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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팔경(瀟湘八景) 한시(漢詩)의 함의(含意)와 정서적(情緖的) 기여(寄與)
- '동정추월(洞庭秋月)'을 대상으로 -
전경원(건국대강사)
1. 서론
이 논문은 '소상팔경(瀟湘八景)' 가운데 하나인 '동정추월(洞庭秋月)'을 노래한 한시 작품을 대상으로 작품의 함의(含意)와 작품을 창작하고 향유함으로써 얻게 되는 정서적 기여의 한 측면을 밝혀내고자 하는 목적에서 작성된 논문이다.
소상팔경에 대한 개략적 소개와 소상팔경의 형성기반, 사대부계층의 자연관 및 시와 그림의 관계 그리고 소상팔경에 대한 현재까지의 연구 성과물들에 대한 정리는 앞서 발표했던 '평사낙안(平沙落雁)'을 대상으로 한 논의에서 구체적으로 제시했기에 여기서는 중복을 피하기 위해 생략한다.
2. 동정추월(洞庭秋月)의 형상(形象)과 의미(意味)
'동정추월(洞庭秋月)'은 말 그대로 '동정호에 비치는 가을달'을 의미한다. 따라서 동정추월을 소재로 삼은 그림이라면 그와 같은 경물(景物)을 그린 것이고, 한시 작품이라면 그러한 시경(詩境)을 한시(漢詩)라는 형식을 빌어 문자(文字)로 형상화한 것이다.
동정추월을 노래했던 사대부 내지 중인층 작가들 가운데는 실제 중국 호남성 동정호에 가본 뒤에 작품을 창작했다기 보다는 대부분의 경우가 그림을 통해 간접적으로 접했거나 그도 아니면 이미 관념화되고 상징화된 동정추월(洞庭秋月)의 이미지를 토대로 작품을 창작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마다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는 시어의 이미지를 정확하게 분석해 낸다면, 관념화되고 상징화된 의미를 도출하기 위한 하나의 단서가 될 것이다. 다음에서는 '동정추월'을 노래하고 있는 작품들에서 빈번하게 등장하면서 반복적이며 고정된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는 시어들의 형상에 대하여 살펴보겠다.
2.1. 시어(詩語)의 형상(形象)
'동정추월(洞庭秋月)'을 노래한 한시 작품의 세계에서 중요한 형상은 하늘의 세계에 해당하는 '가을달' 즉 '추월(秋月)'과 땅의 세계에 해당하는 '동정호(洞庭湖)'의 이미지이다. 이는 하늘로 대변되는 양(陽)의 세계와 땅으로 대변되는 음(陰)의 세계로 구분되는 것으로 음과 양의 조화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세계가 동정추월이 갖는 경물(景物)의 기본 형상에 해당한다.
동정추월을 노래한 한시 작품군에서 주요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는 시어들 가운데 가장 기본이 되는 시어(詩語)는 '동정호(洞庭湖)'의 형상을 그린 시어와 그 동정호를 환하게 비추고 있는 가을달, '추월(秋月)'의 형상이다. 그리고 동정호와 추월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동정추월(洞庭秋月)'의 경이롭고 다채로운 경지에 대한 작품 내의 평어(評語)에 대하여 살펴보도록 하겠다.
① 동정호(洞庭湖)
앞서도 잠시 언급했듯이 작품 내에서 '동정호(洞庭湖)'는 지상(地上)의 세계를 대변하는 공간으로 '추월(秋月)'이 형상화하고 있는 천상(天上)의 세계와 대조를 이루고 있다. 그 같은 동정호를 형상화하고 있는 시어(詩語)로는, "벽옥 물결(碧玉濤)", "황금 물결(金波)", "거울처럼 맑은 물결(鏡澄波)", "맑디맑아 한결같은 물결(澄澄一樣波)", "만이랑(萬頃)", "만이랑 금물결(萬頃金)", "푸른 물결(碧波)", "희디흰 물결( 波)", "유리(琉璃)", "유리병(琉璃甁)", "유리처럼 매끄럽네(琉璃滑)", "호수빛 칠백리(湖光七百里)", "가을 강은 맑기가 비단같구나(秋江澄似練)", "일점라(一點螺)", "어두운 빛(暝色)", "강은 흡사 비단같네(江似練)", "넘실대는 물결(凌波)", "푸른 호수(碧湖)", "둥근 달빛 넘실대고(圓光湧)", "물결은 옥처럼 밝도다(波濤瑩澈)", "호수빛은 움켜쥘 수 있을만큼 밝구나(湖光明可摘)", "푸른 물결은 금빛으로 고요하지 않네(滄波金不定)", "동정호수의 푸름이 하늘과 같구나(洞庭湖水碧如天)" 와 같이 다양하게 형상화되고 있었다.
이처럼 동정호(洞庭湖)를 형상화하고 있는 시어들의 공통된 형상은 '황금빛'과 '푸르름' 그리고 '옥구슬'처럼 '투명'하고 '밝음'이라는 시각적 이미지를 그려내고 있었다. 이와 같은 시경(詩境)이 생성되는 까닭은 동정호(洞庭湖) 자체가 지닌 경물(景物)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가을날 저녁 밤하늘에 떠 있는 둥그런 '가을달(秋月)'때문인 것이다. 온 세상을 환하게 비추고 있는 가을날의 둥그런 보름달에 응하여 넘실거리는 물결로 화답하고 있다. 하늘에서 내리비추는 달빛을 동정호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금빛으로 물든 또 하나의 정채로운 시적 경관을 빚어내고 있는 셈이다.
② 추월(秋月)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동정호(洞庭湖)가 지상(地上)의 세계를 의미한다면 추월(秋月)은 천상(天上)의 세계를 의미한다. 동정호의 수면을 내리비추는 가을달(秋月)의 형상은 다음과 같이 형상화되고 있다.
"눈에 가득한 가을빛(滿眼秋光)", "둥근달(一輪)", "만이랑의 가을빛(萬頃秋光)", "얼음달(氷輪)", "은쟁반(銀盤)", "밝은빛(明輝)", "만리를 비추는 달(万里氷輪)", "용용한 달빛(溶溶月)", "밝은 거울(明鏡)", "경대의 거울(鏡開 )", "콩잎과 터럭을 분간하게 하고(秋後月光分菽毫)", "달빛은 구소단(月色九宵團)", "하얀빛(素光)", "비단빛(練光)", "가을달은 씻긴 듯이 밝고(秋月瑩如洗)", "하얀 옥쟁반(白玉盤)", "유리면(琉璃面)", "수정빛(晶光)", "보름달(滿月)", "맑은 빛(晴光)", "달빛(銀蟾)", "상서로운 빛(瑞彩)", "가을달(秋月)", "옥거울(玉鏡)", "금거울(金鏡)", "요대거울(瑤臺鏡)", "둥그런 가을달(月輪秋)", "둥글고 밝은달(一輪明月)", "날아가는 거울(飛鏡)", "최고로 밝은 달은 일년중 가을이라야 본다네(最看明月一年秋)", "가을빛(秋光)", "하얀달(素月)", "외로운달(孤輪)", "가을달(秋月)"
이처럼 가을달(秋月)에 대한 이미지는 다양하게 형상화되었다. 다양한 표현 가운데서도 공통된 이미지를 추출한다면, '풍요로우면서 둥글고 밝은 만월(滿月)'의 이미지를 생성하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달의 형상은 둥그런 보름달의 형상이 지배적이고, 색깔로는 맑은빛, 하얀빛, 상서로운 빛 등의 이미지로 그려져있으며, 달을 빗대고 있는 사물로는 은쟁반, 거울, 옥거울, 금거울 등에 비유하고 있었다.
