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업 드라마 악연(惡緣)

第 1 話, '물에 빠져 죽은 우정'
어느 군단위의 소읍의 초등학교 동창생 사이,
이 세상에서 가장 절친한 친구 사이가, 어느 날,
'한 생각'의 잘못으로 돌이킬 수 없는 악연으로 변하고 말았다네."
박종규, 김민수, 채인철,오영근 네명은 40대 후반으로
초등학교 동창이었다.
그 네명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막역하여 네것 내것이 없는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들이었다.
어느 화창한 봄 날, 꾀많은 박종규의 제안으로
각기 부인들 몰래 다른 남자의 부인들을 꼬득여
바다낚시 겸 즐기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네 친구는 낚시 도구와 배안에서의 먹거리인 소주 등을
잔뜩 등에 짊어지고 앞서 걸었다.
네 친구는 뒤따르는 여자 네 명을 흘깃흘깃 훔쳐 보며
무엇이 그렇게 좋은지,
다투워 마소(馬牛)처럼 벌쭉 벌쭉 웃어대었다.
남자들의 뒤에는 짝을 맞춘듯이 네 명의 40대 중반의 여자들이
무엇이 기쁜지 연신 수다를 떨며 남자들의 뒤를 따랐다.
남녀들은 짝을 맞추어 봄놀이를 가는 중이었다.
오영근이 박종규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저 여자들 가운데 군계일학으로 예쁜 여자는 누구야?" 박종규는 입가에 손을 가리고 나직이 말했다. "이미경이라구 내가 점찍어 놓았어." 등에 잔뜩 짐을 짊어진 채인철이 옆에 담배를 빨아대던
김민수가 성난 얼굴로 쏘듯이 말했다.
"점찍다니 어느 놈 마음대로?
배안에서 여자들이 남자를 선택하게 하자구?
안그래? 인철이 어떻게 생각해?" 박종규는 수다를 떨며 걸어오는 여자들 가운데
이미경을 탐욕스럽게 훔쳐 보는데,
채인철은 묵묵히 앞만 보며 무관심의 표정으로 걸을 뿐이다.
그들은 작은 포구에 도착하여 소형 낚시배를 세내어 빌렸다.
그들은 모두 배에 승선했고, 배는 푸른 바다를 향해 출항했다.

육지가 보이지 않는 지경에 오자 말잘하는 박종규가
야유회에 사회를 보듯이 어색해하는 여자들에게 유쾌하게 말했다. "자, 숙녀여러분, 여기는 묻지마 관광버스는 아닙니다.
통통배의 낚싯배이지만, 호화요트로 알고,
우리는 완전한 보안속에 하루를 부담없이 즐깁시다.
우리는 초면이지만, 부부처럼, 연인처럼, 하루를 재밌게 보냅시다.
동의하시죠? 동의하는 뜻에서 박수 한 번 부탁합니다."
배는 통통거리며 계속 파도를 헤쳐 약진해나가는 속에서
갈채가 쏟아졌다.
모두 배 바닥에 자리를 깔고 앉았다.
박종규가 서서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했다.
"에또-오늘 귀한 시간을 내주신 숙녀분들을 위해 저희는 죽어라
바다고기를 낚시로 잡아 올리겠습니다.

싱싱한 자연산 회와 술을 많이많이 마셔 주십쇼.
뒷마무리는 우리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요.아셨죠? 마무리?" 박종규는 '마무리'라는 말에 힘을 주며,
여자들을 향해 왼쪽 눈으로 윙크를 보내었다.
그때, 김민수가 손을 들어 외쳤다. "긴급동의요." 박종규는 여자들 앞에 거만스럽게 보이며 퉁명하게 말했다. "뭬야?" 오늘 우리가 숙녀분들을 만난 것도 지중한 인연이 아니겠습니까?
짝을 맞추었으면 하는디, 숙녀분들에게 우선권을 주었으면 합니다." 박종규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 때 여자들로부터 동의의 박수가 터졌다.
박종규는 당황한 얼굴이 되었다.
일순, 이미경에게 호소하듯이 안타깝게 건네 보았다.

드디어 여자들에게 파트너의 간택권이 주어졌다.
눈깜짝 할 사이에 여자들은 인연따라 남자를 택해 버렸다.
이미경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던 박종규, 김민수, 오영근의
세남자는 아연실색해버렸다.
여자에게 관심이 없어보이는 듯한 채인철을 이미경이 간택한 것이다.
이미경은 예쁘게 활짝 웃으며 묵묵히 앉아 있는
채인철의 옆에 앉아버렸다.
박종규의 눈에서는 시퍼런 불빛이 스치는 것 같았다.
낚시를 하기 시작했다.

