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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정족리 가족친목회 원문보기 글쓴이: 이응철
제 24회> 규중칠우쟁론기(閨中七友爭論記)와
조침문에 대한 글읽기와 문제
문제출제-德田 이응철(수필가)
이 작품은 규방의 부인이 침선에 사용하는 자, 바늘, 가위, 실, 골무, 인두, 다리미를 의인화하여 인간 세상을 풍자한 것이다. 이 작품의 묘미는 우선 자, 가위 등의 사물을 의인화하되 각시, 부인, 낭자, 할미 등 구체적 인물로 설정하여 생김새와 쓰임새를 핍진(乏盡)하게 그린 점에 있다. 그리고 공을 다투는 부분과 원망을 하소연하는 부분이 뚜렷하게 대조되는 구성을 통해 인간 심리의 변화, 이해관계에 따라 변하는 세태 등이 의미 심장하게 함축되어 있다.
0.핍진(乏盡)이란?-( )
● <규중칠우쟁론기> 내용 정리
* 작가 : 어느 규중 부인(작자미상)
* 연대 : 조선 후기
* 갈래 : 고대 수필, 의인체 내간 수필
* 문체 : 내간체
* 표현 : 의인법, 풍자법
* 주제 : 역할과 직분에 따른 성실한 임무 수행 (세태 풍자)
* 의의 : <조침문>과 함께 의인화로 된 고대 수필의 쌍벽을 이룸
* 출전 : <망로각수기>
< 규중칠우의 소개>
이른바 규중 칠우는 부인네 방 가운데 일곱 벗이니, 글하는 선비는 필묵(筆墨)과 종이, 벼루로 문방사우(文房四友)를 삼았나니 규중 녀잔들 홀로 어찌 벗이 없으리오.
그러므로 침선(針線-바느질) 돕는 것에 각각 명호(이름)를 정하여 벗을 삼을새, 바늘로 세요(細腰) 각시라 하고, 자를 척(戚)부인이라 하고, 가위로 교두(咬頭)라 하고, 인두로 인화(引火)부인이라 하고, 다리미로 울낭자라 하고, 실로 청홍흑백 각시라 하며, 골무로 감토 할미라 하여, 칠우를 삼아 규중 부인이 아침 세수를 마치매 칠우가 일제히 모여 한가지로 의논하여 각각 소임을 말하는지라.
<규중칠우들이 공을 다툼>...이기적이고 남을 깎아 내리기 좋아하는 인간들의 모습
일일은 칠우가 모여 침선의 공을 의논하더니 척 부인이 긴 허리를 재며 이르되,
"제우(諸友)는 들으라. 나는 세명지(가는 명주) 굵은 명지 백저포 세승포와 청홍녹라 자라 홍단을 다 내여 펼쳐 놓고 남녀의 옷을 마련할 새, 장단(長短-길고 짧음) 광협(廣狹-넓고 좁음)이며 수품(手品-솜씨) 제도(制度-격식)를 내 곧 아니면 어찌 이루리오. 이러므로 의지공(衣之功-옷 만드는 공)이 내 으뜸되리라."
교두 각시 양각(兩脚)을 빨리 놀려 내달아 이르되,
"척부인아, 그대 아모리 마련을 잘 한들 버혀 내지 아니하면 모양 제대로 되겠느냐. 내 공과 내 덕이니 네 공만 자랑마라."
세요 각시 가는 허리 구부리며 날랜 부리 두루혀 이르되,
"양우의 말이 불가하다. 진주 열그릇이나 꿴 후에야 보배라 할 것이니, 재단(裁斷)에 능소능대 (能小能大)하다 하나 나 곧 아니면 작의(作衣)를 어찌 하리오. 세누비 미누비 저른 솔 긴 옷을 이룸이 나의 날래고 빠름이 아니면 잘게 뜨며 굵게 박아 마음대로 하리오. 척부인의 재어 내고 교두 각시 버혀 내다 하나, 내 아니면 공이 없으려든 두 벗이 무삼 공 자랑하나뇨."
청홍 각시 얼골이 붉으락 프르락 하야 노하여 이르되,
"세요야, 네 공이 내 공이라. 자랑마라. 네 아모리 착한 체하나 한 솔 반 솔인들 내 아니면 네 어찌 성공하리오."
