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연비 대결! 렉서스 RX400h vs. RX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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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공식 판매 중인 국내 최초 이자 유일한 하이브리드 카, RX400h의 연비 테스트. 조건을 따지자니 한도 끝도 없었다. |
공인 기관의 연비 계측 장비에 올려 배기가스 성분으로 휘발유 소모량을 재지 않는 한 공정성 논쟁은 끝없이 꼬리를 물 듯했다. 그렇다고 이미 연비 인증을 받은 차를 다시 계측기에 올리는 것 또한 무의미해 보였다. 우린 기자가 아닌 소비자의 시선에서 바라보기로 했다. 실제로 RX400h를 사려고 고민 중인 이들이 연비와 관련해서 궁금해 하는 내용은 무엇일까? 결국 자신의 사용 환경에서의 실제연비 아닐까? 그래서 우린 일주일 동안 RX400h를 직접 출퇴근길에 몰고 다녀보기로 했다. 대조군이 필요했다. 같은 차체에 휘발유 엔진을 얹은 렉서스 RX350이 제격이었다. 가속 성능은 0→시속 100km 가속 7.6초로 RX350의 7.8초를 앞선다. 급가속 때 엔진과 MG2, MGR이 동시에 파워를 쏟아내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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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과 고속도로로 나눠 연비 가늠해봐 |
진행은 경기 분당에 사는 기자와 경기 고양에 사는 김준형 기자가 맡기로 했다. 사무실은 서울 여의도. 왕복 출퇴근 거리는 기자가 약 70km, 김준형 기자가 약 50km였다. 두 코스 모두 분당-수서 고속화도로와 올림픽대로, 자유로와 강변북로 등 자동차 전용도로가 대부분. 대신 출퇴근 모두 극심한 정체에 시달리는 시간대에 도로에 나서기로 했다. 시승차를 받은 건 지난 11월 3일(금)이었다. 수령 직후 주유소로 이동해 주유구 입구에 휘발유가 넘실댈 정도로 가득 채웠다. 그리고 트립 미터를 ‘0’으로 맞췄다. 타이어 공기압은 권고치보다 약간 높은 34psi에 맞췄다. 두 차의 적산거리엔 꽤 차이가 있었다. RX350이 1만2천418km, RX400h가 5천2km. 그나마 길들이기는 마친 상태라는 점에 위안을 삼기로 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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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3일은 서울 강남의 한국토요타자동차 본사에서 각자의 집까지만 이동하기로 했다. 그리고 주말 동안 세워둔 뒤 11월 6일(월)부터 11월 12일(일)까지 본격적인 테스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아침 8시 30분에 각자의 집을 출발하고, 오후 6시 30분에 사무실을 나서기로 했다. 차는 각자의 왕복 출퇴근과 화·목요일 김준형 기자의 대학원 등하교에만 쓰기로 했다.
11월 8일(목)부터는 서로의 차를 바꿔 타기로 했다. 서로 차이나는 왕복 출퇴근 거리를 보정하기 위해서였다. 아울러 각기 다른 운전 습관에서 오는 오차도 줄일 필요가 있었다. 11월 11일(토)에는 일단 출근한 뒤 둘 중 최소한 한 대의 연료경고등이 들어올 때까지 함께 도심 주행을 한 뒤 다시 주유를 해서 6일 동안 도심 주행 연비를 가늠해보기로 했다. 그 다음엔 고속도로를 타고 강원도 횡계까지 왕복 약 430km 장거리 시승에 나서기로 했다. 11월 11일 심야에 출발해 횡계에서 1박한 뒤 다음 날 오전 일찍 서울로 돌아오는 스케줄이었다. 정속 주행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서울에 돌아온 뒤엔 다시 연료를 가득 채워 고속도로 연비를 알아보면서 이번 대장정을 마무리 짓기로 했다.
취재팀은 이번 특집을 기획하면서 운전 조건에 대해 신중하게 의견 조율을 거쳤다. 결국 관건은 테스트의 목적이었다. 우리는 ‘연비 왕’ 콘테스트에 나서는 게 아닌 만큼 ‘일반인’의 ‘일반적인 운전 조건’을 연출하고 이에 따른 연비를 얻어내기로 했다. 일반 오너들에게 피부로 와 닿는 수치를 제공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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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도로의 흐름에 맞춰 운전하기로 했다. 가속이나 추월도 가능하지만 액셀 페달은 절반 이상 밟지 않기로 했다. 아울러 우리가 낼 수 있는 최고 속도는 시속 120km로 상한선을 그었다. 각 차엔 운전자 한 명, 그리고 배낭 한 개 정도의 짐만 싣기로 했다. 에어컨과 오디오는 항상 켜두고, 헤드램프는 자동 모드에 고정시켰다. 기어는 항상 ‘D’에 두기로 했다. 이번 테스트는 정체 길에서 연료 절약 효과가 뛰어나다는 하이브리드 카, RX400h의 실체를 조명해보기 위해 마련했다. 도심 주행에 포커스를 맞춰 장장 일주일에 걸쳐 테스트를 벌인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불나방처럼, 날마다 가장 막힐 시간대를 좇아 처연히 도로에 뛰어들었던 동기는 단 하나, 독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였다는 점을 밝히는 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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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스 RX400h의 겉모습은 RX350과 약간 다르다. 앞 범퍼에 인버터를 식히기 위한 별도의 흡기구를 뚫고, 프로젝션 타입의 안개등을 심어 넣었다. 테일램프엔 LED를 박았다. 공기저항계수와 최저 지상고는 각각 Cd 0.35, 180mm로 RX350과 같다. 무게는 RX400h가 80kg 가량 무겁다. RX400h의 값은 8천만 원. RX350보다 1천40만 원 비싸다. |
렉서스 RX400h의 동력원은 V6 3.3ℓ DOHC VVT-i 211마력 엔진과 ‘모터 제너레이터’(이후 MG) 3개로 구성된다. 전력 공급원은 뒷좌석 아래 부분에 자리한, 30개 모듈, 3개 섹션의 직류 288볼트 니켈-메탈 하이드라이드(Ni-MH) 배터리. 전력은 부스트 컨버터를 거쳐 직류 650볼트로 ‘뻥튀기’ 된다. 그러면 인버터가 다시 650볼트의 교류로 바꿔 MG로 옮긴다.
MG는 모두 3개다. 이들은 전력을 생성해, 배터리로 보내는 제너레이터의 역할도 한다. MG2는 앞바퀴, MGR은 ‘필요할 때만’ 뒷바퀴를 굴린다. 배터리의 충전은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 시작된다. 공전하는 바퀴의 회전력을 이용해 전력을 만들어 배터리에 채운다. 배터리가 지나치게 달궈졌거나, 충전량이 60%를 밑돌 땐 엔진을 점화시켜 충전에 나선다.
제원표에 나온 RX400h의 최고출력은 272마력/5천600rpm, 최대토크는 29.4kg·m. 이는 211마력 엔진과 각 MG의 출력이 어우러진 결과다. 각 MG의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는 MG1이 146마력/1만3천rpm, 8.15kg·m, MG2가 165마력/4천500rpm, 33.9kg·m, MGR은 68마력/4천610~5천120rpm, 15.5kg·m. 동력원을 모터에서 엔진으로 바꾸는 기준점은 상황에 따라 가변적인데, 시속 20~30km 전후가 일반적이다. 엔진과 모터가 동력을 번갈아 혹은 동시에 공급하는 내용은 계기판 정보창에 아이콘으로 표시된다. 가속 성능은 0→시속 100km 가속 7.6초로 RX350의 7.8초를 앞선다. 급가속 때 엔진과 MG2, MGR이 동시에 파워를 쏟아내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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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RX400h의 정부 공인 연비는 12.9km/ℓ. RX350의 8.9km/ℓ, RX330의 7.4km/ℓ보다 뛰어난 것은 물론, V8 SUV의 절반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연비가 좋다는 건 공해 물질을 적게 뿜는다는 사실과 일맥상통한다. 렉서스 RX400h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수퍼 울트라 저공해차’(SULEV)의 영예를 거머쥔 바 있다.
