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주차
상징, 뜻을 사물에 숨기자
결혼식에서 신랑 신부가 반지를 예물로 교환하는 것은 오랜 관습입니다. 반지가 남녀의 결합을 상징하는 것처럼 상징은 두 사람의 약속관계를 표시하는 징표라고 보면 됩니다. 만(卍)이 불교를 상징하고 십자가(+)가 기독교회를 상징하는 것처럼 휘장은 그 집단을 상징합니다.
상징은 예술표현의 한 방법입니다. 음산한 외딴섬을 집요하게 서술하면서 죽음을 상징한다거나 파랑새를 통하여 행복을 상징하는 것이지요. 이처럼 상징은 고정된 약속입니다.
그러나 시에서 고정된 상징을 사용할 경우 진부함을 면치 못합니다. 시에서의 상징은 시인이 상상력을 통하여 창조하는 상징이어야합니다. 상징의 진정한 가치는 관습적 상징이 아니라 개인적 상징일때 뚜렷이 드러납니다.
"오 장미여, 그대는 병들었다!/ 울부짖는 폭풍의 밤을 날아다니는/보이지 않는 벌레가// 진홍빛 환희의 그대 침상을 찾아냈다/ 하여 그의 어둑한 비밀의 사랑이 그대의 삶을 파괴하도다"(블레이크, 병든장미전문)에서 장미는 여성미의 고전적 상징이고, 벌레는 남근의 상징입니다.
여성적인 아름다움이 남성의 상징인 벌레에게 약탈을 당하고 있습니다. 울부짖는 폭풍은 자아의 속성이며 관능적 심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 시는 성적 본능과 죽음의 본능이 동시에 뒤섞임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2024.03.3
맹태영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