③ 동정추월(洞庭秋月)의 형상에 대한 평어(評語)
이번에는 초점을 달리하여 동정호수에 비치고 있는 둥그런 가을달의 형상이 빚어내는 경물을 시인이자 서정적 자아인 작가는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 하는 점을 중심으로 살펴보겠다. 이는 동정추월의 형상을 평가하고 있는 평어를 중심으로 고찰하기로 한다. 우선, 동정호수와 가을달이 빚어내는 형상에 대한 시인의 평가가 드러난 평어는 다음과 같다.
"더없이 맑도다!(淸絶)", "감상하기에 족하네(足賞)", "물나라(水國)", "상쾌한 기운 가득하네(爽氣多)", "밝기가 그림과 같다(明如畵)", "하늘과 물이 맑은 빛으로 한가지 색이네(上下淸光同一色)", "한밤중에 새로운 흥취 일어 탁주를 내는구나!(夜半新興生濁 )", "온 세상이 모두 가을달 아래 있음은 옛부터 동정호 하나밖에 없도다!(四海共秋月/萬古一洞庭)", "밤 깊도록 쓸쓸함을 금하기 어렵구나(夜久不禁寥)", "인간 세상에는 이런 경치 없으니(人間無此景)", "꿈속에서 푸르네(夢中碧)", "참된 경치(眞景)", "달빛과 호수빛 온 세상이 가을일세!(月色湖光上下秋)", "빼어난 경관(勝地)"
등의 평어를 통해 동정추월(洞庭秋月)의 형상을 노래하고 있다. 이같은 평어에 주목해볼 때, 공통된 이미지는 가장 아름답고 빼어난 '승지(勝地)'의 형상으로 그려지고 있었다. 그같은 형상은 동정호수를 환하게 비추는 보름달의 가득찬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이같은 경물(景物)은 시인들에게 때로는 "한 폭의 그림과 같은 형상(如畵)"으로, 또 때론 "온 세상이 모두 가을달 아래 있음은 옛부터 동정호 하나뿐이었다.(四海共秋月/萬古一洞庭)"는 인식과 "인간 세상에는 이런 경치가 없다.(人間無此景)"는 전제 아래에 궁극적으로는 동정추월(洞庭秋月)이야말로, "진경(眞景)"이라는 식의 인식에 까지 미치고 있음이 확인된다.
④ 기타 시어(詩語)의 형상성
이상에서 살펴본 시어(詩語) 외에도 서정적 자아의 정서와 관련된 측면에서 몇가지 시어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서정적 자아는 '동정추월(洞庭秋月)'이 빚어내는 시경(詩境)을 대하면서, '시름·근심(愁)', '고독감(孤)', '가련함(可憐)', '쓸쓸함(寥)' 등의 정서를 표출하고 있었다. 그 구체적인 상황을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다.
* 시름(愁) - 乾坤空 易生愁 하늘과 땅은 부질없이 공활하여 쉬이 시름 자아낸다.
* 고독함(孤) - 萬里與同孤 만리와 더불어 한가지로 쓸쓸하구나
* 가련함(可憐) - 淸宵更可憐 맑은 밤에는 다시금 가련해지는구나
* 쓸쓸함(寥) - 夜久不禁寥 밤 깊도록 쓸쓸함을 금할 길 없도다
서정적 자아의 정서를 표출한 부분에서는 주로 시름(愁)과 고독(獨) 그리고 가련함(可憐)과 쓸쓸함(寥)이 그 주된 정서의 층위를 이루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는 이 지점에서 '동정추월(洞庭秋月)'의 형상이 빚어내는 시경(詩境)과 서정적 자아의 정서(情緖) 사이에 가로놓인 다소 상반된 괴리를 경험하게 된다. 말하자면, 동정추월이라는 풍요로움과 그윽함, 그리고 풍만함이 만들어내는 최고의 절경 앞에서 오히려 시름짓고, 고독함을 느끼며 가련함과 쓸쓸함을 표출하고 있는 서정적 자아의 현실과 대면하게 된다.
서정적 자아는 어째서 풍요롭고 화려한 형상을 접하면서, 이같은 정서를 표출하고 있는 것일까? 그같은 정서는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인가? 등등에 대한 세밀한 고찰이 필요하다. 이러한 의문은 이어지는 후반부의 논의에서 구체적으로 논하기로 하겠다.
다음으로 '동정추월(洞庭秋月)'을 노래한 한시 작품 가운데, 이따금씩 등장하고 있는 어부와 어부의 피리(笛) 소리가 빚어내는 형상이다. 이러한 형상이 빚어내는 이미지는 동정추월(洞庭秋月)이 지니고 있는 고요하고 정적인 분위기를 흔들면서 애상함을 덧보태는 효과를 연출하고 있었다.
다음에서는 절을 달리하여 동정추월(洞庭秋月)을 노래한 한시 작품들에서 보이는 공통적인 시경(詩境)의 특징에 대하여 살펴보도록 하겠다.
2.2. 시경(詩境)의 특징
지금까지는 작품 속에 그려진 시어의 형상을 통해서 '동정추월(洞庭秋月)'의 이미지를 살펴보았다. 이번에는 절을 달리하여 '동정추월'의 시경(詩境)은 어떠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하는 점을 중심으로 살펴보겠다. 동정추월을 노래한 46수 작품 세계 전반에 걸쳐있는 시경(詩境)의 특성 가운데 하나는 유난히 신선(神仙)사상에 기반한 도교적 분위기가 짙게 깔려있다는 점이다. 그러한 점은 각 작품들에서 보이는 시상전개에 기인하고 있다. 그 구체적인 예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강속의 항아(江娥)", "푸른 난새(靑鸞)", "은으로 된 궁궐(銀闕)", "광한궁(廣寒宮) ", "난새의 수레(鸞 )", "수정궁(水晶宮)", "예주궁(蘂珠宮)", "계수나무 그림자(桂影)", "상수의 신령(湘靈)", "신선이 되고싶다.(我欲仙)", "봉래(蓬萊)", "신선(仙班) ", "목란(木蘭)", "항아(嫦娥·姮娥)", "목란주(木蘭舟)", "신선의 배(仙舟)", "신선의 궁궐(紫府)", "신선(仙翁)", "제일의 신선(第一仙)", "신선의 집(神仙宅)", "날아가는 신선(飛仙)", "은하수(河漢)", "북두성(北斗)", "인어(鮫女)"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작품 속에 거듭하여 등장하고 있는 시어(詩語)의 내용을 정리해보면, '신선(神仙)'에 대해 언급한 경우가 총 8회, '신선의 공간'을 언급한 것이 총 13회, 신선의 새라고 할 수 있는 '난새'를 언급한 것이 총 2회, '항아'와 '교녀' 그리고 상수(湘水)의 '신령(神靈)'을 언급한 것이 총 7회, 달 속에 있다는 계수나무와 목란 내지 목란주를 언급한 것이 총 5회에 걸쳐 형상화되고 있었다. 이를 종합해 보면, 전체 46수의 작품에서 35회에 걸쳐, 신선사상에 기반한 도교적 분위기를 그려내고 있음이 확인된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의문시되는 것은 '동정추월(洞庭秋月)'이 빚어내는 아름답고 환상적이며 지극함에 이른 절경(絶景)에 직면한 서정적 자아는 경물과는 대조가 되는 고독하고 외롭고 쓸쓸한 정서를 표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그같은 정서를 신선과 같은 소재를 빈번하게 등장시키면서, 전반적으로 도교적 색채를 짙게 띄운 채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는 특징이 포착된다. 그렇다면, 이같은 시상 전개의 특징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대두된다. 말하자면, 빼어난 절경, 더할 수 없는 최고의 경지에 오른 장관을 보면서 느끼는 고독하고 외로운 정서, 그와 같은 상황에서 전개되는 도가적 분위기, 이같은 시상 전개상의 특징을 밝혀내야만 '동정추월(洞庭秋月)'의 함의(含意)가 드러나리라고 생각한다. 작품의 함의에 대해서는 절을 달리하여 살펴보도록 한다.