한편, 니켈-메탈 하이드라이드 배터리의 교환 주기와 비용은 약 8년, 1천만 원 선으로 알려졌다. 한국토요타 측은 사용한 지 8년 이내에 배터리에 결함이 생길 경우 무상으로 교환해주겠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 주가 인정한 저공해 차라지만, 아직 국내에선 세제 혜택 소식이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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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디형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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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바퀴굴림 5도어 SUV, 5인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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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너비×높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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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30×1,845×1,670mm V6 3.3ℓ DOHC VVT-i+영구 자석 모터 2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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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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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마력(5,600rpm), 29.4kg·m(4,400rp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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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미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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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무단변속기 ECV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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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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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시속 100km 7.6초, 최고시속 180k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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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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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55 R 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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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비 & 값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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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km/ℓ, 8,000만 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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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스 RX 시리즈의 첫 단추는 1997년 데뷔한 RX300이었다. 2003년 풀 모델 체인지를 거친 RX330이 등장했고, 최근 RX350으로 엔진 업그레이드를 마쳤다. 렉서스 RX 시리즈의 인기는 북미는 물론 국내에서도 꾸준하다. 대박을 꿈꾸는 베스트셀러라기 보단, 꾸준히 사랑받는 스테디셀러다. |
RX350의 엔진은 베스트셀러 ES350과 함께 쓰는, V6 3.5X 듀얼 VVT-i. 최고출력은 276마력으로 이전보다 43마력, 최대토크는 34.9kg·m으로 1.4kg·m 늘었다. 공인 연비 또한 이전의 7.4km/X보다 나아진 8.9km/X. 주행 성능과 경제성을 동시에 높였으니, 타의 모범이 되어 마땅한 진화인 셈이다 . 변속기는 자동 5단 수퍼 ECT, 서스펜션은 앞뒤 모두 스트럿 방식이다. 굴림 방식은 RX 330 때와 마찬가지로 비스코스 다판 클러치를 이용한 상시 네바퀴굴림. 평소 구동력을 앞뒤 50대50으로 나누다 슬립이 감지되면 ‘전후좌우’를 가리지 않고, 접지력이 살아있는 쪽으로 잽싸게 몰아준다 . 렉서스 측이 밝힌 RX350의 성능은 0→시속 96km(60마일) 가속에 7.4초. 최고 속도는 리미터에 의해 시속 180km에서 제한된다. 수치가 말해주듯, 순발력은 어지간한 스포츠 세단을 넘어선다. 또한, 가변 밸브 기구가 진화하면서 RX 330보다 중?저속 영역의 가속이 훨씬 찰지면서 기운차졌고, 가속의 흐름 또한 한결 풍성하고 매끄러운 곡선을 그리게 되었다.
RX350의 승차감은 나긋나긋하다. 어지간한 충격은 전해지는 족족 날름날름 집어 삼킨다. 스티어링의 조작감 역시 솜털처럼 가볍다. 우드를 씌워 미끌미끌한 림 때문에 이런 느낌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 페달의 답력도 말랑말랑하다. ‘운전이 쉽고, 편안하다’는 RX의 이미지는 이런 느낌들의 총체적인 조화에서 우러난 시너지 효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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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기판의 시인성이나 각종 스위치의 위치와 조작성에선 사용자를 길들이기보단 기꺼이 그들의 눈높이에 맞추겠다는 렉서스의 다짐을 엿볼 수 있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는 수입차, 나아가 렉서스에 대한 장밋빛 환상을 충족시켜줄 만하다. 모든 소재가 값비싼 건 아니지만, 그 강약을 절묘하게 조율해 근사한 분위기를 우려낸 센스가 돋보인다.
실내 공간은 3열 좌석에 대한 미련을 접은 만큼, 전후좌우 방향에 상관없이 여유롭다. 뒷좌석 편의성은 별 다섯 개가 아깝지 않다. 앞뒤 슬라이딩은 물론 등받이 기울기까지 조절할 수 있으니 어지간한 세단의 뒷좌석이 부럽지 않은 까닭이다. 값은 RX350이 6천960만 원, RX350 모빌리티가 7천300만 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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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디형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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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바퀴굴림 5도어 SUV, 5인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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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너비×높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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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30×1,845×1,670mm V6 3.5X DOHC VVT-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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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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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마력(6,200rpm), 34.9kg·m(4,700rp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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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미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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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 5단 수퍼 EC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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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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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시속 96km 7.4초, 최고시속 180k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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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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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55 R 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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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비 & 값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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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km/X, 6,960만 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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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9시 5분 고양시 화정 출발. 당연히 지각이다. 장대비도 쏟아진다. 죽었다 깨어나도 출근시간인 9시 30분까지 여의도 사무실에 들어서기란 불가능하다. 게다가센터페시아의 온보드 디스플레이는 외부 기온 4℃를 나타낸다.
갑작스레 뚝 떨어진 기온. 시동을 걸자마자 튀어나가도 지각은 불보듯 뻔한 일이겠으나 1천300rpm을 가리키는 타코미터가 발걸음을 붙잡는다. 마음을 가다듬고 자판기 커피를 한 잔 뽑아 든다. 연비 테스트가 진행되는 동안 아침 출발 전 3분씩만 예열하기로 마음먹었다. |
하이브리드인 400h는 시동키를 돌리면 전기모터만 스탠바이 상태로 대기한다는데 RX350은 겨우내 예열 때문에 잡아먹는 기름도 적잖을 듯. 요즘은 공회전 금지 구역이 많아 아침 예열도 쉽지 않기는 하다. 바득바득 기어서 자유로 인근에 다다른다. 편도 5차선짜리 주차장(?)에는 서울을 향해 발을 동동 구르는 차들로 가득하다.
행주대교를 건너 다시 올림픽대로에 들어선다. 조금 더 진행하자 실시간 교통정보 표지판에 ‘성산대교 남단 보수공사 정체’라는 표시가 올라온다.올림픽대로 약 10여 km를 엉금엉금 기어서 공사구간을 지나자 길이 뻥 뚫린다. 규정 속도인 시속 80km를 넘나들 수 있었으나 이내 목적지인 여의도에 다다른다. 평균주행속도는 시속 30km에 못 미쳤다.
적산거리는 68km. 연료 게이지는 꿈쩍도 안 한다. 하기야 목까지 차오르게 무연 휘발유를 가득 먹였으니 이 정도에 까딱한다면 렉서스의 명성에 먹칠일 듯…. ‘일반적인 출퇴근 시간대에 테스트하자’는 당초 약속에 맞춰 오후 6시에 사무실을 나섰다. 어떤 직장인에게나 마찬가지겠으나 잡지기자에게도 ‘6시 퇴근’은 정말 꿀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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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퇴근길 올림픽대로는 그리 꿀 같지 않았다. 가다서다를 반복한다기보다 D레이지의 클리핑 상태로 움직이고 있다. 하위 차선은 오른쪽에서 합류하는 차들에 밀리고, 상위 차선은 오른쪽으로 빠져나가려는 차들에 밀린다.