감토 할미 웃고 이르되,
"각시님네, 웬만하면 자랑마소. 이 늙은이 수말 적기로 아가씨내 손부리 아프지 아니하게 바느질 도와 드리나니, 옛말에 닭의 입이 될지언정 소 뒤는 되지 말라 하였으니, 청홍 각시는 세요 뒤를 따라 다니며 무삼 말 하시나뇨. 실로 얼굴이 아깝도다. 나는 매양 세요의 귀에 찔리었으되 낯가족이 두꺼워 견딜 만하고 아모 말도 아니 하노라."
인화 낭자가 이르되,
"그대들은 다투지 말라. 나도 잠깐 공을 말하리라. 미누비 세누비 누구로 하여 젓가락같이 고우며, 혼솔(홈질한 옷의 솔기)이 나 아니면 어찌 풀로 붙인 듯이 고우리요. 바느질 솜씨가 그다지 좋지 못하여 들락날락 바르지 못한 것도 나의 손 바닥을 한번 씻으면 잘못한 흔적이 감추어져 세요의 공이 나로 하여금 광채 나니라."
울낭자 크나큰 입을 벌리고 너털웃음으로 이르되,
"인화야, 너와 나는 소임이 같다. 그러나 인화는 침선뿐이라. 나는 천만 가지 의복에 아니 참여하는 곳이 없고, 가증한 여자들은 하루에 할 일도 열흘이나 구기여 살이 주역주역한 것을 나의 광둔(廣臀-넓은 볼기)으로 한번 스치면 굵은 살 낱낱이 펴며 제도와 모양이 고와지고, 더욱이 여름이 되면 손님이 많고 바빠 하루도 한가자히 못한지라. 의복이 나 아니면 어찌 고우며 더욱 빨래하는 여자들이 게을러 풀먹여 널어두고 잠만 자며 부딪혀 말린 것을 나의 광둔 아니면 어찌 곱게 하며 세상 남녀 어찌 반반한 것을 입으리오. 이러므로 옷 만드는 공이 내 제일이 되나니라."
규중 부인이 이르되,
"칠우의 공으로 의복을 다스리나, 그 공이 사람의 쓰기에 있나니, 어찌 칠우의 공이라 하리오." 하고 말을 마치매 칠우를 밀치고 베개를 돋우어 잠을 깊이 드니,
척부인이 탄식하고 이르되,
"매정한 건 사람이요, 공 모르는 여자로다. 의복 마를 제는 먼저 찾고 다 이루면 자기 공이라 하고, 게으른 종 잠 깨우는 막대는 나 곧 아니면 못 칠 줄로 알고 내 허리 부러짐도 모르니 어찌 야속하고 노엽지 않으리오."
교두 각시 이어 가로되,
"그대 말이 가하다. 옷 말라 자를 때는 나 아니면 못 하려마는, 잘 드니 안 드느니 하고 내어 던지며 양각을 각기 잡아 흔들 제는 불쾌하고 노엽기 어찌 측량하리오. 세요 각시 잠깐이나 쉬랴 하고 달아나면 매양 내 탓만 여겨 내게 트집하니, 마치 내가 감춘 듯이 문고리에 거꾸로 달아놓고 좌우로 돌아보며 앞뒤로 시험하여 얻어 내기 몇 번인 줄 알리오. 그 공을 모르니 어찌 애원하지 않으리오."
세요 각시 한숨 지으며 이르되,
"내 일찍이 무슨 일로 사람 손에 보채이며 요악지성(妖惡之聲)을 듣는고. 각골통한하며, 더욱 나의 약한 허리 휘두르며 날랜 부리 두루혀 힘껏 침선을 돕는 줄은 모르고 마음 맞지 않으면 나의 허리 부러뜨려 화로에 넣으니 어찌 통원하지 않으리오. 사람과는 극한 원수라. 갚을 길 없어 이따금 손톱 밑을 찔러 피를 내어 한을 풀면 조금 시원하나, 간흉한 감토 할미 밀어 내어 만류하니 더욱 애닯고 못 견디리로다."
인화가 눈물 지어 이르되,
"나는 무삼 죄로 포락지형(불에 달구어 지지는 형벌)을 입어 붉은 불 가운데 낯을 지지며 굳은 것을 깨치기는 나를 다 시키니 섧고 괴롭기 측량하지 못할레라."
