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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산행구간(육십령-삿갓골재 대피소)의 산행 지도와 고도표,
2010년!!!
경인년 백호랑이해!!!
드디어 희망의 새해가 떠오른다!!!
백두대간 마루금 걷기 2년차 해가 당당하게 떠오른다!!!
백두대간 여덟번째 산행이며, 경인년 새해 첫 산행이다. 지난 해 중국 상해에서 귀국하면서 백두대간을 걸어 볼 꿈을 가슴 속에 품었었고, 지금은 현실로 진행 중이다. 지난 한 해 무사히 마침에 감사드리며,앞으로 남은 구간도 무사히 마칠 수 있기를 다시 한 번 빌어본다.
이 번 산행 구간은 우리 산 중에서도 명산으로 꼽히는 덕유산(德裕山) 구간이다. 육십령을 출발하여 서봉과 남덕유산을 거쳐 삿갓골재 대피소에서 1박을 하고, 둘째날 무령산과 백암봉으로 이어지는 본격적인 덕유산 주능선을 걷게 된다.덕유산은 전북 장수군과 무주군, 경남 거창군과 함양군에 걸쳐 있는데, 주봉인 향적봉(1,614m)을 중심으로 해발 1,300m 안팎의 장중한 능선이 남서쪽을 향해 장장 30여km에 뻗쳐있다.
북덕유에서 무룡산(1,491m)과 삿갓봉을 거쳐 남덕유(1,507m)에 이르는 주능선의 길이만도 20km를 넘는 거대한 산이다.
겨울의 덕유산은 마치 히말라야의 고봉들을 연상케 하며, 첩첩산중으로 장쾌하게 이어진 크고 작은 연봉들이 눈가루를 흩날리며 선경을 연출한다. 덕유산은 남부지방에 있으면서도 서해의 습한 대기가 이 산을 넘으면서 뿌리는 많은 눈 때문에 겨울산행 코스로 최고의 인기를 모으는 곳이며, 더불어 눈꽃과 상고대가 만발한 겨울 덕유산은 산객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꼭 가보고 싶은 산일게다.
이번 산행은 우리 기존 네명이외에 희망자들과 같이 1월 23(토), 24(일)일에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23(토)일 삿갓골재 대피소 예약이 어려워 날짜를 하루 늦춰서 24(일)-25(월)로 진행하기로 하고, 이장원(高山) 용두팔 전임 회장만이 참석 가능하여 총 5명이 가기로한다. 일정이 늦쳐지는 바람에 동행치 못한 친구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이틀간의 산행이 모두 만만치 않으니, 토요일 저녁에 미리 내려가 현지에서 하룻밤을 자고, 새벽부터 산행을 할 예정으로 23(토)일 저녁 6시에 동서울 터미널 근처에서 모두 모인다.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성암(오진탁)이 애마를 끌고 춘천에서 달려와 미리 기다리고 있고, 속속 친구들이 도착해서 짐을 싣고 6시 5분에 빼재 아래의 민박집을 향하여 출발한다. 중부 고속도로를 달려 오창휴게소에서 간단히 저녁을 먹고, 다시 대전 통영 고속도를 달려 무주리조트를 지나 빼재 아래 상오정 마을 민박집에 도착하니 10시가 조금 넘었다. 주인 아저씨와 내일 아침 일정을 상의 한 후, 모두들 배낭을 다시 꾸리고 내일을 위하여 잠자리에 든다.
07시 45분. 육십령 휴게소(함양 방면) 옆 들머리에서...
민박집 아래 식당에서 아침 식사을 하고, 06시 30분에 서울에서 타고 내려온 성암의 애마는 월요일 날머리인 빼재에 세워 놓고, 주인 아저씨의 봉고에 몸을 싣고 오늘의 산행 들머리인 육십령을 향하여 출발한다. 약 1시간 걸려 육십령 휴게소에 도착하여 산행 준비를 하고 기념 사진을 찍은 후, 07시 45분에 들머리로 들어선다. 이번 산행에는 고산(이장원)이 원 포인트 합류하여 5명이라 더욱 든든하다. 차량을 이용하여 이동하는 동안 고산에게 이번 기회를 계기로 계속 대간 산행에 동참할 것을 권하였으나, 마음은 굴뚝같지만 사업상 외국 출장이 잦은 관계로 자신 때문에 우리들의 계획이 차질을 빚을까 염려된다며 완곡히 사양을 한다. 다만, 시간이 허락하는 한 우리들 산행에 오늘처럼 원 포인트 참여는 하겠다고 약속을 한다. 덜컹 약속을 해놓고 나중에 뒷감당을 하지 못하는 것보다는 고산의 세심함과 친구들에 대한 배려심에 믿음이 간다.
