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재~댓재 구간은 함백산이나 두타산 정상에서 바라보면 납작 엎드려 있는 듯 보이는 등줄기로, 백두대간의 강한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구간이다. 남에서 북으로 곧게 뻗어오른 이 구간은 서쪽으로 능선과 평행선을 이루며 35번 국도와 424번 지방도로가 이어지는데, 서쪽으로 내려서면 식수와 민가 를 만나기 쉬우나 반대편으로는 민가가 멀고 교통이 불편하므로 내려서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댓재~백봉령 구간은 마루금을 중심으로 동저서고의 형태가 뚜렷한 종주길로서, 동쪽은 수직벽에 가까운 곳도 많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최근 포장된 댓재(810m)를 넘는 424번 지방도로가 백봉령과 함께 안개 상습 도로로 부각되고 있으므로 차량으로 고개마루에 접근할 때 운전에도 각별히 주의를 요한다.
댓재는 동해 삼척쪽에서 올라가는 허리 부분에 골재 채취 광산이 있어 조금씩 훼손되고 있는 상태지만 대체로 자연 경관이 뛰어난 곳이다. 특히 이곳에서의 일출과 운무는 일품이다. 맑은 날에는 동해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여 사진가들이 자주 찾는 곳이기도 하다.
두타산~고적대 구간에서는 동쪽으로 강원도 국민관광지 제1호이자 조만간 도립공원으로 지정될 무릉계곡의 절경이 펼쳐진다. 무릉계곡 입구 양쪽으로 산자락이 훼손된 것은 쌍용자원개발㈜이 석회석을 채취하기 때문이다.
댓재~두타산~청옥산~고적대 구간은 삼척시가 등산로를 1.2~1.5m 폭으로 나무 가지치기를 해서 다니기가 수월하다. 1,243m봉을 내려선 후 두타산 정상가지 1시간 거리의 오르막이 가장 힘든 구간. 고적대 암릉지대도 조금 힘든 부분이다. 고적대에서 백봉령까지는 덩굴과 산죽 지대가 많고 등산객이 적어 운행 시간이 많이 걸린다.
청옥산 정상에서 남사면으로 50m 정도 내려가면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샘이 있는데 이곳에서 반드시 식수를 보충해야 한다.
다음에 보충할 수 있는 곳은 고적대 북사면 골짜기와 이기령, 원방재에 있다. 두타산 정상에서 고적대 사이 구간에서는 위급할 때 동해산악구조대에 구조를 요청하면 대원들이 출동한다. 아울러 무릉계곡 관리사무소 또는 햄동우회와 삼척경찰서를 통해서도 동해산악 구조대 및 119구조대에 연락을 취할 수 있다.
◐…26소구간 (피재-덕항산-댓재)
피재에서 35번 국도를 곧바로 건너 비포장 경운기 길을 따라 가면 잠시 후에 길이 갈라진다. 이곳이 노루메기다. 노루메기에서 경운기 길을 버리고 숲으로 들어선다.
961m봉에서 944.9m봉을 지나 건의령까지는 잡목이 성가시게 하는 구간이다. 31번 국도와 가까이 있어 자동차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노루메기를 지나 고개를 아홉 번 정도 오르내린 다음 만나는 임도를 건너서면 곧 건의령(한의령)에 닿는다. 피재에서 3시간30분 정도 걸린다.
비포장도로가 뚫려있는 건의령에는 소나무, 인가목, 생강나무, 산돌배나무, 거자수나무와 벼락맞은 신갈나무가 돌무더기 위에 비바람에 시달린 당집이 있다. 현판에는 ‘백인교군자당’이라고 쓰여 있다. 식수는 왼쪽 도로를 따라 80m쯤 가면 있는 민가에서 구한다. 야영장소로도 안성맞춤이다.
도로 건너 입구에 표지기가 있다. 잡목숲으로 서서히 올라 902m봉을 지나면 편안한 능선길이 나오는데, 오른쪽은 절벽으로, 동고서저형의 지세가 실감나는 구간이다.
건의령에서 40분 정도 가면 푯대봉(1,009.9m)이 나온다. 독도에 신경써야 하는 곳이다. 정상에 박혀 있는 삼각점에서 그대로 직진하지 말고 오던 길을 30m 정도 되돌아가다 동쪽으로 급회전하여 내려가면 곧 잘록이에 닿는다.
이곳에서 마음놓고 직진하다 보면 자피밭으로 빠져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따라서 잘루목에서 왼쪽 사면으로 돌아나가다가 평평한 구릉지대를 지나 서서히 북으로 방향을 트는 것이 확실하다.
밋밋한 봉을 지나면 삼밭골의 목장이 눈에 들어온다. 이어 능선은 잡목이 우거져 애매한 곳도 나오지만 간간이 눈에 띄는 백두 대간종주팀들의 리본이 길을 안내한다.