울 낭자 근심스런 얼굴로 이르되,
"그대와 소임이 같고 욕되기 한가지라. 제 옷을 문지르고 멱을 잡아 들까부르며, 우겨 누르니 황천이 덮치는 듯 심신이 아득하여 나의 목이 따로 날 적이 몇 번인 줄 알리오."
칠우 이렇듯 담론하여 회포를 이르더니, 자던 여자 문득 깨쳐 칠우에게 말하기를
"칠우는 내 허물을 그토록 말하느냐."
감토 할미 머리를 조아리며 이르되,
"젊은 것들이 망녕되어 생각이 없는지라. 저희들이 재주 있으나 공이 많음을 자랑하여 원망을 하여 대니 마땅히 곤장을 칠 만하되, 평소의 깊은 정과 저희 조그만 공을 생각하여 용서하심이 옳을까 하나이다."
여자 답하여 이르기를,
"할미 말을 좇아 용서하리니, 내 손부리가 성한 것이 다 할미 공이라. 꿰어차고 다니며 은혜를 잊지 아니하리니, 비단주머니를 만들어 그 가운데 넣고 몸에서 떠나지 않게 하리라."
하니, 할미는 머리를 조아려 사례를 표하고 칠우는 부끄러워하며 물러나니라.
● <규중칠우쟁론기> 이해하기
<규중칠우쟁론기>는 한글 수필의 하나로서, 자-척부인, 가위-교두각시, 바늘-세요각시, 실-청홍흑백각시, 인두-인화부인, 다리미-울낭자, 골무-감토할미로 의인화된 바느질 도구인 바늘, 자, 가위, 인두, 다리미, 실, 골무를 규중 여자의 일곱 벗으로 등장시켜, 인간 세상의 능란한 처세술에 견주어 이를 풍자하고자 한 것이다.
<조침문>과 함께 내간체 수필의 백미로 일컬어지는 이 작품은, 자신의 처지에 불평 불만을 늘어놓기보다 사리에 순응하고 성실해야 한다는 것을 주제로 삼고 있다.
또한 공을 다투는 부분과 원망을 하소연하는 부분이 뚜렷하게 대조되어 인간 심리의 변화와 이해관계에 따라 변하는 세태 등이 의미심장하게 함축되어 있다. 그리고 자신의 공을 내세우느라고 남을 헐뜯고 깎아 내리는 것을 통해 인정세태의 한 면을 풍자하고 있기도 하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규중칠우가 공을 다투거나 원망을 토론하는 장면을 보면 그들은 당당하게 자기주장을 펴고 있다는 점이다. 이 칠우는 실제 규방 여성들을 의인화한 것으로 본다면, 이는 가부장제적 질서 속에 갇혀 있었던 여성들의 세계에서도 자신의 주어진 역할만큼 그 정당한 보상을 받고자 하는 새로운 인식이 조금씩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작품은 작품속의 '나'가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이른 바 3인칭 시점이다. 그런데 이 수필의 작자는 '그들'의 내면은 들여다보지 못하고 외면만 관찰하는 입장에 서 있다. 그러니까, <규중칠우쟁론기>의 시점은 3인칭 시점에서도 작가 관찰자 시점인 셈이다. 그리고 이 작품은 조선조 후기에 간행된 것으로 추측되며, 몇 가지 문헌에 전하는데, 그 중 <망로각수기>에 실린 것이 자세하다. 이 작품은 <조침문>과 쌍벽을 이루는 의인화된 내간체 고대 수필의 백미이다.(끝)
문제1) 이 글은 소설이 아니고 고대 수필이다. 왜 소설이라 할 수 없나?
문제 2) 프라이팬처럼 생긴 다리미로 넓은 볼기(광둔) 숯불로 주름을 펴는 것을 누구에 비유했는가?
문제 3)규중에 여자들에겐 일곱친구들이 있다.
아침 세수를 마치고 칠우가 일제히 모여 한가지로 의논하고 소임을 말하는 이 글에서 이기적이고 남을 깎아내기 좋아하는 인간에 비유한 글이다. 당시 남존여비의 시대에 이런 일곱친구란 의인화로 풍자해 가부장제 질서에서 조금씩 목소리를 내는 계기가 되었다는 글이다. 일곱친구를 쓰시오-
문제 4) 반대로 글을 읽는 선비들의 친구는 누가 있을까?
