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하면 뭐가 떠오릅니까?'라고 타 지역 사람들에게 물어 보면 과거에는 보통 '섬유', '사과', '따로국밥'이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돼지)막창'이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이 '돼지막창'은 돼지의 항문 바로 윗부분에 있는 40cm정도의 마지막 창자를 말하는 것입니다. 동글동글 한 모양에 중간에 구멍이 '뽕' 뚫려 있는 것이 호프집에서 기본안주로 주는 손가락에 끼워서 먹는 과자처럼 생겼습니다.
타 지역에도 '소막창'이나 '양곱창'등의 음식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돼지막창'을 내놓는 식당은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하지만 대구에는 '돼지막창' 식당들이 밀집해 있는 거리가 대 여섯 군데나 되고, '돼지막창' 식당이 없는 동네가 없을 만큼 친숙하고 보편화 된 음식입니다.
그래서 간혹 타 지역에서 손님이 찾아오면 저는 '돼지막창'을 대구의 유명 음식으로 소개하고 대접하곤 합니다.
처음 이 '돼지막창(이하 막창)'을 대하는 사람들은 생소하고, 또 돼지의 내장이라는 점 때문에 꺼려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 번 맛을 보게 되면 막창 특유의 쫄깃하고 고소한 맛에 여지없이 반하게 됩니다. 그 다음부터 대구에 오면 자연스럽게 막창을 찾게 됩니다.
사실 타 지역 사람들에게는 이 막창이 생소하고 별미처럼 느껴지지만 워낙 오랫동안 접해온 저로서는 삼겹살처럼 익숙한 음식이 돼버렸습니다. 또 최근 몇 년 사이 막창식당이 갑자기 많이 생겼고, 그 맛 또한 일반화가 되어버려 집집마다 맛의 차이가 없어져 버렸습니다.
그런데 최근 독특하고 정겨운 막창식당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조금은 특별한 막창식당을 소개할까 합니다.
대구에는 서울로 치면 강변대로에 해당하는 신천대로가 있습니다. 이 신천대로를 타고 가창방면(봉덕동, 앞산 방면)으로 가다보면 '희망교'라는 다리가 나옵니다. 이 '희망교'에서 '남구청'(영대병원)방면으로 우회전을 해서 20여 미터 정도 가다 보면 '대한주공' 아파트가 우측 편에 보이며 이 아파트 상가 건물에 '구공탄 막창'이라는 정겨운 이름의 식당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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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공탄 막창' 입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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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문동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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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에서도 짐작하시겠지만 이 집의 첫 번째 특징은 '연탄불'에 막창을 굽는다는 것입니다. 보통 다른 막창식당들은 숯불을 사용합니다. 막창을 숯불에 굽다보면 쉽게 타거나 그을음이 많이 생깁니다. 그러나 연탄은 온도가 일정하기 때문에 막창이 골고루 익을 뿐 아니라 불이 은은하여 그을음도 많이 생기지 않습니다. 또한 연탄불이 주는 정겨운 향수로 인해 막창 맛이 더 구수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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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탄불'에 노릇노릇 잘 구어진 '막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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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문동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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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막창은 삼겹살이나 갈비처럼 쌈장이나 기름장 혹은 고추냉이를 푼 간장에 찍어 먹지 않습니다. 막창만을 위한 특제소스가 있습니다. 이 특제소스는 된장, 고추장, 사이다 그 외에 비밀 양념들을 섞어서 만든다고 합니다. 이 특제소스에 매운 청량고추와 향긋한 실파를 다져서 넣으면 막창 양념장이 완성이 됩니다(다른 지역에 막창식당이 없는 이유가 이 특제소스 만드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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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이 막창만을 위한 특수한 양념장, 오른쪽이 고추냉이를 푼 간장에 절인 양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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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문동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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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릇노릇' 잘 구워진 막창을 이 양념장에 찍어서 먹으면 쫄깃하고, 고소, 매콤함이 어우러진 그 맛에 자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게 됩니다. 또 '아삭아삭'하고 달달한 배추에 싸서 먹거나, 고추냉이를 살짝 푼 간장에 절인 양파와 함께 먹어도 맛이 그만입니다.
이집의 또 하나의 특징은 어린 시절 학교 앞 문방구에서 구워 먹던 불량식품의 대명사 '쫄쫄이'를 서비스로 준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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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창 기름이 살짝 발린 '쫄쫄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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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문동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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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창 기름이 살짝 발린 '쫄쫄이'를 연탄불에 구워서 먹으면 자연스럽게 어릴 적 추억들이 떠오르게 됩니다. 자신이 간직하고 있는 추억담들을 하나둘씩 꺼내놓기 시작하면 술자리는 이내 웃음꽃이 만발해집니다.
그리고 '구공탄 막창'에는 '막창'과 더불어 또 하나 자신 있게 내놓는 메뉴가 있습니다. 바로 '돼지목살'입니다. 이 목살은 국산돼지 생고기로 두께가 장난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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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즙이 살짝 배어 나온 두툼한 '돼지목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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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문동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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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툼한 목살을 '큼직큼직'하게 잘라서 센 불에 초벌구이를 합니다. 보기 좋게 초벌구이가 돼서 나온 목살을 다시 연탄불에 은은하게 구우면 육즙이 살짝 배어나옵니다. 두툼한 목살을 참기름과 쌈장을 섞어서 만든 소스에 찍어 먹으면 꼭 스테이크와 같이 풍성한 맛이 느껴집니다.
본 메뉴를 먹었으니 이제 마무리를 할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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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글보글' 끓고 있는 맵싸하고 칼칼한 '된장찌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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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문동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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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좀 부르더라도 이 집의 된장찌개는 꼭 맛봐야 합니다. 된장에 두 가지 종류의 고춧가루를 넣고, 청량고추와 새 송이버섯을 넣고 '보글보글' 끓인 된장찌개는 맵싸하고 칼칼한 그 맛이 일품입니다. 이 된장을 뜨끈한 밥에 몇 숟가락 퍼서 '쓱쓱' 비빈 후 '새콤달콤' 맛이 든 김치를 얹어서 먹으면 구수한 그 맛에 밥 한공기가 금세 뚝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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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뜨끈한 밥에 된장을 넣고 '쓱쓱' 비빈 후 맛이 든 김치와 함께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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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문동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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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공탄 막창'은 아버지와 젊은 아들이 함께 운영하는 테이블이 5개 정도의 작은 식당입니다. 식당 자체에서 풍겨지는 구수함도 구수함이지만 아버지와 아들이 일하면서 주고받는 경상도 특유의 퉁명스러운 듯하지만 정이 듬뿍 담긴 대화 역시 참 구수하고 정겹습니다.
춥고 스산한 퇴근길, 그동안 소원했던 벗들과 고소한 막창과 향수를 안주삼아 소주잔 기울이며 이 겨울의 추위를 한 번 녹여보시기 바랍니다.
첫댓글 오~~~`가이군침이돌라가는군영 맛나는 쫀득이 ~~~~~~~~~~~~~부럽당 쩝 쩝 꼴딱
기사내용이 너무좋씀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