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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19-21간 삼각등산동호회의 지리산 산행 이야기.
집사람의 잘다녀오세요라는 인사를 받으면서 아파트를 나선 것이 09.10.19일 06시56분경이었다.동서울 터미널에서 08시경에 만난 일행은 김승남씨 정형기씨 이원일씨 윤순섭씨 신상철씨 등 모두 9명이었다.
08시25분경에 동서울 터미널을 출발한 백무동행 고속버스는 강변북로-천호대교-올림픽대로-강일IC-중부고속도로-경부고속도로 죽암휴게소에 들려 15분간 정차했다.이 때 휴게소에서 정형기씨가 쑥떡 인절미를 꺼내 놓아 몇 개씩 나눠먹고 다시 출발한 고속버스는 대전시 외곽에서 대진고속도로로 진입해 달리다가-함양IC를 빠져나가 국도를 타고 함양읍내-전북 남원시 인월면 소재지를 거쳐서 경남 함양군 마천면 강청리 백무동마을에 도착한 시간은 12시35분이었으니 동서울터미날에서 백무동까지는 꼭 4시간 10분이 소요되었다.
백무동 마을의 지리산펜션 식당에서 산채 비빔밥으로 점심을 먹고 산행을 시작한 시간이 13시17분경이었다.해발 540미터의 백무동 등산로 입구에는“장터목 대피소는 좌측으로 세석 대피소는 우측으로”라는 안내 표지판 앞에서 일행은 좌측 장터목 대피소 쪽으로 접어들었다.
(백무동 마을 등산로 입구에 있는 안내표지판 모습)
14시21분경 해발 900미터의 하동바위와 출렁다리를 지나 해발 1125미터의 참샘에 도착하니 시간은 14시50분경이었다.참샘은 등산객들이 목을 축이고 물통에 물을 보충하는 일종의 샘인데 완만한 산비탈에 있는 약 30평쯤 되는 공간의 돌마당 층계 중간에 설치된 호스에서 물이 쫄쫄쫄 쏟아지는데 옆에 놓인 두레박으로 그 물을 받아 먹으면서 등산객들이 휴식을 취하기에 아주 적합한 장소이다.
(해발 1125미터 지점의 등산로상에 있는 참샘이란 약수터 모습)
해발 1312미터의 소지봉에 도착하니 시간은 15시25분 경이었다.소지봉은 약20평 정도 되는 흙마당이고 주변은 산죽나무 숲과 참나무 숲으로 에워싸여 있어 몸을 숨기기가 편리한 장소라 이 산죽나무 숲속으로 들어가 소변이나 대변을 보는 사람이 많은가 보았다.일행중 모씨가 이 산죽나무 숲속에 소변보러 들어갔다가 등산객이 배설해 놓은 똥을 밟았다.소변보러 들어간 사람이 한참을 지체하니 기다리던 일행이 “뭐해 ? 대변보는 거야? ”라고 묻자“가만히 있어.나 똥 밟았어”하면서 휴지로 딲아내느라 지체했다.똥 밟은 그 친구는 똥을 딲아내고 산행을 계속했는데 걷다가 다시 보니 다른 쪽 신발에 또 똥이 묻어있는 것을 발견하고“나 어떻게 해”하면서 울먹이는 바람에 일행은 한바탕 웃기도 했다.옆에 있던 정형기씨는“어이 내려가서 복권이나 사지.똥 밟으면 재수가 좋아”라고 말하기도 했다.
(해발 1312미터 지점의 등산로 상에 있는 소지봉 정상 모습)
해발 1653미터의 장터목 대피소에 도착하니 시간은 17시11분경이었다.날씨가 무척 쌀쌀하고 바람이 세게 불었다.장갑을 안 끼었더니 손이 시려 얼어붙는 것 같았다.장터목 대피소 화장실 입구에서는 화장실 냄새가 코를 찔렀고 대피소에 전기를 공급하는 발전기 소리가 요란했다.대피소 사무실에서 입실등록을 마치고 지하 취사장에 들어서니 취사장 안은 등산객들이 인산인해였다.한쪽 구석에 자리잡고 버너에 불을 지펴 소고기를 굽는데 일행중 K씨 버너가 작동되지 않아 낭패였다.다행이 어떤 여성 등산객이 자기 버너를 사용하라고 빌려주는 바람에 일행은 위기를 모면했다.소주 한잔씩 마시면서 싸온 김밥으로 저녁식사를 떼우고 커피까지 끓여서 한잔씩 마시고 침실로 들어오니 시간은 18시38분경이었다.