07시 57분.
약 10여분을 오르니 지난번 구시봉(깃대봉)에서 내려오던 마루금에 올라선다. 지난 12월 산행 시 여기서 휴게소로 내려서는 것이 아니라 직진하여 육십령까지 갔어야 했는데...
08시 03분. 육십령(六十嶺).
경남 함양군 서상면과 전북 장수군 장계면을 잇는 26번 국도가 지나가는 육십령 고갯길은, 예로부터 백두대간을 넘어 영남과 호남을 잇는 주요 교통로였다. 또한 그 중요성에 맞게 이름의 유래도 다양하다. 예로부터 산적이 많아 장정 60명이 모여야 고개를 넘을 수 있다하여 육십령이라 부르기도 하고, 굽이 굽이 돌아치는 모퉁이가 60개라 하여 육십령이라 부르기도 하고, 영남의 안의 감영과 호남의 장수 감영까지의 거리가 각각 둘 다 60리라하여 육십령이라고도 한다. 이름의 유래야 어떻든, 이 길은 정치인들이 자신들에게 필요한대로 나누려고 별별 수작을 다 하는 영남과 호남 두 지방을 한민족 한겨레로 묶어온 소중한 소통로이자 끈이었다.
육십령 고갯마루에 있는 육십령 휴게소와 전망대.
이 고개에는 여러가지 전설이 내려 오는데, 경상도 총각과 전라도 처녀에 얽힌 전설은 요즘의 여러 정치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상도 총각이 전라도에 장가 가서 꿈 같은 신혼을 보내고, 본가에 가기 위해 이 고개를 넘다가 산적들에게 죽임을 당하였는데, 그러한 사실을 알 수 없는 전라도 신부는 하염없이 기다리다 망부석이 되었다는 전설이다.
육십령에서 오늘의 산행 예정 구간인 남덕유산 들머리는 고갯마루에서 경남 함양 방면으로 약 50m 거리의 왼쪽 국도관리 안내판 뒤편에 있다. 친구들이 육십령 고개 마루를 가로 질러 건너편 들머리를 향하여 걷고 있다.
육십령 남덕유산 들머리에서 일행들이 산행 안내판을 보고 있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덕유산 구간 마루금 산행이 시작된다.
할미봉 전의 암릉 구간을 오르는 성암! 뒤로는 육십령부터 걸어왔던 마루금이 뚜렷하며, 솜털같은 상고대가 하염없이 펼쳐저 있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상고대가 눈이 시리도록 아름답다. 덕유산은 겨울이면 대부분 항상 상고대를 볼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갖춘 산이다.
공기중의 습도, 기온, 바람, 나무등 상고대를 만들어 내는 어느 조건 하나 부족함이 없는 산이다. 이러한 것들이 모여 어떻게 저리도 아름다운 얼음 꽃을 만들어 내는지, 정말 자연의 조화가 신묘할 따름인다. 힘들고 지루한 산행에서 이러한 광경은 산행을 더욱더 즐겁고 가볍게 해줄뿐만 아니라, 우리의 뇌 건강에도 엄청난 효과가 있다는 기사를 얼마전 접한 적이 있다. 유산소 운동 중에서도 다리를 많이 이용하는 운동이 뇌 건강에 가장 좋다고 하는데, 특히 등산은 도시에서 흔히 접할수 없는 새로운 자극을 느낄 수 있어 뇌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새와 바람, 물소리를 듣고, 탁 트인 풍경을 감상하고, 봄에는 흐드러지게 널려 있는 야생화와 파릇파릇 올라 오는 새싹들, 여름에는 하염없이 쏟아지는 폭포와 푸르른 신록, 그리고 땀 흘린 후에 살짝 불어와 내 몸을 어루만져 주는 시원한 바람, 가을에는 온 산을 붉게 물들이는 단풍들, 겨울에는 온 천지를 하얗게 덮은 설경, 눈꽃, 상고대 등등 우리의 오감을 즐겁게하는 풍경들이 산에는 얼마든지 많다.
특히, 상고대는 아무데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고, 겨울의 높은 산에서나 볼 수 있으니, 산객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리라!!!
09시 27분. 할미봉 정상!
몇개의 바위 봉우리로 이루어진 할미봉은 작지만 아름다운 봉우리이다. 지난번 구간인 구시봉(깃대봉)에서 내려 서면서 바라본 할미봉은, 웅장하게 뒤에 서있는 서봉과 남덕유산의 품에 수줍게 안긴 아름다운 하나의 꽃처럼 보였다.