2.3. 작품(作品)의 함의(含意)
앞의 2.1.에서는 동정추월을 노래한 한시 작품 가운데 반복적으로 등장하면서, 주요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는 핵심 시어(詩語)들을 대상으로 그 시어들이 어떠한 형상을 만들어내고 있는가 하는 점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그 결과, '동정추월(洞庭秋月)'의 형상은 풍요로움과 넉넉함 그리고 최고 절정에 이른 승지(勝地)의 풍경을 그려내고 있었다.
그런데 이와 대조적으로 서정적 자아의 정서는 자연이 빚어내는 풍요롭고 넉넉한 풍경, 그리고 여유롭고 조화로운 풍경과는 어울리지 않게 쓸쓸하고 고독한 정서를 표출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다음으로 시경(詩境)의 특징을 논의했던 2.2.에서는 동정추월을 노래한 작품의 시상 전개에 있어서 그 공통 기반을 살펴보았다. 시상 전개의 특징으로는 도교적 소재들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신선사상(神仙思想)을 드러내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 절에서는 그와 같은 논의 성과를 분석함으로써 '동정추월(洞庭秋月)'을 노래한 작품들이 지닌 함의(含意)를 밝혀낼 수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최고의 경관에 직면한 서정적 자아가 왜 고독하고 쓸쓸하며 외로운 정서를 표출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같은 상황에서 어떤 이유에서 도교적(道敎的) 분위기가 연출되었던 것이며, 그 같은 시상(詩想) 전개는 또한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이 구체적으로 마련될 수 있을 때 비로소 '동정추월(洞庭秋月)'을 노래한 한시 작품 세계의 함의(含意)가 자연스레 드러날 것이라 기대한다.
동정추월(洞庭秋月)을 노래하고 있는 전체 46수는 크게 세 가지 층위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동정호에 비치는 가을달을 형상을 그려내면서 이를 인간 세상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최고의 경물(景物)이자 승지(勝地)로 인식하고 있는 작품군이다. 두 번째는 '동정추월(洞庭秋月)'을 앞서 언급한 최고의 절경(絶景)으로 인식하는 동시에 이를 토대로 서정적 자아의 고독함, 무상함, 쓸쓸함을 표출하고 있는 작품군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앞서 언급한 첫 번째와 두 번째의 내용을 포괄하면서도 다양한 선계(仙界) 요소를 통해 인간이 지닌 근본적 한계(限界)라 할 수 있는 유한성(有限性)을 극복해 보고자 했던 작품군으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다. 우선, 첫 번째 층위에 해당하는 작품으로 '동정추월'이라는 자연이 만들어 낸 최고의 절경을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에 대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洞庭湖上岳陽樓 동정호(洞庭湖) 위의 악양루(岳陽樓)는
名勝由來冠九區 명승지 유래로 아홉구 가운데 으뜸일세
誰是四時佳節序 누가 사계절 아름다운 절기가 차례한다 했는가
最看明月一年秋 일년 중 가장 밝은 달은 가을에야 볼 수 있네
波濤瑩澈東南遠 파도는 옥처럼 밝아 동남쪽이 멀어보이고
天地空虛上下浮 하늘과 땅은 공허하여 위 아래로 떠 있구나
笑爾寂寥韓杜句 이 고요함과 쓸쓸함을 한유와 두보는 시구로 웃었으나
此間眞景 能 이 세상에서 이같은 참된 경치를 어찌 취할 수 있겠는가
이 작품은 '동정추월(洞庭秋月)'이 빚어내는 경물(景物)을 주로 노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2구에서는 '동정호(洞庭湖)'에 위치한 '악양루(岳陽樓)'라는 명승지의 유래를 언급하고, 3·4구에서는 '동정추월(洞庭秋月)'이 사계절의 경물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동시에 일년 중 가장 아름답고 밝은 달을 볼 수 있음을 언급하고 있다. 이어지는 5·6구에서는 동정호 수면에 대한 묘사 및 천상과 지상의 세계를 형상화하고 있다. 9·10구에 이른 작품의 시상(詩想)은 '동정추월(洞庭秋月)'의 형상을 '진경(眞景)'이라고 평가하면서 작품 전체의 시상을 마무리하고 있다. 결국 이 작품은 봄(春)·여름(夏)·가을(秋)·겨울(冬), 사계절의 경치 가운데 가장 으뜸이 되는 것은 동정호의 가을달을 노래한 '동정추월(洞庭秋月)'임을 언급하고 있다.
<2>
海門推上爛銀盤 바다 문이 찬란한 은쟁반을 추켜 올리면,
鐵笛聲高萬頃寒 쇠피리 소리는 높고 만이랑 물결은 차가와라.
最是淸光秋更好 가장 좋은 것은 맑은 빛이니 가을이 더욱 좋아,
欄須到夜深看 난간에 기대어 모름지기 밤 깊도록 바라보는구나.
이 작품 역시 '동정추월(洞庭秋月)'의 국면을 최고의 정점에 도달한 형상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2구에서는 바다의 수평선 위로, 은쟁반에 비유된 가을달이 떠오르는 시각적 이미지와 피리 소리라는 청각적 이미지 등이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경(景)을 형상화하였다. 그같은 시상 전개가 3·4구에 이르러서는, "가장 좋은 것은 맑은 빛이니 가을이 더욱 좋다.(最是淸光秋更好)"고 하면서, 난간에 의지하여 밤 깊도록 경물에 심취해 있는 서정적 자아의 형상을 그리고 있다. 다음의 작품도 동일한 맥락에서 읽혀지는 작품이다.