어떤 차선을 선택하든 마찬가지.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붙였다 떼었다를 반복하고 있다. 퇴근길 정체에 익숙지 않은 탓에, 늘 자정 무렵 뻥 뚫린 올림픽대로만 달렸던 탓에 이런 상황에 쉽게 적응되지 않는다. 역시 서울을 거의 빠져나갈 무렵 길을 뚫리기 시작한다. 우측 안전지대에 잠깐 차를 세우고 퇴근길 정체를 촬영했다. 평균주행속도는 시속 31.2km.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꿈쩍도 안 했던 연료 게이지를 노려보았다. 계속해서 노려보고 있으니 조금 내려간 듯하기도 하다. 아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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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8시 35분, 시동을 걸었다. 예상대로 엔진은 꺼진 상태에 ‘Ready’ 표시만 들어온다. 바로 출발해도 좋은 상태란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지만 날씨는 그리 춥지 않다. 정보창에 표시된 외부 기온은 6℃. 분당 시가지 구간은 늘 그렇듯 한산하다.
그러나 분당-수서 고속화도로는 어김없이 꽉 막혀 있다. 거북이걸음이 계속됐다. 완만한 오르막 구간에선 액셀에 발끝만 대면 바로 엔진에 시동이 걸린다. 반대로 내리막 구간에선 엔진을 켜지 않고, 배터리를 충전하며 알찬 주행을 할 수 있었다. 그래도 성에 차진 않았다. 걸핏하면 엔진이 켜졌다. 가슴이 턱 막혀오는 정체 구간에서도 시속 20km 이상의 속도를 종종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청담대교는 뻥 뚫려 있었다. 다들 속이 시원했겠지만, 기왕이면 정체를 원했던 내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갔다 |
한남대교에 이르러 다시 지체가 시작되었지만, 여전히 시속 40km는 낼 수 있었다. 한강대교, 노들길을 거쳐 여의도에 입성했다. 회사에 도착했을 때 시간은 10시 10분. 거의 한 시간 반이 걸렸다. 연료 바늘은 여전히 꿈쩍도 않는다.
이날 퇴근길 정체 역시 출근길 못지않았다. 여의도에서 원효대교에 올라서니 차들은 거의 멈춰선 상태. 가까스로 엔진을 켜지 않은 채 모터의 힘만으로 다리 대부분을 건넜다. 강변북로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하지만 잠깐씩 차간 거리가 벌어질 때마다 엔진이 동력을 전했다. 여의도에서 청담대교까지 구간은 약간의 오르막이라 엔진에 부하가 걸린 탓이다. 이런 이유로 강변북로에서는 좀처럼 모터만으로 움직이는 순간이 적었다. 분당에 도착해 연료 게이지를 봤다. 여전히 꼿꼿이 선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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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도 예열은 정확하게 3분. 다만 ‘우리 좀 더 정체를 즐겨(?)보자’는 약속대로 어제보다 약 40분이 빠른 8시 20분에 집을 나섰다. 어제와 달리 햇빛은 ‘쨍’했다. 그리고 출근 정체도 제대로 만났다.
그리고 처음 알았다. 경기도 일산과 파주에 이렇게 차가 많은 줄…. 자유로는 비가 쏟아지던 어제와 큰 차이 없이 밀리고 있다. 행주대교를 넘어 들어선 올림픽대로 역시 마찬가지.
인터체인지마다 합류하려는 차와 빠져나가려는 차가 X자로 맞물린다. 잠시잠깐 틈을 타 이런 상황을 카메라에 담아보려 했으나 이내 포기한다. 얼굴 정면으로 떠오르는 태양 탓이다. 눈도 제대로 못 뜨는 판에 촬영은 엄두도 못 냈다. 평소 이 시간에 나와본 적이 없던 지각대장에게 이때 즈음 떠오르는 태양빛이 낯설기도 하다. |
내일은 선글라스를 준비해야겠다. 평균속도는 시속 28.7km. 총 주행거리 120km가 넘은 상태에서 연료 게이지는 10% 정도가 줄었다. 이 상황에서 남은 연료로 달릴 수 있는 거리는 383km였다.
뒤늦게 만학의 고행길(?)을 걷고 있는 기자에게 퇴근길은 더욱 고역이었다. 서울 여의도에서 강의가 있는 서울 행당동 학교까지 이동하는 구간은 고질적인 병목 구간과 공사 구간이 맞물린 곳이다. 으레 대학원 강의가 시작되는 시간도 퇴근정체가 초절정에 다다랐을 무렵이다. 자연스레 출퇴근 거리가 먼 김기범 기자의 RX400h와 보조를 맞출 수 있을 듯.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 정체의 진수를 보여준다. 고작 17km 가까이 이동하는 데 걸린 시간은 1시간 50분. 회사도 늘 지각, 학교도 지각이다. 이렇게 연비 테스트에 하루씩 등하교 구간이 포함되는 것은 하이브리드로 바꿔 타는 기간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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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달리 날씨가 화창하게 개었다. 하지만 수은주는 뚝 떨어졌다. 정보창의 외부 기온은 1℃. 추워서 다들 차를 끌고 나왔을 법한데, 어제와 비교하면 교통 흐름이 너무나 좋다. 분당-수서에서도 상습 정체 구역인 송파 갈림길만 제외하곤 시속 80km를 넘나들 수 있었다.
청담대교에서도 마찬가지. 이 때문에 400h는 부지런히 엔진을 돌려댔다. 강변북로에 접어들어 한남대교 부근에서 지체가 시작되더니 이내 거북이걸음으로 바뀌었다. 정체는 동부 이촌동을 지나면서 뚫리기 시작했다.
회사에 도착해서 보니 연료계 바늘이 살짝 움직인 것 같기도 하다. 오후 6시 20분 시동키를 비틀자 엔진이 바로 깨어난다. 엔진이 너무 차가웠거나 배터리의 충전량이 부족해서였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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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왕 시동이 걸린 것 3분 정도 기다려보기로 했다. RX350이 철저히 지키고 있는 예열 시간을 따라야 할 것 같아서였다. 그러나 엔진은 1분이 채 되지 않아 꺼진다. 다 됐단다. 그냥 가잔다. 여의도는 꽉 막힌 상태. 며칠 겪으니 이제 당연하게 느껴진다. 원효대교를 힘겹게 건너 강변북로에 접어 들었다.
여전히 붉은빛의 물결. 백옥처럼 흰 컬러에 흔치 않은 ‘400h’ 엠블럼이 붙어서인지 주위 차들이 선선히 양보를 해준다. 정체를 틈 타 모터의 힘만으로 달리기에 다시 도전해 본다. 여의도에서 한강대교까진 완만한 내리막. 시속 40km까지 엔진을 깨우지 않고 달리는 진기록을 세웠다.
주위의 차가 착실히 연료를 방울방울 태우는 동안, 유유자적 모터의 힘만으로 달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분당-수서엔 차가 그리 많지 않았다. 시속 90km까지 속력을 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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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비를 가늠하는 표현 가운데 으레 “한 칸 정도 남았어요”라는 말을 자주 쓴다. 차마다 게이지 눈금이 나뉘는 범위가 다름은 물론, 눈금의 수도 다르다. 이때 “한 칸”이라 함은 참 애매한 표현이다. 차라리 “게이지 상으로 몇 %쯤 남았다”는 표현이 바르고 이해시키기도 쉽다. RX350의 연료 게이지가 내려가기 시작한다. 지난 월요일 꿈쩍도 안 하던 녀석이 죽죽 내려온다. 아침에 예열할 때와 사무실에 출근해 주차했을 때와 게이지 차이도 눈에 보인다.