능선은 동쪽 시도말 쪽으로 돌아든다. 도말은 오지에 속하는 곳이다. 951m봉 올라서면 길이 끊기는 듯하다 왼쪽으로 내려서면 삼밭골 상류 북쪽의 잘루목이다. 푯대봉에서 1시간 정도 걸린다.
잘루목에서 서쪽으로 올려다보면 무명봉이 앞을 막는다. 잘루목에서 무명봉까지는 표고차가 150m나 되는 급경사 구간이다. 다람쥐도 눈물을 흘릴 만큼 힘든 곳을 올라서면 살짝 내려섰다가 다시 1,016m봉에 올라선다. 북서 방향으로 능선 날등의 참나무군락을 지나면 뾰족한 997.4m봉이다. 951m봉 서쪽 잘루목에서 1시간20분쯤 걸린다.
997.4m봉을 15분쯤 내려서면 평평한 숲터널 속에 자그마한 돌무더기와 철쭉 나무가 빼곡한 구부시령(구부대령)이다. 외나무골 등산로가 있고 식수도 구할 수 있는 곳이다.
철쭉숲을 헤치고 15분쯤에 조금 전과 같은 초원에 방금 지나쳤던 구부시령과 똑 같은 안부가 나탄난다. 옛날 대기리에서 주막을 하던 여인이 지아비들이 계속 요절하는 바람에 지아비 아홉명을 모시고 살았다 하여 이곳을 인생의 어려운 삶으로 표현하여 구부시령 이라 부른다.
구부시령을 뒤로 하고 천천히 오르는 사면에는 며느리밥 풀꽃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1,007m봉은 부드러운 길에 휘파람이 절로 나지만, 갑자기 절벽이 나타나면서 분위기가 바뀐다.
왼쪽으로 돌아 내려서면 초원지대인 새목이 나타난다. 산나물이 많이 나는 곳이다. 새목에서 북서 방향 참나무군락 사이로 고도를 높이면 참나무를 베어놓은 덕항산(1,070.7m)정상이다. 1,025m봉에서 1시간 걸린다.
덕항산 정상에 서면 북으로 광동 고랭지채소밭과 멀리 검푸른 동해가 시원하게 수평선을 그어놓은 모습이 한눈에 든다. 급경사를 이룬 오른쪽을 조심하면서 15분쯤 가면 오른쪽으로 대기리 골말로 내려가는 철계단이 있다. 철계단에서의 조망은 경이 그 자체로, 한창 등산로를 정비중이다.
철계단에서 휴식을 끝내고 잠시 오름길이다. 봉우리에 올라서서 왼쪽 1,048m봉 능선으로 빠지지 않도록 조심하며 오른쪽 으로 내려서면 큰가래골 안부다. 나무를 베어버려 큰가래골이 잘 보이는 곳이다.
1,079m봉을 뒤로 하고 오른쪽 사면으로 급히 내려선다. 잘루목이 넓어 어디가 어딘지 길을 찾기가 수월치 않다. 표지기를 잘 살피며 오른쪽 발 밑의 절벽을 조심하면서 가면 북으로 진행하던 방향이 북동 방향으로 틀어지고, 봉우리 하나를 내려서면 헬기장이 있는 사거리 안부인 자암재다.
왼쪽 길은 광동댐 이주 단지 마을로 가는 도로에 닿게 되고 오른쪽은 급경사로 2시간쯤 내려서면 환선굴로 가는 등산로이다. 대간 길은 그대로 직진한다.
밋밋한 봉우리를 향하여 나아가는 참나무 군락이 환상적이다. 넓은 구릉 지대인 1,036m봉이다. 덕항산 정상에서 3시간30분쯤 걸린다.
능선을 잠시 따르면 왼쪽으로 고랭지배추밭이 시야에 들어온다. 마을의 집들이 그림같이 바라뵈는 곳이다. 밭으로 내려선 다음에는 농로를 따르다 귀네미계곡 끝을 빙 돌아 동쪽으로 방향을 튼다. 그 다음 1,058.6m봉을 오르지 말고 왼쪽으로 밭과 숲의 경계를 따라 나가면 다시 산판로를 만나고, 시야가 확 트이는 넓은 길을 따르면 억새 무성한 넓은 초원지대인 큰재에 닿는다. 식수는 광동댐 이주마을에서 구한다.
큰재에서 댓제까지는 평안한 길이다. 땅이 꺼져 버린 큰재를 지나면 억새 언덕으로, 동쪽으로 동해바다가 내려다 보인다. 여기서 밋밋한 주릉을 따라 1시간 정도 가면 1,059m봉이다. 이후부터 서너 개의 봉을 지나 황장목이 간간이 나타나며 황장산(1,059m)을 지나 오른쪽 급사면을 찾아 내려서 산죽밭을 통과하면 424번 지방도가 지나가는 댓재다
길 건너 두타산 산신각 앞의 공터에 야영하기 좋고 식수는 서쪽으로 도로를 1km 정도 가면 댓재산방과 마을이 있다.
