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 그는 자꾸 되묻지 않으면 스스로 많은 말을 쏟아놓는 타입은 아니었다. 하지만 툭툭 들려주는 이야기 속엔 오랜 시간 담금질해온 게 분명한 간결한 축이랄까, 올곧은 원칙이 느껴졌다. 한 번에 모든 걸 보여주지 않아서, 외려 더 믿음직스러웠던 이율배반적인 감정을 느끼게 한 남자. 그게 바로 묵묵한 지섭 씨의 힘이다.
블랙 니트 카디건과 블랙 니트 슬리브리스 톱은 앤 드뮐미스터, 블랙 배기 팬츠는 릭 오웬스 by 10 꼬르소꼬모, 실버&골드 십자가 네크리스는 플레이크 by 블러쉬, 실버 스터드 장식 블랙 워커는 체사레 파조티.
촬영 중 소지섭은 명품이 아닌 더럽게 물들이고 찢긴 ‘난닝구’도 마다하지 않았고 얼굴에 물도 직접 뿌렸다. 화보 콘셉트에 충실하겠다는 일념에 찬 무도한 에디터가 동냥이째 물을 들이부으려고 하자, 그렇게 해서 될 일은 아니라며 손사래를 치기도 하면서.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들이붓는 빗속임에도 불구하고 밖으로 나가 스태프들과 함께 담배도 피우고, 촬영 중 이런 저런 의견을 조율해 나가는 장면들은 소박하고도 편안해 보였다. 업계 지인들의 증언대로 확실히 말은 많이 아꼈으나 낯을 가리거나 차가운 기운은 없었고. 덕분에, 꽤나 의외였던 최근의 행보(19금 힙합 앨범 출시와 쫄쫄이에 황금망토까지 둘렀던 <무한도전> 출연!)가 친근함 넘치는 소지섭을 일부러 보여준 게 아니라, 그저 관록이 쌓인 배우의 자연스런 변화일 것이란 예상은 인터뷰를 하면서 점점 확신이 되어갔다.
하지만 소지섭은 어떻게 해도 결국 소지섭일 것이란 생각은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8년 전 그를 최고의 스타덤에 올려놓은 <미안하다 사랑한다>와 <발리에서 생긴 일>에서의 모습이나 한효주와 호흡을 맞춰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오직 그대만>의 개봉을 앞둔 지금이나, 특유의 남다른 존재감엔 한 치의 변함이 없지 않나. 늘 같은 이미지에 머물렀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제대하면 누구나 아저씨 포스가 되고 마는 군대의 비극(?)을 사뿐히 뛰어넘은 후, 그는 다양한 캐릭터로 조율된 작품들 안에서 배우로서의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고, 독립군이 되어 회사도 차렸고, 박제동 화백이나 디자이너 커플인 두식앤띨띨 같은 소담한 인품을 지닌 사람들을 만나서 <소지섭의 길>이란 책도 집필했다. 확실히 다이내믹한 도전을 거듭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주는 느낌은 일곱 빛깔 무지개라기보다는 무색하리 만큼 한결같이 고독하고 적요하다. 표범 같은 긴장감도 서려 있고. 갈색이라고 할까, 가을이라고 할까. 사람들은 아마 그걸 ‘소간지’라고 불렀던 것 같다. 이건 어쩌면 온전히 누려야 할 많은 부분들을 내려놓고 집착을 버려야 하는 스타의 일상에 절로 새겨진 무드일지도 모르겠다. 오랜 세월 공인으로 살아온 이에게 그림자처럼 존재하게 된 바람 같은 홀홀한 ‘간지’.
하여 15년 동안 세상이 무대였고 사람들의 눈이 카메라였을 한 남자의 인생을 잠깐의 인터뷰만으로 감히 깨알같이 들여다볼 수 있다고 처음부터 기대하진 않았다. 다만 명료해진 것은 있다. 스스로를 믿는 남자의 높은 자존감. 당장은 말을 아끼되 천천히 마음으로 답하는 아날로그적인 남성다움. 자존심을 걸고 어떤 인내와 노력으로 길들여온 담백한 인성. 이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하나로 용해된 남자의 바람직한 초상. 그게 바로 지금의 소지섭이란 것. 우리가 감지하는 최근의 흥미로운 변화는 이런 단단함 안에서 가능해진 것이란 것. 예능처럼 수다스럽고 이불처럼 폭신하거나, 홍시처럼 달콤하다면 그건 소지섭이 아니다. 그는 현실에 발을 탁탁 딛고 있는, 젠체하지 않는 현명한 사람일 뿐이다.
