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 무명 순교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조성된 일만위 순교자 현양동산. 무명 순교자 현양탑은 인천가톨릭대 조광호 신부 작품이다. 2. 강화성당 구내에 있는 진무영 순교성지. 구한말 프랑스 선교사들을 보호하고, 종교자유를 얻기 위해 애쓴 장치선 등이 이 부근 어디선가 참수당했다. 3. 일만위 순교자 현양동산 성모당. 성모 마리아가 옷자락을 휘날리며 대문을 열고 나와 순례객을 맞이한다. |
강화읍내에서 병인박해 순교지로 알려진 관청리 형방터를 찾느라 헤맸다.
그러나 형방터는 나타나지 않고 조선시대 이달(李達)의 한시 '경폐사(經廢寺)' 시구만 머리에 맴돈다.
"옛적 우물 낙엽으로 메워졌고(古井塡秋葉)/ 그늘진 뜰에는 저녁새 내려앉네(陰庭下夕禽)…."
동네 어르신들에게 물어 형방터라는 곳을 겨우 찾았다. 그러나 흔적도 없다. 그 터에 들어선 민가도 지은 지 오래돼서 쓰러질 지경이다.
은행나무 그늘에서 고추를 다듬는 할머니들한테 귀동냥을 했다.
"여기가 죄인들 붙들어다 죽인 포도청이란 얘기는 들은 적이 있는데. 그런데 일제 때는 기생집이었어. 기생들 꿈에 머리 풀어헤친 사람들이 자꾸 나타나 잠을 못잤다는구먼."
노인네들이 말하는 형방터는 강화성당(주임 김현태 신부) 바로 뒤에 있다. 그러나 최인서ㆍ장치선ㆍ박서방ㆍ조서방 등 4명이 참수 순교한 곳은 이 부근 어디 쯤이었을 진무영(鎭撫營)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하다.
일성록(日省錄, 1868년 5월22일자)에 "사학죄인 장치선, 최영준(일명 인서)이 진무영으로 압송되어 효수(梟首, 목을 베어 매달아 둠)됐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진무영은 조선 후기 해상방어를 위해 설치한 군영(軍營)으로, 지금은 고인이 된 성지연구가 한종오(베드로)씨가 10여년 전 문헌과 구전을 통해 성당 부근 농협 자리를 진무영 터로 지목한 바 있다.
다행히 강화성당 구내에 이들 4명의 순교를 기념하는 현판이 세워져 있다.
김현태 신부는 "지난해부터 성지를 개발하기 시작해 아직 미흡하다"며 "문헌 연구와 고증 작업을 하면 진무영은 인천교구에서 가장 큰 순교성지로 떠오를 것"이라고 장담한다.
'좌우포청등록'과 달레의 「한국 천주교회사」 등에 따르면 장치선은 제천 배론 신학교 집주인이던 장주기(요셉) 성인의 조카다. 그리고 최인서는 서울 아현(애오개) 회장이다.
이들은 병인박해로 성직자 12명 중 9명이 처형당하자 생존자 리델 신부를 중국 천진으로 탈출시킨 데 이어 상해에서 프랑스 신부들과 접촉했다. 리델 신부는 박해 참상을 프랑스 공사에게 알려 로즈 제독의 강화도 출병(병인양요)을 촉발한 장본인이다.
흥선대원군이 생각한 대로 천주교인들이 정말 서양배를 불러들여 국가를 위태롭게 하려 했던 것일까.
그 답은 장치선이 중국에 다녀온 직후 재동에 사는 조주서와 나눈 대화록에 있다.
"서양배가 나라를 침범할 생각은 없나요?"(조주서)
"성교의 본뜻은 다른 사람의 나라를 빼앗는 법이 없고, 만일 성교가 널리 퍼지면 풍속 중 괴상한 것은 혹 바꿔지고 고쳐지는 법은 있소."(장치선)
강화성당 바로 위에 고령궁지(사적 제133호)가 있다.