문제 5) 강토할미란 누구를 의미하는가?
문제 6) 청홍각시는 누구를 의미하는가?
문제 7) 이 글은 어디에 전해오는 고대수필인가/
문제 8) 일곱친구들이 자기가 잘났다고 주장하는 순서를 쓰시오.
척부인(자)---( )---( )---( )---( )
---( )---다리미
문제 9) 두날이 다변하다. 열렸다 닫혔다를 하며 필요없는 곳은 서슬퍼런 정의 실현
처럼 싹뚝 잘라 버리는 일을 맡은 각시는 누구인가?
문제 10) 새색시로 날씬하다. 날씬한 몸매로 약한 허리 휘두르며 서로 사이좋게 이어주며
하나의 모양을 만들어주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날씬한 몸매의 여인은?
문제 11) 다음은 수필은 어떤 작가의 글이다. 여기 규중칠우의 누구를 설명한 글인가?
소가 다닐 수 없는 좁은 곳을 다니며 항상 구겨진 인상을 펴는 게 내 임무이다. 내 짝은 부젓갈이다. 늘 둘이 화로에 발을 담그고 있으면 특히 엄동설한이면 특히 우린 임무가 막중하다. 아니 사람들이 우리를 못살게 군다. 우리가 없으면 안 된다. 특히 추울 때면 우리가 방안의 온도를 올리는데 최고이다. 또 석쇠에 절편이나 이찰떡, 가난한 집들은 옹기그릇에 주로 조찰떡, 명절 때 빼다 얼긴 가래떡, 김을 굽기 위해 잿불을 활활 여는데 내가 없어서는 안된다. 어디 그뿐인가! 겨울에 쓰케토를 타다가 양말이 젖으면 들어와 말리고 읍내를 다녀온 어른들이 언 손을 녹이는데 주로 나를 부른다.
항상 사람들이 겨울이면 내 어미 화로를 껴안고 늘 내 볼을 자주 만진다. 되작인다. 앞가슴이 무한히 부푼 열여덟 처녀도 머리를 감고 와서 불을 헤치기에 나를 꼬득인다. 머리를 털고 터질 것 같은 가슴을 출렁거리며 처녀의 향을 한껏 뿜어낸다. 싫지 않다. 순간 나도 가슴이 울렁거린다. 앞집 총각인 모양이다. 우람한 그 가슴에 안기고 싶은 모양이다. 사랑에 깊이 빠질 때 늘 나를 잿불 위를 몰고 다니며 사랑 표시를 그린다. 총각 이름을 쓰는지, 총각의 얼굴을 그리는지 순간 나는 선비들의 필묵과 종이 벼루의 문방사우(文房四友) 중 붓이 되어 몸둘 바를 모른다. 기뿐 째진다. 그러나 걱정도 앞선다. 이러다가 상사병이라도 우리 아씨 나면 어쩌나 하고-.
나무 한 짐 해온 이집 쥔 나그네 좀 보소, 북풍한설에 게으른 남편에게 새벽부터 나무가 없어 부엌에서 나무한다고 푸념을 하는 아내의 성화에 못이기나보다. 앞산에 올라 무거운 청수와리를 한 짐 지고 와 앞마당에 부린다. 제대로 타지 않고 피득피득 타는 청수와리로 불을 때려면 뭐니뭐니 안주인이 고생이다. 그 흔한 검불도 마른 장작도 없다. 마당에 닭들이 갑자기 놀라 난리를 친다. 겨울바람이 눈보라를 부축인다. 나무 한 짐 해오고 의기양양해 아내에게 큰소리친다. 밥 차려-.