할미봉 옆에 솟아있는 바위 두개가 상고대와 어울려 더욱 고고하게 느껴진다. 뒤로 보이는 마을은 함양군 서상면 상남리 마을이고, 그 뒤의 산은 남덕유산에서 가지를 쳐서 뻗어 나온 월봉산 줄기이다. 상남리 마을 오른쪽 육십령 바로 아래에는 군장동(軍欌洞) 마을이 있는데, 군사를 숨기기에 좋은 곳이란 뜻이다. 마을 이름의 유래에서 보듯이 이 곳이 예로부터 얼마나 중요한 군사적 요충지 였는지 알 수 있다.
할미봉에서 바라본 서봉(장수 덕유산)과 남덕유산!
왼쪽의 서봉은 암봉으로 그 아름다움이 여성스러우며, 오른쪽의 남덕유산은 육중한 육산으로 듬직한 남성스러움이 느껴진다. 우리는 이 곳 할미봉에서 왼쪽의 마루금을 따라 서봉에 올라선 다음, 오른쪽 공지선 능선을 따라 남덕유산에 오를 예정이다.
대포바위 안내판!
할미봉에서 조금 내려서면 마루금에서 장수군쪽으로 약 400m 비껴선 곳에 대포 바위가 있다. 설명대로 대포 바위라기 보다는 남근석이라 함이 더 잘 어울린다.
할미봉을 내려서는 급경사 계단길에서 서봉과 남덕유산을 배경으로 거곡(정재민)이 포즈를 취해준다. 걸어갈 마루금이 뚜렷하게 시원스레 펼쳐저 있다. 먼저 내려가던 고산(이장원)이 위험하니 아이젠을 차라고 한다. 이 곳 급경사는 약 20여m 정도 되는데, 절반은 계단이 설치되어 있고 절반은 밧줄에 의지하여 내려 가야 한다. 계단도 설치 된지가 얼마 되지 않은것 같은데, 계단이 없을 때 이 길을 걸었던 선답자들은 무척이나 위험했을듯 싶다.
10시 45분.
경남 교육청 덕유 교육원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이다.즉 영각 통제소에서 올라오는 길인데, 보통 덕유산 종주라하면 영각 통제소를 들머리나 날머리로 잡는다. 육십령에서 이 곳까지는 산객들이 많이 붐비지는 않았는데, 여기부터는 많은 인파 속에 산행을 한다. 영각 통제소를 출발하여 서봉과 남덕유산을 거쳐 남령(南嶺) 방향으로 하산하다 원점 회귀하는 산객들과, 남덕유산에서 월성재를 거쳐 황점 통제소로 하산하는 당일 산행 산객들이 일요일을 이용하여 남덕유산의 설경을 보고자 많이들 왔다. 백두대간을 걸으면서 오늘 이 구간만큼 많은 산객들을 만난적이 없는 우리는 약간은 어수선함 속에서 대간길을 걷는다. 아마도 내일은 월요일이니 덕유산 구간의 백미인 주능선 구간은 소란스러움 없이 호젖한 산행을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으로 오늘은 묵묵히 걷는다. 우리는 배낭을 잠시 내려 놓고 휴식을 취하며, 동결 건조 비빔밥에 물을 채운다.
11시 12분.
덕유 교육원 삼거리에서 조금 더 오르니 헬기장이 나타난다. 지금까지 걸어온 마루금과 그 주위의 풍경들이 시원스레 펼쳐져 있다. 중앙의 봉우리가 할미봉이며, 오른쪽 뒤에는 구시봉(깃대봉)이 서 있다.
헬기장에서 본 할미봉이다. 몇개의 바위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봉우리이며, 뒤로 연무 속에서 흐릿하게 구시봉과 백운산이 보인다.
헬기장에서 본 장수군 장계면 일대다. 위의 호수는 북바위에서 내려다 보았던 대곡리 대곡호이고, 호수 위쪽 마을이 의암 주논개의 생가지가 있는 주촌 마을이다. 아랫쪽의 트랙이 있는 곳은 장수 경주마 목장이다. 한국 마사회의 경주마 목장은 제주와 이 곳 전북 장수 두 곳인데, 이 중에 장수군 장계면 명덕리에 위치한 장수 경주마 목장은 백두대간 육십령 바로 아래에 있다.
