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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론] 심리적 표상 = 인지적 표상
심리철학(philosophy of mind), 인지심리학(cognitive psychology), 신경과학(neuroscience), 인지과학(cognitive science) 분야에서 "심리적 표상[表象]"(mental representation: 심적 표상) 혹은 "인지적 표상"(cognitive representation: 인지 표상)이란 말은 [마음] 외부의 실재(external reality)를 [마음 속에] 나타내보여준다고 '가정된 [마음] 내부의 인지적 상징'(hypothetical internal cognitive symbol)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며,(주1) 그러한 상징을 활용하는 심리 작용(mental process), 즉 "명시적으로 특정한 존재자들(explicit certain entities) 혹은 정보 유형들(types of information)을 만들어내는 형식적 체계, 그리고 그러한 체계가 작동하는 방식의 세부명세(specification)까지도 함께"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주2)
'심리적 표상'은 사물(thing)들의 '심리적 인상'(mental imagery: 심상[心象])으로서, 현재 또는 현재가 아닐지라도 감각기관들을 통해 보이거나 감각되는 심상을 모두 포함한다. 현대 철학(contemporary philosophy)에서, 특히 심리철학과 존재론(ontology) 같은 형이상학(metaphysics, 形而上學) 분야 내부의 여러 분과들에서, 하나의 '심리적 표상'은 관념(idea: 어떤 대상에 관한 심상)들과 개념(concept: 경험 대상들의 공통성을 통한 추상화 혹은 일반화)들의 본성을 설명(explanation)하고 묘사(description)하는 유력한 방법들 중 하나이다.
'심리적 표상'(=심리적 인상)은 결코 경험하지 못한 사물들은 물론이고 존재하지 않는 사물들까지도 [마음 속에] 나타내보이도록 할 수 있다.(주3) 전에는 한번도 여행해보지 못했던 어떤 장소를 여행하는 자기 자신이나, 혹은 팔이 세 개 달린 자기 자신을 생각해보라. 이러한 사물은 결코 경험할 수 없고, 불가능한 상태이며, 존재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뇌(brain)와 '심리적 인상'이 우리로 하여금 그러한 사물들을 상상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물론 '시각적 인상'(visual imagery)이 [다른 감각기관을 통한 인상들보다] 회상하기 더욱 용이하겠지만, '심리적 인상'은 청각, 후각, 미각 등 모든 '감각 양상'(sensory modality)들을 통한 표상들을 포함할 수 있다. 스티븐 코슬린(Stephen M. Kosslyn: 1948~ )은 '심리적 표상'이 특정한 유형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곤 한다는 점을 제안했다. 우리는 문제가 되는 대상들을 시각화 할 수 있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심리적으로 그러한 심리적 인상들을 재현할 수 있다.(주3)
뇌가 심리적 컨텐츠(mental contents 혹은 contents of thoughts)를 해석하는 방식에 관해선 논쟁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심리적 표상들'은 사물들을 바로 눈 앞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기도 한다.
(주1) Morgan, Alex (2014). "Representations Gone Mental". Synthese 191.2: pp.213~244.
(주2) Marr, David (2010). Vision. A Computational Investigation into the Human Representation and Processing of Visual Information. The MIT Press.
(주3) Robert J. Sternberg (2009). Cognitive Psychology.
1. 표상주의적 마음 이론
'표상주의'(representationalism)는 '간접 실재론'(indirect realism)이라고도 불리는데, 표상을 외부 실재에 접근하는 주된 방법이라고 보는 관점이다. [반면 그와 상반되는] 또 다른 유력한 철학 이론(philosophical theory:=철학적 입장[philosophical position])은 개념들을 전적으로 '추상적 대상들'(abstract objects)이라고 상정한다.(주4)
오늘날 심리철학, 인지과학, 실험 심리학(experimental psychology) 분야에서 '표상주의적 마음 이론'(representational theory of mind)은 관념들, 개념들, 심리적 컨텐츠의 본성을 설명하려 시도한다. '표상주의적 마음 이론'은 '직접 실재론'(direct realism) 즉 '소박한 실재론'(naïve realism)과는 상반된 입장으로, 심리적 표상들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가정한다. 이러한 심리적 표상들은 관찰(observation)하는 '[인식] 주관'(subject)과 외부 세계에 존재하면서 [관찰당하는] 객관(object: 대상)들 혹은 과정(process)들 사이에서 중재자(intermediary)들로 작용하며, 이러한 중재자들(=심상들)은 마음에 외부 세계의 대상들을 나타내거나 대변한다(represent)고 보는 것이다. 가령, 누군가가 자신의 방바닥을 청소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신념(belief)에 도달했다면, '마음에 관한 표상 이론'은 그 사람이 [마음 속에] 방바닥 및 그 청결도를 나타내는 심리적 표상을 형성시켰다고 보는 것이다.