어쩐지 아까부터 궁덩이가 펑퍼짐한 안주인은 마음이 놓이나보다. 잿빛 하늘에 구름덩이는 몰려오니 눈이라도 귀까지 빠지면 정말 큰일이다. 대설주의보라도 내릴 모양이니 가장 큰 걱정이 땔감이 아닌가! 오늘 남편을 한껏 달래 나무 몇 짐을 더 해 부엌에 끄들여야겠다고 잔뜩 마음먹은 아내는 신이 났다. 부리나케 화로에 구녕새를 놓고 한 양재기 물을 떠서 우악스럽게 나를 들어 잿불을 파헤친다. 마치 조자룡 헌칼 쓰듯 내 몸으로 불을 헤치더니 물을 올려놓는다. 아내는 바쁘다. 찬밥 덩이를 데워진 물에 말아 뚝뚝 꺼놓고, 방금 김칫광에서 얼음 섞인 무쪽을 꺼내온다. 생강냄새가 싱그럽다. 한손에 들고 밥을 먹는 남편은 의기양양하다. 곁에서 손도 씻지 않은 여편네는 무쪽을 입으로 잘라 남편 숟갈위에 얹어준다. 보기 좋다. 그래 이게 사랑이겠지, 내 사랑은 하고 곁에 있는 부젓갈을 본다. 빼짝 말라 울상이 된 부젓갈이 요즘은 통 밤으로 가까이 하지 않는다. 부럽다. 어찌나 맛있게 먹는지 그저 곁에서 침만 줄줄 흘릴 뿐이다.
무언가 집안에 우환이 있는 모양이다. 대꼬쟁이 같은 이 집 할머니는 어디 계신가? 문풍지를 해단 건넌방에서 마구 얼굴이 구겨져 있다. 눈도 못 뜬 손녀딸을 무릎에 뉘이고 주문을 외운다. 미련한 인간이 무엇을 압니까? 우리 막둥이 빨리 낫게 해주시라고 한다. 간밤에 병이 났나보다. 간밤에 들쳐엎고 사관을 맞히고 왔다. 애지중지하며 불쌍한 똥강아지라고 무릎에 뉘이고 연실 머리를 쓰다듬으신다. 유난히 외풍이 센 집이라 나를 쉬지도 못하게 자주 화로 위에서 보물 찾아내듯 쑤석거리며 방안의 온도를 높인다.
다른 때 같으면 꼬맹이들은 감자나 고구마를 굽기 위해 나를 많이 꼬득였지. 특히 겨울이면 나는 잿불로 알고구마와 감자를 덮어준다. 한참 후 피-.신음소리가 나면 감자는 말랑말랑한 군감자가 되어 좁은 방에 냄새가 향기롭다. 메주냄새는 순간 어디론가 도망친다.
사랑방에서 모여든 떠꺼머리 총각들이 내기라도 하듯, 봉담배를 말아 퍽퍽 피운다. 그럴 때마다 나에게 불을 들어올리기도 한다. 사랑방에서 해숫병에 걸려 기침하며 어렵게 겨우살이를 하는 늙은이는 또 어떤가! 끓어오르는 가래를 화로 주변 숯덩이 숲을 헤치고 나더러 파내 덮어 오만상을 찌푸리기도 한다. 나는 늘 뜨겁게 몸이 더워있다. 열이 있는 소양인이다.
항상 따뜻한 온천에 다리를 담그고 있는 나는 어떤 각시인가? (글 德田 작품에서)
문제 12) 옛날 부엌 아궁이에 불 지필 때 쓰던 기구 3가지를 써보시오
문제 13) 다음 글은 조침문이다. 이 글에서 예찬한 것은 무엇인가?---( )
조침문 유씨부인
유세차(維歲次) 모년(某年) 모월(某月) 모일(某日)에, 미망인(未亡人) 모씨(某氏)는 두어 자 글로써 침자(針者)에게 고(告)하노니, 인간 부녀(人間婦女)의 손 가운데 종요로운 것이 바늘이로대, 세상 사람이 귀히 아니 여기는 것은 도처(到處)에 흔한 바이로다. 이 바늘은 한낱 작은 물건(物件)이나, 이렇듯이 슬퍼함은 나의 정회(情懷)가 남과 다름이라. 오호 통재(嗚呼痛哉)라, 아깝고 불쌍하다. 너를 얻어 손 가운데 지닌지 우금(于今) 이 십 칠 년이라. 어이 인정(人情)이 그렇지 아니하리요. 슬프다. 눈물을 짐깐 거두고 심신(心身)을 겨우 진정(鎭定)하여, 너의 행장(行狀)과 나의 회포(懷抱)를 총총히 적어 영결(永訣)하노라.