉으로 가는 길은 능선 따라 완만하다. 여기 저기 이제 갓 물들기 시작하는 단풍이 풋풋하게도 아름답다. 마치 5월의 신록(新綠)에서 풍기는 풋풋함이 단풍(丹楓)에서 느껴진다. 처녀단풍이랬지. 대간이 여기 저기 단풍을 배경 삼아 기념촬영을 해 준다. 능선 따라 주목(朱木)도 많다. 고사목도 많이 보이고.
14:40 상왕봉(象王峰) 도착. 비로봉에서의 그 많던 사람들 다 어디로 갔나? 이정표만 있을 뿐 표시석도 없다. 정상은 하나, 정상이 아닌 2봉에는 관심이 없나보다. 세상인심의 진면목이다. 이제 내리막이다. 비로봉으로 오르막보다 이곳의 단풍이 더 붉다. 두로봉으로 가는 3거리 부근에 북대사(北臺寺:미륵암) 이정표만 본 채 상원사로 하산이다. 신작로를 가로질러 지름길로 내려오는데 가파른 하산 길은 미끄럽기도 하지만 지루하지 않고 아름다운 삼림(森林)이 매혹적이다. 오르막에서 힘들어하던 산고수장 형수씨가 내리막은 일등이다. 그 정도 실력이면 설악산 산행도 충분하겠다. 젊디젊은 우리 집 마나님이 내리막에서는 가장 뒤쳐진다.
◇ 관대거리
신작로가 만나는 곳 개울가에서 잠시 발을 담그는데 10초도 어렵다. 발이 시리다. 개울은 신작로를 따라 계속된다(신작로가 개울을 따랐겠지만). 오대천이 시작되는 곳이다. 물살이 꽤 세다. 가파른 지형을 보여주고 있다.
16:10 상원사 주차장 도착. 원래 그곳 지명이 ‘관대거리’란다. 대간이 하산을 서두르며 막걸리 한잔을 하잔다. 그곳에 매점이 딱 한군데 있다. ‘관대거리 매점’이다. 음료수와 컵라면 이외에 주류는 아예 팔지를 않는다. 마음에 든다. 산문(山門) 바로 앞에서 벌어지는 술판은 정말 안 어울린다. 그래도 관광지라는 양해(?) 아래 대부분 술판이 벌어지는 현실이다. 이곳은 관광단지니 위락시설이니 하는 곳들이 아예 보이지 않는다. 간결해서 좋다. 계속 보전되기를 기대합니다. 관세음보살-
○ 원조 왕족발
16:25 관광버스는 예정보다 5분 먼저 출발한다. 진부 톨게이트를 지나 영동고속도로에 진입하자 차는 제 속도를 내지 못한다. 사고 때문인지 휴일 때문인지 여하튼 밀린다.
21:10 동서울 톨게이트에 도착. 유명한 장충동 왕족발에 쐬주 한잔씩 하기로 대간의 제안이다. 22시가 넘어 도착한 장충동 족발집 골목에서 초보자들이 원조 장충동 왕족발집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모두가 ‘원조’이다. 점심에 배불리 먹어 아직까지도 배가 방방한데, 먹음직스런 족발에 또 젓가락이 활개 친다. 이러니 맨 날 평수만 늘어나지. 소주 각 1병은 해야 된다나. 서둘러 마시고 먹고 또 먹고 23:30분에야 서둘러 지하철을 타다. 이렇게 늦은 시간 자정이 다 되도록 지하철엔 사람이 퍽도 많다. 서울엔 정말 사람이 많고도 많다. 그래서 서울이 활기찬 도시인가 보다.
2005. 10. 3.(월요일: 開天節), 산행 다음 날이 쉬는 날이라 마음이 여유롭다. 단군 할아버지께 감사드리며, 오늘은 여의도공원에서 한강 선유도(仙遊島)공원까지 걸어 본다. 1시간 20분 정도 거리이다. 다리도 무겁고 허리도 뻐근하다. 평지를 걷는 것이 산행보다 결코 쉽지 않다. 한강에 있는 [선유도공원], 가족 손잡고 가 볼만합니다.
(개천절 오후, 모처럼 가족이 있는 집에서, 이 철 환 씁니다.)
첫댓글 다음 11월12일에는 월출산에서 .. 오대산 단풍 산행 즐거웠습니다..
즐겁고 멋진 산행이었습니다. 함께한 백두대간 부부, 산고수장 부부께 감사드립니다.
아따 높은산 올라갔네! 불갑산 세배 높이네 그려.
지들만 좋은 경치보고, 족발 먹고, 부럽구만요. 11월 두째주는 생각좀 해보구요?
아름다움이 너무좋았서라우이
원숭이가아닌 고양이아닌가?
본인 실수!!!, 상원사 대웅전 앞에 원숭이 석상이 아니고 고양이 석상입니다. 수정하겠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너무 아름다워요.... 맨날 부럽기만 합니다
'오메~ 행복허것네! ' 가을을 먼저 맞으러 그 높은 곳 까지 올라간 친구들의 젊음과 열정이 부럽네. 덕분에 멋진 구경했네. 그리고 이 계절속에 친구들의 건강한 삶이 더욱 정겹고 향내 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