고려가 대몽항쟁을 위해 고종 19년(1232년)에 도읍을 강화로 옮기면서 개성 궁궐 모양을 본떠 지은 것인데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에 소실된 외규장각과 장년전이 바로 이 안에 있었다. 순례길에 꼭 한번 들러볼 만한 사적지다.
발걸음을 '한국교회 성지 축소판'인 일만위 순교자 현양동산(책임 김종성 신부)으로 돌렸다.
바다의 별 청소년수련원(내가면 고천리)에 있는 이 현양동산은 한국교회 무명 순교자 넋을 기리기 위해 조성한 것인데 볼거리가 참 많다.
동산으로 올라가면서 순교자의 길, 호야나무(해미성지), 물고기 모양 제대돌, 묵주연못, 무덤(다락골 줄무덤), 옹기, 토굴(황사영 백서), 순교자 현양당, 성모당, 무명 순교자 현양탑 등 순교자 관련 조형물을 볼 수 있다.
동산이 넓고 조용한 데다 경치가 빼어나 휴식장소로도 제격이다. 김종성 신부가 4년 동안 포크레인을 직접 조작해가면서 하나하나 완성한 땀의 결정체다.
김 신부는 현양동산을 '삶의 성지'라고 말한다.
"순교성지는 아니다. 엄숙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누구나 찾아와 기도하고 쉬어갈 수 있는 삶의 성지를 만들고 싶다. 근심걱정을 다 내려놓고 오르다보면 무명 순교자들의 위로와 격려를 느낄 것이다. 그들은 신앙 불모지를 복음의 밭으로 일구느라 목숨까지 바치지 않았는가."
김 신부는 볼거리 많은 탁트인 분위기에 대해 "관광명소가 아니라 기도명소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맛집/ 외포리 '서울 횟집'>> 강화도 외포리는 웬만큼 알려진 명소다. 인천가톨릭대 교수신부들 단골집인 서울횟집(대표 조승상)은 석모도행 배를 타는 외포리 선착장 부근에 있다.
서울횟집의 자랑거리는 섬 어부들이 잡아 공급하는 싱싱한 활어회와 빼어난 전망이다.
봄철에는 서해 특산물 밴댕이회, 가을철에는 살이 통통하게 오른 왕새우 소금구이가 유명하다. 담백한 맛이 일품인 왕새우 소금구이는 10월이 제철이며 저렴한 가격에 푸짐하게 즐길 수 있다. 물때를 잘 맞춰 가면 자연산 농어, 우럭, 숭어를 맛볼 수 있다.
2층은 선착장 부근 식당들 가운데 전망이 가장 좋다. 창가에 앉으면 마니산과 석모도가 한 눈에 들어온다. 또 석모도를 오가는 배와 그 뒤를 졸졸 따라가는 갈매기떼 풍경도 볼 수 있다. 식사를 마치고 나와 바로 옆 망향돈대에 올라가 감상하는 저녁노을은 한 폭의 그림이다.
조승상(요한, 50)ㆍ조경숙(마리아, 45) 주인내외 인심도 후하다. 강화도 토박이 남편 조씨는 순박하기 이를 데 없는 '강화도령'이다. 부인은 남편 조씨를 "수도원에서 수사로 살면 딱 좋을 사람"이라고 말한다. 마당과 주차장이 넓다. 단체 손님들은 식사 후 마당에서 족구경기를 하거나 모닥불을 피워놓고 이야기꽃을 피운다. 문의: 032-933-6461.
<<찾아가는 길>>
서울서 강화대교를 건너 직진하면 읍내 중간쯤 군청 부근에 강화성당(032-933-2282) 표지판이 보인다. 우회전해서 조금 올라가면 강화초등학교 맞은 편에 성당이 있다. 강화터미널에서 10분 거리.
바다의 별 청소년수련원에 있는 일만위 순교자 현양동산(032-932-6318)은 강화성당에서 나와 서문 방향으로 좌회전해서 고비고개를 넘어야 한다. 강화성당에서 현양동산까지는 차로 20분 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