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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구간 : 진고개에서 대관령 25.8km ○ 산행일자 : 2009. 8. 3. 월. 흐리고, 안개. 16℃~24℃ ○ 산행시간 : 10시간 30분 ○ 고운님과
노인봉 일출
◇ 산행구간 기록 - 진고개 : 03:33 - 노인봉 : 05:16(휴식 20분) - 소황병산 지킴이터 : 06:44 - 매봉 : 09:05 - 동해전망대 : 10:13 - 곤신봉 : 10:59 - 선자령 : 12:08(헛걸음 30분) - 대관령 : 14:03
◇ 교통 : 자가운전(부산 → 진부IC → 6번국도 → 진고개) 430km 5시간 30분 차량회수 : 대관령 → 진고개(횡계개인택시 3만원)
차가 영주 부근에 이르자 비가 내리가 시작한다. 기류가 소백산을 넘지 못하고 응결하여 내리는 지형성 비라고 나름대로 해석한다. 강수 확률 10~30% 라는 기상청 예보를 좋은 방향으로 해석하며 출발하기는 했다.
혼자라면 별 문제가 될 것도 없겠으나, 산행 2~3시간도 힘들어 하는 사람을 강권하여 어찌 어찌해서 어렵사리 같이 오게 되었는데 걱정이다.
조수석에 누워 세상 모르게 단잠을 자고 있다. 운전을 하면서 이 생각 저 생각을 해본다. 그러나 별 대책은 없고 오직 비가 내리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그러나 날씨는 나의 바램과는 다르게 변한다. 중앙고속도로에서 강원도 구간 영동고속도로로 접어들자 비가 더 자주 오락가락 한다.
새벽 3시10분 진고개 정상은 짙은 안개 속에 고요하다. 오직 야간산행금지 게시판조명만이 여기가 산행 들머리임을 알리고 있다.
노인봉은 10여 년 전에 고운님과 함께 한 번 오른적이 있다. 평소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등로가 잘 정비되어 있을 것 이라고 생각되기에 심한 안개 속이라도 길을 잃지 않을 것 같아 산행을 시작하기로 한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 고운님을 뒤에 세우고, 안개속을 더듬어 가며 들머리에 들어선다. 불안감이 가득하다.
해드랜턴 빛이 심한 안개 때문에 1m 내외도 비추지 못한다.
길을 찾으려 안개속에 눈을 똥그렇게 떠보지만 머리만 아프다. 이렇게 짙은 안개는 처음이다.
스치는 풀숲에 옷이 금방 젖어들기 시작한다. 비옷을 꺼내 입은 후 스틱 두개를 부여잡도록한다. 기차놀이 하듯 끌면서 계단을 오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숨이 차 헉헉 거리고 속이 좋질 않는 듯 주저 않는다.
여명
어슴푸레하게 날이 밝아 온다.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안개가 엷어져 가는 것 같다. 한쪽 하늘은 숲 사이로 유난히 밝다.
순간, 안개구름이 산허리만 휘감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다면, 산 정상에서는 멋진 일출도... 발걸음을 재촉한다.
일출
수많은 야간 산행을 했지만 멋진 일출을 본적은 매우 드물었다. 예기치 않게 아름다운 일출을 보게 되어 감개무량할 뿐이다.
구름위에 섬처럼 산 봉우리들이 떠있다. 그 구름바다 건너 저 멀리 동해의 수평선 위로 붉은 빛이 감돌기 시작한다. 밝고 고운 탐스런 해가 솟아오른다.
두 손을 활짝 들어 붉게 떠오르는 해를 가슴으로 맞이한다. 둘이서 희망과 행복울 속삭인다.
노인봉에서 바라본 가야할 대간길(중앙 황병산)
발걸음을 바삐하여 소황병산으로 향한다. 정상 아래 무인대피소에서 대간 입구를 찾지 못해 잠시 헤맨다. 길이 간이 화장실 뒤편 출입금지 표지판 옆 목책을 넘어 숲속으로 이어진다.
소황병산 공원지킴터 통과가 걱정된다. 발걸음을 최대한 빨리 독려해보지만 고운님의 숨결은 가쁘기만 하다.
대간 능선을 넘어가는 안개구름에 젖은 수풀은 등산화와 옷을 적시고, 물먹은 거미줄이 얼굴을 움켜쥔다.
길옆에 야생화들이 곱게 피어있다. 곁눈질 할 틈이 없이 바삐 서둘지만 길은 쉽게 줄어 들지 않는다.
소황병산 지킴터
소황병산
평일이고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공원지킴터는 비어있다.
목책을 넘으니 이국적인 푸른 초원이 펼쳐진다. 그리 멀지 않는 초원 위쪽 구릉이 소황병산 정상인 듯하다. 혼자라면 다녀오겠으나 아쉬워도 그냥 지나치기로 한다.
산 아래는 여전히 구름바다다. 그 건너 동해바다는 수평선으로 하늘과 접해 있다.