<3>
平湖七百里 평활한 호수 칠백리(七白里)
積靄夜來收 쌓인 안개 밤이 오면 걷히네
欲知秋月好 가을달(秋月)이 좋음을 알고자 할지면
須上岳陽樓 모름지기 악양루에 올라야 한다네
이 작품에서도 서정적 자아는 넓고 광활한 동정호의 평평한 호수를 "칠백리(七百里)"라고 언급하면서, 호수를 둘러싸고 짙게 내리깔린 안개가 밤이 되면 서서히 걷히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세상을 환하게 비추는 가을달의 위용을 악양루(岳陽樓) 위에서 한 눈에 조망(眺望)할 수 있음을 언급하고 있다. 결국은 이 작품 또한 '동정추월(洞庭秋月)'이라는 자연이 만들어 낸 최고의 절경을 형상화한 작품에 해당한다.
다음은 두 번째 층위로 '동정추월(洞庭秋月)'이라는 절경을 노래하면서 서정적 자아의 고독함과 무상함 그리고 쓸쓸함과 같은 정서를 표출하고 있는 작품군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4>
湖光明可摘 호숫빛은 움켜쥘 수 있을 만큼 밝고
月意又從然 달의 뜻 또한 그러함을 따르네
猿掛驚仍落 잔나비 매달려 있다가 놀라서 떨어지고
龍寒動不眠 용은 추워 꿈틀거리며 잠들지 못하네
江娥啼出竹 강가의 항아는 대숲에서 나와 울어대고
鮫女語乘烟 인어는 안개를 타고서 속삭이네
勝地樓能逈 승지(勝地) 누각은 멀리까지 볼 수 있건만
淸宵更可憐 맑은 밤에 다시금 가련해는구나
이 작품은 전반부에서는 '동정호(洞庭湖)'와 '추월(秋月)'의 형상을 묘사하고 후반부에 가서 서정적 자아의 정서를 드러내는 작품으로 전형적인 선경후정(先景後情)의 시상 전개방식을 취하고 있다. 작품의 1·2구에서는 동정호의 지상세계와 달(月)의 천상세계와 조화로움을 대비시켜 말하였고, 3·4구와 5·6구에서는 각각 '잔나비(猿)'와 '용(龍)', 그리고 '강아(江娥)'와 '인어(鮫女)'의 대비적 형상을 통해 시경(詩境)을 형상화하고 있다.
그런데, 9·10구의 시상을 마루리하는 단계에 이르면 서정적 자아는 '승지(勝地)'라는 시어(詩語)를 통해 언급한 바와 같이 탁월한 경물(景物)을 지닌 공간에서, 게다가 '청소(淸宵)'라 말한 바와 같이 맑은 밤이라는 시간적 배경과는 어울리지 않게 오히려 '가련함(可憐)'이라는 정서를 표출하고 있다.
<5>
秋天淨如洗 가을 하늘 맑기가 씻은 듯 하고
月上洞庭湖 달은 동정호 수면 위에 떠 있구나
君山杳一點 군산(君山)은 한 점으로 아득하니
萬里與同孤 만리와 더불어 한가지로 쓸쓸하네
이 작품도 선경후정(先景後情)이라는 시상전개방식에 따라 앞의 1·2구에서 가을 하늘과 동정호에 비친 달의 이미지를 형상화하고, 뒤의 3·4구에서 서정적 자아의 '고독하고, 쓸쓸한 정서(孤)'를 드러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구의 '군산(君山)'은 동정호의 악양루에서 바라다보이는 거리에 있는 조그만 섬으로, 이곳에는 옛부터 내려오는 갖가지 전설이 묻혀 있으며, 호반의 악양루에서 보면 '은쟁반 위에 놓은 푸른조개'처럼 보인다고 한다. 이같은 절경을 당대의 왕족과 사대부 계층은 물론이거니와 평민층에서조차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관의 하나로 인식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위의 작품에서처럼 아름다운 절경(絶景)을 두고서 '쓸쓸함'과 같은 정서를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6>
君山午夜月輪秋 군산(君山)은 밤낮으로 둥그런 가을달인데
腋挾飛仙汗漫遊 겨드랑이에 끼고 나는 신선 땀흘리며 질펀하게 놀았네
銀漢低連洞庭水 은하수 아래로는 동정호의 물과 연해있고
金波逈滿岳陽樓 금빛 물결은 멀리로 악양루에 가득하네
魚龍 嘯濤聲起 어룡(魚龍)이 휘파람 부니 파도 소리 일어나고
風露凄淸桂影浮 바람과 이슬 차갑고도 맑으니 계수나무 그림자 떠있네
莫遣登臨吹鐵笛 높이 올라 철피리 불면서 끼치지 말아야 하는데
乾坤空 易生愁 하늘과 땅은 부질없이 공활하여 쉬이 시름 자아내네
'동정추월(洞庭秋月)'의 절경(絶景)을 접하고 이를 형상화하면서, '시름(愁)'이라는 서정적 자아의 정서를 표출하는 경우는 이 작품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군산(君山)'의 아름다움과 동정호에 내리비추는 은하수의 형상, 그리고 달빛에 반사되어 출렁이는 동정호의 금빛 물결 등의 형상을 그리면서도 결구(結句)에 가서는 '근심'과 '시름'을 표출하면서 시상(詩想)을 마무리하고 있는 작품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층위는 신선사상(神仙思想) 내지는 도가적(道家的) 요소를 통해 인간이 지닌 본래적 유한성을 극복하고자 하는 계열의 작품이다. 이 작품들에서는 신선(神仙)이나 항아(姮娥), 광한궁(廣寒宮) 등의 비현실적 요소를 통해 현실의 제약을 초월하여 영원성과 지속성을 획득하고자 하는 작가의식의 일단면을 엿볼 수 있다. 이에 해당하는 작품들은 다음과 같다.
<7>
秋天杳杳水溶溶 가을 하늘 아득하고 호수 물은 넘실넘실
万里氷輪輾上空 만리를 비추는 달이 하늘에 떠있네
上下淸光同一色 하늘과 물이 맑은 빛, 한 빗깔로 동색이니
却疑身在水晶宮 이 몸은 틀림없이 수정궁에 있다네
<8>
洞庭湖水碧如天 동정호 물은 푸름이 하늘 같고
秋月中浮滉 然 가을달은 가운데 떠서 둥실거리네
好倚岳陽樓上望 즐거이 악양루에 기대어 하늘 바라보며
朗 詩過問飛仙 낭랑하게 시를 읊조리며 비선(飛仙)에게 묻는다네
위의 <7>, <8> 두 작품은 공통된 시상 전개방식을 보이고 있다. 전절의 1·2구는 동정호와 가을달이 빚어내는 형상을 묘사하였고, 후절의 3·4구에서는 신선사상(神仙思想) 내지는 도가적 분위기를 통해 시상을 마무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작품 <7>의 경우를 보면, 1·2구에서 가을 하늘과 만리(萬里)까지 비추고 있는 달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후에 3·4구에서는 하늘과 물이 한 빗깔로 어우러진 경지를 그려내었다. 그러면서, 서정적 자아는 이같은 형상을 통해, "이 몸은 틀림없이 수정궁에 있다네(却疑身在水晶宮)"라고 언급하고 있다. 이같은 표현은 '동정추월(洞庭秋月)'이 지닌 현실 세계의 형상을 선계(仙界)의 경물(景物)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근거가 된다.