남자들이 물고기를 낚아 올리면 짝인 여자들은장고를 울리며
'지화자'를 외치듯 손뼉을 치며 환호의 소리를 질러대었다.
싱싱한 회가 마련되었다.
각기 제짝들의 술잔에 술을 따르고,
회를 초장과 와사비가 있는 간장에 찍어 안주로 먹었다.
박종규가 힐끗보니 이미경이 채인철에게 술잔을 건배하더니
자신의 젓가락으로 회를 초장에 찍어
채인철의 입안에 넣어주는 것이 아닌가!
채인철은 만족히 웃으며 답례로 술을 따루어 이미경에게 권한다.
이번에는 채인철이 자신의 젓가락으로 회를 초장에 찍어
이미경의 입안에 넣어준다. 다정하기가 이를데 없다.

박종규의 눈에 시퍼런 불이 켜지고,
이를 부드득 갈아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오영근과 김민수가 박종규에게 술잔을 건네는 척 하면서
화를 돋구는 소리를 했다. "죽쑤어 개준다는 속담아냐?
우리가 돈들여 놀이를 마련하고 결국은 채인철이 좋은 일만 한게야?
자네와 우리는 사주팔자에 미인과는 인연이 없을까?
술이나 흠벅 마시세. 우리에게도 꿩대신 닭들이 있지 않나?"

박종규는 분해서 소주잔을 연거퍼 비웠다.
급취를 하니 박종규는 더욱 분한 마음이 되었다.
박종규의 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채인철과 이미경은 금슬좋은 부부같았다.
운명의 시간이 다가왔다.
배는 육지가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에 있었다.
갈매기 한 마리가 경고하듯이 소리를 지르며 배위를 스쳐지나갔다.
갈매기의 언어를 들을 수 있었다면,
분명 갈매기는 배위의 인간들에게 곧 벌어질 비극에 대한
경고를 알아차렸지 않았을까? 남녀 모두 술에 취해 취흥이 도도한 상황에
채인철이 이미경을 보며 외쳤다. 이 여사, 내가 제법 큰고기를 잡았어. 채인철이 낚은 고기는 지금까지 일행이 잡은 고기 가운데
제일 큰 것이었다.
이미경이 박수를 쳐대며 환호의 소리를 지르더니
채인철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제일 큰고기를 잡았어요. 횟감으로 어서 만드세요."

채인철은 살려고 몸부림을 치는 물고기를
힘주어 붙잡아 도마위에 올렸다.
이미경은 기뻐 손뼉을 쳐대며 환호성을 질러대었다.
채인철은 이미경의 환호에 고무되어 회칼을 집어 들었다.
그 때, 물고기의 언어, 표정을 읽을 수 있는 현자가 있었다면
물고기의 부릅 뜬것같은 눈, 가쁘게 호흡하며 오물거리는
입에서 절규와 저주를 들을 수 있었으리라.
어쨌거나 채인철이 회칼로 물고기를 몸을 회치려 할 때,
돌연 박종규가 벌떡 일어나 채인철에게 뛰어와
온 배안이 떠나가라 외쳤다.
"안돼! 그 물고기는 회쳐서는 안돼!" 회칼을 잡고 있던 채인철은 일순 멍하여 박종규를 쳐다 보았다.
이미경, 김민수, 오영근과 여타 여자들도 모두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놀란눈이 되어 채인철 앞에 우뚝 서 있는 박종규를 응시했다.
채인철은 쪼구리고 앉아 다른 한 손은 도마 위의 물고기를
회치려다 주춤하고, 역시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박종규를 올려 보았다.
채인철이 박종규에게 부드럽게 물었다.
"왜 안된다는 것이지? 응?" 박종규가 외치듯 말했다. "인철이 아버지 제사가 가깝지 않는가!" "우리 아버지 제사날 하구 이 물고기가 어쨌다는 거야?"
"자네 가정형편이 어려운데 그 물고기는 여기서 먹지 말고
집에 가져가 부친 제사날에 쓰라는 말이야." 가정형펀이 어렵다는 말에 채인철의 얼굴이 일순 벌개졌다. "자다가 봉창 뚫듯이 무슨 말이야?"

"자네는 부친제사 때 제수품도 못살 수 있는 형편이니
그 물고기를 제사 때 쓰라는 내말을 못알아 들어?" 박종규는 채인철에게 아니 이미경에게 들으라는 듯이
이미경의 얼굴을 보고 외쳐대었다.
이미경의 안색이 곤혹 스러워졌다.
채인철은 박종규의 모욕주는 말뜻을 깨닫고
격분에 더욱 얼굴이 벌개졌다.
회칼을 든 손이 부르르 떨렸다.

