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인의 식관습의 발달 과정은 지역과 사회 계층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
그래서 일반적이고 전형적인 발전 궤도를 그려내기는 힘들지만, 엘리아스의 이론
에 따라 절대주의 이전의 식생활, 절대 군주 및 귀족들의 생활터인 호프(Hof)의
식생활 특징, 그리고 산업혁명기의 변화 상황에 따른 식생활의 변화를 다루겠다.
1. 원시적 야성미를 사진 절대주의 이전의 식관습
-16세기 이전
16세기 이전에는 특별한 식사 예절이 규정되어 있지 않았다. 한마디로, '원시적
야성미'를 속성으로 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시기에는 자르지 않은 짐승이 통째로
구워져서 식탁에 올랐다. 특히 남자들의 식탁에서 그랬으나, 특별한 손님을 초대
하여 접대하는 경우에는 미리 잘게 썰어 제공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빵
과 밀가루 음식을 주식으로 했으나, 가난한 사람들은 빵을 만들어 먹는 일이 쉽
지 않아 주로 브라이(Brei: 감자나 과일을 으깨서 만든 음식)와 수프를 만들어 먹
었다. 이 수프를 먹는 전통은 오늘날까지 이어져서 서양인들은 수프를 먼저 먹고
주요리를 먹는다.
대부분 음식을 손으로 먹었는데, 식사 도구로는 칼이 제일 중요했고, 그 다음으
로 숟가락이 많이 사용되었다. 포크는 썰 고기를 고정시키기 위해서만 사용되었
고 오늘날과 같은 용도는 아니였다. 칼로 직접 썰어서 손으로 목기 때문에, 고기
를 먹을 때는 손에 기름이 많이 묻었다. 이 시기에 이탈리아에서는 르네상스기를
거치면서 식사 예절이 정립되고 요리가 활발히 개발이 되었는데, 이러한 가운데
포크를 사용하는 이탈리아의 최고 상류층의 식사 예절이 독일 귀족들에게 영향
을 미쳤다.
2. 절대주의 시대 호프식 식사 예절에 대한 귀족과 부르주아의 대결
-16~18세기
독일 귀족들이 이탈리아 상류층을 열심히 모방하면서, 손에 묻은 기름을 혀로
핥아내는 진풍경은 사라지게 되었다. 포크의 사용은 귀족과 평민의 식관습을 구
별해주는 가장 결정적인 요소가 되었다. 귀한 손님을 대접하는 경우에는 식탁보
도 사용되었는데, 이는 오늘날의 냅킨 역할을 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독일
귀족들의 호프(Hof: 궁정)식 식사 예절이 정립되어 갔다.
요리술도 고도의 전문 기술로 발전했지만, 이는 일부 부유층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다. 바로크 문화가 절대주의의 권위를 뒷받침해주는 역할을 했다는 측면
에서 볼 때, 요리 내용과 식사 예절이 우아하게 지켜지는 식탁은 절대주의 권위
의 한 척도였다. 그러므로 이 시대에는 과식과 과음은 사라지고 예절을 갖춘 식
사를 즐기는 일이 식사 문화로서 자리잡아 갔다. 포크, 식탁보의 사용이 상류 사
회의 필수적인 예절이 되었고 냅킨도 새로 개발되었다. 식사 도구의 사용 기술뿐
만 아니라 식사 중에는 고상한 대화를 나눌 수 있어야 했다. 거친 식사는 금기시
되었고, 조용히 식사를 해야 했다.
이 시대에는 낭비도 심했는데, 호프의 식사는 사치스러웠고, 식사시간은 길어만
갔다. 요리는 정교해졌고, 식사 서비스, 식탁보, 식사 도구의 기하학적 배열, 냅킨
을 접는 기술 등의 낭비가 자신들의 신분을 나타내는 표징으로서 이해를 한 것이
다. 이는 귀족층이 평민과 자신들의 신분을 구분하고, 자신들의 정체성을 드러내
는 습관으로 식사 예절을 이용한 것이다.
호프에서 자리잡은 식사 예절은 부르주아들에 의해서 끊임없이 모방되었다. 호
프의 요리사들이 요리책을 씀으로써 요리방법과 식사 매너까지 부르주아들은 모
방할 수 있었다. 이는 상류층에 속한다는 표징 중의 하나였다. 귀족들은 식사 예
절에 있어 두 계급간에 차이가 없어지는 것처럼 생각이 되자, 더욱 정교하게 하
고, 더 많은 요리들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다. 권위의 속성을 지닌 절대주의의
시대에는 바로 이 권위를 강화시키려는 욕망과, 유지하려는 욕망, 그리고 새로 얻
으려는 욕망이 요리 기술과 식사 예절을 발전시켰다.
3. 시민 혁명 및 산업 혁명기 식관습의 변화와 현대의 특징
-19~20세기
19세기에 들면서 독일은 인구 폭발을 경험했다. 그러나 이 시기의 식량 증산이
인구 증가율을 훨씬 웃돌아서 소비할 수 있는 식량은 오히려 풍부해졌다. 식량
증산에는 기술의 발달과 감자의 도입이 크게 기여했다. 사료개선, 심경, 화학 비
료의 개발은 고기, 우유, 채소, 곡물의 증산을 가져왔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 그
리고 음식 보존술의 발달은 대륙 내의 유통을 활발히 해주었다. 그리고 식량으로
써의 감자 도입은 도시 산업화로 인한 식량의 감소를 막아주었다.