작품 <8>은 1·2구에서 동정(洞庭)과 추월(秋月)이 어우러진 형상을 묘사하고서 3·4구에서는 '악양루(岳陽樓)'에서 바라보는 경관을 보고 시(詩)를 읊조리면서, "낭랑하게 시를 읊조리며 비선(飛仙)에게 묻는다네(朗 詩過問飛仙)"라고 함으로써, 동정추월(洞庭秋月)의 형상을 선계(仙界)의 모습으로 인식하고자 하는 태도로 시상을 마무리하였다. 다음의 작품들도 같은 경향을 보이는 작품이다.
<9>
波橫練 희디흰 물결 비단을 비낀 듯하고
溶溶月上空 용용한 달은 허공에 떠오르네
水天一色迷西東 물과 하늘 한 빛으로 동서가 아득하니
滉瀁 中 넓고도 넓은 유리 속이로세
雲際飛明鏡 구름 가엔 밝은 거울이 날고
江心臥綵虹 강 속엔 채색 무지개 누웠어라
岳陽樓上倚淸風 악양루(岳陽樓) 위로 맑은 바람 비꼈으니
疑入蘂珠宮 예주궁으로 드는 것인가 의심스럽네
이 작품에서도 1·2구는 동정호 수면의 아름다움과 허공에 떠 있는 보람달을 그리고 있다. 3·4구에서는 호수와 하늘빛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형상을 제시하였다. 후반부라 할 수 있는 5·6구에 이르면 구름가엔 '명경(明鏡)'이라 칭한 달이 떠 있고, 강 속엔 색깔로 채색된 무지개가 누워있다고 하였다. 그리고는 7·8구에 이르러서, "예주궁으로 드는 것인가 의심스럽네(疑入蘂珠宮)"라고 함으로써, '예주궁(蘂珠宮)'과 같은 시어를 통해 신선사상(神仙思想)을 드러내면서 시상을 마무리하고 있는 작품이다.
<10>
湖水澄澄秋影寒 가을 호수 맑디 맑아 찬 그림자 드리우고
露洗風吹生桂魄 이슬은 바람에 씻기우니 달빛이 일어나네
君山玉樹森可數 군산(君山) 옥수(玉樹)의 무성함 셀 수 있건만
老 抱珠眼不熟 늙은 용은 여의주 품고도 눈은 익숙치 못하네
夜深袞響落雲間 밤 깊으니 곤룡 소리 구름사이로 떨어지고
定有湘靈弄瑤瑟 정히 상수의 신령 있어 옥으로 된 거문고 희롱하네
骨淸魂冷我欲仙 맑은 몸과 차가운 혼백으로 이 몸이 신선 되어
擬向蓬萊訪銀闕 봉래(蓬萊) 향하고 은궐(銀闕)를 찾아가고자 하네
작품 <10>도 위의 작품들과 같이, 시상전개방식에서 공통된 서정적 자아의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말하자면, 이 작품에 드러나고 있는 서정적 자아의 태도 역시, 전반부에서는 동정호와 가을달이 생성하는 조화로운 경물을 묘사하고 있으며, 후반부에 가서는, "맑은 몸과 차가운 혼백으로 이 몸이 신선 되어/ 봉래(蓬萊) 향하고 은궐(銀闕)를 찾아가고자 하네(骨淸魂冷我欲仙/擬向蓬萊訪銀闕)"라고 형상화함으로써 시상(詩想)을 마무리하였다. 이러한 시상전개방식은 앞의 몇 작품에서와 같이 공통된 시상전개방식으로 관념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동정추월(洞庭秋月)'의 형상을 도가적(道家的) 분위기로 형상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논의한 바와 같이, '동정추월(洞庭秋月)'을 형상화한 한시 작품들의 특성은 크게 세 가지 층위를 이루고 있었다. 그것은 첫 번째는 '최고의 절경'이자 '빼어난 경관'을 갖추고 있는 '명승지(名勝地)'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이처럼 빼어난 경물(景物)을 접하며 갖게 되는 서정적 자아의 '고독감(獨)', '쓸쓸함(寥)', '근심(愁)' 등의 공통된 정서를 표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실경(實景)에 해당하는 동정추월(洞庭秋月)의 형상을 도가적(道家的) 소재(素材)나 신선사상(神仙思想) 등을 통해 형상화하고 있다는 특성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이와 같은 세 층위는 어떠한 관련성을 지니고 있으며, 구조화되어 있는가 하는 점을 논해야 할 순서이다. 이는 달리말하면, '소상팔경(瀟湘八景)' 가운데 '동정추월(洞庭秋月)'만이 갖는 함의(含意)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같은 함의가 전제되어 있었기에,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나 혹은 그림을 토대로 시를 짓는 작가, 그리고 관념화된 '동정추월'의 형상을 그림과 한시로 창작하고, 이를 즐기던 향유층의 의식 세계를 끊임없이 자극하고, 지속적인 관심과 호기심, 흥미를 유발할 수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동정추월(洞庭秋月)'의 한시 세계에서 드러난 세가지 특성이 어떠한 유기적 관련성을 맺고 있는가 하는 점은 작품의 감추어진 상징적 의미를 해석하는데 중요한 실마리가 되는 셈이다.
'동정추월(洞庭秋月)'을 노래한 한시 작품들이 동정호에 비추는 가을 보름달의 형상을 최고로 아름다운 경물의 하나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은 많은 작품에 사용된 표현이나 평어(評語)를 통해서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그처럼 빼어난 절경을 대하면서, 어째서 '고독함'과 '서글픔', '쓸쓸함', '무상감', '근심'과 같은 어두은 측면의 정서가 부각되고 있는 것인지? 그리고 왜 갑자기 시인은 그같은 실경(實景)-물론, 관념적 세계로나마 머물러 있던 실경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을 두고서, 선계(仙界)와 같은 분위기로 이끌려고 하는가? 하는 점에 대한 의문은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기에, 조금 다른 차원에서 접근해 들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앞서 발표했던 '평사낙안'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상징적인 의미로 해석해야 그 의미가 드러날 것이다. 말하자면, 가을의 풍경인 '동정추월'의 형상이 지닌 보편적 상징성에 눈을 돌려보아야 한다는 점이다. 시인과 독자를 포함한 담당층은 '동정추월'을 그린 그림이나 시 작품을 보면서, 어떠한 상징적 의미를 읽어내고 있는가 하는 '독화(讀畵)의 원리(原理)'에 주목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앞서 발표했던 '평사낙안(平沙落雁)'의 논의에서도 언급했듯이, 소상팔경(瀟湘八景)을 노래한 작품들은 각각 두 폭씩이 봄(春)·여름(夏)·가을(秋)·겨울(冬), 사계절의 순환이라는 우주적 질서와 일치하고 있으며, 이러한 질서는 인간 삶의 과정이라 할 수 있는 생장사멸(生長死滅)의 필연적 법칙 내에서, 청년기(春), 중년기(夏), 장년기(秋), 노년기(冬)라는 삶의 여정과도 그 맥락을 함께 한다는 상징성을 획득하고 있다. 이같은 관점에서 볼 때, 가을날 동정호라는 거대한 호수를 환하게 내리비추는 보름달의 형상은 최고의 절정(絶頂) 내지 극점(極點)에 도달한 장년기의 한 국면을 형상화한 것으로 읽어낼 수 있다. 말하자면, '동정추월(洞庭秋月)'이 빚어내는 형상은 가장 풍요롭고 여유로우며, 삶의 여정에서 최고 정점에 도달해 있는 인생의 한 국면을 상징한다. 그것은 한 개인이 올라갈 수 있는 최고의 지위이자, 한 개인이 가질 수 있는 최대한의 풍요로운 상태가 바로 '동정추월(洞庭秋月)'의 세계인 것이다.
