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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일서단(해맞이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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名人,名作소개 스크랩 [예술가] 안강의 도예가 윤강조선생
고방 추천 0 조회 235 08.03.08 21:51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흙에 혼을 불어넣다…'흙의 거장' 윤광조
지난 2006년 11월 전남 강진군 대구면 청자촌에서 '도강요'를 운영하는 윤도현(65)씨는 충북 청주에 사는 60대 사업가에게 청자 한점을 팔았다. '청자상감당초문호(靑磁象嵌唐草文壺)'라는 작품으로 높이 100㎝, 둘레 320㎝, 무게 300㎏에 달하는 초대형이었다. 판매가는 무려 1억원. 골동품이 아닌 현대 청자 작품이 억대에 거래됐다는 이유로 한동안 세간의 화제가 됐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 작은 크기의 소품이 1억원 이상에 판매되기도 한다. 경북 경주에 살고 있는 분청사기 도예가 윤광조(62)씨의 작품이다. 그가 2003년 동양작가로는 최초로 미국 필라델피아미술관에서 연 현대도예전에 전시된 작품들은 가로·세로·지름이 50㎝를 넘지 않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거래가는 1억원을 넘어섰다. 예술 작품의 우열을 가린다는 것도 우습고, 판매가격으로 좋고 나쁨의 기준을 삼는다는 것 또한 속물적인 시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윤씨의 작품이 어떤 대우를 받는지 단적으로 가늠할 수 있는 대목임에는 틀림없다. 프랑스 평단에서도 윤씨는 백남준과 함께 '한국의 대표적인 예술가 2인'으로 꼽힐 정도다. 흙에 생명을 불어넣는 윤씨의 작품 세계를 그만큼 높게 평가해서다.

2월 27일 경북 경주시 안강읍에 위치한 그의 거처 '급월당(汲月堂)'을 찾았다. 급월당은 마치 요새와 같았다. 물길과 산자락으로 분리된 입구에는 대나무가 자라고 있다. 그 입구를 철문이 떡 하니 가로막고 있다. 미리 통화하지 않으면 어느 방문객이라도 쌀쌀하게 돌려보낼 양으로 굳건히 잠긴 문이다. 하얀 생활한복을 입은 윤씨는 손수 손님을 맞았다.

◆치열한 자기 수양

윤씨는 열흘간의 단식을 끝내고 회복 중이라고 했다. 준비와 회복 단계까지 포함하면 한달이 훨씬 넘는 기간. 그는 무엇 때문에 환갑을 넘긴 나이에 열흘간의 단식을 했던 것일까? 치열한 자기 수양을 거쳐야만 작품이 나온다는 그의 작품 세계와 관계 있는 것일까?

단식 회복 단계라는데 얼굴 전체에 화색이 돌았다. 정작 그는 "단식 동안 술을 안 마셔서 그렇다"고 했다. "단식은 늙으면 하지 말라고 하던데, 내가 늙은 줄도 모르고 했어. 손가락이 갈라져 큰일났어. 이게 내 생명줄이데 말이야." 급월당에 앉자마자 단식에 대해서 물으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손가락을 내보이더니 바로 흰 장갑을 꼈다.

단식에 돌입한 이유를 물었다. "지난 3년간 작업을 하면서 작품을 딱 석점밖에 못 얻었어. 지난해 예정돼 있었던 프랑스 전시회도 연기할 수밖에 없었지." 도대체 어떤 작품을 추구하기에 그토록 지독한 산고를 겪어야 하는 것일까? 흙을 다져 모양을 내고 문양을 새기고 구우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기자는 손가락이 갈라지는 고통을 감수하면서까지 단식에 돌입해야 하는 이유를 쉽게 이해하기 힘들었다.

"작가는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지. 새로운 게 안 나올 때에는 생활 방법을 한번 바꿔보는 것이 좋아. 그럴 때 단식이라는 것이 상당히 유효해. 생활을 바꾸면 생각이 바뀌고, 그러면 작품이 바뀌지. 그런데 생활은 그대로 놔두고 생각만 바꾸려 하면, 워낙 기존의 생활습관이 강해서 자꾸 '땡긴다'고. 더 급해지지. 급해지면 사람이 서둘러. 서두르면 잔머리를 굴리게 돼. '기존의 것 말고 뭔가 새로운 것을 해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해야 할 텐데' 생각을 하면 잔머리를 굴리게 된다고. 그래서 생활을 바꾸는 게 최고로 좋지."