화이트&네이비 그러데이션 니트 톱과 블루 워싱 데님 팬츠는 모두 닐 바렛.
새 영화에서 복서로 분했다. 복싱은 계산보다는 어떤 본능적인 집중을 요하는 운동인 것 같다. 해보니 어땠나.
일단 재미있고, 생각보다 많이 힘들고, 무엇보다 남자라면 한번 해봐야 하는 운동인 것 같다. 영화 준비하면서 실제로 때리고 맞아봐야 한다고 해서 스파링을 많이 뛰었는데 하면 할수록 어떤 통쾌함이 있더라.
송일곤 감독의 <오직 그대만>도 그렇고, 이제까지 해온 작품들을 보면 소지섭은 순정이 살아 있는 지고 지순한 멜로를 좋아하는 것 같다.
클래식한 무드의 멜로를 좋아한다. 내 성격이 딱 그렇다. 일이 복잡해지는 거 딱 질색하고, 사랑을 해도 정말 한 사람만을 미치도록 사랑하니까.
그래서일까. <무한도전> 같은 예능에 나와서 깨알같은 웃음이 터지게 만들어도 당신은 이상하게 늘 한가지 색으로만 보이더라. 갈색이랄까.
음, 갈색은 처음 듣는데? 좋은 뜻인가, 나쁜 뜻인가.
한 가지 색과 톤을 오래 유지한다는 점에서 멋있어 보인다는 뜻이다. 한편으론 그 때문에 사람들이 리얼 소지섭을 잘 모르고 오해하는 면도 있을 거고, 당사자에겐 부담일 수 있겠단 생각이 들더라.
대중이 보는 나를 억지로 바꿀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더라. 나 그런 사람 아니에요, 하고 보여줄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깨고 싶다는 생각은 해봤을 것 같다.
신인 때, 어렸을 때는 그랬다. 사람들이 오해를 너무 많이 했다. 일단 누굴 만나도 말이 없으니까. 어색한 사람이 오면 그냥 가버리니까. 또 시력이 나빠 선배들이 와도 인사를 잘 못했거든. 싸가지없고 거칠다는 오해를 굉장히 많이 받았다. 그래서 바꿔보려고 일부러 노력을 꽤 했다. 많이 웃고 말도 많이 하고. 그런데 외려 주변에서 말리더라. 너 같지 않다고.
소간지라는 별명은 좋은가, 싫은가.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많이 힘들었다. 집 바깥에 나가기가 싫어질 정도였다. 슈퍼에 갈 때도 신경을 쓰게 되니까. 그땐 트위터도 없었는데 내가 어디서 뭘 하고 뭘 입고 있는지가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뜨니까 움직이질 못하겠더라. 벗어나고 싶어서, 때로는 일부러 후줄근하게 입고 나가고 살을 막 찌우기도 하고 그랬지. 그러다가 어느 순간 다시 나를 찾게 됐고 편해지더라. 아무튼 지금도 소간지라고 불리는 것보다는 이름으로 불리는 게 훨씬 좋다.
<소지섭의 길>에서 인상 깊은 문구가 있더라. ‘서로가 듣기 원하지 않는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보내는 건 슬픈 일이다.’
요즘은 그런 것 같다. 듣기 싫은 소리가 너무 많이 들린다. 모든 게 그냥 저절로 듣고 볼 수밖에 없도록 노출되어 있지 않나. 난 굳이 보기 싫고 듣기 싫은데 닫고 싶은데 그럴 수 없으니까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고. 될 수 있으면 안 듣고 안 보고 살았으면 좋겠다.
가장 망가졌을 때는 어떤 모습이었나.