동해 수평선
공원지킴터에서 초원 왼쪽 가장자리를 이슬을 털면서 돌아가자 또 다시 출입금지 목책이 길을 막는다.
목책을 넘는다. 대간길이 급하게 떨어지다가 흐르는 계곡물을 끼고 이어진다. 이제는 좀 여유롭게 안개속의 숲길을 둘이서 알콩달콩 간다.
안개 속에 넓은 초원이 펼쳐진다. 초원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여유를 갖는다.
초원 가장자리를 돌고 돌아 가쁜 숨을 몰아쉬며 힘겹게 오르니 매봉 정상이다.
동자꽃 피어있는 안개속 대간길
푸른 초원
매봉 정상을 지나 좁은 개활지 위에서 멧돼지의 도전을 받게 된다.
멧돼지들이 달아나는가 싶더니 그 중 한 마리가 숲속에서 도망가지 않는다. 공포스럽고 전율을 느끼게 하는 이상스런 소리(꿀꿀거리는 일반 식용돼지와는 전혀 다른)를 질려대며 공격하려고 한다. 멧돼지는 우리를 보고 있는 것 같은데 우리는 멧돼지가 보이지 않는다.
기가 죽어 눈을 내리깔거나, 등을 보이고 도망가거나, 과도한 자극은 멧돼지가 공격하는 빌미를 준다기에 접었던 스틱을 길게 펴면서 태연한 척 한다.
고운님 앞에서 산행대장 체면도 걸린 문제다. 슬기롭게 대처를 하여야 하겠는데 대책이란게 생각나지도 않고 마음속으로는 무섭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다.
우회할 수도 없고 계속 앞으로 갈 수도 없다. 오직, 멧돼지가 사라질 때까지 10여분을 그렇게 대치상태로 있을 뿐이었다.
멧돼지가 사라진 것을 확인 한 후에야 요란스럽게 호루라기를 불어댄다. 고운님이 웃어 댄다.
초원 위 풍력발전기가 보이는 곳 목장 가장자리 바위 위에서 아침 겸 점심을 먹었다. 목가적인 초원 위 수많은 풍력발전기들이 어울리지 않는 풍경으로 다가온다.
동해에서 몰려오는 기류가 대간 능선에 부딪쳐 구름안개가 생기는 듯하다. 동쪽 부분에만 구름이 가득하다. 간간히 대간 능선을 넘어오면서 순간적으로 시야를 가린다.
대간길 초원위 풍력발전기
동해전망대란 곳에 이른다. 수많은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삼양대관령목장에서는 일부 소를 키우기도 하지만, 목장으로는 채산성이 맞지 않아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으로 본업을 대신하고 있다고 한다.
탐화봉접
곤신봉은 임도 옆 초원 위 바위 무더기에 불과하다. 유심히 살펴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가 쉽다.
대간길은 곤신봉을 지나서 거의 직각으로 꺾어져 임도를 따라 내려간다. 지도를 펼쳐들고 가지만 심한 안개 속이라 길찾기가 어렵다.
가장 아름다운 산행은 아내와 함께 하는 산행이라 생각한다. 대간 능선 굽이굽이마다 아름다운 추억을 새기고 행복을 찾고자 왔었다.
그러나, 고운님은 산행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얼굴이 붓고 다리는 풀려 간다. 온갖 아양을 다 떨어보지만 얼굴은 굳어있고 입은 매봉만 하다.
급기야 발목을 접질려서 스프레이를 뿌려준다. 내심으로는 무척 안쓰럽다.
하지만, 그냥 길만 재촉한다.
대간길 옆 목장
대관령 순환도로를 따라 500m 정도 가다보니 게시판이 나온다. 노란 대간 시그널도 하나 붙어 있어서 이쪽으로 왔는데 대간길이 아니다.
거의 탈진상태에 있는 고운님의 눈치를 살피며, 오던 길을 다시 돌아가 선자령을 오른다.
쓰러지기 일보 직전~
선자령을 너머 대관령으로 내려 간다. 대간길은 한동안 부드러운 육산이라 발 감촉이 좋다.
하늘에는 구름이 잔뜩 끼었고 시계는 아직도 안개 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다. 등로 옆 야생화들은 우리에게 변함없이 고운 미소를 보낸다.
시멘트 포장도로가 나오고 이어 아스팔트 도로가 나온다.
딱딱한 포장도로라 발바닥이 아프다. 오늘의 날머리 대관령이 멀지 않았는가 보다.
대관령국사성황당
오늘의 구간 종착지 대관령 성황당 표지석에 도착한다. 안도감이 들면서 몸이 나른해 진다.
생활에 지친 고운님에게 다소간의 활력도 주고, 작은 행복이나마 함께 누려 보려 했었으나 너무 부담이 되는 길이 된것 같다.
그래도 언젠가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되새길 것을 기대하면서, 이번 구간을 마친다.
비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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