오리지날 혹은 "고전적인"(classical) 표상주의 이론은 아마도 토마스 홉스(Thomas Hobbes: 1588~1679)에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을 것이고, 일반적으로 고전적인 경험론(empiricism)의 주된 [철학적] 주제 중 하나였다. 이러한 고전적 표상주의 이론에 따르면, 심리적 표상들은 그것들이 나타내는 대상이나 사태(state of affairs: 상황)의 '상'(image, 像: 종종 '관념'[idea]으로도 불림)이다.
오늘날의 표상주의 마음 이론 지지자들, 즉 제리 포더(Jerry Fodor: 1935~ )나 스티븐 핑커(Steven Pinker: 1954년생, 우측사진) 등 많은 학자들은 표상 체계가 내적인 '사고의 언어'(language of thought), 즉 '멘털리즈'(mentalese: 개별 언어들의 배후에 있는 메타-언어)로 구성된다는 점을 더욱 강조한다. '심리적 컨텐츠'는 상징구조들(symbolic structures), 즉 '멘털리즈의 공식들'(formulas of Mentalese) 속에서 표상된다. '멘털리즈의 공식들'은 '자연 언어들'(natural languages: 일상언어들)과도 유사하지만, 그보다는 더욱 추상적 차원에 있는 것이고, 자연언어들과 마찬가지로 구문론(syntax: 통사론)과 의미론(semantics)을 갖고 있다.
가령 루이스 어거스토(Luis M. Augusto: 1965~ )의 2014년 발표 논문을 보면, 이러한 추상적이고 형식적인 차원에 있어서의 '사고의 구문론'(syntax of thought)이란 '상징규칙들의 집합'(set of symbol rules)이다. 즉, 상징구조들 속에 나타나거나 혹은 상징구조들과 동반되는 작용, 과정 등을 말한다. 그리고 '사고의 의미론'(semantics of thought)은 개념들(concepts)과 명제들(propositions) 같은 '상징구조들의 집합'(set of symbol structures)을 말한다. 컨텐츠, 즉 생각은 '구문론의 의미론적 최초성'(semantic protoness of syntax)과 '의미론의 구문론적 최초성'(syntactic protoness of semantics)에 의해 순차적으로 결정되는 두 가지 상징 집합들의 유의미한 공동발생(co-occurrence, 共起)을 통해 출현한다. 예를 들어 "8 x 9"는 유의미한 공동발생이지만, "CAT x §"는 그렇지 않다. "x"(곱하기)라는 상징 규칙은 "8"과 "9" 같은 상징구조들을 통해서 요구되는 것이지, "CAT"과 "§" 같은 상징구조들을 통해 요구되는 상징규칙이 아니기 때문이다.(주5)
(주4) Margolis, Eric; Laurence, Stephen (2007년 12월). "The Ontology of Concepts—Abstract Objects or Mental Representations?" (PDF). Noûs 41 (4): pp.561~593.
(주5) Augusto, Luis M. (2014). "Unconscious representations 2: Towards an integrated cognitive architecture". Axiomathes, 24, pp.19~43.
1.1. 강한 표상주의 대 약한 표상주의, 제한적 유형 대 무제한적 유형
'표상주의'는 강한 유형과 약한 유형의 두 가지가 있다. '강한 표상주의'(strong representationalism)는 '현상적 특질'(phenomenal character)을 '지향적 컨텐츠'(intentional content: 의도적 컨텐츠)로 환원시키려 시도한다. 반면 '약한 표상주의'(weak representationalism)는 '현상적 특질'이 '지향적 컨텐츠' 위에 수반된다(supervene)고만 주장한다. '강한 표상주의'는 현상적 특질의 본성에 관한 이론을 제공하면서, 의식(consciousness)에 관한 난제 해결을 목적으로 한다. 이와 달리 '약한 표상주의'는 의식에 관한 이론 제공을 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의식에 관한 난제의 해결책 제시도 시도하지 않는다.
