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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여행] 경남 하동, 섬진강 줄기따라 펼쳐진 무릉도원
산수 아름답고 골 깊은 화개동편
은은한 야생 녹차향 흐르는 다향
입력 : 2008.08.17 16:02:58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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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학동 도인촌
사진설명청학동 도인촌
섬진강 물줄기가 끝나는 곳에 터를 잡은 `백사청송의 고장` 하동. 맑고 깨끗한 섬진강만큼이나 순박하고 마음씨 좋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고장이다. 하동 곳곳에는 명산 지리산을 비롯해 화개마을, 쌍계사, 평사리, 청학동 등 그 이름만 들어도 귀가 솔깃해지는 명소들이 여기저기 산재해 있다.
그 아름다운 여행의 시작은 화개마을에서 시작한다. 지리산 맑은 물과 섬진강이 만나는 곳에 자리 잡고 있는 화개마을. "눈 속에서 칡꽃이 피었다"고 해서 화개(花開)라 했던가. 예로부터 산수가 아름답고 골이 깊은 이곳을 가리켜 선인들은 `화개동천(花開洞天)`이라 불렀다. 마치 전설 속에 나오는 마을과도 같은 화개마을은 김동리의 단편소설 `역마`의 주 무대로도 잘 알려져 있다.
화개마을 앞으로는 섬진강이 흐르고 있다. 전라북도 진안에서 발원하는 섬진강은 화개마을과 하동읍을 지나 남해로 흘러 들어간다. 이 섬진강에 농약냄새만 맡아도 죽는다는 은어가 산다. 은어는 공해에 아주 민감한 물고기다. `공해`라는 단어조차 모르고 살았던 옛날에 우리나라 거의 모든 하천에서 살았던 은어는 이제 섬진강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화개마을에서 자연산 은어회를 맛보는 일은 하동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다.
화개마을은 차(茶)의 고장으로도 유명하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차의 시배지로서 자존심이 강하다. 옛 기록에 의하면 신라 흥덕왕 때인 828년 김대렴이 당나라에서 가져온 차의 종자를 왕명에 의해 화개 쌍계사 일대에 심은 것을 알 수 있다. 삼국사기를 비롯해 동국여지승람, 동국통감(서거정), 지봉유설(이수광), 동다송(초의선사), 진감선사대공탑비(최치원) 등에 차에 관한 기록이 나와 있다.
차는 예로부터 바위틈에서 자란 것을 으뜸으로 치는데 화개마을의 야생차 대부분이 골짜기와 바위틈에서 자라고 있다. 널리 알려진 차의 효능으로는 항산화 작용, 콜레스테롤 저하, 성인병 예방, 중금속 해독, 피로회복 등이 있다. 쌍계사 근처의 하동 차문화센터에서 무료로 화개차를 시음할 수 있다.
화개마을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명소는 신라의 고승 진감선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는 고찰 쌍계사다. 쌍계사 대웅전 앞마당에 있는 오래된 비석은 국보 제47호로 지정돼 있는 진감선사대공탑비. 신라 정강왕이 진감선사의 높은 법력과 공덕을 기리기 위해 세운 것인데 이 비석의 비문은 그 유명한 최치원의 `4산 비문` 가운데 하나다.
차(茶) 문화센터의 화개차 시음장
사진설명차(茶) 문화센터의 화개차 시음장
악양면의 섬진강변에는 소설 `토지`의 무대 가운데 하나인 평사리가 있다. 마을 입구의 주차장에서 매표소를 지나 7~8분가량 오르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최 참판댁이 나타난다. 주변에는 SBS 드라마 `토지`를 촬영한 오픈 세트장이 있고, 최 참판댁의 누마루에서는 드넓은 평사리 들판과 섬진강 물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토지`는 박경리 선생이 1969년 처음 쓰기 시작해 1995년에 제5부 16권으로 탈고한 대하소설(민족소설)이다. 동학농민혁명과 갑오개혁, 을미사변 등이 지나간 1897년 한가위로부터 1945년 8월 15일까지 전형적인 한국의 농촌(평사리)을 비롯해 지리산, 서울, 간도, 러시아, 일본, 부산, 진주 등에서 펼쳐지는 최씨 집안의 가족사를 그렸다.
소설의 내용을 근거로 지어진 최 참판댁에는 윤씨 부인이 사용했던 안방을 비롯해 별당채, 행랑채, 초당, 누마루 등이 복원돼 있다. 근처에는 아담한 규모의 평사리문학관이 있다.
보다 특별한 여행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지리산 청학동의 도인촌 근처에 있는 삼성궁이 제격이다. 삼성궁의 정확한 명칭은 지리산청학선원배달성전삼성궁. 여기에서 말하는 세 성인은 환인, 환웅, 단군을 가리킨다. 성지 안에는 고조선의 소도를 재현한 수많은 돌탑들이 불규칙하게 세워져 있다.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건국전에는 환인, 환웅, 단군이 모셔져 있다.
삼성궁 입구에서 징을 세 번 치면 안에서 도포 차림에 삿갓을 쓴 수자(수행자)가 나와 관람객들을 안내한다. 좁은 통로를 지나면 연못과 돌탑, 특이한 건축물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수자로부터 간단한 주의사항과 관람요령을 들은 후 정해진 코스를 따라 한 바퀴 도는 것으로 삼성궁 답사는 끝. 나오는 길에 이곳에서 만든 감잎차를 비롯한 몇몇 특산물을 구입할 수 있다.
△찾아가는 길=대전~통영간 고속도로를 이용해 진주까지 간 다음, 남해고속도로를 이용해 하동 나들목에서 빠져나간다. 19번 국도를 이용해 섬진강을 따라 하동 방면으로 가다보면 하동읍, 평사리, 화개마을 등이 차례대로 나타난다.
△추천 맛집 / 쌍계수석원(돌솥밥)=쌍계사로 오르는 초입. 화개천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식당이다. 내부가 온통 수석으로 채워져 있어 식사를 하며 멋진 수석들을 감상할 수도 있다. 이 식당의 특징은 단골손님이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다른 식당들과는 달리 단체관광객들의 예약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거의 받지 않는다.
쌍계수석원의 주 메뉴는 돌솥밥. 도심 속이나 유명 관광지에서 먹는 돌솥밥과는 맛과 영양에서 비교가 안된다. 2~3인분 정도의 밥을 지을 수 있는 돌솥에다 1인분의 밥을 짓는다. 식당 주인이 수십 차례 실험한 결과 가장 좋은 맛을 낼 수 있다고 결론을 내린 돌솥 크기다.
밑반찬도 깔끔하다. 대부분의 반찬은 직접 재배한 재료를 사용해서 만든다. 따라서 계절에 따라 오이김치, 갓김치, 깻잎, 참나물, 취나물, 고사리 등을 비롯한 10여 가지 이상의 신선하고 맛깔스런 반찬들이 늘 밥상에 올라온다. (055)883-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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