그러나, 다른 관점에서 보면, 동정추월(洞庭秋月)이 도달해 있는 이 지점은 마치 밤하늘의 달도 둥근 보름달이 되어 차면 다시 기우는 것처럼, 가장 높이 올라간 최고의 정점(頂點)이야말로 이제는 더이상 올라갈 수 없고, 내려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 단계에 이르면 이제 인간은 스스로가 삶이 지닌 유한성과 한계를 인식(認識)하고 자각(自覺)하게 되는 상황이다. 그러기에 그런 개인(個人)에게 남는 것은 후회(後悔)와 지나온 삶에 대한 안타까움 그리고 회한(悔恨)일 것이다.
동정추월(洞庭秋月)을 노래한 작가나 그것을 향유하는 독자가 서로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지점이자 작품의 상징성을 인식하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 동정추월을 노래한 작품들은 분명 최고의 정점이자 풍요롭고 여유로운 경지를 형상화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무상감'과 '고독함' 그리고 '쓸쓸함'의 정서를 표출하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이같은 인식이 전제되어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사고체계(思考體系)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같이 인간이 지닌 한계성(限界性)과 유한성(有限性)을 자각하는 순간, 인간은 '영원성(永遠性)'과 '보편성(普遍性)' 그리고 '항구성(恒久性)'을 간절하게 소망하게 된다. 이 간절한 소망을 달성하기 위해, 이를테면 영원성과 항구성을 획득하기 위해, 작가는 신선사상(神仙思想)이 필요했고, 도가적(道家的) 소재(素材)와 그와 맥을 같이하는 시상전개방식(詩想展開方式) 등의 표현기법(表現技法)이 요구되었던 셈이다.
요컨대, '동정추월(洞庭秋月)'을 노래한 한시 작품들이 지니고 있는 함의(含意)는 넓고도 넓은 동정호(洞庭湖)을 가득 내리비추는 가을달(秋月), 말하자면 '보름달'이 상징하듯, 풍요로운 결실의 계절인 '가을'로 상징되는 인생 최고의 절정기-장년기-에서 필연적으로 깨달을 수밖에 없는 인간의 유한성과 한계상황의 자각을 전제로 한다. 이처럼 인생 최고의 절정기인 장년기에 느끼게 되는 인생의 유한성과 한계상황을 인식하고 거기서 오는 '무상감(無常感)'과 '허탈감(虛脫感)' 그리고 '고독함'과 '쓸쓸함'을 위로하고, 인간의 유한성(有限性)을 극복해 보고자 하는 의도에서 도가적(道家的) 소재(素材)와 신선사상(神仙思想)등을 통해 자연스레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이다.
3. 정서적(情緖的) 기여(寄與)
지금까지는 '동정추월(洞庭秋月)'의 형상과 의미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 장에서는 앞서 논의했던, '2.1.시어(詩語)의 형상(形象)'과 '2.2. 시경(詩境)의 특징(特徵)' 그리고 '2.3. 작품(作品)의 함의(含意)'의 내용을 토대로 하여 동정추월(洞庭秋月)을 노래하고 향유했던 담당층들, 그 가운데서도 주된 작가층이라 할 수 있는 특히 사대부 계층의 작가들에게 '동정추월(洞庭秋月)'이라는 작품이 어떠한 측면에서 정서적으로 기여하고 있었는가 하는 점이 주된 논의 대상이 된다.
앞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소상팔경(瀟湘八景)의 여덟 가지 경물(景物)들은 제각각 의미하는 바가 다르다. 때문에 그림 속에 혹은 한시 작품 속에 녹아들어있는 작품의 주제의식을 해석하고 감상하는 것은 전적으로 독자가 해당 그림을 혹은 작품을 읽어내야하는 독화(讀畵) 내지 독시(讀詩) 능력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사낙안(平沙落雁)'의 논의과정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가을'이라는 계절적 배경을 인간이 태어나고 성장하고 늙으며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삶의 여정에 빗대어 본다면, '가을'은 장년기(長年期)에 해당할 것이다. 이 시기는 인생에서 최고의 절정기이면서 가장 높은 지위에까지 오른 때일 것이다. 그러나, 최고의 정점(頂點)에 해당하는 지위에 오르기 위해서는 자신의 처신을 끊임없이 삼가고 신중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처럼 신중한 처신에 대한 문제를 끊임없이 노래하고 있는 것이 바로 '동정추월(洞庭秋月)'의 전편(前篇)인 '평사낙안(平沙落雁)'의 작품세계였다. 그처럼, '평사낙안(平沙落雁)'에서 문제삼고 있는 '처신(處身)'과 '진퇴(進退)'의 문제를 원만하게 수행하여 '공수신퇴(功遂身退)'의 발판을 마련한 후에야 맞이할수 있는 형국이 '동정추월(洞庭秋月)'의 세계이다.
'평사낙안(平沙落雁)'에서 경계하는 내용을 훌륭하게 소화할 수 있을 때 '동정추월(洞庭秋月)'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사실은 언급한 바 있다. '동정추월(洞庭秋月)'은 그 같은 맥락에서 '평사낙안(平沙落雁)'과 긴밀한 관련을 맺고 있으며, 아울러 '동정추월(洞庭秋月)'은 '어촌석조(漁村夕照)'와 '강촌모설(江村暮雪)'의 지향(指向)과도 유기적이며 구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셈이다. 소상팔경(瀟湘八景)을 노래한 여덟 작품들에 대한 유기적 관계나 구조 등에 관해서는 개별 작품들에 대한 연구성과가 축적되면 자연스레 드러날 것이므로, 이 논문에서는 이 정도로 하고, 구체적인 논의는 다음으로 미룬다.