연전(年前)에 우리 시삼촌(媤三村)께옵서 동지상사(冬至上使) 낙점(落點)을 무르와, 북경(北京)을 다녀 오신 후에, 바늘 여러 쌈을 주시거늘, 친정(親庭)과 원근 일가(遠近一家)에게 보내고, 비복(婢僕)들도 쌈쌈이 나눠 주고, 그 중에 너를 택(擇)하여 손에 익히고 익히어 지금까지 해포 되었더니, 슬프다, 연분(緣分)이 비상(非常)하여, 너희를 무수(無數)히 잃고 부러뜨렸으되, 오직 너 하나를 연구(年久)히 보전(保全)하니, 비록 무심(無心)한 물건(物件)이나 어찌 사랑스럽고 미혹(迷惑)지 아니하리오. 아깝고 불쌍하며, 또한 섭섭하도다.나의 신세(身世) 박명(薄命)하여 슬하(膝下)에 한 자녀(子女) 없고, 인명(人命)이 흉완(凶頑)하여 일찍 죽지 못하고, 가산(家産)이 빈궁(貧窮)하여 침선(針線)에 마음을 붙여, 널로 하여 생애(生涯)를 도움이 적지 아니하더니, 오늘날 너를 영결(永訣)하니, 오호 통재(嗚呼痛哉)라, 이는 귀신(鬼神)이 시기(猜忌)하고 하늘이 미워하심이로다.아깝다 바늘이여, 어여쁘다 바늘이여, 너는 미묘(微妙)한 품질(品質)과 특별(特別)한 재치(才致)를 가졌으니, 물중(物中)의 명물(名物)이요, 철중(鐵中)의 쟁쟁(錚錚)이라. 민첩(敏捷)하고 날래기는 백대(百代)의 협객(俠客)이요, 굳세고 곧기는 만고(萬古)의 충절(忠節)이라. 추호(秋毫) 같은 부리는 말하는 듯하고, 두렷한 귀는 소리를 듣는 듯한지라. 능라(綾羅)와 비단(緋緞)에 난봉(鸞鳳)과 공작(孔雀)을 수놓을 제, 그 민첩하고 신기(神奇)함은 귀신(鬼神)이 돕는 듯하니, 어찌 인력(人力)이 미칠 바리요.오호 통재(嗚呼痛哉)라, 자식(子息)이 귀(貴)하나 손에서 놓일 때도 있고, 비복(婢僕)이 순(順)하나 명(命)을 거스릴 때 있나니, 너의 미묘(微妙)한 재질(才質)이 나의 전후(前後)에 수응(酬應)함을 생각하면, 자식에게 지나고 비복(婢僕)에게 지나는지라. 천은(天銀)으로 집을 하고, 오색(五色)으로 파란을 놓아 곁고름에 채였으니, 부녀(婦女)의 노리개라. 밥 먹을 적 만져 보고 잠잘 적 만져 보아, 널로 더불어 벗이 되어, 여름 낮에 주렴(珠簾)이며, 겨울밤에 등잔(燈盞)을 상대(相對)하여, 누비며, 호며, 감치며, 박으며, 공그릴 때에, 겹실을 꿰었으니 봉미(鳳尾)를 두르는 듯, 땀땀이 떠 갈 적에, 수미(首尾)가 상응(相應)하고, 솔솔이 붙여 내매 조화(造化)가 무궁(無窮)하다. 이생에 백년 동거(百年同居)하렸더니, 오호 애재(嗚呼哀哉)라, 바늘이여.금년 시월 초십일 술시(戌時)에, 희미한 등잔 아래서 관대(冠帶) 깃을 달다가, 무심중간(無心中間)에 자끈동 부러지니 깜짝 놀라와라. 아야 아야 바늘이여, 두 동강이 났구나. 정신(精神)이 아득하고 혼백(魂魄)이 산란(散亂)하여, 마음을 빻아 내는 듯, 두골(頭骨)을 깨쳐 내는 듯, 이윽토록 기색 혼절(氣塞昏絶)하였다가 겨우 정신을 차려, 만져 보고 이어 본들 속절없고 하릴없다. 편작(扁鵲)의 신술(神術)로도 장생불사(長生不死) 못하였네. 동네 장인(匠人)에게 때이련들 어찌 능히 때일손가. 한 팔을 베어 낸 듯, 한 다리를 베어 낸 듯, 아깝다 바늘이여, 옷섶을 만져 보니, 꽂혔던 자리 없네. 오호 통재(嗚呼痛哉)라, 내 삼가지 못한 탓이로다. 무죄(無罪)한 너를 마치니, 백인(伯仁)이 유아이사(由我而死)라, 누를 한(恨)하며 누를 원(怨)하리요. 능란(能爛)한 성품(性品)과 공교(工巧)한 재질을 나의 힘으로 어찌 다시 바라리요. 절묘(絶妙)한 의형(儀形)은 눈 속에 삼삼하고, 특별한 품재(稟才)는 심회(心懷)가 삭막(索莫)하다. 네 비록 물건(物件)이나 무심(無心)ㅎ지 아니하면, 후세(後世)에 다시 만나 평생 동거지정(平生同居之情)을 다시 이어, 백년고락(百年苦樂)과 일시 생사(一時生死)를 한 가지로 하기를 바라노라. 오호애재(嗚呼哀哉)라, 바늘이여!(원문)
문제 14)아래 해설을 읽으면서 지은이에 대하여 아는 대로 기술하시오.
