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민주성노동자연대 출범선언문
(‘전국성노동자연대 한여연’을 탈퇴하면서)
다가오는 9월 23일은 성매매 특별법 시행 1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 법을 만든 주체이며 시행에 가장 적극적인 입장을 가진 여성권력자들에게는 정치 권력을 확대한 기쁨과 환호의 한 해였겠지만, 성노동자들에게는 생존권을 몰수당한 분노와 비탄의 세월이었다.
우리 성노동자들은 여성권력자들의 횡포에 맞서 극한적인 단식을 비롯한 각종 집회로 투쟁의 전의를 다져왔으며, 다양한 세계적 행사에 참가하여 우리들의 정당성을 알리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왔다. 특히, 지난 5월 25일 ‘전국성노동자준비위원회 한여연’ 의 터전을 인터넷 공간에 건설한 후, 성노동자들에게 가해오는 여러 형태의 음모와 공격들로부터 우리 자신을 방어하고 진실을 일반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한 ‘성명전’을 전개하여 학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마침내 6월 29일 ‘전국성노동자연대 한여연’을 출범시켰다.
그 결과, 이제 성노동자들의 옆에는 그간 멀게만 여겨졌던 성노동운동의 취지를 이해하면서, 이를 지지하고 연대투쟁에 동참하겠다는 시민사회단체들과 노동단체가 속속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들의 ‘성노동자들의 노동자성’에 대한 공개질의를 받은 양대 노총과 정당들, 여러 사회단체 내부에서도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성노동에 대한 공론화와 함께 우리들의 친구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현실은 준엄하다. 여성권력자들은 예정대로 올해 안에 이른바 ‘성매매 집결지 폐쇄 및 정비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고, 전국 10개지역을 시범지역으로 지정하여 성노동자들의 일터인 집창촌을 무력화시키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8월 26일 부산진구 범전동 집창촌이 이해당사자들과의 일체의 대화도 없이 여성가족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시범지역으로 지정된 것이 좋은 예다. 만약 이대로 방치한다면, 여성권력자들의 집창촌 해체 파티는 2007년이면 마무리되고 그들만의 샴페인은 터지게 된다.
이런 긴박한 시기에 지금 우리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우리 성노동자들이 ‘10대규약’으로 선포한 생존권과 노동권, 건강권 쟁취 등은 어떻게 진전되고 있는가. 성노동자들의 건강한 자치조직은 제대로 준비되고 있는가.
안타깝게도 이 부분에 대한 우리들의 모습은 대단히 부정적이다. 성노동자들이 처한 각 지역별 여건의 차이를 고려한다 해도, 특히 우리 자신들이 기본적으로 지녀야 할 성노동자란 개념조차 아직까지 인식하고 있지 못한 회원들이 곳곳에 존재한다는 것은 점은 속히 극복되어야 할 사항이다 . 그리고 이러한 내부 차이를 극복하는 데 필요 이상의 많은 시간과 역량을 소모시켜온 것도 우리들의 부끄러운 현주소였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다가오는 여성권력자들의 성노동자 말살 정책에 우리들은 결코 대처할 수 없으며 성노동자들의 미래는 보장받지 못할 것이다.
이에 우리는 저들의 무자비한 공세로부터 성노동자들을 지키기 위하여 '민주성노동자연대'(민성노련)를 출범시킨다. 마침, 며칠 전 별도의 전국한터여종사연맹( http://cafe.daum.net/uavenus ) 카페가 생겼다. 만시지탄이지만 잘된 일이고 아무쪼록 많은 발전이 있기를 바란다. 민성노련은 필요시 전국한터여종사자연맹과 언제든지 연대할 뜻을 갖고 있다. ‘전국성노동자준비위원회 한여연’ 터전을 만들었던 우리 성노동자 주체들은 이제 ‘민주성노동자연대’( http://cafe.daum.net/gksdudus )의 틀 속에서 더욱 견고한 성노동자들의 정체성으로 사태에 대응할 것이다. 이를 위해 민성노련은 전성노련의 10대 규약 등을 계승 발전시킬 것이다. 그리고 전근대적인 성담론에 머무르고 있는 한국사회에 진일보한 성문화의 지평을 여는데 일익을 담당할 것이다.
'민성노련 출범'을 위해 부득이하게 단행된 우리들의 '전성노련 탈퇴'는 결코 분열이 아니라, 성노동자들이 처한 상이한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방법의 일환이라고 다시한번 말씀드린다. 전국의 성노동자들은 물론 성노동자운동에 관심있는 제 시민사회단체 및 노동계의 폭넓은 이해를 바란다.
2005. 8. 27
민 주 성 노 동 자 연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