출근은 평균 시속 30km 안팎을 기록하며 1시간 35분이 걸렸다. 적산거리는 207km. 게이지상으로 남은 연료는 60% 정도였고 앞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는 269km였다. 주행여건은 100km를 달릴 때 15.9ℓ의 연료를 소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체 구간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면 1ℓ당 6km 정도를 달리는 셈이다 |
퇴근 시간은 여전히 6시 30분을 지켰다. 사무실 주차장을 빠져나와 올림픽대로에 들어서는 데에만 30여 분 걸린다. 여의도에서 간선도로로 합류하는 지점과 공사구간이 맞물려 아예 차가 서 있는 시간이 2~3분씩이었다.
실내온도는 24℃에 고정. 여객기 실내온도가 이 정도다. 연비 테스트를 계획하던 시점에 미리 약속했던 실내온도였던지라 꼼짝없이 이 상태를 유지했다. 외부 기온은 17~18℃를 오가는 가운데 24℃로 고정된 RX350의 실내에는 싸늘한 기운이 휘감고 있다.
역시 어제와 마찬가지로 서울시를 벗어날 무렵에야 간선도로에서 규정 속도에 이를 수 있었다. 급가속과 급제동을 자제하자는 당초에 약속과 달리 퇴근길에는 두 번 정도의 피하지 못할 급제동이 있었다. 게이지는 차의 기울기와 연료의 종류 등 유동적인 상황에 따라 100% 확신할 수 없다. 다만 연료 게이지가 50% 부근으로 내려오자 게이지의 움직임이 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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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8시 32분, 분당 집의 주차장을 나섰다. 기온은 10도. 어제보단 푸근해진 편이다. 도로 상황은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분당-수서 고속화도로는 송파 갈림길과 올림픽 대로로 빠져나가는 부근에서 지체되었을 뿐, 청담대교에선 씽씽 달릴 수 있었다. 강변북로에서는 시속 80km 가까이 달렸다. 늘 그렇듯 한남대교에서부터 거북이걸음이 시작되었다.
회사에 도착했을 때 센터페시아의 정보창에 표시된 평균 연비는 9ℓ/100km. 100km를 달리는 데 필요한 연료량을 나타낸 단위이니 숫자가 적을수록 연비가 좋은 셈이다. 시승차를 받은 이후 9.2로 시작해 점점 떨어지더니 이제 9까지 내려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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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 게이지의 바늘은 전부 4칸 가운데 아직 한 칸도 채 내려서지 않은 상태. 연비가 좋을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참고로 RX400h의 연료 탱크 용량은 62ℓ. RX350의 75ℓ보다 작다.
퇴근길 상황은 어제와 비슷했다. 한편, 어느덧 제법 RX400h에 익숙해졌다. 처음엔 정보창의 동력원이 바뀌는 모습을 쳐다보느라 아슬아슬한 순간을 몇 번 맞기도 했는데, 이젠 굳이 시선을 옮기지 않더라도 소리나 진동으로 눈치 챌 수 있게 되었다. 플로어에 미세한 진동이 느껴질 때가 바로 엔진이 깨어나는 순간이었다.
나아가 운전 습관마저 RX400h에 맞춰졌다. 정체 구간에서 무의식중에 모터만으로 움직이려다 보니, 끼어드는 차에 관대해졌고, 가속 페달을 턱턱 밟는 습관도 고치게 되었다. 그나저나 이제 내일 출근길만 타면 RX400h와도 안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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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X350과 마지막 출근길이다. 8시 32분 출발. 최근 일부 지역에 한해 정차 때 공회전 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다행(?)스럽게 기자가 사는 지역은 해당사항이 없다. 마음 편하게 그리고 꾸준하게 아침 예열 3분을 지키고 있다. 10℃에 못 미치는 싸늘한 외부 기온 탓이다.
자유로를 거쳐 9시에 조금 못 미친 상황에 올림픽대로 시작점에 올라섰다. 이때부터 아예 가속 페달을 밟아보지도 못했다. 브레이크를 밟았다 떼는 동작만 40여 분 동안 반복했다. 조금씩 발목이 시큰거리기 시작한다.
연료 게이지는 이제 50% 밑으로 떨어지기 시작한다. 한 가지 눈여겨볼 점.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는 일부 연료 게이지와 달리 렉서스는 전혀 그런 허수가 없다. |
멈췄으면 멈췄지 절대 내려갔다 다시 올라오는 일이 없었다. 조금씩 오늘 퇴근길부터 만나게 될 RX400h에 대한 기대감이 부푼다. 그러나 여전히 출근길은 뚫릴 줄 모른다. 퇴근길부터 RX400h에 올랐다. 오늘부터 3일 동안 RX350과 똑같은 주행거리와 시간에 맞춰 움직일 예정이다. 오늘 역시 RX350이 그랬던 것처럼 만학의 고행을 위해 초절정 정체길을 뚫고 서울 여의도에서 중구 행당동 학교까지 왕복할 예정이다. 주차장에 내려가 RX400h의 시동을 걸었다.
어? 안 걸린다. 시프트레버를 P레인지에 두어야 하나? 아니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나? 모든 조건을 만족해도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놀란 토끼 눈이 되어 계기판을 바라보니 덩그렇게 떠 있는 ‘Ready’. 그렇다. 하이브리드 카였던 거다. 지금 이 고요한 상태가 출발 준비였던 거다. 이 상태에서 D레인지로 옮겨가니 지하주차장 바닥과 타이어 비비는 ‘끼기긱’ 소리만 우렁차게 퍼지고 차는 미동도 없이 조용히 정지 상태를 벗어난다.
순간 ‘우와~’하는 탄성이 튀어나올 수밖에. 똑같은 주행여건을 만들기 위해 갖가지 테스트 방법을 고안했건만 하이브리드를 탄 이상 철저하게 ‘모터주행을 위한 피 튀기는 가속페달 살짝 밟기’가 진행된다. 어쩔 수 없이 엔진이 구동되는 상황이 안타깝게 느껴지고, 전기모터로 전환되면 안도의 한숨이 내쉬어지곤 한다. 퇴근 무렵 강북강변에서 엔진구동 없이 전기모터의 힘으로만 약 3km의 거리를 달렸다. 줄곧 “아싸, 공짜다”를 내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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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전 출근길은 RX400h와의 마지막 데이트였다.
범퍼와 범퍼가 바짝 붙은 채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정체 길에선 아무래도 자꾸만 브레이크에 발이 가기 마련. RX400h의 브레이크는 생각보다 밀리는 느낌이다. 아니, 워낙 저속이어서 밀린다는 표현엔 어폐가 있을지 모르겠다.
차가 무겁게 느껴진다는 게 맞는 표현일 것이다. 어찌되었든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제동력이 곧바로 솟아오르지 않는 것처럼 느껴져 익숙해지는 데 얼마간 시간이 필요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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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RX400h의 변속기는 CVT다. 변속기 레버 옆엔 P-R-N-D-B라고 쓰여 있다. 여기에서 B는 엔진 브레이크의 효과를 내고 싶을 때 쓰는 메뉴다. RX400h는 모터에 저항을 줘서 속도를 다독이는 방식이다.
