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 아저씨는 수줍음이 참 많았어요.
남 앞에 서면 말도 잘 못하고 말을 더듬기까지 했어요.
그래서 마을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도 않았지요.
하지만 악어 아저씨는 행복했어요. 왜냐고요? 악어 아저씨네 집 마당에는
책이 아주 많이 쌓여 있었거든요. 악아 아저씨의 취미는 책 모으기에요.
악어 아저씨는 가난하고 허가를 안 받은 임시 주택에서 살았지만
아무 걱정이 없었어요. 책만 보면 저절로 흐흐흐 웃음이 나왔거든요.
"나, 나는 책이 조, 좋아"!
악어 아저씨는 책을 모을 때 가장 행복했어요.
길바닥에 버려진 책도 좋아!
재활용 쓰레기로 버려진 책도 좋아!
악어 아저씨는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책을 수집했어요.
건망증이 심한 사람이 버스에다 두고 내린 책,아이들이 학교나 놀이터에서 잃어버린 책,
심지어는 은행에 놓여 있는 책도 슬쩍 가져왔어요.
어떤 날은 쓰레기통에 버려진 전화번호부와 오래된 만화책도 들고 왔어요.
악어 아저씨네 마당에는 책이 점점 더 많아졌어요.
산더미처럼 쌓인 책더미에 묻혀 아저씨는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어요.
더울 때는 시원한 그림이 있는 책과 무서운 책을 읽었어요.
배가 고플 때는 푸짐한 음식 그림이 담긴 책을 읽었고, 때대로 잠이 오지 않을 때는
(숲속의 잠자는 공주)를 읽었어요. 그러면 책 속에서 자장가가 흘러나와 금세 잠이
들었거든요. 마을 사람들은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어른들은 돈을 버느라 정신이 없었고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뛰어노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악어 아저씨가 책 더미에 묻혀 책을 읽고 있으면 아이들이 손가락질을 하며 외쳤어요.
"지겹지도 않나봐." "책에 미친거야"
어른들도 비아냥 거렸어요. "말도 제대로 못하는 악어가 책을 보고 있군 그래."
"그러게 말이야, 정말 웃기는 군."
마을 사람들은 보기 싫은 책이 있으면 전부 악어 아저씨네 마당에 휙 버렸어요.
마당에 책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으니 그곳이 책을 버리는 쓰레기장인 줄 알았나 봐요. 휙! 휙!휙
책이 마당으로 날아오면 악어 아저씨는 덩실덩실 춤을 추었어요.
공짜로 책이 생기는데 어떻게 춤을 추지 않을 수 있겠어요.
악어 아저씨네 마당에는 점점 더 많은 책이 쌓였어요. "어 얼마든지 버려! 세상의 모든 책은 내가 다 가질거야!" 아저씨는 산더미 처럼 쌓인 책을 보고 신이 나서 소리쳤어요.
아저씨는 책을 보고 있으면 배도 고프지 않았고 심심하지도 않았어요.
책을 보다 이렇게 외친 적도 있어요. "이 책이랑 결혼하고 싶을 정도야!"
악어 아저씨네 마당에 너무 많은 책이 쌓이자 마을 사람들이 불평을 하기 시작했어요. 사람들의 눈에는 산더미처럼 쌓인 책이 쓰레기처럼 보였나봐요.
"도대체 누가 저 쓰레기를 버린 거야!" "정말 지저분해서 못 봐주겠다.!"
"당장 시청에 고발하고 악어를 우리 마을에서 쫓아내자!"
악어 아저씨는 어이가 없었어요. 거의 다 자기들이 버린 책인데
까맣게 잊어버렸나 봐요.
마을 사람들은 시청으로 몰려가서 환경담당 직원인 뚱보 씨에게 소리쳤어요.
"쓰레기 때문에 못 살겠소!" 당장 우리 마을에 쌓인 쓰레기를 치워 주시오!"
뚱보 씨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투덜거렸어요.
"도대체 악어가 무슨짓을 한거야!"
뚱보 씨는 서류를 뒤적거렸어요. "뭐야? 악어네 집이 무허가로군, 마침 잘됐다."
악어 아저씨를 마을에서 내쫓을 좋은 방법이 떠올랐던 거에요.
뚱보 씨는 곧바로 악어 아저씨네 집으로 가서 말했어요.