피재에서 댓재 구간은 산행시간만 10시간 걸린다.
◐…27소구간 (댓재-두타산-백봉령)
이 구간 출발점은 삼척시 미로면과 하장면을 넘나드는 424번 지방도로의 댓재 고갯마루이다. 자가용 승용차로 접근할 때에는 동해시에서 7번 국도를 타고 삼척 방면으로 가다가 동해시 단봉동에서 태백 방면으로 새로 뚫은 38번 국도를 따른다. 댓재 직전 마지막 주유소인 대성주유소에서 800m쯤 지나면 삼척시 미로면 소재 미로중학교 바로 위에 있는 하거노1교를 만난다. 여기서 오른쪽 포장도로가 댓재로 가는 길이다.
이곳에서 고천 삼거리(지형도 상으로는 삼거리 저수지 아래임)까지는 2.6km. 고천 삼거리에서 댓재 마루까지는 12.18km다. 삼척에서 개인 차량으로 댓재로 올라갈 때는 38번 국도로 가다가 앞에서 언급한 대성주유소부터 찾아가면 된다.
댓재 고갯마루에는 자연석으로 된 ‘댓재공원’ 이라는 기념비와 댓재 이정표가 있고, 대형 버스 여러 대가 주차할 수 있다. 백봉령도 사정은 비슷하다.
식수 준비를 위해선 댓재 고갯마루에서 서쪽 하장 방향으로 1km 지점에 위치한 식당인 댓재산방을 이용한다. 홀에서는 30여 명이 앉아서 식사할 수 있고, 주인 아주머니가 마음씨가 좋다.
삼척시가 ‘등산로’라는 안내표지판을 세워 놓은 곳에서 오른쪽으로 10m 지점에 마루금이 있다. ‘등산로’ 안내판을 따라 가면 934m봉 아래까지 임도를 타고 가게 되지만 주마루금은 아니다.
댓재마루에서 북쪽으로 30m 전방에 ‘두타영산지신’을 모신 산신각이 있고, 서낭당 앞쪽으로 오르는 표지기가 있다. 이 구역은 백두대간 보전회에서 지속적으로 답사하는 곳이므로 표지기를 잘 확인하면 접근로 찾기에는 문제가 없다.
고적대를 오르는 길은 가파른 암릉으로 되어 있으나 초보자들도 오르기에 편한 자연물이 많이 있어 별 문제는 없다. 고적대 정상에서는 왼쪽 중봉산으로 들지 않도록 독도를 잘 해야 한다. 종주 표지기를 따라 1,142m봉으로 가다보면 왼쪽으로는 해발표고 1,000m 능선길을 따라 개설해 놓은 임도가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깍아지른 절벽이 가슴을 섬뜩하게 만든다. 여름철에는 인적이 드물어 종주길의 수목을 헤쳐가느라고 운행 속도는 느리다.
고적대에서 갈미봉 사이의 4분의 5 지점에 사원터로 빠지는 탈출로가 있으나 사람이 다닌 흔적이 적고 험해서 탈출로서는 권하고 싶지 않다. 또한 1,142.8m봉 왼쪽 능선으로 탈출로가 있지만 쌍용의 시멘트 채석장 끝으로 이어져 있는데, 수 십m 높이의 낭떠러지로 절단해 놓아서 역시 권하고 싶지 않다. 다만 급할 때는 채석장 끝에서 오른쪽 무릉계곡으로 진입하는 도로로 탈출 하면 가능하다.
1,142.8m봉에서 898봉까지는 완만한 내리막인데, 898m봉 못미처부터는 왼쪽으로 산림청에서 임도를 닦아 놓아서 원방재까지는 언제라도 탈출이 가능하다. 다만 마루금 서쪽으로는 차편이 불확실하므로 잘 판단해야 한다.
이기령에는 철탑이 서 있는데, 마루금 왼쪽 200m 이내 골짜기에서 물을 구할 수 있으나, 식수로는 적당치 않다. 바람이 많은 곳이라 숙영할 땐 마루금 오른쪽으로 내려가서 터를 잡는 것이 좋겠다.
이기령과 상월산 사이에 있는 970.3m봉 정상에는 헬기장이 있다. 987.2m봉에서 백봉령 사이 오른쪽에 지형도상에 ‘백복령’이라 표기된 곳으로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42번 국도가 포장되면서 백두대간 종주로로서의 백봉령은 자병산 아래가 된다. 이 지점에는 백두대간 종주팀들이 표지기를 많이 달아 놓았고, 백두대간 보전회에서도 지속적으로 길 안내를 위한 장치를 하고 있으므로, 표지만 따르면 큰 혼동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