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퇴등 소재다양… "문체구성보다 이야깃거리 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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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응모한 단편소설 608편을 읽은 소설가 박상우·은희경씨, 문학평론가 서영채·김미현씨 4명의 예심위원은 “스토리 텔링으로서의 서사성이 강화되고 소재도 다양화되었지만, 자기만의 문체와 이야기를 엮어내는 문학성은 현격하게 떨어졌다”고 평했다.
현실과 맨살을 맞대는 소설 장르의 특성이 올 응모작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카드 돌려막기나 빈부격차, 명예퇴직 등 최근 경제난을 반영하거나 교내 ‘왕따’, 기러기 아빠, 이라크 전쟁 등 최근의 현실을 담은 작품이 많았다. ‘피박’ ‘쓰리고’ 등이 등장인물로 등장해 ‘로또식 한탕주의’를 풍자하기도 하고, 엽기적인 성매매를 다룬 작품도 눈에 띄었다.
서영채씨는 “지난 시대 소설 문학을 규정했던 역사의식이 사라지면서 문체나 주제의식 등 소설 형상화 과정도 뒷전으로 밀렸다”면서도 “그동안 경계 밖으로 밀어냈던 것들이 소설 재료로 복권되고, ‘어떠한 것도 소설이 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상상력의 빅뱅’이라고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체의 맛이나 구성의 묘미보다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를 중시하는 쪽으로 독자의 취향이나 문학의 흐름이 바뀌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은희경씨는 “쥐나 독수리 등 동물이 등장인물로 나오거나 ‘삼국지’ ‘주홍글씨’ 등 책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등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도 많았다. 이야기를 엮어가는 수준도 상향 평준화가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쉬움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크다. 김미현씨는 “현실에 대해 할 말이 많은 것은 좋은데, 감정이 생경하게 분출되고 ‘날것’인 이야기를 피상적으로 드러낸 작품이 많았다”고 했고, 박상우씨는 “현실을 즉물적으로 드러내다 보니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반영하는 대신 거꾸로 거기에 끌려가는 인상을 준다”고 지적했다.
심사위원들은 “20대에서 70대까지 폭넓은 연령층이 응모해 글쓰기의 대중화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단편소설 본심과 시 등 다른 7개 분야 응모작에 대한 심사는 다음주 계속된다.
시 6175편을 비롯, 시조·동시·동화·희곡·문학평론·미술평론 등 8개 분야에서 모두 8485편이 응모됐다. 약진이 두드러진 분야는 동화와 단편소설. 동화는 최근 어린이 도서출판이 크게 늘어난 것을 반영하듯 작년(198편)보다 33%나 늘어난 265편이 들어왔다. 단편소설도 작년보다 80여편이 더 많았다.
첫댓글 부지런 하셔라^^ 시 예심은 누가 보셨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