(해발 1653미터 지점에 있는 장터목 대피소 건물을 배경을 포즈를 취한 일행들 모습)
장터목 대피소 침실은 1층과 2층 구조인데 시설이 목조건물로서 깨끗하고 산뜻해서 무척 마음에 들었다.그리고 지리산장터목 대피소는 남여 등산객 숙소를 분리해서 관리하고 있는 것이 설악산 중청대피소의 남녀 등산객 숙소를 합숙으로 관리하는 것과 달랐다.대피소 침실안은 아늑하지만 그래도 썰렁한 한기가 느껴져 나는 아랫도리 내의와 웃통 속옷 셔츠를 겨울용으로 갈아입고 모직내피까지 겹쳐 입으니 온몸이 훈훈해졌다.밤 20시쯤 되니 소등한다는 안내 방송과 함께 소등되었는데 항상 밤 23시30분 이후에 잠이 든다는 모씨는 23시30분까지 뭘하고 지내지 하면서 걱정하기도 했다.다행히 침실 입구에는 핸드폰과 카메라 밧데리 충전기가 있어서 밧데리를 충전시키는데 문제가 없었다.
(장터목 대피소 내부의 침상 구조 모습)
장터목 대피소 남쪽으로 약 50미터쯤 떨어진 산기슭에 있는 식수장에는 3개의 수도꼭지가 있는데 하나는 고장난 상태이고 2개의 수도꼭지에서 뺄뺄뺄 나오는 가느다란 물줄기가 장터목 등산객들의 생명수이니 얼마나 귀한 존재인가.하늘처럼 우러러 보이는 생명수요 보물단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장터목 대피소 화장실은 분뇨가 자연발효 방식으로 완전 분해되기 때문에 환경오염이 없는 변기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지만 화장실 냄새가 지독하고 변기를 통해서 꺼꾸로 찬바람이 올라오니 엉덩이가 무척 시러웠다.
하루가 지난 익일인 10.20일 아침 05시45분경에 일행은 기상을 했다.초저녁에는 코고는 등산객 때문에 잠들기가 무척 힘들었는데 또 새벽 03시경부터는 일찍 기상해서 산행 출발하는 등산객들의 짐 챙기고 웅성거리는 소리 땜에 잠을 잘 수가 없는 하루 밤이었다.
10.20일 아침 버너 2개에다 라면을 끓여 조식을 떼운 뒤 커피 한 잔씩 마시고 천왕봉 등정에 나선 시간이 07시35분이었다.장터목 대피소 밖으로 나와보니 남북으로 뻗은 장터목 능선을 기준으로 남동쪽 산기슭에는 울긋불긋 선명한 단풍숲이 펼쳐져 있고 서북쪽 산기슭에는 하얀 서리발로 덮힌 눈꽃 숲이 서로 대조적으로 장관을 이루었다.
(장터목 대피소 마당에서 바라본 남동쪽 단풍과 서북쪽 서리발 눈꽃의 대조적인 모습)
해발 1808미터의 제석봉에 도착하니 시간은 아침 07시53분경이었다.제석봉 일대는 짙은 운무를 동반한 강풍이 휘몰아치는데 귀와 얼굴이 얼어 붙을 정도로 따갑고 등산로 주변의 풀밭과 수목 및 고사목에는 하얀 눈꽃이 장관이고 시야는 운무로 차단되어 주변 조망이 전혀 불가능했다.가끔씩 구름이 거친 사이로 산청군 시천면 일대의 남쪽 산등성이에는 울긋불긋한 단풍 숲이 장관으로 전개되었다가 금방 또 구름에 가리곤 했다.제석봉을 지나니 등산로가 제석봉 남쪽 비탈길로 접어들면서 바람이 잠잠한 탓에 추위가 반감되어 살 것 같았다.
(운무를 동반한 강풍이 몰아치는 제석봉 일대의 등산로 모습)
해발 1814미터의 通天門에 도착하니 시간은 08시24분경이었다.왜 통천문인가.등산로가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가 U턴해서 나온 다음 다시 U턴해서 올라가는 길이 마치 영문자 Z처럼 생긴 통로라서 하늘로 올라가는 층계 같다는 의미로 통천문이 아닌가 싶었다.