헬기장을 지나자 서봉으로 오르는 길이 된비알 오르막이다. 해발 730m인 육십령에서 1,507m의 남덕유산까지 해발 고도를 약 780여m를 올려야 하니 계속되는 가파른 오름길이다. 잠깐 가쁜 숨을 몰아쉬며 눈을 들어 위를 보니, 서봉과 남덕유산이 하늘을 찌를 기상으로 당당하게 서 있다. 다시 머리를 푹 숙이고 땅만 쳐다보며, 한 발 한 발 어렵게 서봉의 오름길을 오른다.
13시 50분. 서봉(해발 1,492m)
서봉(장수 덕유산)에 오르기 전 우리는 약 1시간에 걸친 점심 식사를 하고, 드디어 서봉에 오른다. 정상은 헬기도 내릴수 있을 정도로 넓은 공터이고, 조망 또한 탁월하다.
서봉에서 북동쪽으로 바라본 덕유산 주능선의 장쾌한 모습. 향적봉까지 약 20여km에 이르는 주능선은 백두대간 중에서도 지리산 주능선, 소백산 주능선과 더불어 백두대간 마루금의 백미라 할 수 있다. 무룡산, 백암봉을 거쳐 중봉, 향적봉까지 뚜렷하게 보인다. 대간길은 덕유산의 주봉인 향적봉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향적봉 2km 전에 있는 백암봉(송계사 삼거리)에서 우측(동쪽)으로 갈라진다.
서봉에서 바라본 남덕유산. 서봉과 남덕유산은 멀리서 보면 손을 마주 잡고 서 있는 오누이 같은데, 남덕유산은 단순하면서도 육중한 모습이 믿음직스럽고 남성다운 느낌을 느낄 수 있다. 서봉에서 남덕유산을 갈려면 U자 모양으로 내려 섰다가 다시 올라 가야 하는데, 남덕유산 쪽으로 내려 서는 길도 가파른 계단길이다. 본격적인 남덕유산 오름길 전에 왼쪽 사면길을 따라 월성재 방향으로 바로 빠질 수도 있지만, 우리는 그대로 남덕유산을 향하여 가파른 길을 오른다. 남덕유의 맹주 남덕유산을 그냥 지나칠 수야 없지 않은가?? 정상 100m전의 널찍한 쉼터에 배낭을 벗어 놓고 카메라만 들고 남덕유산 정상에 오른다.
14시 45분. 남덕유산(해발 1,507m)정상에서 고산과 지평.
어찌나 산객들이 많은지 사진을 찍자마자 내려 오라고 야단들이다. 바람이 매섭고 차가우니 돈을 주고 계속 서있으라고 해도 마다할텐데....이 곳 남덕유산과 서봉(장수 덕유산)은 그 명칭이 여러가지로 불리는데, 이 곳 남덕유산과 서봉을 통칭하여 남덕유산이라 부르고, 그 중에 이 곳을 동봉, 장수 덕유산을 서봉이라 부르기도 한다. 행정구역상의 문제도 있고, 관련 기관이나 이해 당사자들의 편의와 주장에 의해, 통일된 이름이 아닌 필요에 의해 여러 이름인 난무하는것 같다.
남덕유산 정상에서 바라본 남동 방향의 산줄기.
이 곳 남덕유에서 남동 방향으로 백두대간이 풀어 놓은 또 하나의 산줄기인 월봉산과 금원산,기백산 자락이 눈에 잡히고, 이 줄기의 남쪽 아래에는 함양군 서상면과 안의면이 포근하게 자리 잡고 있다. 이제 남덕유산을 내려서면 우리는 함양군 군계를 벗어나 대간길 오른쪽으로 거창군을 두고 걷게 된다.
남덕유산에서 바라본 서봉(장수 덕유산).
남덕유산 쪽으로 내려 서는 계단길이 상당히 가파르다. 계단이라 할지라도 겨울에는 얼어서 미끄러우니 항상 조심해야 할 구간이다.
15시00분. 남덕유산을 내려서면서 만나는 삼거리.
육십령 방향으로 가면 서봉인데, 남덕유산을 오르지 않고 우회하는 북사면길이다. 북진 백두대간 산행을 할 때, 보통은 바로 남덕유산을 오르지 않고, 북사면길을 따라 이곳까지 와서, 여기에 배낭을 풀어 놓고 남덕유산을 올라 갔다온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오른쪽 삿갓골재 대피소 방향이다.
15시 28분. 월성재.
경남 거창군 북상면 월성리와 전북 장수군 계북면 양악리 토옥동 마을을 이어 주는 조그마한 산길 고개이다. 그러나, 장수군 계북면 방향은 상수원 보호를 위해 목책을 쳐 놓았다. 아직 이 곳까지도 산객들이 많아 주위가 상당히 소란스럽다. 그러나 대부분의 당일 산객들은 이 곳 월성재에서 오른쪽 경상도 황점 통제소로 하산하고, 대간길을 걷는 꾼들과 덕유 종주하는 산객만이 삿갓골재 대피소 쪽으로 향하니, 이제부터는 호젖한 산행을 즐길 수 있으리라!!!
