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 등 종교시설 내에 납골당을 설치할 경우 일반주거지역 내이고 지역 주민이 반대하더라도 특별한 절차없이 설치할 수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 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백춘기 부장판사)는 15일 ‘일반주거지역내 납골 당 설치에 대해 지역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다는 이유로 납골당 설치를 불허 한 것은 부당하다’며 천주교 서울대교구유지재단이 동작구청장을 상대로 낸 종교단체 납골당설치 신고반려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승소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납골당중 특별시장ㆍ광역시장ㆍ시장ㆍ군수 또는 구청장 이외의 기관이 설치하는 시설은 도시지역의 경우 특별한 절차없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사설 납골당은 폭 5㎙ 이상의 진입로와 주차장을 마련해야 하지만 종교단체가 설치하는 납골당을 사원 경내에 설치할 경우 진입로와 주차장을 반드시 설치할 필요가 없다”고 덧 붙였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유지재단은 지난해 12월 흑석동성당 부속 유치원 건물 1층에 납골 6,000기를 안치할 수 있는 납골당 시설을 짓기 위해 동작구청 에 신고서를 제출했지만 ‘이 지역이 일반주거지역 내 기존주택지역이고 지역주민 4,000여명이 반대민원을 냈다“는 등의 이유로 신고를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주택가 종교단체 납골시설 제도 보완 시급 [머니투데이]
대도시 주택가 종교시설의 경우 별다른 하자가 없을 경우 납골당 설치 신고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옴에 따라 종교단체의 도심 지역 납골당 설립 추진이 줄을 이을 전망이다 그러나 현행 법규에는 이와 관련한 제도적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아 무분별한 난립과 교통혼잡 등을 막기 위한 입법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5일 법원 관계자에 따르면 현행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는 분묘 최대면적 제한만 있을 뿐 최소 면적에 대한 제한은 따로 없다. 우리나라 장묘 문화가 매장 문화가 주를 이뤘고, 법률은 호화 장묘를 규제하는 데만 중점을 두고 만들어져 왔기 때문. 법원은 법령에서 정한 설치 기준만 확보한다면 주민들의 민원 유무와 상관 없이 설치 신고서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납골당의 경우 전체 시설 면적에 대한 납골 기수 제한도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종교 단체가 돈벌이 마련을 위해 기존 시설을 이용해 '신발장'과 같은 납골당을 만든다고 해도 이를 규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15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신청서를 수리하도록 허가한 천주교 흑석동교회 부속 유치원 건물의 경우 납골 6000기를 안치에 사용하는 1층의 면적은 139평(460㎡)으로, 납골 1기에 0.02평 남짓이 사용되는 셈. 물론 복층으로 안치되는 납골의 성격에 따라 실제 활용 공간이 더 큰 것이 사실이지만, 이용자의 이동 공간이 충분히 확보되기 위해서는 1기당 최소 면적을 규정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현행 법률에서는 사설납골당을 설치할 경우 폭 5m 이상의 진입로와 주차장을 확보해야 하지만 종교단체가 기존 사원 경내에 납골당을 설치하려는 경우 이 규정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주택가 무단 주차 등 교통난을 막기 위해서는 이 또한 손질이 시급하다. 이번에 신청이 받아들여진 6000기 규모의 납골당에서 하루 2기의 안치가 이뤄진다고 단순 계산을 해도 8년 넘게 날마다 장례 행렬이 벌어진다는 얘기다. 이 경우 단순히 '혐오 시설이 들어선다는 심리적 피해를 넘어, 만성 교통체증이라는 실질적인 패해를 인근 주민에게 안겨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