4년 동안 85kg까지 살이 찐 적이 있다.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에너지가 넘치니까 좋은 점도 많더라. 하지만 그 몸으론 이 일을 못하니까 뺐는데 사실은 괴롭다. 나는 이런 몸을 별로 안 좋아하거든. 작업하기엔 좋은데 좀 맥아리 없고 남자 같지 않아서.
최근의 힙합 앨범 출시나 <무한도전> 출연은 의외였지만 캐릭터가 아닌 인간 소지섭을 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 보였다.
큰 뜻은 없다. 무언가에 자꾸 도전하는 게 재미있을 뿐이다. 힙합은 정말 좋아하는 것, 그냥 계속 하고 싶은 것이고.
계속 힙합 앨범을 낼 생각인가.
디지털로는 내겠지.
아, 곧 계획이 있는 건가.
준비는 해야 할 것 같다. 이번엔 좀 재미있게, 멋있게 해보려고.
코미디에도 도전하면 어떨까. 사람들이 막 백배 더 좋아할 것 같지 않나.
그럴 것 같지. 그런데 안 그런다. 잠깐 좋아하다가 또 다른 모습을 보고 싶어하더라. 물론 나도 코미디나 시트콤 좋아한다. 적어도 다음 작품은 어두운 건 안 할 것 같고.
화이트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블루 워싱 데님 팬츠는 닐 바렛, 실버 브레이슬릿과 블랙 레더 뱅글은 모두 크롬하츠.
샐러리맨처럼 일 년 내내 일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배우가 부러울 때가 있다.
아, 절대 그렇지 않다.
설마 일 년 내내 일한다고?
일 년 내내 일하지. 안 보일 때가 오히려 더 바쁘다. 촬영할 때가 오히려 더 마음이 편할 정도로.
소문에 늘 집에 있다고 하던데 아닌가보네.
집에 있을 시간이 거의 없다. 물론 예전엔 혼자 있는 걸 좋아했고 사람 만나는 걸 별로 안 좋아했다. 말하는 것도 그렇고.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바뀐 계기가 있나.
예전엔 어쩔 수 없이 한 게 크다면, 지금은 좋아서 한다는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지금의 변화는, 나이의 힘인 것 같나.
나이의 힘도 있겠지. 무엇보다 최근에 든 생각이 과거는 잊고 미래는 꿈꾸되 현재는 너무 고민하지 말자다. 주변을 둘러보면 모든 사람들이 미래를 위해서 달리고 있지 않나. 그런데 행복하냐고 물으면 다들 대답을 잘 못하더라. 지금 행복하지 않은데 과연 5년, 10년 뒤에 행복할까? 이 생각을 한 뒤로부터 최선을 다해 지금을 즐기고 행복하게 보내자는 주의로 바뀌었다.
자신의 영향력이나 힘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나.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을 하고 선택을 할 때 가장 안 좋은 상황부터 상상하는 게 습관이 됐다. 잘못됐을 경우를 대비해 마음의 준비를 해두는 거지.
무엇을 결정하기까지 주변의 이야기를 듣는 편인가.
예전엔 거의 혼자 결정했다. 아니, 누구 말도 안 들었지. 지금은 같이 맞춰가야 하는 부분들이 있으니 상의를 조금은 한다. 잘못하면 파장이 커지는 상황이 되니까 될 수 있으면 관련된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거지.
당신은 대한민국의 톱스타다. 정상이란 위치 때문에 ‘그 다음’에 대한 결정이 남보다 곱절은 두려울 것도 같다.
그게 얼마 전까지 그랬다. 뭐 하나 선택하려면 너무나 힘들고 작품을 끝내고 나서도 이게 정말 괜찮을까 싶고. 지금은 많이 버렸다. 내가 그렇게 죽도록 스트레스 받는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걱정하는 게 싫어서 일을 더 많이 하게 된 면도 있는 것 같다. 작품 끝나기 전에 다른 거 결정하고 또 결정하고. 마음이 좀 편하더라.
당신을 가장 흥분시키는 것은 일인가? TV 프로그램도 좋고 스포츠도 좋고 외국 여배우도 좋고, 사소한 무엇이든 다 좋으니 이야기해본다면?
난 그런 건 만들지 않는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오해를 받으면 흥분하지! 정말 못 참는다.