이래저래 메커니즘이 낯설다. 지금껏 언급하지 않던 브레이크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퇴근길에 RX350을 몰면서 그 차이가 피부에 와 닿았기 때문이다. RX350은 초기 제동력이 강해 살짝 발만 갖다 댄 채 완급을 조절하기 편하다.
나아가 정체 구간에서 가속 페달을 살짝만 건드려도 울컥 튀어나가 시원시원하다. RX400h에서처럼 모터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아서 더욱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역시 아직까진 휘발유 차에 익숙한 모양이다. 하지만 꽉꽉 막힌 정체 길에 머무는 시간 동안 부지런히 휘발유를 태워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집에 도착해서 보니, 연료 게이지의 바늘은 절반 이하로 처져 있었다. 오전에 김준형 기자에게 넘겨줄 당시 RX400h는 여전히 한 칸도 쓰지 않은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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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X400h와 이틀째. 아침 기온이 7℃를 나타내고 있다. 지하주차장에서 얌전히 하룻밤을 보낸 RX400h는 여전히 시동키를 돌려도 잠잠하다. 그냥 가도 되겠나 싶어 차를 조심스레 출발시켰더니 이내 엔진이 ‘부르릉’거리며 고개를 든다. 전기모터와 엔진은 반드시 정해진 범위가 아닌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주도권을 주고받는다.
전기모터에서 엔진 구동으로 전환되는 시점은 제아무리 렉서스라도 감추지 못한다. 미세한 진동이 바닥에서 올라온다. 부드럽고 꾸준하게 가속하면 전기모터에서 엔진 구동으로 옮겨가는 시점이 노면저항과 맞물려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
다만 시나브로 가속하다 보면 엔진이 켜지는 시점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조금이라도 내리막에 들어서면 꾸준히 전기모터에 힘을 빌린다. 금요일 올림픽대로는 비슷한 시간대의 다른 날보다 군데군데 여유가 드러난다. 가다 서다가 아닌, 액셀 페달을 밟았다 놓았다를 반복하는 정도다. 탄력을 살려내면 시속 50km까지 전기모터만 돌릴 수 있다. 이 상태에서 더 이상의 가속은 어렵다. 다만 순항 상태를 지켜낼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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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칭 ‘깻잎 액셀,’ 즉 가속페달을 깻잎 한 장 두께만큼 밟았을 때 가능한 일이다. 온보드 디스플레이가 표시된 결과로는 100km의 거리를 달리는 데 소모한 연료가 9.5ℓ. 평소 주중 상황보다 하이브리드에겐 유리한 조건이 아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면 엔진에 힘을 실을 일이 없었으나 오늘처럼 비교적 여유 있는 날에는 엔진 구동이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연비는 1ℓ로 10km 이상 달린 셈이다. 연료 게이지상으로 남은 연료는 약 70%였다. 그러나 퇴근길은 금요일 오후답게 크게 밀린다.
거대한 자동차 무리들이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 조금씩 전진하고 있다. 5일 동안 RX400h가 달린 거리는 약 370km. 내일이면 시내주행 적산거리가 400km를 넘을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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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X350으로 바꿔 탄 지 이제 이틀째. 벌써부터 정체 구간이 슬슬 짜증나기 시작한다. RX400h를 탈 땐 정체 구간을 은근히 기다렸다.
드라마틱한 결과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고, 엔진과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오가는 찰나를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아울러 꼼짝 못한 채 서서 휘발유를 야금야금 쓰고 있는 다른 차를 지켜보며 왠지 모를 우월감에 젖는 즐거움이 있었다.
그러나 이젠 내가 그들의 입장이 되었다. 게다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며칠 사이에 RX400h의 절대 정숙에 길들여진 것도 원인인 듯했다. |
예전 RX350을 처음 시승했을 땐 거의 느끼지도 못했던 엔진의 진동과 소음이 감각기관을 자꾸만 자극했다. 렉서스 RX350이 제아무리 조용하다고 한들 아무런 소리도, 진동도 없이 유령처럼 스르르 정체 구간을 헤집는 RX400h완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노릇. 인간은 참으로 영악한 존재다.
한편, 400h에서와 달리, 350에선 연료 게이지 바늘의 움직임이 눈에 읽힌다. 물론 이마저 어지간해선 꿈쩍 않는 RX400h에 길들여진 탓이겠지만. 금요일 출근길은 평소와 비슷했지만, 퇴근길은 최악이었다. 분당에 도착했을 때 연료계 바늘은 이제 마지막 한 칸 위에 아슬아슬하게 걸쳤다.
정보창을 보니 이날 퇴근길의 평균 주행 속도는 시속 33.1km, 평균 연비는 14.5ℓ/100km, 남은 연료로 달릴 수 있는 거리는 115km. 이러다 내일 400h와 함께 도심 주행을 하기도 전에 연료 경고등이 들어오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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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도심 연비 테스트를 마치는 날. 일정이 하루만 더 늦춰졌다면 골치 아플 뻔했다. 이날 아침 이미 RX350의 연료통이 위태위태했던 까닭이었다.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 연료 게이지의 바늘은 밑바닥에 살짝 떠 있었다.
남은 연료로 달릴 수 있는 거리는 62km. 그에 반해 RX400h는 아직 연료통의 절반도 비우지 않은 상태였다. 어쨌든 예정대로 둘 중 한 대가 연료 경고등을 밝힐 때까지 도심을 함께 달렸다. 토요일 저녁 정체는 평일 못지않았다. |
코스는 여의도에서 강변북로를 타고 가다 천호대교를 넘어 상일 IC로 가는 쪽으로 잡았다. 정체를 엉금엉금 뚫고 함께 달리다 중부고속도로로 향했다.
예상대로 고속도로에 진입하기도 전에 RX350의 연료 경고등이 밝게 빛났다. 만남의 광장에서 기름을 채워 도심 연비 테스트를 마무리 짓기로 했다. 주유기 앞에 섰을 때 렉서스 RX350의 트립 미터는 431.8km를 가리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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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주유할 때와 마찬가지로 주유구에서 휘발유가 찰랑거리는 것이 보일 때까지 RX350의 연료통을 채워주었다. 배가 훌렁훌렁했던 RX350은 휘발유 62.395ℓ를 들이켰다.
일주일간 진행한 도심 연비 테스트의 결과가 나오는 순간이었다.
RX350의 도심 주행 연비는 6.9204km/ℓ도. 공인 연비 8.9km/ℓ도엔 못 미쳤지만, 끔찍한 정체만 골라 다녔던 점을 감안하면 그리 나쁘지 않은 기록이었다. 우린 숨 돌릴 짬도 없이 트립 미터를 ‘0’으로 맞추고, 힘차게 시동을 걸었다. 장거리 연비 테스트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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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일제가 만연한 이 땅에 여전히 ‘주7일제’를 고수하고 있는 잡지 기자들. 비교적 한가한 토요일 출근길은 평소나 다름없다. 그런 탓에 전기모터의 맛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30km를 조금 넘는 거리를 브레이크 몇 번 밟지 않고 달려 여의도에 들어섰다. 못된(?) 운전습관 탓에 간선도로에 합류할 즈음 급가속이 한 번 있었고, 그 외에는 모두 순항 상태를 유지했다.
복잡한 여의도를 관통하면서도 한가하기는 마찬가지. 단, 시속 30km에서 급가속 때 뒷바퀴의 스핀까지 감지된다. 아무리 전기모터일지언정 스위치가 켜지는 순간, 즉 정지 상태에서 전기가 공급되는 찰나의 순간이 최대토크가 뿜어져 나오는 시점이다. 급가속 때 앞바퀴에 엔진이, 앞뒤 바퀴에 모터가 맞물리면서 터져내는 토크는 하이브리드의 선입견을 깡그리 몰아내고 만다.