(해발 1814미터 지점에 있는 통천문이라는 등산로 모습)
해발 1915미터의 천왕봉 정상에 도착하니 시간은 08시53분경이었다.정상에 서 보니 북쪽의 함양군 마천면 일대와 서쪽의 노고단쪽 능선은 안개로 차단되어 전혀 조망이 불가능했지만 천왕봉 남쪽의 산청군 시천면 일대는 맑은 햇살이 비치는 덕분에 울긋불긋한 단풍으로 물든 능선과 계곡 및 중산리 일대경관이 장관이었다.천왕봉 정상은 5-6평 정도되는 바윗돌 공간인데 그 중심부에“지리산 천왕봉”이란 약 1미터 높이의 표지석이 천왕봉 지킴이처럼 동쪽 하늘을 향해서 꽂꽂이 서 있는 모습이 꼭 망부석 같았다.
(천왕봉 표지석을 에워싸고 포즈를 취한 일행들 모습)
(지리산 천왕봉 전경과 망부석처럼 보이는 천왕봉 표지석 모습)
천왕봉에서 중산리쪽인 남쪽으로 내려서니 바람이 불지 않고 따뜻해서 쾌적한 산행을 즐길 수 있었다.남강 발원지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는 천왕봉 8부능선쯤에 있는 천왕샘에 도착하니 시간은 09시08분경이었다.천왕샘 샘물은 바위틈에서 병아리 눈물만큼씩 흘러내려 움푹패인 바위틈에 약 한 되쯤 고여 있는 물인데 먹어보니 물맛은 괜찮았지만 샘물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과장된 표현같고 또 이것을 남강 발원지라고 명기한 표지판은 지나친 허풍 같았다.적어도 남강 발원지라고 하면 낙동강 발원지인 황지 연못이나 한강 발원지인 검룡소처럼 흘러 내리는 물의 수량이 좀 많아야 되지 않을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천왕봉 동쪽 8부능선쯤에 위치한 천왕샘이라는 약수터 모습)
일행이 해발 1450미터의 법계사와 로타리 대피소에 도착하니 시간은 10시18분경이었다.법계사와 로타리 대피소는 바로 인접해 있는데 그 사이에 퀄퀄퀄 넘쳐 흐르는 샘물이 있다.2007년까지만 해도 이 샘물에 洗心泉(마음을 씻어내는 샘물)이라는 푯말이 붙어 있었지만 금년에 와 보니 세심천이란 명패는 떼어내지고 그 자리에 “민족의 영산 지리산을 찾은 당신께 내일을 향한 희망찬 발걸음을 기원하면서 저희 경남은행이 샘물을 선물합니다.경남은행”라는 광고판으로 대체되어 있다.이런 샘물에까지 경남은행 광고판이 파고 든 세태가 어쩐지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국립공원이니 국유지내의 샘물일텐데 경남은행이 마치 자기 샘물을 선물하는 듯한 광고판이라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물 팔아먹은 논리와 다를 게 뭐가 있는가.그렇다면 국립공원관리공단은 경남은행으로부터 광고료 받아서 특별회계 잡수입으로 세입조치라도 했단 말인가? 그 아름다운 세심천이란 명칭은 되돌아 올 수 없는 것인가.
(법계사와 로타리 대피소 사이에 위치한 샘물 전경)
법계사는 우리나라에서 해발 고도가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사찰로도 유명하지만 설악산 봉정암처럼 부처님 진사리를 모신 3층 석탑이 있고 이 진사리탑을 향해서 기도드리는 공간으로서 적멸보궁이란 이름의 건물을 별도로 세워서 신도들이 이 적멸보궁에 들어가 진사리탑을 향해 기도할 수 있는 독특한 사찰이기도 했다.