'강한 표상주의'는 다시금 '제한적 유형'(restricted version)과 '무제한적 유형'(unrestricted version)으로 세분화된다. '제한적 유형'은 시지각(Visual perception, 視知覺) 같은 특정한 종류의 현상적 상태들만을 다룬다. 대부분의 표상주의자들은 '무제한적 유형'의 표상주의를 지지한다. '무제한적 유형'에 따르면, '현상적 특질'을 가진 것이면 그 어떤 상태(state)라도, 그 상태가 지닌 '현상적 특질'이 '지향적 컨텐츠'로 환원될 수 있다. 오직 이러한 '무제한적 유형'만이 '현상적 특질'의 본성에 관한 일반론을 제시할 수 있고, 의식에 관한 난제에 잠재적인 해결책을 제공할 수 있다. 언젠가 지향성(intentionality: 의도성)에 관한 물리주의(physicalism)적 설명이 이뤄질 때, 어떤 상태의 '현상적 특질'을 '지향적 컨텐츠'로 성공적으로 환원시키는 일이 의식에 관한 난제에 해결책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1.2. '무제한적 유형'이 지닌 난점들
'무제한적 유형'의 표상주의에 반대하는 이들은 '지향적 컨텐츠'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적 심리 상태들'을 제시하고자 할 것이다. '무제한적 유형'은 모든 '현상적 상태들'에 대한 설명을 제시할 방법을 추구한다. 따라서 그 입장이 사실(true, 참)이 되기 위해서는, '현상적 특질들'을 갖는 모든 상태들이 '지향적 컨텐츠'를 갖고 있어야만, 그러한 '현상적 특질들'이 '지향적 컨텐츠들'로 환원될 수가 있다. 따라서 '지향적 컨텐츠'를 갖지 않은 '현상적 상태들'은 '무제한적 유형'의 표상주의에 대한 반례(counterexample, 反例)로 사용될 수 있다. 만일 한 상태가 '지향적 컨텐츠'를 전혀 갖고 있지 않다면, 출발점 자체가 없기 때문에 그 상태의 '현상적 특질'은 그 상태의 '지향적 컨텐츠'로 환원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상태의 손쉬운 사례가 바로 각종 '기분'(mood)이다. '기분'은 '현상적 특질을 소유한 상태'지만, 여기서 '현상적 특질'은 특정한 어떤 것을 겨냥하는 것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각종 '감정'(emotion)과는 달리 각종 '기분'은 '겨냥성'(directedness)을 결여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각종 '감정'은 특정한 사물을 겨냥한다고 여겨지는 것이 전형적인 사고이다. 가령, 형제들"에게"(at) 화를 내거나, 위험한 동물"을"(at)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각종 '기분'이 '비-겨냥적'이기 때문에, 또한 '비-지향적'(nonintentional: 비-의도적)이기도 하다고 결론내린다. 즉, 각종 기분들은 '지향성'(intentionality: 의도성) 혹은 '관함성'(aboutness)을 결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분들은 어떤 것도 겨냥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어떠한 것에 관한(about) 것이 아니다. 그것들은 '지향성'을 결여하고 있기 때문에, 어떠한 '지향적 컨텐츠'도 결여하고 있을 것이다. '지향적 컨텐츠'를 결여하면 그 '현상적 특질'은 '지향적 컨텐츠'로 환원될 수 없고, 따라서 표상주의 이론을 논박하는 셈이다.
각종 '감정'(emotion)은 '겨냥성'(directedness)과 '지향성'(intentionality)을 갖지 않는 것으로 보는 것이 전형적인 입장이지만, 이 역시 의문점은 발생시킨다. 즉, 특정한 무언가를 겨냥하거나 지향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갑작스런 경험들 속에 있는 사람이 느끼는 감정들이 반례로 제시될 수도 있다. 음악을 듣고 유발되는 각종 감정들은 비-지향적, 비-겨냥적 감정들의 또 다른 사례가 될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발생한 각종 감정들은 그것들을 유발시킨 음악을 비롯하여 그 어떠한 것을 반드시 지향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주6)
(주6) Kind, Amy (2014). Current Controversies in Philosophy of Mind. New York: Routledge. p.118.