논의의 방향을 다시 '동정추월(洞庭秋月)'이 사대부 혹은 향유층에게 어떠한 정서적 기여(情緖的 寄與)를 하고 있었는가 하는 점에 초점을 맞추기로 하겠다. '동정추월(洞庭秋月)'의 함의(含意)를 논의하면서, 드러난 바와 같이 동정추월(洞庭秋月)이 의미하는 세계는 인간의 삶에서 최고 정점에 도달한 상황이었다. 그 위치는 모든 것이 풍요롭고 여유로운 지위가 보장된 자리였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최고의 지위는 더 이상의 상승이 불가능하여 다시 하강(下降)할 수밖에 없는, 하강이 시작되는 자리이기도 했다. '동정추월(洞庭秋月)'을 노래한 작가나 독자들은 이 같은 사실을 인식하게 될 때, 삶의 '무상감(無常感)'과 '허무감(虛無感)' 그리고 '고독감(孤獨感)'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 같은 인간의 한계와 유한성을 초월하여 영원성을 얻고자 했던 소망은 '신선(神仙)'과 같은 소재를 통해 표출되었던 것이다.
요컨대, '동정추월(洞庭秋月)'을 그린 그림과 작품은 봄·여름·가을·겨울의 사계절에서 자연의 질서로는 최고 정점(頂點)에 도달한 국면에 해당한다. 그 국면은 우리 인간의 삶에서 최고 절정기에 해당하는 장년기(長年期)로 치환하여 이해하기에 적합한 상징성을 획득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더 이상 오를 곳 없이 내려가야만 하는 이 시기에 느끼게 되는 삶의 무상함과 허무함 등을 극복하고, 영원성과 항구성을 얻고자 하는 취지에서 '동정추월(洞庭秋月)'이 끊임없이 불려진 것이다. 따라서 '동정추월(洞庭秋月)'을 노래했던 사대부 작가층이나 이를 향유했던 담당층의 사유체계 내에서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또는 이같은 사실을 인식 했거나 못했거나 상관없이 이러한 전제에 암묵적(暗默的) 동의를 하고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찾아오는 '무상함'과 '허무함', '쓸쓸함' 등을 '동정추월(洞庭秋月)'을 노래함으로써 일정 부분 극복하게 되고 정서적 안정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이 점이 바로 '동정추월(洞庭秋月)'이 갖는 정서적(情緖的) 기여(寄與)의 한 측면이 되고 있다.
4. 결론
지금까지 소상팔경(瀟湘八景) 한시 가운데, '동정추월(洞庭秋月)'을 노래한 작품을 대상으로 작품군의 함의(含意)와 정서적(情緖的) 기여(寄與)의 측면에 대해 논의하였다. 논의 내용을 요약적으로 제시하는 것으로 결론을 삼겠다.
먼저 2장에서는 '동정추월(洞庭秋月)'의 형상과 의미에 주목한 논의를 전개하였다. 그래, 2.1.에서는 시어(詩語)의 형상에 주목한 논의를 하였다. 그 결과 작가들은 '동정추월(洞庭秋月)'을 자연이 빚어내는 최고의 경물(景物)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가지 독특한 점은 그처럼 최고의 절경에 대한 작가들의 반응이었다. 말하자면 풍만함과 풍요로움이 만들어내는 최고의 절경 앞에서 오히려 시름짓고, 고독함을 느끼며 가련함과 쓸쓸함을 표출하고 있는 서정적 자아와 대면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2.2.에서는 시경(詩境)의 특징에 주목한 논의였다. 여기서 작가들은 많은 경우, 의도적으로 도가적(道家的) 분위기 내지는 신선사상(神仙思想)에 기초하여 시상(詩想)을 전개하고 있었다. 여기까지 논의가 전개되자 하나의 의문이 일었다. 즉 '동정추월(洞庭秋月)'이라는 최고의 절경과 이를 보며 표출되는 고독감, 쓸쓸함, 무상함 등의 어울리지 않을 듯한 정서표출, 그리고 도가적 분위기와 신선사상이라는 세 가닥의 층위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였다. 이는 절을 달리하여 2.3.에서 논의하였다.
2.3.은 '동정추월(洞庭秋月)' 작품이 지닌 함의(含意)를 논하는 절이었다. 그 결과, '동정추월(洞庭秋月)'의 함의(含意)는 인생 최고의 절정기에 해당하는 장년기에 느끼게 되는 인생의 유한성과 한계상황을 인식하고 거기서 오는 '무상감(無常感)'과 '허탈감(虛脫感)' 그리고 '고독함'과 '쓸쓸함'을 위로하고 초월하여 인간의 유한성(有限性)을 극복해 보고자 하는 의도에서 도가적(道家的) 소재와 신선사상(神仙思想) 등의 기법으로 시상(詩想)을 전개한 작품군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3장에서는 '동정추월(洞庭秋月)'이 갖는 정서적 기여의 한 측면을 살펴보았다. '동정추월(洞庭秋月)'을 형상화한 그림과 작품은 봄·여름·가을·겨울의 사계절 가운데 자연의 질서로는 최고 정점(頂點)에 도달한 국면에 해당한다. 그 국면은 우리 인간의 삶에서 최고 절정기에 해당하는 장년기(長年期)로 치환하여 이해하기에 적합한 상징성을 획득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더 이상 오를 곳 없이 내려가야만 하는 이 시기에 느낄 수밖에 없는 삶의 무상함과 허무함을 극복하고, 영원성과 항구성을 얻고자 하는 취지에서 '동정추월(洞庭秋月)'이 끊임없이 불려진 것이다. 