" 이 쓰레기들을 당장 치우시오!" 악어 아저씨는 울상이 되어 더듬거렸어요.
"이건 쓰, 쓰레기가 아니라 채, 책이에요.!"
뚱보 씨가 다시 말했어요. "잔말 말고 이 쓰레기 같은 책들을 당장 치우란 말이오!"
뚱보 씨가 서류를 들여다 보며 다시 말했어요. "당신 집은 무허가요. 철거하겠소"
그 순간 커다란 포클레인이 나타났어요. 뚱보 씨가 어느새 포클레인까지 불러온 거에요.
포클레인이 악어 아저씨네 집을 단번에 무너뜨렸어요.
판자로 지은 허름한 집은 먼지를 풀풀 날리며 폭삭 주저 앉았어요.
악어 아저씨를 마을에서 내 쫓으려고 집까지 무너뜨린 거에요.
악어 아저씨는 무너진 집을 바라보았어요.
자기도 모르게 눈물 한 방울이 뚝 떨어졌어요.
이제 악어 아저씨는 집도 없는 불쌍한 신세가 되고 말았어요.
너 무 해!
악어 아저씨의 눈에서 두 번째, 세 번째 눈물이 뚝뚝 떨어졌어요.
뚱보 씨는 악어 아저씨네 집 주변에 울타리를 둘러쳤어요.
"이제는 사람들이 시청에 찾아와 더 이상 불평하지 않겠지." 높은 울타리 때문에
산더미처럼 쌓인 책은 전혀 보이지 않았어요. "말끔히 해결했군. 아주 깨끗해"
뚱보 씨는 뒤뚱뒤뚱 엉덩이를 흔들며 시청으로 돌아갔어요.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마을 사람들은 울타리가 쳐 있는데도 안으로 계속 책을
버렸어요. 울타리가 있어도 그곳은 여전히 책을 버리는 곳이라고 생각했나 봐요.
휙! 휙! 휙 ! 책은 점점 더 많이 쌓였어요. 이제 울타리 위로 책이 보일 정도였어요.
사람들은 그 안에 악어 아저씨가 계속 살고 있는지 이사를 갔는지 전혀
관심이 없었어요.
악어 아저씨는 산더미처럼 쌓인 책을 바라보았어요.
그러다가 문득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렸어요.
" 조, 좋았어! 책으로 무, 무엇을 해야할지 이제 알았어!"
악어 아저씨는 커다란 종이에 그림을 그렸어요.
그것은 바로 설계도 였어요. 도대체 악어 아저씨는 무엇을 하려는 걸까요?
악어 아저씨는 책으로 집을 짓기 시작했어요.
단층집을 지으려다 생각을 바꿔 커다란 이층집을 지었어요.
책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집 지을 재료 걱정은 전혀 없었어요.
세상에서 하나뿐인 집! 책으로 만든집이 드디어 완성되었어요!
정말 멋진 집이었어요. 악어 아저씨는 흐흐흐 웃으며 책으로 지은 집을 바라보았어요.
이층집을 짓고도 책은 아직 엄청나게 많이 남아 있었어요.
"까짓것, 책으로 지은 집에 책을 보관하면 되지 뭐." 악어 아저씨는 책을
집 안으로 옮겨 보기 좋게 정리했어요.
1번방에는 더울 때 보는 무서운 책 2번 방에는 추울 때 보는 사랑이 가득한 책
3번 방에는 배고플 때 보는 맛있는 요리 책 4번 방에는 공부하기 싫을 때 보는
재미있는 책 5번 방에는 잠 안 올 때 보는 수면용 책을 넣었어요.
그리고 날마다 즐겁게 책을 읽었어요.
"악어 아저씨는 뭘 하고 있을까?" 호기심 많은 아이들이 울타리에 구멍을 뚷고 안을 들여다보았어요. 아이들은 깜짝 놀랐어요. 어떤 아이는 너무 놀라 발랑 자빠졌어요. "와, 정말 멋진걸!"
"세상에서 가장 멋진 집이야!"
아이들은 조르르 달려가 어른들에게 알렸어요. 어른들도 울타리 구멍을 들여다보았어요.
역시 어른들도 깜짝 놀랐어요. 어떤 아저씨는 입을 쩍 벌린 채 얼음처럼 굳어 버렸어요.