1.3. 응답
표상주의 주창자들은 이러한 반론에 대응하여, 비-겨냥적 비-지향성의 각종 기분들을 거부하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고, 그러한 기분들이 소유하고 있을 것으로 여겨질만한 어떤 지향적 컨텐츠를 확인하려고 시도할 수도 있다. 표상주의 지지자들은 또한 '지향성'에 대한 협소한 개념을 특수한 것만을 겨냥한다고 보아 거부하면서, 대신 보다 광의의 '지향성'을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각종 기분들에 관해 상정할 수 있는 대안적인 '지향성'(directedness/intentionality)은 3가지가 있다.(주6)
'외향적 지향성'의 경우, 각종 기분들은 전체로서의 세계(세계 속에서 일련의 변화하는 대상들)를 지향할 수도 있고, 인간이 세상 속 사물들에 투사해넣은 속박 당하지 않은 감정 속성들을 지향할 수도 있다. '내향적 지향성'의 경우, 각종 기분들은 어떤 인간의 신체(몸)가 지닌 전체적 상태를 지향하는 것이다. '혼성적 지향성'의 경우, 각종 기분들은 내향적인 것과 외향적인 것이 일부 조합된 것을 지향한다.
1.4. 기타 반론들
기분들에서 존재 가능성이 있는 일부 '지향적 컨텐츠'를 식별할 수 있긴 하지만, 컨텐츠가 기분 상태들의 현상적 특질(컨텐츠는 원래 이것의 일부이기도 하다)을 충분히 포착해낼 수 있는지에 관해선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애이미 카인드(Amy Kind)의 주장에 따르면, 위에서 언급한 3가지 종류의 지향성들의 경우, '기분 상태'에 공급되는 '지향적 컨텐츠'는 해당 기분 상태의 현상적 측면들을 충분히 포착할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주6)
'내향적 지향성'의 경우, 그 기분의 현상학(phenomenology)이 몸의 상태와 결부돼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심지어 어떤 이의 기분이 그의 몸 상태 전체를 반영했다고 할지라도 그 사람이 몸 상태를 반드시 자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 수도 있고, '지향적 컨텐츠'가 기분의 현상적 측면들을 적절하게 포착하는 데 불충분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외향적 지향성'의 경우, 그 기분의 현상학 및 '지향적 컨텐츠'가 --- '현상적 특징'이 '지향적 컨텐츠'로 환원될 수 있을 것으로 상정된다는 점을 인정해야만 하는 --- 대응적 관계(corresponding relation)를 공유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혼성적 지향성'의 경우, 심지어 만일 그것이 근거가 없다 할지라도 동일한 반론에 직면한다.
2. 주요 철학자들
존재하는 표상들의 종류에 관해서는 광범위한 논쟁이 있다. 이 논쟁에 각기 다른 측면들을 부각시킨 철학자들이 여러 명 존재한다. 그러한 철학자들로는 많은 이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알렉스 모건(Alex Morgan), 구알티에로 피치니니(Gualtiero Piccinini: 1970년생), 유리아 크리겔(Uriah Kriegel)이 중요하다.
2.1. 알렉스 모건
"직무 기술"(job description) 표상들이 존재한다.(주1) 그것은 (1) '지향성'을 가진 것, (2) 표상되는 대상이 존재하지 않는 특수한 관계를 가진 것, (3) 표상의 과정에서, 컨텐츠가 원인적 역할을 담당하는 것. 즉, 친구에게 "안녕"(hello)이라 말한다든지, 적을 쬐려본다든지 하는 것이다.
'구조적 표상들'(structural representations)도 중요하다. 이런 유형의 표상들은 기본적으로 우리가 마음 안에 갖고 있는 '심리적 지도들'(mental maps)인데, 세계 내의 대상들(지향적 컨텐츠)에 정확히 대응하는 것이다. 모건에 따르면, '구조적 표상들'은 '심리적 표상들'(mental representations)과는 동일하지 않다. '구조적 표상들'에는 심리적인 것이 전혀 들어 있지 않다. 즉, '식물들'(plants)은 '구조적 표상들'을 가질 수 있다.
또한 '내적 표상들'(internal representations)도 존재한다.(주1) 이러한 유형의 표상들에는 미래에 내려질 결정, 일화 기억(episodic memory: 에피소드 기억), 그리고 미래를 향한 모든 종류의 투사 행위가 포함된다.