그럼 연기 이외에 굉장히 몰입하는 대상이 있을까?
안 그래도 어제 그걸 좀 생각해봤다. 친한 사람들과 술 한잔하면 좋고 뭐 그런 사소한 것들은 있는데, 내가 무엇을 할 때 정말 재미있고 행복하지? 딱히 없더라. 그래서 갑자기 슬퍼졌다. 이제부터 라도 찾아보려고 한다.
사진을 좋아했던 걸로 아는데.
좋아했었다.
지금은 아니다?
좋아해서 많이 찍고 싶었는데, 잘 찍는 줄 알고 오해들을 많이 하더라. 사진전을 열자고도 하고 사진 좀 찍어달라고도 하고. 점점 일이 되니까 부담이 돼서 어느 순간 카메라를 놨다.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 좀 안 뺏어갔으면 좋겠다.
화이트 퍼 장식 블랙 점퍼는 닐 바렛.
혼자서 은밀히 즐기면 어떨가.
앞으로 좋아하는 걸 되도록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좋은 게 없다는 건, 외롭다는 뜻이기도 할 것 같다. 외롭나.
늘 그렇다.
외로움을 즐길 줄 아는 경지에 올랐겠다.
혼자 있기 싫어도 혼자 견뎌야 하는 거니까, 즐긴다기보다는 익숙해졌다. 50명, 100명이나 되는 스태프들과 현장에서 일하다가 집에 들어가면 딱 혼자가 된다고 생각해봐라. 일본 가서 5000명, 1만 명 만나고 돌아오면 그 외로움이 비례적으로 커지기도 하고.
어떻게 견디나.
예전에는 말이 하고 싶어서 벽 보고도 많이 이야기했고 집에 와서 가장 먼저 하는 게 TV를 틀어놓는 거였다. 사람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이제는 TV도 안 틀고 말을 안 해도 될 만큼 통달했지만.
그냥 과감하게 막 돌아다니면 어떨까.
계속 강조하는 거지만 지금 많이 바뀌고 있다.(웃음)
지금 당장 떠오르는 하고 싶은 일들을 열거한다면?
혼자서 캠핑카 끌고 여행 다니고 싶고, 여자친구가 생기면 평범하게 손잡고 거리를 걸어보고도 싶다. 그리고 무엇이 됐듯 보통 사람들처럼 지내보고 싶다.
배우가 천직인 것 같나.
천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분명 이 일을 좋아하지만.
아, 호텔을 만드는 게 꿈이란 말을 종종 했더라.
한 가지 직업을 갖고 평생을 살아간다고 정해두면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마음속에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서 여유를 찾곤 하는데 그때마 다 떠올리는 게 호텔이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휴식 같은 위안을 받는다.
호텔은 지금도 시작할 수 있을 만큼 돈을 벌지 않았나.
그렇지 않다. 적어도 사람들이 생각하는 만큼은 아니다. 물론 배우는 확실히 돈을 많이 버는 직업에 속한다. 하지만 내가 인기를 얻은 게 미사 때부터인데, 수입이 생기려고 할 때 군대를 바로 갔다.
아까부터 궁금했는데 팔에 타투는 왜 했나.
마음속에 품고 있는 신념이나 꿈들을 잊지 않으려고 했다. 무늬에 다 의미가 있는데 ‘난 다시 태어나도 변하지 않는다’는 뜻이 하나 있고, 지금 우리 사무실인 51K와 내 꿈인 호텔도 이 안에 조합되어 그려져 있다. 다이아몬드는 이 모든 게 영원했으면 좋겠다는 바람 때문에 넣었고.
사람을 보면 판단을 잘 하는 편인가.
비슷하게 맞추는 것 같다. 근데 그렇게 얼핏 보고 사람을 판단하지는 않는다.
오래 보고 한다?
오래 봐도 뒤통수를 치는데 잠깐 보고 판단하기 힘들다. 자칫 오해만 생길 뿐.