"책으로 집을 짓다니, 이건 기적이야!" "내가 본 집중에 최고다!"
어른들도 악어 아저씨가 지은 이층집을 보고 감동했어요.
어른들은 시청으로 달려가 뚱보 씨에게 말했어요. "당장 울타리를 철거해 주시오."
뚱보 씨는 귀찮아 죽겠다는 듯 툴툴거리며 말했어요.
"울타리를 치우면 쓰레기가 보일텐데 그래도 괜찮겠소?"
어른들이 한꺼번에 소리쳤어요.
"잔말 말고 울타리를 철거해!"
울타리를 철거했을 때 뚱보 씨는 너무 놀라 입을 하마처럼 적 벌렸어요.
눈알까지 밖으로 툭 튀어나올 뻔했어요.
"책으로 궁전을 짓다니, 세상에 이런 일이!"
뚱보 씨는 손가락으로 자기 볼을 꽉 꼬집었어요. " 아야!"
뚱보 씨는 다시 외쳤어요. "이건 꿈이 아니야!분명히 현실이야!"
아이들은 이층집으로 뛰어 들어갔어요. "얘들아, 어서 와."
악어 아저씨가 아이들을 반겨 주었어요. 아이들은 집을 구경하다가 너도나도 책을
한 권씩 꺼내 들었어요. 그리고 자리를 잡고 앉아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난 공부하기 싫을 때 보는 재미있는 책을 읽을 거야."
"난 으스스 떨리는 무서운 책이 좋더라!"
악어 아저씨의 이층집은 금세 유명해졌어요. 방송국 기자와 신문기자가 앞 다투어
취를 해~~
텔레비전과 신문에 악어 아저씨의 이층집이 나왔어요.
그러자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와 악어 아저씨의 이층집을 구경했어요.
악어 아저씨는 하루에 100번도 넘게 인터뷰를 했어요.
" 왜 책으로 집을 지었죠?"
"글쎄요, 채긍ㄹ 너무 사랑했기 때문이라고나 할까요."
악어 아저씨는 푹신한 소파에 앉아 점잖게 말했어요.
가만 보니 말도 더듬지 않았어요.
악어 아저씨의 이층집이 유명해 지자 마을 사람들도 이층집을 자랑스럽게 생각했어요.
그래서 어른들도 아이들도 이층집으로 몰려와 책을 보았어요.
다 못 본 책은 집으로 빌려 갔어요.
어떤 날은 사람들이 하도 ㅁ낳이 몰려와 이층집 앞에 길게 줄을 섰어요.
웅성 웅성 왁자 지껄~ "새치기 하면 엉덩이를 깨물어 버릴 테다!"
악어 아저씨의 이층집을 구경하려고 시장님이 직접 찾아왔어요.
시장님도 이층집을 보고 깜짝 놀라 소리쳤어요. "우리 시의 명물이 되겠는걸! 아주
멋진 도서관이야!"
악어 아저씨는 시장님이 자기 집을 도서관이라고 부르자 매우 기뻤어요.
시장님이 다시 말했어요.
"앞으로 이 건물을 세상에서 가장 멋진 악어도서관 이라고 부릅시다.
어때요, 악어 선생?" "좋고말고요!"
다을날 시장님은 악어 아저씨를 도서관장에 임명했어요.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멋진 악어 도서관이라고 적힌 현판을 이층집 한가운데에
붙여 주었어요. 마을 사람들은 축하의 말을 건네며 박수를 짝짝 쳤어요.
"악어 도서관이니까 악어 씨가 도서관장을 하는 게 옳지!"
"당연하지 , 악어 도서관장님, 축하합니다!"
멋진 양복에 나비넥타이까지 맨 악어 아저씨는 큰 입을 벌리고
흐흐흐 웃으며 말했어요.
"감사합니다, 여러분, 이 도서관의 주인은 제가 아니라 바로 여러분입니다.
"책을 사랑하는 여러분이 바로 이 도서관의 주인 입니다."
악어 아저씨는 무려 5분 동안 명연설을 했어요.
한번도 더듬지 않았고, 내용도 훌륭했어요.
마을 사람들은 다들 박수를 치며 기뻐했어요.
"악어 도서관 만세! 악어 도서관장님 만세!"
(끝)
저도 우리 악어 아저씨가 지은 악어 도서관에 가서 책을 꼭 읽어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