2.2. 구알티에로 파치니니
구알티에로 피치니니(Gualtiero Piccinini: 1970년생, 우측사진)는 조만간 발표 예정인 연구에서, '자연적(natural) 심리 표상들'과 '부자연적(nonnatural) 심리 표상들'에 관해 논의했다. 그는 폴 그라이스(Paul Grice 혹은 H. P. Grice: 1913~1988)가 1957년 발표한 연구 내용(주7)에서 제시한 바 있는 '심리 표상들에 관한 자연적 정의'에 의존하고 있다. 그라이스의 '자연적 심리 표상들'이란 "P는 바로 그 P를 수반한다"(P entails that P)는 것이다. 가령 "그 발진들"이 "홍역"을 의미한다면, "그 환자가 홍역에 걸렸다"가 수반된다. 그리고 '부자연적 심리 표상들'은 "P는 P를 수반하지 않는다"(P does not entail P)는 것이다. 가령, ''어떤 버스의 벨이 3번 울리는 것"이 "그 버스가 만원 상태"라는 것을 의미한다면, "벨이 3번 울리는 것"과 "버스가 만원 상태"는 독립적인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버스가 만원 상태"라는 것을 지칭하기 위해 (마치 임의적인 것이나 마찬가지로) ["벨이 3번 울리는 것" 대신] 다른 어떤 것을 대응시킬 수도 있었을 것이다.
(주7) Grice, H.P. (1957). "Meaning". Philosophical Review 66.
2.3. 유리아 크리겔
'객관적(objective) 심리 표상들'과 '주관적(subjective) 심리 표상들'도 존재한다.(주8) '객관적 심리 표상들'은 뇌가 단순히 주변 환경에 존재하는 것을 따라가기만 한다는 이론들을 좇기에 가장 근접한 것이다. 만일 내 창문 바깥에 '파란 새' 한 마리가 앉아 있다면, 여기서 '객관적 심리 표상'은 '그 파란 새'에 관한 표상이 된다. 반면, '주관적 심리 표상들'은 사람마다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만일 내가 색맹이라면 내 창문 바깥에 앉아 있는 '파란 새'가 내게는 '파란색'으로 보이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파란색'의 '파랑성[性]'(blueness)을 표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내가 파란색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두 유형, 즉 '객관적 심리 표상'과 '주관적 심리 표상' 사이의 관계는 다음과 같이 다양하다.
(a) '객관'은 달라지지만 '주관'은 그렇지 않은 경우. (예: 통 속의 뇌[brain-in-a-vat])
(b) '주관'은 달라지지만 '객관'은 그렇지 않은 경우. (예: 색깔이 전도된 세계)
(c) 모든 표상들이 '객관' 속에서 발견되지만, '주관' 속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경우. (예: 온도계)
(d) 모든 표상들이 '주관' 속에서 발견되지만, '객관' 속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경우. (예: 허공을 체험하는 행위자)
제거적 유물론(eliminative materialism:='제거주의'[eliminativism]) 지지자들은 '주관적 표상들'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환원주의'(reductivism) 지지자들은 '주관적 표상들'이 '객관적 표상들'로 환원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환원주의'(non-reductivism) 지지자들은 '주관적 표상들'은 실재하며(real) 분명한(distinct) 것이라고 생각한다. '심리적 표상'에 관한 논쟁들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실제로, 이 논쟁들은 '심리 상태들의 컨텐츠', 체화된 인지(embodied cognition), 의식(consciousness), 현상학(phenomenology) 등 여타 논쟁들로 이어진다.
더 읽어볼 자료들
* 상위화면 : "분석철학 / 인지과학 스터디 사전"
첫댓글 저와 난파 님을 중심으로
카페 내에 "분석철학/인지과학" 스터디 소모임이 탄생하는 중이기 때문에..
그 공부를 위한 참고자료로서,
기존에 한국어로 많이 번역되지 않은 내용이나
보다 정교한 공부에 필요한 지침서들을
앞으로 기회가 닿는대로 <철학사전 만들기> 형식으로 해나갈 예정입니다.
워낙에 압축된 내용이라서 혼동이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한술 밥에 배부를 수 없듯이..
다른 항목들을 공부해나가면서 보완을 해나가고..
때로는 새로 습득한 지식을 이용해
먼저 번역했던 게시물들도 교정과 윤문도 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스터디에 참가하시는 분들을 위해 설명을 조금 추가하자면..
근대기의 영국 경험론이나 대륙 합리론, 그리고 칸트 등에서 다룬 "표상"은
<위키피디아 영문판>에는 별도의 항목이 아예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항목에서는 그 부분에 대해 간단히만 언급하고 있는데,
대신 최근에 이르기까지 인공지능, 인지과학, 인지심리학 분야에서 논의되는
최신 이론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그 점을 참조해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십여년 사이에
과학기술만 급격히 발전한 것이 아니라,
인문 사회과학도 급속도의 발전이 진행중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어렵더라도 계속 최신 트렌드를 익히면서
과거 철학도 병행해서 공부할 수 밖에 없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