◆분청사기에 심취한 40여년

윤씨의 도예인생은 항상 새로운 것의 연속이었다. 군 시절 육군사관학교 박물관에서 복무를 하면서 분청사기에 빠져든 것부터 그렇다. 구한말과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맥이 끊겨버린 한국 도예의 현실에 비춰볼 때 분청사기란 새로운 영역이나 다름없었다. 국립박물관을 들락거리며 혜곡 최순우(윤씨의 스승·1984년 작고)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의 지도를 받았고, 제대 후에도 분청사기를 자신의 작업 화두로 삼았다. 대학을 졸업하던 1973년 제7회 동아공예대전 대상을 수상한 뒤로 윤씨는 분청사기를 현대화하는 작업을 펼쳐왔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도자기 형식도 뛰어넘었다. 물레를 과감히 버리고 석고·판·코일링(타래쌓기) 작업을 도입했다. 이미 19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노력이다. 전통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이어나가려는 현대화 작업은 타원형, 삼각형, 사각형 등 다양한 형태의 작업으로 현실화됐다. 지푸라기나 나뭇가지 등 생활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쉬운 도구들로 그림을 새겼다. 1994년 작품 하는 데 방해가 된다며 사람을 피해 급월당이 위치한 '바람골'로 이사한 이후 줄기차게 추구해온 윤씨만의 예술세계이다.

윤씨는 결국 '한국을 대표하는 도예가'로서 우뚝 섰다. 1991년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첫 해외전시에서 '자연과 인간의 자유를 표현한 거장'으로 평가받았다. 뉴사우스웨일즈(NSW) 국립미술관, 퀸즐랜드미술관, 빅토리아국립미술관 등은 소장품 목록에 한국 현대미술품을 새롭게 등재했다. 세계적인 도예가 인명록 '누벨 오브제'에는 윤씨의 이름이 올랐다. 대영박물관이나 미국 스미소니언 자연사 박물관, 벨기에 마리몽 로열 미술관 등 세계적 미술관에서도 윤씨의 작품을 영구 소장하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도예가

지난 2004년에는 미국 시애틀미술관에서 초대전을 열었다. "빌 게이츠의 어머니 미미 게이츠가 있는 곳이야. 개막식날 행사 이후에 재즈바에 가서 같이 술도 한잔 했어. 한번씩 춤도 추고 재밌게 놀더라고. 그때 8개월(11월 13일~6월 19일) 동안 전시했지. 피카소 전시회는 6개월 동안 했다더군. 한번씩 이렇게 큰 전시회를 하고 나면 힘을 소진해. 그래서 후유증도 커"

그가 급월당이 자리한 바람골에 터를 잡은 지도 14년째다. 경기도 광주에 살던 시절, 그는 사람들에게 시달렸다. 그래서 지금 살고 있는 집에는 아무나 출입시키지 않는다. 사전에 지인을 통해서 간곡히 부탁을 해도 쉽사리 문을 열지 않는다. 물론 그는 사람을 좋아하고 지인들과 어울려 술잔을 기울이는 것도 좋아한다. 하지만 일년에 한작품을 뽑아내기 힘들 정도로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그것도 부족해 단식까지 결심하는 걸 보면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추구하는 그의 치열함을 엿볼 수 있다.

윤씨의 작업실 한쪽에는 연습장이 가득 쌓여 있다. 작품 스케치집이다. "작품 스케치를 하는 도예가는 없을 것"이라는 지인의 말을 듣고 보면 "도예작업이란 마치 '정신'이란 음률을 악보에 옮겨내는 작업과 같은 것"이라는 윤씨의 작품관이 확연히 느껴진다. "급월당 남쪽에 담배 피우려고 드럼통 하나 갖다 놓았어. 담배 피우다가 매화나무 보면 봄이 다시 오긴 오나 봐. 이제 흙도 다지고 있으니 곧 새 작품을 시작해야지."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 윤광조는?=윤광조 도예가는 1946년 함경남도 함흥에서 태어났다. 1·4 후퇴 때 가족과 함께 남쪽으로 내려왔다. 전란 중 미군정 고위관리를 지낸 부친과 사별하고 6세 때부터 대한부인회 초대 조직부장을 지낸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한국 도자기에서 예술의 진가를 발견한 셋째 형의 조언으로 홍익대 공예과에 입학했다. 국립박물관을 드나들며 혜곡 최순우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스승으로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분청사기 작업에 심취했다.

대학을 졸업한 1973년 제7회 동아공예대전에서 문방구 세트로 대상을 받았다. '현대적 분청도예와 선미(禪美)의 결합', '허식 없는 우아한 도자기', '무심으로 빚은 소박의 미', '구수한 큰 맛' 등 다양한 찬사를 받았다. 1994년 경주 안강읍의 바람골에 작업실을 손수 지어 이주했다. 2004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에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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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8.03.09 14:27

    첫댓글 도예에 대해선 잘모르지만 ,흙으로 빚어내는 인생 .예술/.이런 거장의 예술가가 우리고장에 계심이 아주 자랑 스럽습니다.소개 아주 감사 합니다.^^

  • 08.03.11 13:38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훌륭한 작가 윤광조 선생님의 삶에 찬사를 보내며, 좋은 분 소개 해 주신 선생님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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