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사대회
정월 대보름을 앞두고 마을 초입마다 척사대회 현수막이 걸려있다. 금년에는 그 풍경이 훨씬 많아 보인다.
신세대에게는 다소 낯선 용어지만, 70년대 이전에 태어나신 분들에게는 익숙한 용어이다. 윷가락 네 개를 던지는 다는 뜻에서 나온 척사(擲柶) 또는 사희(柶戱)라는 용어는 ‘던질 擲, 윷 柶’를 사용한다.
정월대보름에 하는 척사대회는 우리 고유의 전통 문화를 계승하고 동민 화합과 민속 문화에 대한 긍지와 애정을 깊이 간직하고자 매년 마을 혹은 지역단위로 개최되고 있다. 이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전해오는 한국 고유의 민속놀이로 대개 정월 초하루부터 보름날까지 이어지는 지역의 큰 잔치이다. 그 유래는 몇 가지 설이 있다.
첫째, 부여족(夫餘族) 시대에 다섯 가지 가축을 오 개 부락에 나누어주어 그 가축들을 경쟁적으로 번식시킬 목적에서 비롯된 놀이라고 하며, 그에 연유하여 '도'는 돼지, '개'는 개, '걸'은 양, '윷'은 소, '모'는 말에 비유한다.
둘째, 삼국시대에 생겼다는 민간전설이다. 즉 신라시대 궁녀들이 새해 초에 즐기던 놀이라 하고, 백제의 관직명인 저가(加), 우가(牛加), 마가(馬加), 대사(大使)에서 유래된 것이라고도 한다. 또는 고구려의 5가(吾加:동·남·서·북·중앙)에서 나온 것이라고도 한다.
셋째, 옛날 어느 장수가 적과 대진 중 적군의 야습을 경계하여 진중의 병사들의 잠을 막기 위하여 이 놀이를 창안하였다는 설도 전한다. 그밖에도 윷판이 초패왕 항우의 마지막 결전장이었던 해하(垓下)의 진형(陣形)을 본뜬 것이라고도 한다.
윷은 주로 박달나무나 구하기 쉬운 밤나무, 붉은 통싸리나무 등으로 만드는데 '장작윷(가락윷)'과 '밤윷'의 2가지가 있고, 관서(關西)·관북(關北) 지방에서는 '콩윷(팥윷)'이라 하여 검정콩이나 팥알 두 개를 쪼개어 4개로 만들어 노는 것도 있다. 장작윷은 지름 3~5cm쯤 되는 나무를 길이 15~20cm 정도로 잘라 이것을 둘로 쪼개서 네 가락으로 만든 것이며, 밤윷은 길이 1.8cm, 두께 1cm 가량의 크기로 작은 밤알만 하게 만든 것이다.
밤윷은 주로 경상도 지방에서 사용하는데 통상 간장종지 같은 것에 넣어 손바닥으로 덮어 쥐고 흔든 다음 속에 든 밤윷만 땅바닥에 뿌려 던진다. 콩윷은 북부지방의 놀이로 대개 토시 한 짝을 세워놓고 오른손에 콩알(팥알)을 쥐고 흔들어 토시 속으로 던져 넣는데, 토시가 없을 때는 종이로 토시 모양을 만들어 세우기도 한다.
공주에서 태어나 장작윷만 보고 자랐던 내가 열 살 무렵, 광주 외가에 가서 처음으로 본 밤윷놀이는 신기하기만 했다. 가운데 둥그런 원을 그려 놓고 2~3m 떨어진 곳에서 던지는 간장종지 밤윷놀이는 다소의 숙련을 요하는 것이기도 했다.
장작윷은 부녀자들의 경우 주로 안방에서 요나 담요 등을 깔고 즐기며, 남자들은 사랑방이나 마당 또는 큰길가에서 가마니나 멍석을 깔고 높이 1m 정도로 던지면서 즐긴다. 던진 윷쪽의 하나 혹은 2개가 멍석 밖으로 나가면 그 회는 무효로 한다. 일명 참가자 모두가 즐거워하는 ‘낙방’이다.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이 놀이가 2015년 정월대보름 즈음에 갑자기 성행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혹여 하수선한 사회에 정치성이 개입된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하게 되지만 오늘은 그저, 다만 그저, 미풍양속으로서의 민속놀이로 받아들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