따라서 '동정추월(洞庭秋月)'을 노래했던 사대부 작가층이나 이를 향유했던 담당층의 사유체계 내에서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또는 이같은 사실을 인식했거나 못했거나 상관없이 이러한 전제에 암묵적(暗默的) 동의를 하고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찾아오는 '무상함'과 '허무함', '쓸쓸함' 등을 '동정추월(洞庭秋月)'을 노래함으로써 유한성이 전제되어 있는 인간 세계의 질서를 잠시나마 극복하게 되는 것이고, 그를 통해 정서적 안정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점이 '동정추월(洞庭秋月)'이 갖는 정서적(情緖的) 기여(寄與)의 한 측면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지금까지 '동정추월(洞庭秋月)'을 노래한 한시 작품을 대상으로 함의(含意)와 정서적(情緖的) 기여(寄與)의 한 측면에 대해 살펴보았다. '동정추월(洞庭秋月)'은 소상팔경(瀟湘八景)이라는 여덟 폭의 그림 가운데 '평사낙안(平沙落雁)'과 함께 '가을'을 배경으로 삼은 화폭(畵幅)이다. 따라서 이 논의는 소상팔경(瀟湘八景)의 여덟 폭이 지닌 개별적 의미와 구조를 파악하기 위한 예비적 검토에 해당한다. 여덟 폭의 그림과 이를 노래한 한시 작품의 유기적 상관성이나 구성방식 등에 관해서는 미처 자세하게 다루지 못했다. 그 점은 개별 작품에 대한 논의 성과가 마련된 후에 가능할 것이다. 자료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부족하다보니 거칠고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이 넘치고 있다. 정리되지 않은 부분들은 계속해서 보완해 나가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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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록
동정추월(洞庭秋月) 漢詩作品 - 총 46수
1.雲端 黃金餠/霜後溶溶碧玉濤/欲識夜深風露重/倚船漁父一肩高
2.滿眼秋光濯炎熱/草頭露顆珠璣綴/江娥浴出水精寒/色戰銀河更淸絶/波心冷影不可 /天際斜暉那忍沒/飄飄淸氣襲人肌/欲控靑鸞訪銀闕
3.何事江天得月多/金波交映鏡澄波/雖然天朗無纖靄/未害 林間綠蘿
4.月將江影孰爲多/俱是澄澄一樣波/憑仗秋晴猶足賞/何人好事剪林蘿
5.水國秋凉爽氣多/永輪正好映寒波/波心俯鑑無勞望/不用登山費挽蘿
6.浦客無心弄月多/殷勸進棹出衝波/分明已見 前泊/樸葉遮頭又帶蘿
7.浦客何須蕩 多/我憐全鏡碎於波/維舟側畔明如畵/細看秋蟲上薛蘿
8.一輪分影也何多/炤遍汀沙又印波/把酒若成江上望/石間猶可藉紅蘿
9.三更月彩澄銀漢/萬頃秋光泛素濤/湖上誰家吹鐵笛/碧天無際 行高
10.萬里天浮水/三秋露洗空/氷輪輾上海門東/弄影碧波中/蕩蕩開銀闕/亭亭揷玉虹/雲帆便欲掛西風/直到廣寒宮
11.衡岳寬臨北/君山小近南/中開七百里湖潭/吳楚入包含/銀漢秋相接/金波夜正涵/擧盃長嘯待鸞 /且對影成三
12.海門推上爛銀盤/鐵笛聲高萬頃寒/最是淸光秋更好/ 欄須到夜深看
13.明輝發蟾兎/靜映浸龜魚/此中憂樂意/老范不欺余
14.長林隱映欲棲鴉/十二峯頭月似波/夜靜倚樓無限思/一聲柔櫓隔蘆花
15.秋天杳杳水溶溶/万里氷輪輾上空/上下淸光同一色/却疑身在水晶宮
16. 波橫練/溶溶月上空/水天一色迷西東/滉瀁 中/雲際飛明鏡/江心臥綵虹/岳陽樓上倚淸風/疑入蘂珠宮
17.雲物掃銀漢/露華凝碧穹/衡湘萬里混西東/暗淡有無中/海角迷金暈/乾端射白虹/氷輪輾上駕長風/今徹碧雲空
18.天風吹散鏡開 /寥落秋心一夜添/桂影輾飛雲毋帳/ 光射透水晶簾/看窮皓色三千 /呑盡波心八九兼/自此淸輝分壯氣/更無査滓 廉纖
19.湖水澄澄秋影寒/露洗風吹生桂魄/君山玉樹森可數/老 抱珠眼不熟/夜深袞響落雲間/定有湘靈弄瑤瑟/骨淸魂冷我欲仙/擬向蓬萊訪銀闕
20.天水相涵夜氣寒/窟蟾騰彩駭波殘/楚天萬里無纖 /吳容三秋倚畵欄/工部淸詩警海內/洞賓雲御冠仙班/數聲橫吹添悲壯/身在洪 未判間
21.秋後月光分菽毫/水落更覺君山高/幽人松下坐何事/夜半新興生濁
22.四海共秋月/萬古一洞庭/誰將白銀水/馮此琉璃甁/颯爾微風來/酒然塵骨醒/何當一葉舟/直 君山靑
23.露洗天初淨/風微浪自安/湖光七百里/月色九宵團/正合吹龍笛/眞成倚木蘭/嫦娥應少寐 姮娥/夜久不禁寥
24. 風吹夜/微微露洗秋/空明無際素光浮/影動岳陽樓/玉兎 秋冷/湘靈定戀幽/千般騷思入搔 /人艤木蘭舟
25.月到中秋勝/江從楚澤寬/練光千里瀉/蟾彩十兮團/未信霜天曉/空驚鶴夢殘/危樓仍從倚/淸 逼人寒
26.秋月瑩如洗/秋江澄似練/初疑白玉盤/墮此琉璃面/虛明情境空/ 立至夜半
27.玉露浩如瀉/金波晴浸湖/琉璃一千項/孤艇泛虛無
28.湖面平千里/中秋桂影舒/晶光分物象/灝氣 龍魚/軒樂繁音 /仙舟裂管餘/誰能跨 去/紫府問盈虛
29.萬頃湖光一點螺/滿輪圓魄正舒波/欲憑笛調魚龍伏/無復仙翁裂管何
30.巫山秋氣暗靑楓/白帝城寒一葉風/暝色欲來湘浦外/晴光忽射洞庭東/人隨黃鶴樓千舌/帝苑蒼梧竹數叢/午夜星霜江似練/孤舟客宿短蘆中
31.秋晩三湘水 天/銀蟾時見破雲邊/凌波橫笛爲何者/知道君山第一仙
32.誰遣銀蟾浸碧湖/天心水面一時虛/問渠何處神仙宅/世界都盧是玉
33.瑞彩發天際/氷輪山外升/纖雲掃寥廊/孤影落泓澄/玉兎危愁墮/姮娥喚欲 /湖邊獨宿客/對此影峻
34.平湖七百里/積靄夜來收/欲知秋月好/須上岳陽樓
35.玉鏡涵金鏡/澄明上下空/人間無此景/除是廣寒宮
36.夜色涵波萬 靜/俯仰星河下上影/水回忽鋪萬頃金/雲端初掛瑤臺鏡/ 抱樹秋蕭瑟/嗚咽江娥怨幽泣/淸猿啼徹五更 /曉山依 夢中碧
37.君山午夜月輪秋/腋挾飛仙汗漫遊/銀漢低連洞庭水/金波逈滿岳陽樓/魚龍 嘯濤聲起/風露凄淸桂影浮/莫遣登臨吹鐵笛/乾坤空 易生愁
38.玉露橫江夜霧收/一輪明月洞庭秋/天空上下圓光湧/地折東南爽氣流/銀色界連雲夢澤/水晶宮敞岳陽樓/團團萬里懸飛鏡/河漢無聲轉斗牛
39.洞庭湖上岳陽樓/名勝由來冠九區/誰是四時佳節序/最看明月一年秋/波濤瑩澈東南遠/天地空虛上下浮/笑爾寂寥韓杜句/此間眞景 能
40.何處望秋光/洞庭湖上月/南天不見雲/萬里懸銀闕
41.飛檻俯空明/秋天展素月/洞庭七百湖/一倂琉璃滑
42.秋天淨如洗/月上洞庭湖/君山杳一點/萬里與同孤
43.宿雲飛盡暝烟收/月色湖光上下秋/匹練抛空波 岳/孤輪當午影涵樓/ 壺刮露眞珠泣/玉匣磨塵寶鏡流/望裏君山螺點小/一聲橫笛起漁舟
44.湖光明可摘/月意又從然/猿掛驚仍落/龍寒動不眠/江娥啼出竹/鮫女語乘烟/勝地樓能逈/淸宵更可憐
45.洞庭茫茫天地間/遙通蒼海去無還/入夜滄波金不定/依依明月照君山
46.洞庭湖水碧如天/秋月中浮滉 然/好倚岳陽樓上望/朗 詩過問飛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