다크 브라운 워싱 코트는 재희신, 그레이 슬리브리스 톱은 존로렌스설리번 by 퍼블리쉬드, 디스트로이드 워싱 데님 팬츠는 발맹 by 쿤, 브라운 레더 브레이슬릿은 고띠 by 퍼블리쉬드, 실버&골드 십자가 네크리스는 플레이크 by 블러쉬, 스컬 펜던트 네크리스는 HR, 스톤 장식 블랙 뱅글들은 모두 스와로브스키.
너무 신중해도 많은 사람을 사귀기 힘들지 않나.
그렇긴 하다. 오래 봐야 하니까, 잠깐 스쳐 지나갈 것 같은 사람에겐 정을 많이 안 주게 되더라.
그럼 가장 믿는 조력자는 누구인가.
일단 나 자신을 가장 많이 믿는다. 가족 말고 가장 친한 사람은 승헌이 형.
송승헌의 어떤 점이 그렇게 좋나.
그냥 친형 같다. 힘들 때 도움도 많이 받았고. 이젠 떨어지면 안 된다. 둘만 아는 비밀들이 너무 많아서. 하하.
결국 일은 사람하고 하는 것이다. 특히 배우란 직업은 더더욱. 최근에 사람에 대해 가장 크게 깨달은 게 있다면 뭔가.
친하다고 생각하면 무조건 믿었거든. 그런데 결 국은 다 없어지더라. 친한 사람들에게 그렇게 몇 번 배신을 당하고 나니 내가 일방적으로 믿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서로 신뢰를 주고 받은 다음에 믿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인터뷰는 왜 그렇게 안 하나. 일 년에 딱 한 번 몰아서 하더라.
이제 앞으로 조금 더 줄일까….
헉, 왜?
이게 편하지 않다. 작품 하나 끝냈다고 의무적으로 하는 것도 같고. 차라리 일을 안 하고 있을 때 한두 번씩 하면 어떨까 싶더라.
결혼 하면 뭐가 떠오르나.
딱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앞모습이 아니라 뒷모습. 아내가 있고 내가 있고 아기 두 명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뒷모습이 나에겐 가족의 이미지거든. 마흔 전에는 이 꿈을 이루고 싶다.
할 거면 빨리 하는 게 낫긴 하다. 자식이 대학교 다니는데 할아버지가 되었다고 생각해봐라.
난 그런 건 전혀 개의치 않는다. 나에게 첫 번째는 아내이지, 자식이 아니니까. 애들은 딱 20년인 것 같거든. 성인이 되면 제 갈 길을 가야 하니까. 결국 나와 평생 함께할 사람은 아내이지 않나. 그런데 결혼한 사람들에게 ‘누가 첫 번째예요?’ 라고 물으면 아기 낳은 사람들은 다 아기라고 하더라. 그게 너무 슬펐다.
아기가 너무 예쁘니까 잠깐 그럴 수 있다.
아니, 잠깐이 아니라 정말 진심 같더라. 물론 나도 아기 정말 좋아한다. 하지만 한 번쯤은 생각을 하고 답을 했으면 좋겠다는 거지.
어떤 부부가 가장 부럽나.
백발인 노부부가 스킨십을 하는 모습이 가장 부럽다. 한국에선 정말 보기 드물지 않나. 나이가 조금만 들어도 떨어져 다니니까. 달라졌으면 좋겠다. 나는 결혼하면 그렇게 살려고 노력할 거다.
이제까지 해온 일 중 정말 잘했다 싶은 건 뭔가.
배우가 된 것.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가족들을 돌볼 수 있는 능력을 지니게 됐으니까. 아버지가 암에 걸리셨는데 만약 내가 능력이 안됐다면 정말 하늘나라 가셨을 수도 있었거든. 치료를 받게 해드리고 건강을 되찾을 수 있도록 힘이 되었다는 게 너무나 감사하고 뿌듯하다.
지금 소지섭은 행복한가.
응, 행복하다. 꼭 그래야만 한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행복해지는 게 우선이고 중요하단걸. 그래 야 주변 사람들에게도 행복을 나눌 수 있으니까. 가진 게 없다면 누구에게도 나눌 게 없지 않나. 고로 나는 지금 행복하다.
오늘 특별히 말 많이 한 거 맞지?
이 정도면 진짜 많이 했다. 그렇지 않나?
첫댓글 소간지님이 납셨군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