(법계사 경내의 진사리탑과 적멸보궁이라는 기도원 모습)
일행은 법계사 근방의 로타리 대피소 야외 탁자에 앉아 떡과 술 등으로 점심을 떼우고 중산리 쪽으로 출발한 시간이 11시14분경이었고 해발 1068미터의 중산리쪽 망바위에 도착하니 시간은 11시47분이었다.이상한 것은 2007년 지리산에 왔을 때는 백무동쪽에도 해발 1460미터 지점에 망바위가 있고 중산리쪽에도 해발 1068미터 지점에 망바위가 있어서 지리산에는 2개의 망바위가 있는가 싶었는데 금년에 와보니 백무동쪽 망바위 표지판은 제거돼버리고 중산리쪽 망바위 표지판은 그대로 있는 것이 아무래도 이상했다.도대체 국립공원이 관리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방치되고 있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일행이 중산리쪽 칼바위에 도착하니 시간은 12시44분경이었다.송곳처럼 봉우리가 뾰쪽한 바위 2개가 30센티미터 간격으로 나란히 서 있는 바위인데 칼끝처럼 날렵하다고 붙여진 이름 같았다.
해발 650미터의 중산리 국립공원관리사무소 앞에 도착하니 시간은 13시28분경이었다.장터목 대피소를 07시35분에 출발해서 13시28분에 도착했으니 장터목 대피소에서 중산리까지는 모두 5시간 53분 약 6시간이 소요된 산행이었다.따라서 백무동에서 장터목대피소까지는 4시간 소요 거리이니 백무동에서 중산리까지는 모두 10시간이 소요된 산행코스인 셈이다.
일행은 중산리 국립공원관리사무소 앞에 있는 거북이 식당에서 막걸리와 두부 및 도토리 묵을 안주삼아 하산 주 한 잔씩 마시면서 무사 산행을 무척 자랑스러워 했다.매년 한번씩 와보는 지리산이지만 백무동-천왕봉-중산리간의 등산로 구간에서 3대 명물을 들자면 첫째가 참샘이요 둘째가 通天門이며 셋쩨가 법계사 샘물이(옛날의 洗心泉 샘물) 아닐가 하고 생각해 본다.
중산리 버스 정류소로 이동해서 14시54분발 진주행 버스를 탔는데 그 버스가 진주 버스 터미널에 도착하니 시간은 16시경이었다.일행은 진주 버스 터미널에서 남강변 산책로를 따라 걷다가 촉석루 부근의 경오장이란 여관에 방을 잡고 대중 목욕탕에 들어가 몸을 씻은 뒤 남강변 장어구이집으로 이동해 소주 한잔씩 걸치고 다시 삼겹살집으로 자리를 옮겨 된장국으로 저녁식사를 마쳤다.술이 얼큰해진 일행은 숙소로 돌아와 다시 병맥주 댓병 사다가 3차 파티를 벌이면서 즐거운 입담으로 하루를 마무리 했는데 2차 삼겹살집 저녁식사와 숙소에서의 3차 맥주 파티는 김승남씨가 베풀었다.
10.21일날 07시30분경에 일행은 남강변 산책로를 따라 촉석루에서 진주 시외버스 터미널까지 걷다가 터미널 부근의 콩나물 해장국집에서 콩나물 해장국으로 아침 식사를 마치니 시간은 08시20분경이었다.아직 버스출발 시간까지는 너무 일러서 다시 남강변으로 나와 산책했다.진주 남강은 한강처럼 수중보를 설치한 탓인지 강폭에 강물이 가득 찼고 양안 고수부지와 강둑에는 산책로와 주차장이 잘 정비되어 있으며 양안 강둑 너머 빌딩 숲이 장관이었다.특히 남강대교의 아취와 그 밑으로 유유히 흐르는 남강물은 한폭의 그림 같았다.
(진주시 남강과 남강대교 전경)
일행은 진주에서 09시발 서울행 고속버스를 타고 귀경길에 올랐다.고속버스는 진주에서 3번국도를 타고 산청읍내 정류장에 잠간 들렸다가 09시30경쯤 대진고속도로에 들어서더니 함양IC-남덕유IC-장수IC-덕유산IC-무주IC-금산IC-추부IC-남대전IC-산내IC-판암.동대전IC-비룡IC에서 경부고속도로에 진입해서 약 1시간 40분쯤 달려 서울 남부터미널에 도착하니 시간은 12시28분경이었다.일행은 남부터미널 부근의 영산강집에서 홍어탕으로 점심 겸 해단식을 가졌는데 여기에서 점심 홍어탕은 윤순섭씨가 베풀었다.이렇게 해서 2박3일간의 지리산 산행은 대장정을 무사히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