그러나, 채인철은 애써 마음을 다잡는 듯이 인내의 표정을 보이며
힘껏 잡았던 회칼을 도마 위에 던져 버리면서
원망하듯이 박종규에게 말했다. "자네 내 친구 맞아? 왜 그래? 취했어?
숙녀앞에서 무슨 추태인가?" 박종규는 으르렁 거리듯이 되받았다.
"야, 이자슥아, 좋은 물고기 니 형편 어려우니
니 애비 제삿날에 쓰라는 말이 뭣이 기분 나쁘냐? "나쁜 새끼, 여자 앞에서 고의적으로 나를 망신주려는
네 심보를 모를줄 알아? 너 죽고 싶냐?!"

순식간에 채인철이 박종규의 멱살을 힘껏 잡았다.
박종규도 지지않을세라 채인철의 멱살을 힘껏 잡고서 흔들며 외쳤다. "오늘도 술얻어 먹는 놈이 눈치코치 없이 행동하구...
양아치 같은 새끼!" 다시 담을 수 없는 막말이 쏟아졌다.
채인철은 양아치라는 말에 솟구치는 심화로 온몸을 분노로
부들부들 떨었다. 채인철은 일순 이미경을 안타깝게 건네 보았다.
이미경이 실망스럽게 외면하는 듯 했다.
채인철은 절망감에 절규하듯이 부르짖었다. "너 이 새끼, 오늘, 너죽고 나죽자."

순식간에 채인철은 박종규의 멱살을 잡아끌고 바다속으로 뛰어들었다.
배안의 일행들이 만류할 수가 없었다.
나머지 초등학교 동창생들은 대취하여
인사불성이다 시피 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여자들도 만취되었고,
거듭말해 자타일시 대취하여 제몸조차 못가누는 실정이니
그 누구 만경창파에 뛰어들어 친구들을 구조할 수 있을까.
취하지 않은 갈매기만 욕설을 퍼붓는가,
소리를 질러댈 뿐이었다. 박종규, 채인철은 서로의 멱살을 잡은 채
바다속에서도 서로 욕설을 퍼붓고 싸우는 듯 하더니
급기야는 바다속 깊이 흘러 들어가고,
횟감대상인 물고기들의 밥이 되는 신세로 전락해갔다.
그 날, 배안에 동승하여 대취한 남녀들은 모두 경찰서에 연행되어
강도높은 조사를 받았다. 사람이 둘이나 죽은 것이다.
경찰의 조사에 의해 사건의 전모가 밝혀졌다.
작은 군단위에서는 매양 화제가 빈궁하던차에 호재가 등장한 것이다.
경찰서에서 나오는 남편의 귀때기를 잡아끌고 가는 부인네들,
경찰서에서 나오는 부인의 머리채를 잡아 끌고 가는
남편들의 모습에서 화제는 절정을 이루었다.
그 사건아후, 소읍의 결혼한 남자들은 자나깨나 부인을
감시감독을 해대는 통에 8순에 이른 할머니까지
할아버지로부터 애를 먹었다는 설이 있다.

박종규와 채인철의 사체를 찾기 위해 해경과 어부들이
무진 애를 썼으나 두 달이 다 되도록 오리무중이었다.
도대체 두 초등학교 동창생은 어디메로 간 것일까.
어느 날, 경찰 한 사람이 나를 찾아와 애로를 실토했다. "그 두 사람, 혹시 용왕님이 붙잡고 있는 것일까요?" 나는 차를 대접하며 이렇게 말했다.
마침내, 두 사람의 사체는 진도(珍島), 어느 섬의 해변가에
파도에 밀려 나타났다. 철썩이는 파도가 밀어내는 사체를 보니
물고기들이 다 뜯어먹어 깨끗히 해골만 남았었다.
상상해보시라, 놀랍게도 해골은 그 때도 서로 껴안아 결사적으로
두 손으로 목을 쥐고 있었다.

흐흐흐~~!! 내려오기만해봐라.. 크크크
초등학교 때 부터 친구인 그들이 어찌 그리도 순식간에
돌변하여 돌이킬 수 없는 악연이 되고 말었을까.
나는 반야심경을 낭송하면서 안타까운 심정으로
서로의 목을 쥐고 있는 해골의 손을 뜯어 내었다.
손가락의 뼈가 부서졌다.
나의 이야기가 끝나자 청년이 안타까운 얼굴로 질문해왔다. "그들은 그렇게 죽으라는 정업을 타고 났을까요? "아니지. 그 정업은 얼마던지 극복할 수 있는 것이지.
눈앞에 욕망이 자신들을 망친다는 깨닫고
'한 생각'을 돌릴 수만 있었다면
그런 악연은 이루어지지 않았을거야."
저승에가서 죄를 받고 다음세상에서는 선한자로 태어나시라
나무지장보살
|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ㅎㅎㅎㅎㅎㅎ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