1)상업의 대상이 된 음식
19세기에 이르러서 음식을 사고 판다는 장사의 개념이 정착되었다. 그 전까지
만 해도, 음식을 먹는 행위는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는' 신이 존재한다는
증거였으며, 음식은 신분을 나타내주는 수단이었다. 그러나 시민 혁명과 함께 종
교적, 신분적 개념이 없어졌다. 그리고 산업 혁명으로 인해 생활 수준이 높아짐으
로써 음식이 상업의 대상이 될 수 있었다. 또한, 통조림 기술의 발달도 음식의 상
업화에 기여하였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가게에서 부패하지 않은 음식을 마음껏
사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국가도 국민의 영양 상태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이는 질 좋은 노동
자의 가치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산업 국가들이 경쟁하는 가운데 영양 상태가 양
호한 노동자는 국가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 이처럼, 시민 혁명과 산헙 혁명은
인간의 음식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또,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산업 혁명을 가속화시켰다.
2) 식사 시간의 변화
독일인들의 식사는 점심 시간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다른 식사와는 달리
점심시간에는 따뜻한 음식을 먹는다. 저녁식사에 큰 비중을 두는 주변 다른 국가
들과는 두드러진 차이인데, 이는 온 국민이 개미처럼 일했던 산업 혁명기에 이루
어졌다. 이때에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장시간 노동을 했는데, 노동 시간은 아침 6
시부터 저녁 6시까지 지속되었다. 아침식사는 일어나서 나가기 바빠서 간단히 할
수밖에 없고, 점심 식사까지 소홀히 한다면 일은 고사하고 견디기도 힘이 들었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점심을 따뜻하게 만든 요리로 제대로 먹었다. 저녁에는 정시
에 일을 끝마치고 쉬고 싶어했으므로 간단한 식사를 하게 되었다.
이러한 습관은 1919년 바이마르 헌법에 의해 노동 시간이 8시간으로 줄은 후
에도 이어졌다. 19세기 후반에는 점심에 따뜻한 식사를 하지 못하면, 소외감과
비천함을 느낄 정도로 사람들은 점심에 따뜻한 식사를 하는 것에 대해 커다란 의
미를 두었다.
3)달게 먹는 경향
산업 혁명 전까지만 해도 독일에서는 주로 신맛의 음식이 대부분이었다. 그래
서 자우어크라우트(Sauerkraut: 양배추를 절인 것)의 소비가 대단했다. 그러나
1850년부터 노동자들의 노동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음식으로 섭취함으로써 풀려
는 경향에서 달게 먹는 습성이 생겼다. 고기 요리를 바나나나 파인애플과 먹는다
던가, 빵 위에 과일 또는 잼을 발라먹었다. 커피의 대중화와 함께, 커피와 케이크
또는 쿠키를 많이 먹었다. 케이크의 소비는 거의 일반화되었다. 여기에는 설탕의
생산의 급증과 노동자들의 소득향상도 영향을 주었다.
4)일반 민중으로의 호프 식사 예절 확대
예전에 귀족의 식사 예절을 부르주아가 모방했듯이, 이번엔 평민층이 부르주아
의 요리와 식사 예절을 모방하였다. 그럴수록 부르주아는 평민과의 차이를 두기
위해 새로운 요리와 식관습을 개발했지만, 평민층의 전반적인 소득 수준 향상으
로 인해 한계가 있었다.
호프 귀족들에게서 부르주아로 전수된 것과 마찬가지로 요리책들이 요리 기술
과 식사 예절을 부르주아로부터 일반 민중에게 전해주었다. 그리고 평민층의 많
은 젊은 여성들이 부르주아 집에서 가정부로 일자리를 구하고, 호텔이나 레스토
랑에 일자리를 얻으면서 시민 계층에 요리와 식사 예절을 확산시켜나갔다. 그리
고 생활 수준이 올라가면서 가능한 범위 내에서 그런 문화를 즐겼다. 음식 문화
에 평등화가 산업 혁명기를 거치면서 일어난 것이다.
5) 환경을 중시하는 독일인들의 습성의 반영된 음식문화
1990년대 후반 이후 안정된 성장을 거듭하면서 독일인들은 간편한 식생활을 즐
기게 되었다. 감자, 빵, 부르스트를 즐기는 그들의 식생활은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다양한 종류의 감자요리, 빵과 부르스트를 소량씩 한 그릇에 담아서 남기지 않고
정갈하게 먹는 것이 널리 보급되었다. 하나의 접시를 이용하는 이유는 그릇을 세척
하면서 발생하는 환경 오염을 줄이겠다는 의미이다. 고기가 여전히 주식이지만 독
일인들 사이에서 채식자들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그 이유는 개인의 건강뿐만
아니라, 채식을 했을 때 자연 환경을 더욱 잘 보존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슈퍼마켓에서 과일이나 음식을 진열할 때 플라스틱 용기나 봉지를 이용해 포장한
것을 흔히 볼 수 있는데, 독일에서는 그렇지 않다. 독일에서는 그럴 경우, 물건을
산 독일인이 거칠게 화를 내면서 포장지를 일일이 뜯어내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
다. 결코 겉치레를 한 상품은 환영받지 못한다. 보기 좋게 포장된 음식보다는 환경
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