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편식의 경향
지극히 편중된 음식 섭취를 편식이라 한다. 극도로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구분될 때 생긴다. 영양 불균형으로 질병이 잦거나 비만, 저체중이 될 가능성도 높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아토피, 빈혈, 변비를 유발할 수 있다. “맛있는 걸 어쩌라고”, “사상체질 때문에”처럼 구질구질하게 변명해 봐도 편들어 줄 방법은 없어 보인다.
스포츠에도 편식이 있다. 둥근 공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등산이나 걷기 등을 즐기는 이들도 많다. 배드민턴, 수영, 마라톤, 골프, 자전거 라이딩, 패러글라이딩…. 두루두루 소질이 있는 친구들도 여럿 있지만 대개는 끌리는 운동 하나에 치중한다. 일반적으로 축구를 잘하면 모든 운동에 두각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뒤집어 보면 축구에 소질이 없으면 거의 모든 종목에 젬병이라 말해도 된다. 과학적 방법으로 확인한 바는 없다.
독서에도 편식이 있는 것 같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 계몽사 위인전을 읽은 이후 줄곧 인물 중심의 독서를 즐겼다. 최근 5년 동안은 남명 조식에 푹 빠져 살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명의 제자인 내암 정인홍과 수우당 최영경에 관한 책을 읽었고 그들을 배향한 서원을 찾아 다녔다. 남명의 종유인 중에 삼족당, 소요당, 송계, 갈천, 황강 등의 정자나 고택 마루에서 남명의 눈으로 하늘을 올려보기도 했다.
독서 경향에는 또 다른 편식이 있다. 이문열, 황석영의 <삼국지>는 맘이 허하면 그때마다 읽었다. 삼국지라는 제목이 들어가면 만화라도 거부하지 않았다. 삼국지 편식이다. 작가 김진명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시작으로 그가 집필한 모든 책을 섭렵했다. 아니 그의 책은 몽땅 개인 소장하고 있다. <천년의 금서>나 <글자전쟁>은 애장품 중 하나다. 이런 경우는 작가에 따른 편식이다.
구례에 와서 편식의 경향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 구례 편식이다. 군청에서 발간하는 계간호를 훑으며 구례를 배운다. 매천도서관에 들어서면 입구 첫머리에 진열된 구례 출신 작가들이 쓴 소설이나 수필을 통해서 구례를 읽는다. 그들의 시를 읽으며 구례를 상상한다. 구례를 편식하는 중에 맛집과 유적을 알게 되고 역사를 이해하고 감동하기도 한다.
편식은 발견하는 즉시 고쳐야 한다. 편식은 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아주 높기 때문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라는 속담을 실감한다. 그러하면 나의 독서 편식은 치유의 대상이란 말인가?
첫댓글 구례는 좋겠네 어떤이가 손님으로 와서 사는 이보다 더 알고자 할까
편식을 하더라도 해로운걸 멀리하는 편식은 치유가 아닐런지요
독서도 편식, 운동도, 사랑도... 삶이 편식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