월성재에서 배낭을 내려 놓고 간식을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배낭에서 간식을 꺼내는 행동이 내가 제일 빨라서, 내 배낭 속에 있던 빵을 먹기로 한다. 일인당 3개씩을 힐당하고 나니, 기분에 배낭이 훨씬 가벼워진 느낌이다. 이제 2.9km, 1시간 30분만 더 가면 오늘 우리가 하루 묶을 삿갓골재 대피소다. 계획했던 시간보다 약 1시간 정도가 늦어졌지만, 어둡기 전에는 충분히 대피소에 도착할 수 있다. 오늘 구간은 계속되는 오름길에다가 2일간의 모든 장비와 식량을 지고 산행을 하는 관계로 계획보다 약간 늦어 졌지만, 이 점을 감안하여 조금 일찍 산행을 시작였기 때문에 안전산행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듯 하다.
월성재에서 약 1km된 지점을 오르면서 뒤를 바라 보니 우리가 걸어 왔던 마루금이 뚜렸하고, 남덕유산과 서봉이 우뚝 서있다.
고산과 내가 마루금 옆 바위에 올라 남덕유산과 서봉을 바라보며, 걸어 온 길을 되돌아 보고 있다.
삿갓봉전 1,340m 전망대에서 남쪽으로 본 광경. 가장 뒤 연무 속에서도 그 윤곽만은 뚜렷이 보여 주는 지리산 주능선이 아름답게 자태를 드러낸다. 지리산 천왕봉에서부터 약 100여km, 8일 간을 걸어 오는 동안 지리산은 항상 우리에게 길잡이 역활을 해주었고, 바라보기만해도 즐거움을 주었었는데, 아마 이제부터는 볼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과연 지리산이 굉장히 큰 산이라는 것을 피부적으로 느낄 수가 있으며, 민족의 명산, 어머니와 같은 산이라는 칭송을 받을만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16시 46분. 삿갓봉 삼거리.
삿갓봉 정상은 대간 마루금에서 비껴 서있기 때문에 오르지 않고, 사면길을 따라 대피소로 향한다. 이제 여기부터 왼쪽 전라도 쪽은 장수군을 벗어나 무주군의 땅을 밟으며 걷게 된다.
17시 04분. 삿갓골재 대피소.
삿갓봉 삼거리를 지나 몇개의 아기 자기한 구릉을 넘으니 급경사 내리막 길이 나오고, 조심스레 조금더 내려오니 나무 가지 사이로 삿갓골재 대피소가 나타난다. 이 곳에서 경상도 방향으로 내려가면 월성지구 황점 통제소이며, 삿갈골재 역시 차량으로는 넘을 수 없는 조그만 산길이다. 우리가 오늘 하루를 묶을 곳인데, 45명이 수용 정원인 조그마한 대피소다. 수용 인원이 적다 보니 주말 예약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고, 그야말로 전쟁이다. 예약을 할려는 사람은 많고, 수용 인원은 한계가 있고..... 대피소를 확장하면 간단히 해결 되겠지만, 그러면 자연 훼손 문제가 대두될 것이고....중국은 황산과 같은 산행 관광지에 대규모 숙박 시설을 지어서 엄청난 관광객을 수용하고 있다. 물론 중국과 우리의 실정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문제가 있겠지만, 수요와 자연보호의 문제에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짐을 내려 놓고, 내일 새벽에 들어설 들머리를 눈여겨 보아둔다.
대피소 안에서 잠자리를 배정 받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취사 도구와 식량을 들고 취사장으로 향한다. 수용 인원에 비해 취사장은 넓은 편이며, 나름대로 깨끗하게 정리가 잘 되어 있다. 취사장에서는 거곡이 장이다. 지평이 자청하여 물을 길러 가고, 나는 찌개를 끓이고, 거곡이 가장 취사하기 어려운 밥을 한다. 오늘의 식단은 코휄에다 한 밥과 부대찌개, 김치, 그리고 각자 조금씩 가져온 밑반찬이다. 약간의 반주를 곁들여 저녁 식사를 마치고 대충 정리를 한 다음, 내일의 일정(약 19km)을 감안하여 일찍 잠자리에 든다. 내일은 아무리 늦어도 새벽 6시에는 출발을 해야하니, 4시에 기상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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