RX400h의 연료 게이지는 여전히 절반을 넘어선 상태. RX350은 연료경고등이 들어올 기세였다. 도심지 연비 테스트가 끝나는 지점은 중부고속도로 ‘만남의 광장’ 휴게소. 평소 셀프주유소 예찬론자인 기자가 직접 주유기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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넣고 또 넣고, 경유보다야 덜하겠으나 무연휘발유도 고속으로 주유하면 거품이 생기기 마련이다.
거품이 가라앉기를 기다려 조금씩 천천히 슬금슬금 무연휘발유를 부어 넣었다. 그야말로 목까지 차오르게, 넘치기 직전까지 넣는 방식으로 RX350과 RX400h의 연료통을 채웠다.
얼마나 채웠는지 연료 캡을 돌려 막으면 그 사이로 휘발유가 새나올지 모를 정도였다. 처음 연비 테스트를 시작했던 때와 마찬가지로 정말 가득 채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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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연비 테스트는 나름 오차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다. 일정 구간마다 드라이버를 교체하는 것은 물론 매 50km마다 순서도 바꿔 달린다.
으레 여러 대가 대열을 이루는 그룹 드라이빙의 경우 선두 차는 부드럽게 가속하고 부드럽게 멈춰서지만 맨 뒤에 있는 후미차는 급가속하고 급제동하기 마련이다.
달랑 두 대가 달리는 연비 테스트에서야 큰 차이가 없겠으나 그조차 오차를 줄이기 위해 부지런히 차를 바꿔 타고 앞뒤 순서를 바꿔가며 달린다.
그럼에도 속도는 일정한 순항 상태를 유지한다. |
강원도 횡계를 목적지로 삼고 올라선 영동고속도로에선 아예 시속 110km 상태에서 크루즈 컨트롤을 쓴다. 되도록 추월차선을 피하고 주행차선을 고집한다. 당연히 RX400h는 단 한 번도 전기모터의 힘을 빌리지 못한다.
영동고속도로에 들어선 이후 목적지인 횡계 IC까지 전기모터를 사용하지 못한다. 다만 어쩔 수 없이 감속할 때 엔진은 꺼지고 굴러가는 바퀴의 힘으로 전기모터를 꾸준하게 충전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본지의 다트론 계측기를 이용하지 않았으나 가속 성능은 RX350과 피부로 느끼는 차이는 없다. 오히려 전기에서 엔진으로 전환되는 타임래그가 나름 크게 느껴지기도 한다. 여기에 제동 성능도 익숙해지기 전까지 당황스럽다.
고속에서 풀 제동은 땅바닥을 파고들 만큼 정확하고 예리하다. 중저속에서도 믿음직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모터의 힘만을 빌려 도심 정체 구간을 이동할 때는 나름 브레이크를 밟는 오른발에 힘을 줘야 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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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바로 고속도로 연비 테스트에 나섰다. 일주일의 강행군이 이제 내일이면 막을 내릴 참이었다.
어차피 시트와 미러가 맞춰진 상태니 차를 바꾸지 않은 채 바로 출발했다. 목적지는 시승 때 자주 찾는 강원도 횡계. 용평리조트가 자리한 곳이다. 정확히 중간 지점은 아니지만, 중부고속도로 만남의 광장에서 80여 km 떨어진 문막 휴게소에서 서로 차를 바꿔 타기로 했다.
토요일 밤 11시의 고속도로는 한산했다. 과속을 피하기 위해 2차선을 고집했지만, 거기마저 시속 100km로 달려선 위험천만하게 추월을 당하기 일쑤였다. 애당초 계획대로 시속 120km까지 적당히 속도를 조절하며 달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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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에서 역시 가속 페달을 필요 이상 깊숙이 밟는 것은 피했다. 쭉 뻗은 고속도로를 달릴 때 RX350은 굉장히 편안했다.
승차감이 부드러울 뿐 아니라, 정숙성이 뛰어나 마크레빈슨 오디오에 귀를 맡긴 채 여유롭게 다만 연비를 위해 6단 기어비를 한껏 낮춰놓다 보니 고속으로 달리면서 킥 다운 없이 속도를 높이려면 적잖이 인내심이 필요했다.
물론 과감하게 가속 페달을 밟으면 순식간에 4단으로 갈아타고 쏜살같이 내빼겠지만, 연비를 위해 참고 또 참았다. 횡계에 도착했을 때 시간은 새벽 1시가 넘었다. RX350 연료 게이지의 바늘은 4분의 3 지점에 살짝 못 미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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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녘 촬영을 마치고 곧바로 고속도로에 올라섰다.
하이브리드의 전기모터는 알아서 돌고 멈추고 충전하기를 반복한다. 뒷자리 바닥에 깔린 배터리 부피 탓에 배기 시스템은 차 바닥의 가장자리로 밀렸다.
언뜻 알아채기 어려운 부분이니 이 차를 두고 괜한 트집 잡지 마시길. 그에 반해 RX350은 모든 게 우리가 알던 렉서스답다. 아예 엔진을 꺼뜨려버리는 400h와 맞비교할 대상은 아니나 여전히 조용하고 우아하며 부드럽게 움직인다.
최악의 정체 구간을 겪었던 시가지 주행에선 기자가 타는, 상태 좋은 짚 랭글러 4.0 사하라(물론 배기량이 크긴 하지만)의 고속도로 순항 연비보다 좋은 수치를 얻어냈다. 고속도로에 올라선 이후는 400h와 다를 게 없다. 똑같이 엔진을 구동하며 무연휘발유를 태운다.
오히려 배기량이 조금 넉넉해 여유롭게 달릴 수 있다. CVT가 달린 RX400h와 달리 착실하게 회전수를 오르내리며 변속기를 갈아타고 순항기어에도 제법 빨리 올라탄다. 묵직한 배터리가 달린 RX400h보다 유리할 수도 있겠다.
1천만 원이 넘는 값을 더 치르고 굳이 환경론자가 되어야겠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치열한 SUV 시장에서 충분한 상품성을 지니고 있다. 430km가 넘는 고속도로 연비에선 8.8km를 기록했다.
주유 방법이 다른 것도 아니었다. 조금씩 천천히 슬금슬금 휘발유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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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워 더 이상 들어갈 수 없을 만큼 휘발유를 쑤셔 넣었다. 물론 테스트의 종료 기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연비 테스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주행여건을 맞추는 것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주유방법이 정확해야 한다. 단언컨대 주유 방법에 오차는 없었으나 RX350의 고속도로 연비는 그리 감동적이지 않았다. 배기량과 차 성격을 따진다면 칭찬할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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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으니까 했지, 다시 하라면 엄두도 못 낼 고된 여정이었다. 그저 출퇴근만 하면 되려니 싶었는데, 단 한 번이라도 헝클어지면 전체 취재가 물거품이 된다는 생각에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중부고속도로 동서울 톨게이트가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고속도로에서 RX400h는 RX350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멈춰설 일이 없으니 브레이크가 전하는 미묘한 느낌의 차이에 연연해 할 필요가 없었다.