( )
<작품 해설>
미망인 유씨의 작품으로 알려졌을 뿐 연대와 작자의 인적 사항 등은 모두 미상이다. 고어(古語)의 자취 및 표기법상으로 볼 때, 조선조 말 내간체 작품들과 별 차이 없는 점으로 보아 연대는 19세기 중엽으로 볼 수 있다. 작자는 사대부 가문의 청상과부인 듯, 문장 실력과 고사(古事)에 능통한 점으로 보아, 비록 삯바느질을 하고 있는 처지이나 어려서부터 독서와 문안 편지 쓰기로 실력을 닦아온 양반집 딸인 듯하다. 서두를 "모년 모월 모일 미망인 모씨가 두어 자 글로써 침자(針子)에게 고하노라."고 하였다. 그리고 바늘과 더불었던 긴 세월의 회고 및 공로와 바늘의 요긴함, 바늘의 모습과 재주 찬양, 부러지던 날의 놀라움과 슬픔. 그렇게 만든 자신에 대한 자책과 회한, 그리고 내세의 기약으로 끝을 맺고 있다.
한 개의 바늘을 가지고 27년을 썼다는 사실은 조심성 깊고 알뜰한 여심을 말해주거니와, 한편 자녀 하나 두지 못한 외로운 여인이 생계를 그것에 의지하고, 반생을 동고동락하여 왔음을 전제로 이 작품을 이해하여야 할 것이다. "자식이 귀하나 손에서 놓을 때도 있고, 비복이 순하나 거슬릴 때도 있나니."라고 하여 자식과 비복보다 낫다고 한 점. 또 바늘이 부러지던 순간, 잠시 동안 혼절하였다는 표현과 "추호(秋毫)같은 부리는 말하랴는 듯하고, 뚜렷한 귀는 소리를 듣는 듯하도다"라는 표현은 바늘을 생명체요 유정물(有情物)로 인정하여 그 표현은 신기(神技)에 가까운 정도이다. 이 작품은 제문에 얽힌 작자의 애절한 처지와 아울러 뛰어난 문장력과 한글체 제문이라는 측면에서 문학사적 의의가 높다.
문제 15) 동고동락을 한문으로 쓰시오( )
문제 16) 위 글 중에 유정물이란? 사전찾기
문제 17) 요악지성(妖惡之聲)이란? 사전찾기
문제 18-19) 바늘에 관련된 속담을 2가지만 쓰시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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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20) 마지막으로 객관식 한 문제--------( )
위의 글들처럼( 규중칠우론, 조침문) 조서니대 한문이 본줄기였지만
국문으로 시를 짓기도 하고 긴 글을 쓰기도 했는데 이런 문학을 ( )문학이라 한다.
사대부, 규방, 평민등이 기행,유배 도교, 불교, 집안 이야기들을 내용으로 써서 지금까지 내
려온다. 위에 ( )에 알맞은 단어는?
1) 수필 2)궁중 3)가사 4)서민 5)대중
*수고하셨습니다. 이번에는 옛 여인네들이 집안에서 쓴 글들을 모아 읽어보는 기회로
삼았습니다. 나도 모르게 이런 글을 읽으면서 시대상이나 하찮은 것들에 대한 애정이
생기게 됩니다. (2013. 8. 26 문제 출제자-德田 이응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