더욱이 모터만으로 달릴 일 또한 없으니 RX350와의 차인 더욱 희박했다. 물론 다른 점이 없는 건 아니다. 급가속 때 모터가 함께 도는 소리가 들려온다. 나아가 가속의 수위가 적은 차이나마 한 수 위다. |
성능 제원 자체도 우세하지만, 그것보다 엔진만의 힘으로 나아가는 RX350보다 급가속 때 움직임이 더욱 빠릿빠릿하다.
모터는 온/오프의 개념으로 작동하는 까닭이다. 스위치로 불을 탁 켜는 것처럼, 가속 페달을 밟으면 모터가 뜸들이지 않고 순간적으로 토크를 보내 시원시원하다. 서울에서 주유기 앞에 섰을 때 적잖이 긴장되었다.
렉서스 RX400h의 고속도로 총 주행거리는 426.4km. 휘발유는 41ℓ를 들이켰다. 연비는 10.4km/ℓ. 우린 깜짝 놀랐다. 시가지 주행 연비와 별 차이가 없어서, 그리고 고속도로에서 유리할 줄 알았던 RX350보다 연비가 더 나아서였다. 도심에서건, 고속도로에서건, RX400h는 흥미진진한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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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 연비 테스트의 결과는 다소 뜻밖이었다. 일주일간 러시아워에 맞춰 자동차 전용도로를 340여 km 달린 결과 평균 연비는 RX400h가 10.1295km/ℓ, RX350이 6.9204km/ℓ를 기록했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결과이긴 했다. 하지만 나름대로 하이브리드 카에 유리하다는 정체 구간을 쫓아다녔건만, RX400h는 끝내 공인 연비 12.9km/ℓ를 뛰어넘는 |
이변까진 일으키지 못했다. 중부와 영동 고속도로를 430km가량 달려 서울-횡계를 왕복했던 고속도로 테스트에선 RX400h가 10.4km/ℓ, RX350이 8.8030km/ℓ를 기록했다. 80kg 더 무거운 RX400h가 고속도로에서도 RX350의 연비를 앞서 우릴 놀라게 했다. 시외보다 시내 주행의 연비가 30~50% 떨어진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 렉서스 RX400h는 이런 고정관념을 단숨에 허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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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거주 오너 연비 절감 효과 클 듯 |
원인은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있는 듯했다. 저속에선 모터의 힘만으로, 중·고속에선 엔진을 돌리니, 러시아워 때지만 휘발유를 쓴 건 대부분 시원스레 달릴 때였다. 그 과정에 가속이 많아 적지 않은 연료 소모가 뒤따랐을 것이다. 출퇴근길 평균 시속이 국내 연비 측정 모드의 평균인 시속 34.1km를 밑돈 것 또한 공인 연비에 미치지 못한 원인 중의 하나일 것이다.
한편, 고속도로에선 공기저항 때문에 공인 연비와 차이가 나지 않았나 싶다. 결국 도심에서의 잦은 가·감속과 고속도로에서의 공기 저항이 거의 비슷한 정도로 연비에 영향을 끼치면서 양쪽의 평균 연비가 비슷하게 되지 않았을까 추정해본다. RX400h의 그늘에 가리긴 했지만, RX350의 연비 또한 SUV로 덩치와 배기량, 네바퀴굴림 방식이란 점을 고려할 때 놀라웠다.
테스트 결과 RX400h가 모터의 힘만으로 달리는 시간은 기대만큼 크지 않았다. 속도가 시속 20km 정도를 넘을라치면 엔진이 부릉 깨어났다. 약간 오르막이다 싶으면 출발하자마자 엔진이 끼어들었다. 그럼에도 냉정하게 따져볼 때 정체 구간에서의 연료 절약 효과는 눈부셨다. 거북이걸음 땐 아예 엔진이 꺼진 상태로 움직이니, 휘발유 차에 비할 바가 못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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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X400h에 점점 익숙해지면서 모터만으로 달리는 시간은 서서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가속 페달을 좀 더 부드럽게 다루고, 앞 차와의 거리를 조절해가며 탄력 주행 구간을 늘린 까닭이다. 나중엔 모터의 도움만으로 원효대교를 건너기도 했다. 내리막 구간에선 꽤 오랜 거리를 시속 40km 이상 모터로만 달리는 짜릿함을 맛보기도 했다
아울러 시승 시간이 늘어나는 데 비례해 어색함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모터와 엔진을 변화무쌍하게 오가는 걸 지켜보느라 정신이 없었고, 얼마간 시간이 지난 뒤엔 굳이 정보창을 보지 않더라도 진동이나 소음만으로 알아챌 수 있었다. 좀 더 시간이 흐른 뒤엔 동력원의 변화에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고, 편안하게 모는 경지에 이를 수 있었다.
RX400h는 고속도로에서 한결 편안했다. 모터의 존재를 까맣게 잊게 되는 까닭이었다. 하지만 RX350과의 차이는 분명했다. 무단변속기라 가속에 단절감이 없고, 액셀에서 발을 떼고 탄력 주행할 땐 시동이 꺼져 휘발유를 아꼈다. 엔진, 모터가 합세해 토크를 순간적으로 쏟아낼 때의 추진력은 연비와 쌍벽을 이루는 RX400h의 또 다른 매력이었다.
이번 테스트 결과는 고무적이었다. 휘발유 엔진 SUV의 대표로 나선 RX350과의 연비 차이는 확연했다. 뛰어난 경제성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디젤 SUV와도 겨뤄볼 만하겠다는 결론을 얻었다. 값이 비슷한 폭스바겐 투아렉 V6 TDI은 지난해 본지의 고속도로 연비 테스트에서 9.389km/ℓ를 기록했다. 도심 연비까지 감안하면 RX400h가 우세하지 않을까 싶다.
공인 연비 10.2km/ℓ의 볼보 XC90 D5나 11.0km/ℓ의 BMW X3 3.0d와도 붙어볼 만하겠다. 이번 테스트를 통해 우린 렉서스가 부르짖는 하이브리드 카의 경제성이 결코 과장은 아니라는 사실에 눈을 뜨게 되었다. 나아가 하이브리드 카의 장점을 살리기 위한 운전 습관이 결국 연료 절약을 위한 운전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진리 또한 새삼 깨닫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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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비는 자동차의 연료 소비를 나타내는 지표다. 자동차의 에너지소비효율이라고도 부른다. 연비를 측정하고 표시하는 방법은 나라마다 다양하다. 미국에선 1갤런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를 마일로 표시하며, 유럽에선 100km를 달리는 데 필요한 연료의 양을 ℓ로 표시한다. 우리나라에선 연료 1ℓ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를 공인 연비의 단위(km/ℓ)로 쓴다.
연비의 측정 기준은 나라마다 다르지만, 방법은 대개 비슷하다. 공인 기관의 항온?항습을 유지한 시험실에서 운전 보조 장치를 단 차를 차대 동력계에 올린 뒤 연비측정모드에 따라 주행시켜 이때 나오는 배출가스를 측정한다. 이 가운데 탄소 성분을 함유한 CO2, CO, THC의 단위 주행거리당 배출량(g/km)을 분석해 ‘카본밸런스법’으로 산출한다.
운전 보조 장치는 연비측정 모드에 따른 운전 지시 사항을 모니터에 띄운다. 차는 운전자가 몬다. 우리나라에선 미국 로스앤젤레스 시가지의 주행 흐름을 기본으로 한 CVS-75 모드를 쓴다. 가감속 및 기어변속을 행하면서 1천875초 동안 평균 34.1km, 최고 91.2km의 속도로 17.84km를 주행한다.
공인 연비와 실제 주행 연비 사이의 차이는 끊임없이 논란거리가 되어왔다. 아직 우리만의 연비측정모드가 없어서다. 서울 도심의 경우 CVS-75 모드의 조건보다 평균 주행 속도가 훨씬 떨어진다. 따라서 실제 연비와의 괴리가 큰 편이다. 아울러 국산차의 경우 양산 직전의 차를 이용하기 때문에 거기에서 차이가 날 수도 있다. 따라서 공인 연비는 절대 수치보다는 차를 살 때 활용할 비교 척도로 받아들이는게 바람직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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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 연비 테스트의 결과는 다소 뜻밖이었다. 일주일간 러시아워에 맞춰 자동차 전용도로를 340여 km 달린 결과 평균 연비는 RX400h가 10.1295km/ℓ, RX350이 6.9204km/ℓ를 기록했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결과이긴 했다. 하지만 나름대로 하이브리드 카에 유리하다는 정체 구간을 쫓아다녔건만, RX400h는 끝내 공인 연비 12.9km/ℓ를 뛰어넘는 |
이변까진 일으키지 못했다. 중부와 영동 고속도로를 430km가량 달려 서울-횡계를 왕복했던 고속도로 테스트에선 RX400h가 10.4km/ℓ, RX350이 8.8030km/ℓ를 기록했다. 80kg 더 무거운 RX400h가 고속도로에서도 RX350의 연비를 앞서 우릴 놀라게 했다. 시외보다 시내 주행의 연비가 30~50% 떨어진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 렉서스 RX400h는 이런 고정관념을 단숨에 허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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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거주 오너 연비 절감 효과 클 듯 |
원인은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있는 듯했다. 저속에선 모터의 힘만으로, 중·고속에선 엔진을 돌리니, 러시아워 때지만 휘발유를 쓴 건 대부분 시원스레 달릴 때였다. 그 과정에 가속이 많아 적지 않은 연료 소모가 뒤따랐을 것이다. 출퇴근길 평균 시속이 국내 연비 측정 모드의 평균인 시속 34.1km를 밑돈 것 또한 공인 연비에 미치지 못한 원인 중의 하나일 것이다.
한편, 고속도로에선 공기저항 때문에 공인 연비와 차이가 나지 않았나 싶다. 결국 도심에서의 잦은 가·감속과 고속도로에서의 공기 저항이 거의 비슷한 정도로 연비에 영향을 끼치면서 양쪽의 평균 연비가 비슷하게 되지 않았을까 추정해본다. RX400h의 그늘에 가리긴 했지만, RX350의 연비 또한 SUV로 덩치와 배기량, 네바퀴굴림 방식이란 점을 고려할 때 놀라웠다.
테스트 결과 RX400h가 모터의 힘만으로 달리는 시간은 기대만큼 크지 않았다. 속도가 시속 20km 정도를 넘을라치면 엔진이 부릉 깨어났다. 약간 오르막이다 싶으면 출발하자마자 엔진이 끼어들었다. 그럼에도 냉정하게 따져볼 때 정체 구간에서의 연료 절약 효과는 눈부셨다. 거북이걸음 땐 아예 엔진이 꺼진 상태로 움직이니, 휘발유 차에 비할 바가 못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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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X400h에 점점 익숙해지면서 모터만으로 달리는 시간은 서서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가속 페달을 좀 더 부드럽게 다루고, 앞 차와의 거리를 조절해가며 탄력 주행 구간을 늘린 까닭이다. 나중엔 모터의 도움만으로 원효대교를 건너기도 했다. 내리막 구간에선 꽤 오랜 거리를 시속 40km 이상 모터로만 달리는 짜릿함을 맛보기도 했다
아울러 시승 시간이 늘어나는 데 비례해 어색함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모터와 엔진을 변화무쌍하게 오가는 걸 지켜보느라 정신이 없었고, 얼마간 시간이 지난 뒤엔 굳이 정보창을 보지 않더라도 진동이나 소음만으로 알아챌 수 있었다. 좀 더 시간이 흐른 뒤엔 동력원의 변화에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고, 편안하게 모는 경지에 이를 수 있었다.
RX400h는 고속도로에서 한결 편안했다. 모터의 존재를 까맣게 잊게 되는 까닭이었다. 하지만 RX350과의 차이는 분명했다. 무단변속기라 가속에 단절감이 없고, 액셀에서 발을 떼고 탄력 주행할 땐 시동이 꺼져 휘발유를 아꼈다. 엔진, 모터가 합세해 토크를 순간적으로 쏟아낼 때의 추진력은 연비와 쌍벽을 이루는 RX400h의 또 다른 매력이었다.
이번 테스트 결과는 고무적이었다. 휘발유 엔진 SUV의 대표로 나선 RX350과의 연비 차이는 확연했다. 뛰어난 경제성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디젤 SUV와도 겨뤄볼 만하겠다는 결론을 얻었다. 값이 비슷한 폭스바겐 투아렉 V6 TDI은 지난해 본지의 고속도로 연비 테스트에서 9.389km/ℓ를 기록했다. 도심 연비까지 감안하면 RX400h가 우세하지 않을까 싶다.
공인 연비 10.2km/ℓ의 볼보 XC90 D5나 11.0km/ℓ의 BMW X3 3.0d와도 붙어볼 만하겠다. 이번 테스트를 통해 우린 렉서스가 부르짖는 하이브리드 카의 경제성이 결코 과장은 아니라는 사실에 눈을 뜨게 되었다. 나아가 하이브리드 카의 장점을 살리기 위한 운전 습관이 결국 연료 절약을 위한 운전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진리 또한 새삼 깨닫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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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비는 자동차의 연료 소비를 나타내는 지표다. 자동차의 에너지소비효율이라고도 부른다. 연비를 측정하고 표시하는 방법은 나라마다 다양하다. 미국에선 1갤런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를 마일로 표시하며, 유럽에선 100km를 달리는 데 필요한 연료의 양을 ℓ로 표시한다. 우리나라에선 연료 1ℓ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를 공인 연비의 단위(km/ℓ)로 쓴다.
연비의 측정 기준은 나라마다 다르지만, 방법은 대개 비슷하다. 공인 기관의 항온?항습을 유지한 시험실에서 운전 보조 장치를 단 차를 차대 동력계에 올린 뒤 연비측정모드에 따라 주행시켜 이때 나오는 배출가스를 측정한다. 이 가운데 탄소 성분을 함유한 CO2, CO, THC의 단위 주행거리당 배출량(g/km)을 분석해 ‘카본밸런스법’으로 산출한다.
운전 보조 장치는 연비측정 모드에 따른 운전 지시 사항을 모니터에 띄운다. 차는 운전자가 몬다. 우리나라에선 미국 로스앤젤레스 시가지의 주행 흐름을 기본으로 한 CVS-75 모드를 쓴다. 가감속 및 기어변속을 행하면서 1천875초 동안 평균 34.1km, 최고 91.2km의 속도로 17.84km를 주행한다.
공인 연비와 실제 주행 연비 사이의 차이는 끊임없이 논란거리가 되어왔다. 아직 우리만의 연비측정모드가 없어서다. 서울 도심의 경우 CVS-75 모드의 조건보다 평균 주행 속도가 훨씬 떨어진다. 따라서 실제 연비와의 괴리가 큰 편이다. 아울러 국산차의 경우 양산 직전의 차를 이용하기 때문에 거기에서 차이가 날 수도 있다. 따라서 공인 연비는 절대 수치보다는 차를 살 때 활용할 비교 척도로 받아들이는게 바람직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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